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꿉놀이 - 자연아 자연아
달연 예쁠아 지음 / 깊은책속옹달샘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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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꽃과 풀 같은 식물을 참 좋아한다. 이제 생후 8개월이 되는 딸을 데리고 산책을 가면 아이는 꽃이 무더기로 핀 곳을 유심히 본다. 유모차를 가까이로 데려다 주었을 때 손을 뻗쳐 만지고 잡아 당기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하다. 갓난아기가 뭘 안다고 벌써부터 꽃을 좋아하는 것일까?

 

<소꿉놀이>는 우리 아가처럼 꽃과 풀에 관심이 많은 아이에게 보여주면 좋을 그림책이다. 직접 꽃이나 풀을 붙여 만드는 그림을 창작하는 화가 달연 예쁠아 님이 만들고 개성 지방의 전래 동요를 한 곡조씩 붙인 것이 독특하다. 작가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자연이 주는 소박한 정서를 아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서라고 한다.

 

자연에서 얻어진 모습 그대로의 풀과 꽃을 붙여 만든 그림은 색다른 느낌이 든다. 꽃을 눌러 붙이고 그 밑바탕에 또 다른 그림을 그리면서 자연과 그림은 하나가 된 모습이다. 어떤 화려한 소재로 그린 그림보다 자연의 색채를 그대로 가져왔기에 더욱 빛이 나는 그림이 바로 풀꽃 그림이 아닐까 싶다.

 

책의 맨 뒷면에는 부모들을 위해 풀꽃 그림 만드는 방법이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책을 읽고 즐거워하는 아이들과 함께 직접 풀꽃 그림 만들기를 해 보는 것도 좋겠다. 싱싱한 풀꽃을 채집하는 데는 맑은 날 오전 10시에서 오후 2시가 가장 좋으며 비가 온 후에는 풀꽃의 수분량이 많기 때문에 적합하지 않다고 한다.

 

건조 수분을 잘 흡수할 수 있는 종이 사이에 끼워 놓습니다. 책 사이에 끼워서 말릴 때에는 책에 자국이 남거나 물이 들지 않도록 사이사이에 하얀색 도화지와 얇은 습자지를 끼워 줍니다. 풀꽃을 끼워 놓은 책 위에 무거운 돌 등을 올려 놓은 후 말리는 동안 자주 들여다 보고 젖은 종이를 갈아 주는 게 좋습니다.

 

책에는 이처럼 자세한 정보가 소개되어 있어 아이와 함께 직접 풀꽃을 채집해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 단순히 이라는 단편적인 지식 전달에만 치우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경험을 유도하는 점에서 아이들의 흥미를 더욱 자극한다.

 

그림과 함께 나오는 구절들은 옛날 어린이들이 소꿉놀이를 하면서 불렀다는 노래를 바탕으로 한다. 옛날부터 소꿉놀이는 단순히 놀이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또래 친구와의 자연적인 접촉으로 인격 형성에 도움을 주고 역할 분담 활동을 통해 표현력을 길러 주었다고 한다.

 

이 책에 나온 소꿉놀이 노래는 경기도 개성 지방의 전래동요를 바탕으로 하여 요즘 어린이들이 읽기 쉽도록 다듬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새 아이들에게는 생소한 단어들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엄마가 몇 개의 어휘를 설명해 주면서 아이와의 대화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앞산에는 빨강 꽃/ 뒷산에는 노랑 꽃/ 빨강 꽃은 치마 짓고/ 노랑 꽃은 저고리 지어/ 풀을 꺾어 머리 하고/ 게딱지로 솥을 걸어/ 흙가루로 밥을 짓고/ 솔잎으로 국수 말아/ 풀각시를 절 시키세./ 풀각시가 절을 하면/ 망근 쓴 신랑이랑/ 꼭지꼭지 흔들면서/ 박주걱에 물 마시네. 소꿉놀이 개성지방 전래 동요 전문

 

동요 특유의 리듬감은 책을 읽는 내내 생동감과 즐거움을 준다. 4.4조 혹은 3.4, 4.3조의 운율을 기본으로 한 2음보의 구절들은 박자를 맞추며 읽을 수 있다. 옛날 아이들이 불렀던 노래이지만 요새 아이들도 쉽게 따라 부를 수 있지 않나 싶을 정도이다. 다만 어휘가 생소한 것이 문제이다.

