오토바이 세계일주 - 아메리카 대륙 편
강세환 지음 / 북하우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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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로 국내 여행 한 번 안 해본 사람이 아메리카 대륙을 일주했다고 하면 모두들 깜짝 놀랄 것이다. 책 <오토바이 세계일주>의 저자는 이런 무모함을 지닌 청년이다. 완전 초보인 그가 세계 일주를 해 보겠다고 바이크 전문 잡지사에 인터뷰를 요청하자 많은 관계자들은 무리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외국의 라이더들이 이렇게 격려해 준다.

"모든 것은 여행하면서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된다. 정비요령도, 라이딩 기술도… 너무 걱정하지 말고, 완벽하게 준비하려고 하지 마라. 문제가 생길 때마다 현지인에게 도움을 받으며 함께 어울리는 것이 오히려 진정한 여행이 될 수 있다. 너의 오토바이는 일반여행자들이 경험할 수 없는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여권'과도 같은 것이므로, 절대 외롭지 않을 것이다. 힘내라, 넌 할 수 있다."

이렇게 시작한 여행은 미국을 거쳐 북으로는 알래스카와 남미 최남단인 아르헨티나의 우슈아이아에 이르기까지 1년 반에 걸치는 여정을 만들어낸다. 암 투병 중인 아버지를 보면서 인생에 대한 회의와 함께 시작한 오토바이 여행. 처음 출발은 무모했을지 모르나 긴 여행 동안 저자는 많은 것을 보고 배우며 세상의 여러 아름다움을 느낀다.

목이 말라 들이켠 물이 비상용으로 넣어둔 휘발유인 적도 있고 아무도 없는 비포장도로 허허벌판 알래스카에서 심하게 달리다가 오토바이가 부서지는 사고를 당하는 등 그의 여정은 험난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오토바이 여행은 자동차로는 놓치기 쉬운 험난한 곳, 멋진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최대 장점을 갖고 있다.

용감무쌍한 이 청년에게는 도와주는 사람도 참 많다. 30만 원짜리 오토바이 부츠를 잃어버리자 우연히 만난 바이크 동지가 하나 선물로 주기도 하고 BMW 오너북을 통해 연락이 닿은 사람들이 무료 숙소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제멋대로 돌아다니지만 배우고 느끼는 것은 남보다 큰 생각이다.

"예쁜 마을을 관통하며 굽이굽이 도로가 나 있었다. 600킬로미터를 달렸는데, 가면 갈수록 똑같은 풍경의 연속이라 막판에 지겹기까지 했다. 딱 보아하니 은퇴한 노인들이 주로 살고 있는 듯했고. 하지만 건물들은 하나같이 아름다웠는데 해변엔 나무계단으로 산책로를 만들어놔서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했다. 갑자기 동해 바다가 생각났다. 네온사인으로 도배한 횟집과 식당들, 시멘트로 처바른 모텔들, 지저분한 바닷가 그리고 철조망.

우리나라도 예쁘게 꾸며 놓으면 참 볼 만한 곳이 많은데, 먹고 살기 바빠서 그런지 전 국토가 식당과 모텔 천지다. 심지어는 설악산에 올라가도 식당 아줌마들이 호객행위를 하지 않던가. 술 먹기 바쁜 음주가무 문화도 문제지만, 좁은 나라에 모여 사느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얘기니 참 안타까운 일이다."

오토바이 사고로 매일 밤 온몸이 쑤셔대는 바람에 마리화나를 피우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는다는 라이더 친구 프랭크. 이런 사람들을 만나면 어떤 느낌일까? 저자가 만나는 사람들 중에는 진짜 괴짜 기질의 사람도 있고 멋진 여행자 정신을 갖춘 사람도 많다. 여행에서 얻는 가장 큰 보배 중 하나가 새로운 사람들과의 대화가 아닐까 싶다.

여행을 하면서 저자는 자신이 지나온 삶을 되돌아본다. 학창 시절엔 대학입시를 통과하기 위해, 졸업한 뒤엔 직장을 잡기 위해, 그 뒤엔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쫓기듯 살아온 인생. 이렇게 사는 건 대부분 직장인들과 다름이 없다. 저자는 자신이 이렇게 특이한 여행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한다.

