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님 안녕 하야시 아키코 시리즈
하야시 아키코 글ㆍ그림 / 한림출판사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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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들 책 중에도 꾸준히 잘 팔리는 스테디 셀러가 있다고 하면 우습겠지만 사실이다. 각종 어린이 도서 취급 사이트나 서점가를 보면 연령별로 좋은 책들을 모아 소개한다. 이 중에 오래 전 출판되었어도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책들이 꽤 있다.

 

<달님 안녕>은 엄마들 사이에서 아기가 참 좋아해요 라고 호평을 받는 책 중 하나다. 주변의 권유로 이 책을 구입한 사람들이 처음 책을 보고선 대뜸 하는 반응이 바로 아니, 무슨 책이 이래? 이런 책은 나도 쓰겠다. 라는 말이다. 그만큼 내용도 단순하고 그림도 매우 단조롭다.

 

이렇게 시시한 책을 과연 우리 아가가 좋아할까 싶지만 의외로 아이들의 반응은 열광에 가깝다. 전체 내용은 이러하다.

 

밤이 되어서 지붕 위로 달님이 뜨고 갑자기 구름이 나타나 달을 가린다. 화자는 구름 아저씨에게 달님이 안 보이니 비켜 달라고 말한다. 미안 미안 달님과 잠깐 이야기했지 라고 말하며 사라지는 구름. 그 뒤로 둥그런 달님이 다시 얼굴을 내민다. 화자는 그 달님을 보면서 달님 안녕,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면서 끝을 맺는다.

 

너무 단순해서 어른이 보기에는 우스운 이 책이 아가들에게 인기가 있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책의 단순함 속에 숨겨진 아가가 좋아할 만한 요소들 몇 가지를 찾아 보면 이러하다.

 

첫째, 한창 언어를 배우기 시작하는 아이가 잘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가 많이 나온다. 안녕, 안녕하세요? 미안과 같은 인사말과 이제 그만, 가야 한대요 등의 동작을 표시하는 단어, 달님, 구름 아저씨와 같은 호칭은 아기가 말을 배우는 동안 많이 접할 수 있는 단어들이다.

 

아이가 아무것도 모르고 못 알아 듣는 듯 하지만 발달 이론에 따르면 이미 생후 3개월 이후의 아가는 언어에 대해 인지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생후 6개월이 되면서 아기는 반복되는 단순한 단어들을 외워 머리 속에 저장하고 8개월 즈음이 되면 친숙한 단어의 의미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에 나오는 단어들의 경우 생후 6개월 이후의 아가들에게 이미 익숙한 것들인 셈이다. 그러니까 책을 천천히 읽어 주면 아이들은 그 내용을 대체로 이해하며 들을 수 있다. 마치 일상 생활에서 엄마가 이리 와, 안아 줄까? 잘 잤어? 라고 하는 말들을 이해하는 것처럼 말이다.

 

아이가 이 책을 좋아하는 두 번째 요소는 바로 그림이다. 어른이 보기에 단순한 것 같지만 책의 그림은 아이가 좋아할 만한 부분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일단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책의 앞뒤 표지에 커다랗게 그려진 달님의 얼굴 모양이다. 노랗고 둥그런 형태에 웃는 얼굴을 하고 있는 이 달님의 모양만 보여 줘도 생후 8개월의 우리 아가는 까르르 웃는다.

 

아이들은 사물에도 생명이 있는 것처럼 인식하기 때문에 사물에 얼굴 모양을 붙여 주면 아주 좋아한다. 최근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토마스와 친구들이라는 기차 이야기를 보면 기차의 앞 부분에 얼굴 모양을 넣어 아이들에게 친밀감을 준다. 옛날에 유행했던 텔레토비 방송 또한 해님과 등장 인물들의 웃는 얼굴 덕분에 아이들이 무척 좋아했다.