 

특히 요새 아이들이 어색할 만한 것은 바로 현대 소꿉놀이 풍경과는 너무 다른 묘사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도시 아이들 중 어느 누가 솔잎으로 국수를 말며 게딱지로 솥을 거는 소꿉놀이를 하겠는가. 현대적 풍경과는 사뭇 다른 모습에 아이들이 좀 거리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럼 어떠랴. 옛날이나 지금이나 아이들은 소꿉놀이를 하면서 자란다. 요새 아이들이 하는 소꿉놀이를 들여다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늦게 퇴근하는 아빠의 넥타이와 양복, 엄마가 칠하는 화장품을 이야기하며 소꿉놀이 하는 아이들이 꽤 많기 때문이다.

 

우리 아가가 커서 소꿉놀이를 할 때에는 이렇게 얘기해 주고 싶다.

 

옛날 친구들은 이렇게 놀았대. 그때는 집 옆에 소나무가 있고 빨강 노랑 꽃이랑 풀이 많아서 그걸로 밥 짓고 옷 만들면서 소꿉놀이를 했단다. 이 책에 나온 그림처럼 말이야. 꽃으로 밥그릇을 만들고 나뭇가지로 젓가락을 만들어서 노는 그림을 보니까 너도 산이나 들판에 가서 풀꽃을 만지고 보며 놀고 싶지? 다음엔 엄마랑 들에 가서 같이 놀자.

 

그러면 아마 우리 아이의 소꿉놀이 속에는 자기가 보고 느꼈던 풀과 꽃이 담겨 있지 않을까? 비록 도시의 삭막함에 가로막혀 있을지라도 자연을 눈과 마음에 품고 사는 아이는 보다 아름다운 꿈을 꾸리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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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자서전 - 뮈토스의 세계에서 질박한 한국인을 만나다
김열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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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학을 전공하는 사람이라면 김열규라는 이름 석자를 한 번쯤은 접해 봤을 것이다. 신화와 역사, 문학과 철학, 미학의 세계를 넘나들며 한국인과 국문학의 상징적 의미들을 탐구하는 데에 열중했던 석학 김열규. 최근에 그가 쓴 <한국인의 자서전>은 보다 대중적인 형식으로 우리 옛 이야기에 담긴 상징성을 보여 주는 책이다.

 

이 책은 전설, 신화, 민담에 담긴 우리 민족 특유의 정서와 사고를 분석하여 재미있게 전한다. 고전 문학이라고 하면 일반적인 대중들이 흔히 접할 수 없는 세계가 아니던가. 저자는 우리 옛 글을 쉬운 언어로 표현하면서 그 속에 담긴 우리 고유의 가치관을 대중들의 입맛에 맞게 설명한다.

 

담겨 있는 옛 이야기들은 전설의 고향에나 나올 법한 내용들이 많다. 소금 장수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 나라 사람의 기질은 간기짠 기운이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소금과 관련한 여러 이야기들이 많다. 자린고비도 소금으로 절여진 고기를 보며 밥을 먹었고 우리네 음식도 간고등어와 젓갈, 김치로 대표된다.

 

한국인에게 소금은 강한 생기, 그 자체를 상징한다. 소금에 절이고 앉히고, 데친 것의 맛이 곧 간기고 간 기운이다. 그것은 한국인의 인간적인 기세고 목숨의 기다. 꺾일 줄 모르는 기개 같은 것이다.

 

먹거리의 맛, 입이 느끼는 음식 맛만 갖고 간 기운을 말한 것은 아니다. 인생의 속내, 삶의 질, 세상살이의 양상도 간에 부쳐서 말해 왔다. 어쩌면 간 기운은 목숨 기운이었을지도 모른다.

 

신화 이야기에선 우리 어머니들이 , 산, 흙으로 상징되었다고 설명한다. 이것은 우리 신화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인간이 엄마 뱃속에 있는 물에서 자라고 태어났다는 점에서 물은 곧 생명력이고 안식이며, 풍요로움이고 청정이다. 산 어머니는 바로 우리의 단군 신화도 그렇고 서낭당도 그러하다. 산과 흙 속에 어머니와 같은 요소들이 잠재해 있다.

 

남자들은 주로 바위와 연관된다. 이 땅에 사는 남자들의 이름 중 과거엔 유독 바위돌이가 많았다. 이것은 아마도 남자들은 모름지기 바위 같아야 한다는 대중적인 믿음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게다가 남근석으로 불리는 아기빌이 바위들 또한 남성을 상징하고 있지 않은가.