아버지가 아프시면서 인생을 즐기지 못하고 열심히 일만 하는 한국 남자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된 저자. 한 번 지나간 학창 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처럼 여행의 순간은 영원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인생을 80이라고 할 때에 오직 돈을 모으기 위해 젊은 시절을 소비하면 늙어서 돈은 있을지 몰라도 추억은 없다.

아름다운 추억은 수십억을 줘도 살 수 없다. 저자는 이 추억을 만들기 위해 전 재산을 털어 여행을 떠났다. 그의 용기와 추진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저자는 여행 전문가도 아니고 글을 잘 쓰는 사람도 아니다. 단순히 오토바이를 타고 아메리카 대륙을 일 년 반이나 여행한 순수한 여행자다.

책을 읽다 보면 화려한 미사여구나 전문가다운 멋진 사진이 없음에도 저자의 씩씩한 글에 감동하게 된다. 일탈을 향해 일상의 무거운 짐을 벗고 자유로워진 영혼의 여행자들. 그들이 경험한 많은 세상만큼 더 자란 눈으로 우리들에게 좋은 글을 선사해 주면 좋겠다. 멋진 여행기를 읽다 보면 나도 그들처럼 떠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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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행복한 직업 - 엄마학교 교과서
서형숙 지음 / 21세기북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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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주변에 보면 엄마가 되는 준비도 전혀 없이 불쑥 애를 낳아놓고는 어떻게 키워야 할 지 몰라 쩔쩔매는 경우를 보게 된다. 나도 엄마가 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 생각해 보면 기껏해야 이부자리와 옷가지를 준비하며 엄마 노릇 한다고 부산 떨던 적이 있다.

 

지금은 우습지만 애가 막상 태어나고 보니 애 키우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가 아닌가. 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면서 이유도 모르게 울어대는 조그만 아이를 부둥켜 안고는 쩔쩔 매던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엄마라는 행복한 직업>은 이처럼 쩔쩔매는 엄마들을 위한 지침서다. <엄마학교>라는 책으로 워낙 유명한 저자는 현재 가회동에서 한옥으로 된 작은 엄마 학교를 운영하며 좋은 엄마 되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애착을 갖고 만든 엄마학교의 이야기를 담으면서 동시에 아이들 키우는 현명한 지혜를 전한다. 억지로 만들고 꾸미지 않더라도 소박한 가운데 작은 멋이 나도록 한 엄마학교의 풍경. 이것은 그녀가 아이들을 키우는 방식과 닮아 있다.

 

아이를 키우는 동안 유기농 먹거리며 한살림 운동 등에 몸을 담았던 저자는 이제 다 자란 아이들을 보며 자신이 몸소 체득한 자녀 교육의 길을 전하고자 한다. 엄마학교의 운영은 영리적 목적도 아니고 자신의 이름을 빛내기 위해서도 아니다. 그저 20년 엄마 역할을 하며 얻은 삶의 지혜를 다른 엄마들과 나누려 하는 것.

 

이렇게 쉽게 아이를 기를 수 있는데, 육아가 이렇게 달콤한데, 교육이 편안한데 그리고 삶이 이리도 행복한데 그것을 놓치고 힘들어만 하는 엄마들이 안타까웠다. 얼른 그 마음을 붙들고 싶었고, 또 붙들 수 있으리라는 자신도 있었다. 앞서온 사람으로서 뒤에 오는 사람을 보살펴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 것도 있었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시작한 엄마학교는 이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좋은 엄마들의 공간이 되었다. 이곳에 찾아오는 엄마들은 대부분 화를 잡아 달라고 주문한다고 한다. 아이를 혼내기만 하고 잘 기르지 못했다며 통곡하는 엄마들, 이런 이들은 엄마학교에서 아름다운 육아의 황홀함을 배우고 간다.

 

아이들에게 웃는 얼굴로 대하면 아이도 웃으며 답한다. 엄마학교에서는 혼자서는 잘 안 되는 아이 대하는 비법을 전수한다. 매주 2시간씩 다정한 엄마, 영리한 엄마, 대범한 엄마, 행복한 엄마가 되어가는 법을 한달 동안 배우는데 그러고 나면 엄마는 저절로 좋은 엄마가 되어 있다.

