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냥 보는 아이 엉뚱하게 보는 아이
서동윤 지음 / 북이즈 / 2006년 4월
평점 :
품절
아이에게 있어 아빠는 어떤 존재일까? 황금 연휴 기간 동안 아빠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우리 아가를 보면, 아이에게 아빠는 엄마와는 또 다른 각별한 존재임을 느낄 수 있다. 늘 바쁘던 아빠가 시간을 내어 놀아 주자 전에는 아빠를 낯선 사람 쳐다보듯 대하던 아가가 며칠 사이에 정이 들었는지 금방 그 품에 달려든다.
주말 동안 아빠가 아이에게 해준 일들은 대략 이러하다. 무릎에 올려 놓고 비행기를 태워 준다던가 유모차를 끌고 다니며 놀이터에 데리고 나가 놀아 주는 일, 목욕하는 것을 도와주는 일 등이다. 엄마에 비하면 주로 ‘활동적인 일’을 하면서 아이를 보살폈다고 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이처럼 육아에 있어서 엄마와 아빠가 하는 일들은 약간 다르다. 아빠는 주로 ‘활동적인 놀이, 창의적인 세상보기’를 통해 아이에게 적극적인 생활 태도를 길러 준다. 엄마의 보호와 사랑 속에서 자란 아이는 아빠와의 놀이를 통해 또 다른 세상 경험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육아의 과정에서 아빠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책 <그냥 보는 아이 엉뚱하게 보는 아이>의 저자 또한 독특한 방법으로 아이를 대한다. 자기 아이들에게 ‘세상을 다르게, 엉뚱하게 보여주고 싶어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는 광고쟁이 서동윤. 그는 우리 아이들이 이 세상을 다양하게 바라봤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만들게 되었다.
세상을 다르게, 엉뚱하게 바라보면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버린 많은 것들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그는 우리 주변에 있는 하찮은 것들을 위에서 보고, 아래서 보고, 옆에서 보면서 그 숨은 표정을 발견하는 데에 기쁨을 얻는다. ‘세상은 정말 느낌표 그 자체이며, 다르게 보는 만큼 세상은 더 아름다워진다’는 이 엉뚱한 아빠의 시선을 따라가 보자.
큰 건물에 있는 환기통 사진이 떠억 하니 놓인 그림은 ‘로봇의 얼굴’처럼 보인다. 단순히 환기통이려니 하고 지나치면 될 것을 ‘로봇’처럼 봄으로써 세상에 대한 느낌은 뒤바뀐다. 답답한 실내 공기를 잘 통하게 하는 이 사물이 아이들에게는 더욱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런 시선은 우리 아이들에게 새로운 가치관을 열어주는 데에 한몫 한다.
의자의 뒷모습은 마치 목젖이 떨어지도록 크게 웃는 얼굴 같다. 등받이 양 옆의 손잡이는 눈 모양이 되고 궁둥이를 받쳐주는 곳은 사람의 입처럼 보인다. 저자는 ‘외롭고 슬플 때, 화나고 짜증날 때, 앉으면 웃음이 절로 나는 기분이 좋아지는 의자’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사물을 있는 그대로 대하지 않고 독창적인 상상력을 발휘하여 새롭게 보는 시선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이런 눈을 가진 사람은 세상이 결코 단조롭지 않을 것이다. 저자의 소망처럼 우리 아이들도 이렇게 여러 사물들에 생명력을 불어 넣고 즐거운 마음으로 바라보면 더욱 행복하지 않을까?
저자는 자신이 발견한 새로운 사물의 모습들을 사진과 함께 작은 구절로 전달한다. 책의 중간중간에는 소개하고 있는 사물에 대한 간단한 상식들도 담겨 있다. 예를 들면 우유팩 사진을 보여 주면서 거기에서 발견한 웃는 얼굴 모양을 알려 준다. 그리고는 ‘우유는 정말 중요한 완전 식품’이라고 말한 후 완전 식품에 대한 설명을 간단히 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보면서 ‘아, 이 우유팩은 이렇게 옆에서 보면 웃는 얼굴이 나오네’ 하고 즐겁게 볼 수 있다. 그리고는 완전 식품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고 몸에 좋은 이 식품들을 가리지 않고 잘 먹을 것이다. 책 읽는 즐거움과 함께 교육적인 효과까지 얻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어둠이 시작되는 서쪽하늘, 편안하게 웃고 있는 초승달입니다. 저 달을 바라보는 눈도 어느덧 마음이 맑아져서 초승달이 되는군요. 손톱을 자르다가 어디론가 달아나버린 손톱을 찾느라고 고생한 적이 있죠? 밤하늘의 초승달은 손톱을 자르다가 달아난 것처럼 생겼다고 해서 ‘손톱달’이라는 이름도 있어요.
어쩌면 아빠의 자상한 웃음은 ‘미소달’인지도 모릅니다. 갓난아기 동생의 웃으며 자는 눈은 어찌나 달콤한지 ‘단잠달’입니다. 그리고 엄마의 예쁜 눈썹은 ‘눈썹달’이라고 이름을 붙여 봤어요.”
세상을 다르게 보면 온갖 신기한 것들로 가득하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놀이에 우리 아이가 지루해 한다면 이 책의 여러 시선을 응용하여 아이와 함께 ‘새로운 사물 발견하기 놀이’를 해보는 것도 좋겠다. 우리 주변에는 숨어 있는 신기한 풍경들이 수도 없이 많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