 

옛 이야기에 얽힌 상징성들을 이야기하다 보면 성 담론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저자 또한 우리 고전에도 다양한 형태의 성 담론이 담겨 있었다고 설명한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구비 문학은 물론이거니와 삼국유사나 옛 시조에도 흔하게 담겨 있는 성적인 이야기들. 그것은 왕과 왕비라는 신성한 영역까지 뛰어넘어 고전 문학 속에 고스란히 전해 내려온다.

 

선덕 여왕이 백제 군을 물리치고 온 장수들을 모아 놓고 한다는 소리가 백제 군은 질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전쟁지로 선택한 곳이 바로 여근곡이니 이야말로 여성의 은밀한 곳이 아니더냐. 어떤 남자들이건 이곳에 들어가면 힘없이 물러 나오니 백제군 또한 그러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는 이상야릇한 논리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많은 사람들은 성 이야기가 으레 더럽고 시시한 것이라고 치부한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천년 전 공개적으로 섹스 담론을 펼치기도 한 여왕이 있었으니 성에 대한 이야기가 그렇게 쉬쉬하면서 숨어 히히덕 거릴 만한 주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도 음담패설과 포르노 수준의 구린 성 이야기는 집어 치우자고 말한다.

 

또 한 편 옛 이야기에서 섹스 담론의 주체는 주로 여성들이었음을 강조한다. 남성들은 아무리 자신들이 대단한 척, 여자들을 성적 유희의 대상으로 여기지만 실제로 성에 대해 주도권을 잡고 있는 것은 바로 여성들이라는 것이다. 이 단순한 논리를 깨닫는 남성만이 여성과의 관계에서 비로소 대등한 입장을 취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죽음에 관한 한국인들의 사고도 분석하여 말한다. 우리는 흔히 죽은 이들을 이야기할 때 호상이라고 얘기하거나 억울하게 죽었다고 말한다. 천수를 다 누리고 곱게 세상을 떠나는 이들도 있지만 여러 가지 사연으로 제 수명을 다 누리지 못하게 죽은 사람들. 우리 선조들을 그들이 원혼이 되어 구천을 떠돈다고 믿었다.

 

고생, 이 낱말은 한국에게만 있다시피 한다. 고해니 고행 따위야 동양 삼국에 걸친 한자문화권에서 나누어 가졌지만, 고생은 오로지 우리에게만 있다. 온전한 한국인의 몫이다. 필자가 알기로는, 적어도 이웃 일본에는 고생이란 한자말이 쓰이지 않는다.

 

고생이란 말에는 인생을 뚫어지게 들여다 보고 있는 한국인의 통찰력이 실감된다. 고통스러운 생이라는 뜻 말고도 고통 그 자체가 아예 인생이란 것을 의미하고 있다. 따지고 들면 후자의 비중이 더 크고 그 쓰임새도 클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전통적인 한국인에게 삶이란 짐바리, 짐 보따리였다.

 

그래서 우리네의 인생을 표현할 때에 의 정서라고 했던가. 유독 쓰디쓴 고통의 역사를 갖고 있는 우리 한민족의 삶. 이 책을 읽다 보면 인생이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다시금 든다. 고통도 있지만 쾌락과 낭만이 넘치는 우리 민족의 정서들. 나도 이 땅에 태어나 살아가고 있기에 원초적인 우리 뿌리의 생각에 공감이 가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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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보는 아이 엉뚱하게 보는 아이
서동윤 지음 / 북이즈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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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있어 아빠는 어떤 존재일까? 황금 연휴 기간 동안 아빠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우리 아가를 보면, 아이에게 아빠는 엄마와는 또 다른 각별한 존재임을 느낄 수 있다. 늘 바쁘던 아빠가 시간을 내어 놀아 주자 전에는 아빠를 낯선 사람 쳐다보듯 대하던 아가가 며칠 사이에 정이 들었는지 금방 그 품에 달려든다.

 

주말 동안 아빠가 아이에게 해준 일들은 대략 이러하다. 무릎에 올려 놓고 비행기를 태워 준다던가 유모차를 끌고 다니며 놀이터에 데리고 나가 놀아 주는 일, 목욕하는 것을 도와주는 일 등이다. 엄마에 비하면 주로 활동적인 일을 하면서 아이를 보살폈다고 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이처럼 육아에 있어서 엄마와 아빠가 하는 일들은 약간 다르다. 아빠는 주로 활동적인 놀이, 창의적인 세상보기를 통해 아이에게 적극적인 생활 태도를 길러 준다. 엄마의 보호와 사랑 속에서 자란 아이는 아빠와의 놀이를 통해 또 다른 세상 경험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육아의 과정에서 아빠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그냥 보는 아이 엉뚱하게 보는 아이>의 저자 또한 독특한 방법으로 아이를 대한다. 자기 아이들에게 세상을 다르게, 엉뚱하게 보여주고 싶어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는 광고쟁이 서동윤. 그는 우리 아이들이 이 세상을 다양하게 바라봤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만들게 되었다.