 

8개월짜리 아기를 오감발달 놀이를 시킨다며 문화센터에 끌고 다니는 엄마들이 더러 있다. 폐낙하산을 잡아당겨 흔드는데 옆집 아이보다 우리 아이가 활기차지 않다고 성화다. 옆집 아이와 비교하지 마라. 비교하려거든 본인이나 비교해라. 20-30대에 국제변호사, 박사된 사람도 수두룩한데 본인은 왜 못 되는가? 모든 아이가 똑같지는 않다.

 

많은 엄마들이 많이 하는 오류가 바로 다른 아이와 우리 아이를 비교하는 것이다. 옆집 아이는 말도 잘 하는데 우리 아이는 늦되다는 둥 아랫집 아이는 영어도 잘하는데 우리 아이는 콩글리쉬도 못한다는 둥 비교하는 데에 열성인 엄마들. 이런 엄마 밑에서 자란 아이는 스트레스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그토록 사랑하는 아이에게 왜 타인과 비교하며 상처를 주어야 하나.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잘못된 가치관을 심어주는 엄마들이 너무도 많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반성해 본다.

 

이제 22개월인 우리 아이는 아직 소변을 못 가린다. 언젠가 애 아빠의 회사 모임에 갔더니 두 아이의 엄마인 어느 분께서 18개월이면 기저귀를 떼는데 아직도 기저귀를 하냐고 말을 건네 갑자기 급한 생각이 들었다. 애한테 아무리 변기에 쉬 하라고 말해봤자 아이는 오히려 못 들은 척하고 딴짓을 한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라면 다 알아서 가릴 것을 내가 너무 다른 사람 말에 성급하게 애를 못살게 굴었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하다. 생각해 보면 나는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도 가끔 옷에 오줌을 싸 엄마를 난처하게 하는 아이였지 않은가. 많이 자랐던 나도 제대로 못하는 일을 세 살 아이에게 억지로 시키니 얼마나 한심한 엄마인지.

 

아이들은 모두 제각기 본성을 갖고 태어나 자기 그릇에 맞추어 세상을 살아간다. 많은 엄마들이 이런 마음가짐으로 보다 여유롭게 아이를 대한다면 아이도 행복할 것이다. 엄마가 전하는 편안한 웃음이 아이를 더 맑고 건강하게 만든다. 책 <엄마라는 행복한 직업>은 이처럼 소박한 자녀 교육의 진리를 전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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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4 - 네팔 트레킹 편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4
김남희 글.사진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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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하며 까탈스럽고 허약한 내가 절대 가지 못할 여행지를 꼽으라면 아마도 네팔이 아닐까 싶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아찔해지는 에베레스트, 고산 지대가 가져다 주는 현기증, 따뜻한 샤워 한번 제대로 할 수 없는 지독한 추위. 이런 걸 떠올리게 하는 곳, 네팔.

 

자신을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라고 칭하는 김남희 씨는 이런 나라를 어떻게 여행했을까? 그녀의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은 대한민국 방방곡곡, 중국, 라오스, 미얀마를 거쳐 네팔에 이른다. 이곳은 세상 모든 산악인들의 꿈이자 평범한 자들의 동경 대상이다. 그만큼 가보기도 힘들뿐더러 산행을 감행하기란 더더욱 어렵다.

 

그녀를 만날 기회가 있다면 여자 혼자 다니니 무섭지 않더냐는 물음을 꼭 던지고 싶다. 그만큼 그녀는 용감하다. 온갖 오지만을 찾아 다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아마도 다른 여행자들과 다를 바 없는 세상을 발견하고 자신을 알기 위해서가 아닐까 추측해 본다.

 

김남희 씨보다 더 소심한 나는 책을 통해서 네팔과 에베레스트, 안나 푸르나를 간접 체험한다. 그녀의 여행기를 읽다 보면 마치 내가 그곳에 가 있는 것처럼 주변 풍경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거대한 설산을 눈앞에 두고 서 있는 듯한 느낌, 차가운 밤공기 속에 차 한 잔을 마시고 침낭 속에 지친 몸을 누이는 마음.

 

그녀의 여행기는 화려한 미사여구나 멋드러진 사진들로 꾸며지지 않는다. 조금은 무미건조하면서 사실적 묘사에 충실한 글은 소박하지만 읽는 이의 마음을 끈다. 그 이유는 아마도 건강한 진실이 주는 묘미 덕분일 것이다. 건강한 한 여성이 세상을 향해 씩씩한 여행을 하고 그 과정에서 느끼고 본 많은 것들을 전해주는 미학적 가치란 조금 메마를지언정 감동을 준다.

 

드디어 그날이 왔다. 날은 화창하게 개었다. 우선 복장부터 새롭게 무장한다. 그 동안은 내의 위에 플리스 천을 안으로 덧댄 겨울바지를 입고 다녔는데 오늘은 고소내의 한 벌을 더 입는다. 양말은 세 켤레를 껴 신었다. 위에는 플리스 티셔츠 두 개, 그 위에 폴라텍 보온 자켓, 다시 윈드 스토퍼 방풍 점퍼를 입고 마지막으로 고어텍스 방수 점퍼를 걸친다. 내 모습이 뒤뚱거리는 북극곰 같아 보인다는 걸 알지만 어쩔 수 없다. 없는 맵시 내느라 동사의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으니.

 

에베레스트를 오르기 위해 준비하는 장면을 이리도 길고 자세하게 묘사하는 여행기도 참 드물 것이다. 이처럼 세밀한 설명을 덧붙인 여정은 사실감과 현장감을 준다. 나처럼 산행에 대해 문외한인 사람에게도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일이 얼마나 험난한 것인지를 생생하게 느끼도록 한다.

 

이런 사실적 묘사들을 통해 작가는 자신이 거쳐온 길고 험난했던 홀로서기 여행의 쓸쓸함, 어려움, 심적 평온함과 육체적 고통을 전한다. 여자 혼자서 포터도 없이 커다란 배낭을 메고 낑낑거리며 산을 오르는 장면은 마치 내가 그러는 것처럼 힘겹다. 하지만 그 여행을 통해 한 조각 큰 깨달음을 얻는 것처럼 독자인 나도 그녀의 힘든 여행을 따라 다니며 여행이 주는 가치를 간접적으로나마 얻는다.

 

포터에게 등산화를 사주라며 큰 소리치는 독일 아줌마와 한판 승부를 벌이는 모습이나 그런 포터를 소개하고 임금을 떼어먹은 가이드를 찾아내어 해결 짓는 집요함은 저자의 까탈스러움을 그대로 느끼게 한다. 이토록 까탈스러운 여자가 어찌하여 일주일 내내 제대로 씻지도 못하는 산장에 머무르며 산을 오를 수 있었을까?

 

그 힘은 아마도 여행이 주는 무한한 감동일 것이다. 단순한 국내 여행부터 시작하여 네팔 트레킹까지, 모든 여행은 각각의 멋과 매력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떠나기 위해 짐을 꾸리고 길 위에 서서 많은 생각에 잠긴 채 하늘을 바라 본다. 자기가 떠나온 그곳에 대해 생각해 보기도 하고 보다 풍요롭고 너그러운 마음 한 자락을 얻기도 한다.

 

어린 아이를 키우면서 이 책의 저자처럼 혼자 여행을 떠나는 기회는 저 멀리로 가버렸다. 하지만 언젠가 그녀처럼 바람을 따라 떠나는 여행을 꿈꾸어 본다. 저자처럼 직접 발로 뛰며 험난한 산기슭을 기어 올라가는 여행은 아닐지라도 먼 훗날 네팔이라는 나라에 가서 안나푸르나의 산 자락과 에베레스트의 설경을 느끼고 싶다.

 

여행 서적들은 이렇게 현실에 머무르는 자들을 꿈꾸게 한다. 그 꿈을 실현하는 모든 여행객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들이 남겨 놓은 여행의 흔적과 언어, 사진 몇 장은 두고두고 남아 사람들의 가슴에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많은 이들에게 떠남의 기회와 간접적인 체험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여행 서적을 읽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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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있는 집 아이들이 달라졌어요
김정희 지음 / 알마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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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가의 자녀 교육 서적 코너를 가보면 ‘어떻게 공부시켰더니 명문대를 가더라’, ‘영어 조기 교육은 이렇게 하라’는 종류의 책들이 난무한다. 성공한 자녀 교육은 곧 명문대 입성이라는 고정 관념이 존재하는 한 이런 종류의 책들은 언제나 서점가를 휩쓸 것이다.