 

세상을 다르게, 엉뚱하게 바라보면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버린 많은 것들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그는 우리 주변에 있는 하찮은 것들을 위에서 보고, 아래서 보고, 옆에서 보면서 그 숨은 표정을 발견하는 데에 기쁨을 얻는다. 세상은 정말 느낌표 그 자체이며, 다르게 보는 만큼 세상은 더 아름다워진다는 이 엉뚱한 아빠의 시선을 따라가 보자.

 

큰 건물에 있는 환기통 사진이 떠억 하니 놓인 그림은 로봇의 얼굴처럼 보인다. 단순히 환기통이려니 하고 지나치면 될 것을 로봇처럼 봄으로써 세상에 대한 느낌은 뒤바뀐다. 답답한 실내 공기를 잘 통하게 하는 이 사물이 아이들에게는 더욱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런 시선은 우리 아이들에게 새로운 가치관을 열어주는 데에 한몫 한다.

 

의자의 뒷모습은 마치 목젖이 떨어지도록 크게 웃는 얼굴 같다. 등받이 양 옆의 손잡이는 눈 모양이 되고 궁둥이를 받쳐주는 곳은 사람의 입처럼 보인다. 저자는 외롭고 슬플 때, 화나고 짜증날 때, 앉으면 웃음이 절로 나는 기분이 좋아지는 의자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사물을 있는 그대로 대하지 않고 독창적인 상상력을 발휘하여 새롭게 보는 시선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이런 눈을 가진 사람은 세상이 결코 단조롭지 않을 것이다. 저자의 소망처럼 우리 아이들도 이렇게 여러 사물들에 생명력을 불어 넣고 즐거운 마음으로 바라보면 더욱 행복하지 않을까?

 

저자는 자신이 발견한 새로운 사물의 모습들을 사진과 함께 작은 구절로 전달한다. 책의 중간중간에는 소개하고 있는 사물에 대한 간단한 상식들도 담겨 있다. 예를 들면 우유팩 사진을 보여 주면서 거기에서 발견한 웃는 얼굴 모양을 알려 준다. 그리고는 우유는 정말 중요한 완전 식품이라고 말한 후 완전 식품에 대한 설명을 간단히 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보면서 , 이 우유팩은 이렇게 옆에서 보면 웃는 얼굴이 나오네 하고 즐겁게 볼 수 있다. 그리고는 완전 식품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고 몸에 좋은 이 식품들을 가리지 않고 잘 먹을 것이다. 책 읽는 즐거움과 함께 교육적인 효과까지 얻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어둠이 시작되는 서쪽하늘, 편안하게 웃고 있는 초승달입니다. 저 달을 바라보는 눈도 어느덧 마음이 맑아져서 초승달이 되는군요. 손톱을 자르다가 어디론가 달아나버린 손톱을 찾느라고 고생한 적이 있죠? 밤하늘의 초승달은 손톱을 자르다가 달아난 것처럼 생겼다고 해서 손톱달이라는 이름도 있어요.

 

어쩌면 아빠의 자상한 웃음은 미소달인지도 모릅니다. 갓난아기 동생의 웃으며 자는 눈은 어찌나 달콤한지 단잠달입니다. 그리고 엄마의 예쁜 눈썹은 눈썹달이라고 이름을 붙여 봤어요.

 

세상을 다르게 보면 온갖 신기한 것들로 가득하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놀이에 우리 아이가 지루해 한다면 이 책의 여러 시선을 응용하여 아이와 함께 새로운 사물 발견하기 놀이를 해보는 것도 좋겠다. 우리 주변에는 숨어 있는 신기한 풍경들이 수도 없이 많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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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는요 토드 파의 그림책 4
토드 파 지음 / 예림당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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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평화는요,>의 원제는 The Peace Book이다. 현재 교육방송 채널에서 방영되고 있는 토드의 즐거운 세상이라는 애니메이션의 작가인 토드 파가 쓰고 그린 그림책으로, 어린이들에게 평화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한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어렸을 때 매년 주황색 유니세프(전쟁 피해 아동과 청소년들을 돕기 위한 단체) 모금함을 들고 집집마다 찾아 다니며 돈을 모았어요. 내가 남을 위해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거든요. 와이오밍 주의 작은 도시에서 자란 나는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한 사람이 지구 반대편에 있는 누군가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는지 전혀 몰랐지요.

 

저자는 책의 첫머리에서 이렇게 간단히 자기 소개와 평화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한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아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인 평화라는 소재를 잡아 구체적이고 쉬운 예를 들어가며 설명한다는 것이다. 사실 어른들도 생각하기 어려운 이 개념에 대해 저자가 내리고 있는 정의는 어떤 것일까?

 

책의 각 장에는 단순한 모양의 그림들과 평화에 대한 설명이 하나씩 등장한다.

 

 평화는요, 새로운 친구가 점점 많아지는 거예요.

물고기가 살 수 있도록 바다를 깨끗하게 지켜주는 거예요.

여러 가지 음악을 듣는 거예요.

잘못했을 때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거예요.

이웃을 도와주는 거예요. (후략)

 

일반적인 어른들이 생각하는 평화의 개념보다 훨씬 더 구체적으로 평화를 이야기함으로써 작가는 아이들로 하여금 평화란 무엇인가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나무를 잘 심고 잘 가꾸는 것이 평화일 수도 있으며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는 것이 평화이기도 하다.

 

토드가 제시하는 평화의 개념들을 쭉 따라 읽다 보면 , 평화란 남에게 착한 일을 하고 남을 도우며 세상을 아름답게 가꾸는 것이구나 하는 마음이 절로 든다. 아이들에게 평화라는 단어는 매우 추상적이어서 그 의미를 이해하기 어렵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그 추상적인 의미가 구체적으로 와 닿게끔 하나하나 풀어서 이야기한다.

 

검은 테두리로 그림을 그리고 그 안에 아주 단순한 원색으로 색칠한 토드 파의 그림들은 생후 일 년도 안 되는 연령이 낮은 어린이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현재 방영 중인 토드의 즐거운 세상은 영유아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화려한 원색과 단순한 점, 선으로 그려진 그림이 매우 눈에 띈다.

 

이 책 또한 단순하고 원색적인 그림으로 화려하게 그려져 있어서인지 생후 7개월의 딸에게 보여주니 아주 좋아한다. 아쉽게도 글의 내용은 갓난 아기에겐 너무 어려운 것이어서 읽어주어도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좀더 커서 읽어주면 좋을 만한 5 6세 유아용의 그림책이라고 보는 것이 좋겠다.

 

애니메이션도 그렇지만 책의 그림과 내용은 토드 파 특유의 재치와 유머로 가득하다. 평화를 정의 내리면서 신발이 필요한 친구에게 신발을 주는 거예요 라는 장면에는 발이 많이 달린 곤충을 등장시켜 웃음을 유발한다. 아이들은 , 이렇게 다리 많은 곤충도 있어? 이 친구에게 신발을 주려면 신발이 엄청 많이 필요하겠네. 라는 발상을 하게 된다.

 

작가 특유의 유머로 교훈적이면서도 따뜻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이 그림책에 어른들 또한 미소 지으며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평화는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는 것이며 나무를 심고 잘 가꾸는 것이라는 친환경적 메시지를 비롯하여 서로 다른 옷을 입어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라는 차별을 없애기 위한 노력까지 그 내용이 참 좋다.

 

 포근포근 내리는 눈을 바라 보는 거예요.

내가 꼭 안아줄게. 하고 말하는 거예요.

강아지도, 새도, 사람도, 금붕어도 모두 편히 살 곳이 있는 거예요.

누군가를 따뜻하게 해 주는 거예요.

 

이 가슴 따뜻한 메시지에 어른이고 아이고 할 것 없이 평화의 아름다운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책의 마지막에서 토드는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한다. 평화는 상대방을 존중하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남을 도와주는 것이며, 세상은 이런 어린이들 있기 때문에 아름다워지는 것이라는 말.

 

내 아이에게 평화가 어떤 것인지 알려 주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 주며 함께 생각해 볼 시간을 갖는 것도 좋겠다. 아이들은 이 책을 통해 토드가 전하는 평화의 느낌을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자기 나름대로 평화의 의미를 생각해 보도록 유도해 보자. 아이들마다 각자의 개성이 넘치는 답이 나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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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는요 토드 파의 그림책 4
토드 파 지음 / 예림당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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