<책이 있는 집 아이들이 달라졌어요>는 영재 교육 이야기도 아니고 조기 영어 교육 이야기도 아니다. 책을 많이 읽혔더니 아이가 똑똑해지더라는 내용은 더더욱 아니다. 한 평범한 엄마와 아이들의 단순한 성장과 교육 이야기인데 아이 엄마인 나의 마음에 무척 와 닿는다.




그 이유는 ‘아, 이렇게 좌충우돌하면서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 바로 교육이구나!’ 하는 생각을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타산지석처럼 이 책을 쓴 엄마의 실패 사례를 답습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바른 교육이란 무엇인가를 절로 느끼게 한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태교다 뭐다 온갖 아이 머리에 좋다는 것은 다 신경 쓴 극성 엄마 김정희 씨. 그녀는 세상에 태어난 똘망똘망한 치영이에게 모든 것을 다 해주고 싶은 엄마다. 그녀는 치영이를 남보다 뛰어난 아이로 만들기 위해 조기 한글 교육을 비롯해서 안 해본 게 없다.




이러는 과정에서 치영이가 배에 심한 통증을 느끼고 병원에 가게 되면서 이 집의 가치관은 뒤바뀌게 된다. 7살짜리 아이답지 않은 심각한 스트레스성 위염을 앓는 치영이. 아이에게 중요한 것은 한글과 영어를 술술 읽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게 놀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시간인 것이다.




결국 엄마는 조기 교육 교재들을 모두 집어던지고 매일 같이 두 아이를 데리고 놀이터와 시장, 자연적인 공간을 찾아다니며 ‘실컷 놀기’에 몰두한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저절로 스트레스를 풀고 세상에 대해 직접 경험하며 익힌다. 워낙 어린 시절에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공부하기를 싫어하게 된 치영이지만 엄마가 보기엔 긍정적인 사고의 예쁜 아이다.




이렇게 놀이를 즐기게 된 이 집에 다시 찾아오게 된 어두운 복병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텔레비전’. 아이들이 스트레스 안 받고 잘 지내는 건 좋지만 식구 모두가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가족은 대화를 잃어간다.




급기야는 엄마 아빠가 텔레비전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아이들까지 중독되고 그러는 과정에서 가족 간의 불화가 깊어진다. 김정희 씨는 다시 결심한다. 집에서 텔레비전을 몰아내야겠다고. 남편의 끈질긴 집착에도 그녀는 꿋꿋이 자기 의사를 밝히고 텔레비전을 추방하는 데에 성공한다.




텔레비전이 사라진 거실에는 과거 조기 교육을 위해 구입했던 교재며 여기저기에서 얻은 책들을 가득 채워 넣었다. 처음에는 너무 할 일이 없고 심심해서 책을 들춰보던 아이들이 나중에는 책에 푹 빠져 살면서 아이들은 또 다른 멋진 세상을 만난다.




“그동안 아이들은 스스로 보고 싶은 책을 골라잡았고, 즐겁게 책을 읽었다. 독서 단계도 무시하고, 독서 영재도 바라지 않았다. 독서 감상문도 강요하지 않았다. ‘믿는 만큼 자란다’ 고 했던가. 엄마인 나는 기다린 것 말고는 정말 한 일이 없다.”




이렇게 편안한 마음으로 아이를 키우니 아이도 엄마 마음을 알고는 제법 재미나는 인생을 스스로 꾸려간다. 요새 엄마들은 아이의 창의력과 사고력을 신장시켜 준다고 온갖 학습지며 과외를 들이댄다. 하지만 책과 직접 경험한 것들로부터 얻어지는 사고력은 단순한 학습지의 지식보다 훨씬 더 가치가 있을 것이다.




김정희 씨의 딸 치영이는 그녀의 표현에 따르면 ‘가장 행복한 꼴찌’다. 다른 오학년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시험을 보면 엄마에게 전화를 걸고 친구들과 맛있는 걸 사먹으며 즐거워하는 평범한 아이. 비록 그 점수가 30점이거나 50점일지라도 전화를 하는 아이의 목소리는 언제나 밝다. 그것만으로도 저자는 충분한 행복을 느낀다.




내 주변의 많은 엄마들도 조기 교육에 관심이 많다. 나 또한 예외는 아니다. 나름대로 외국에서 언어 교수법까지 전공한지라 특히 아이한테 이중 언어 교육을 시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때가 많다. 교수법 이론에 따르면 어린 시절에 다양한 언어에 노출된 아이는 어른이 되어도 쉽게 외국어를 습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엄마들처럼 조기 교육 교재를 잔뜩 들여 놓고 아이에게 ‘언어’라는 것을 가르치려고 애쓰진 않으려 노력 중이다. 우리 딸이 이 책에 나온 치영이처럼 두뇌는 우수하나 속은 병든 아이로 자라는 걸 원치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처럼 아이의 조기 교육에 솔깃 하는 엄마라면 한번 쯤 읽어 볼만하다. 내가 지나치게 과열 교육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리 아이의 성품과 지성, 육체의 고른 발달을 잊고 지나치게 지적인 발달만을 요구하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 반성할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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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와 친구들 플랩 사운드북 토마스와 친구들 15
월버트 오드리 지음, 아동문학 편집부 옮김 / 아동문학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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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뉴스를 달구었던 화제 중 <토마스와 친구들>의 중국산 완구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었다는 것이 이슈가 되었다. 세계 어린이들이 열광한다는 이 시리즈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하여 완구용품, 책, 이벤트 행사 등 온갖 형태로 아이들의 눈을 끈다.




이제 세 살인 우리 아이는 이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여 주어도 그다지 흥미를 보이는 편이 아니다. 남자 아이들은 엄청나게 집중하여 이 프로를 시청한다는데 딸이라 그런지 앞부분 노래가 나올 때만 잠깐 보고 중간에 자기가 알고 있는 사물이 나오면 ‘하얀 새, 초록 나무, 파란 기차’ 등의 이야기만 할 뿐이다.




이 프로에 별 흥미를 보이지 않아 다른 엄마들처럼 토마스 용품을 사줄 필요도 별로 없었다. 그래서 우연한 기회에 선물로 받게 된 <토마스와 친구들 플랩 사운드 북>을 보여 줄 때에도 다른 책처럼 그냥 편하게 볼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엄마의 이런 생각과는 다르게 아이는 이 책을 무척 좋아한다. 텔레비전을 볼 때의 시큰둥한 반응과는 영 딴판이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텔레비전의 수동적인 상황과는 다르게 자기가 적극적으로 책의 내용을 인지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특히 책의 오른편에 있는 여러 소리 버튼이 아이의 흥미를 더욱 돋운다.




토마스라는 이름의 기관차, 헤롤드라는 이름의 빨간색 버스, 디젤차 등 이 책과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모든 기차, 자동차들은 사람처럼 얼굴을 가지고 있다. 커다란 눈에 귀여운 볼, 활짝 웃는 입을 가진 기차들. 사람과 같은 얼굴의 기차를 보는 아이들은 신이 난다. 마치 이 기차가 자기와 같은 사람이라고 느끼는 것이다.




아이들은 대체로 ‘자동차, 기차, 비행기’와 같은 탈것을 좋아한다. 놀이 공원 같은 데에 가면 제일 먼저 올라타는 것도 이런 장난감 탈것들이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이런 대상을 친구처럼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건 아이들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심리와 인지 상태다. 그러니 아이들은 텔레비전을 통해 만나는 기차 토마스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플랩북이다 보니 책장 안에도 흥밋거리가 가득하다. 돌 전후의 아주 어린 나이에서부터 한참 클 때까지도 아이들은 플랩북 형식의 책을 참 좋아한다. 멜라니 워시의 플랩북 시리즈를 돌 전후부터 보기 시작하여 지금도 자주 들춰 보는데, 마치 까꿍 놀이나 숨바꼭질을 하듯이 책을 보는 게 마음에 드나 보다.




토마스에 중독되고 토마스 완구를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가 많다는 부작용도 있지만 <토마스와 친구들> 시리즈는 교육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좋은 프로그램이다.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는 법, 현명하게 행동하는 방법 등 아이의 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들이 많다. 지나치게 이에 집착하지 않도록 엄마가 도와 준다면 교육적인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고가의 완구를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에게 이 책을 선물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아이는 신기한 소리가 나는 버튼을 누르며 탈것들의 특징을 하나하나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플랩을 들춰보면서 책을 읽으면 흥미진진하게 책이 전하는 멋진 토마스의 세계에 빠져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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