 

<달님 안녕>도 마찬가지로 웃는 얼굴 모양의 밝고 예쁜 달님이 아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어떤 엄마는 책의 겉 표지까지 모두 보여 주어야 하는 책이라고 평할 정도이니 아이들이 이 둥근 달님의 얼굴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 만하다. 아직 돌도 안 된 아이가 자기 친구를 만난 것처럼 이 책의 표지를 붙들고 웃고 있는 걸 보면 신기하기까지 하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는 어른들의 이야기 책처럼 나름의 스토리가 담겨 있다.

 

밤이 되어서 고요한 지붕 위로 달님이 떠오른다. (발단)

달님이 떠 있는 위로 구름이 지나간다. (전개)

구름 때문에 달님의 얼굴을 볼 수가 없다. (위기)

구름에게 달님을 볼 수 없으니 비켜달라고 말하고 구름은 미안하다며 나간다. (절정)

달님이 떠오르고 인사를 한다. (결말)

 

어른들에게는 무척 단순한 내용이지만 이와 같은 이야기 식 전개는 아이들에게는 재미를 부여한다. 생후 6개월 이후의 아이들은 사건의 인과 관계를 인식하기 시작하므로 이처럼 짧지만 사건과 인과성이 분명한 이야기를 읽어 주면 흥미로워 한다. 특히 구름이 달을 가리는 장면에서는 안타까운 마음에 손을 내밀어 구름을 치우려고 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어른들의 시각으로 보면 단순하고 엉성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이처럼 흥미로운 요소가 많은 책. 이런 책이 바로 아동 도서 부문에서 스테디 셀러가 된다. 그러나 다른 엄마들이 좋다고 하여 무조건 선택하는 것은 금물이다. 아이 책을 고르면서 명심할 것은 우리 아이에게 적합한 책은 항상 따로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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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1
로렌 와이스버거 지음, 서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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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 사람들을 비롯한 전 세계 사람들은'뉴욕'이라는 도시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다. 몇 해전 미국 여행을 하면서 뉴욕이 철저히 상업적이고 소비적이며 빈부 격차가 뚜렷한 도시임을 목격한 나로서는 서울과 유사한 이 도시에 대해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나의 시니컬한 태도는 이 책에도 그대로 반영되는 것 같다. 패션 업계에서 일하게 된 한 대졸 여성의 좌충우돌 유명 잡지 편집장의 시다바리 역할 이야기로 요약될 수 있는 책. 사실 패션에 관심이 있고 뉴욕이라는 도시에 흥미가 있다면 누구나 궁금할 만한 내용이다.

그러나 그 속내를 들여다 보면 황당하기 짝이 없다. 말도 안되는 형태로 아래 직원 위에 군림하는 뉴욕의 메이저 패션 잡지 편집장. 그리고 그의 권력에 무조건 포복하는 직원들.

그녀가 요구하는 사항들을 보면 내일 아침까지 파리로 '해리포터 새 시리즈'를 대령할 것. 그 이유는 딸들이 그 책이 출판되기도 전에 보고 싶어 하기 때문. 뜨거운 점심을 꼭 한시 까지 대령할 것. 그것도 자기가 좋아하는 냅킨 모양까지 정해져 있다.

이런 말도 안되는 개인적 용무를 충족시키기 위해 잡지사에서 벌어드이는 돈을 소비한다니.... 그 잡지사는 또 온갖 브랜드들의 서포트로 운영된다. 말단 직원에게까지 프라다와 사넬을 공급해주어야만 자기들의 홍보가 되기 때문에 열심히 이 시스템을 후원하는 명품 제조사들.

명품이 비싼 이유는 바로 이런 말도 안되는 시스템의 후원을 위해 제조업계가 자기 제품 홍보 비용을 마구 쓰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제품의 가치도 높아진다.

하여튼 이런 구조에 뛰어든 한 똑똑한 젊은이는 이 시스템을 증오하면서도 머무른다. 이게 바로 모순이다. 다른 잡지로 가기 위한 좋은 이력을 따내기 위해선 이 유명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현대 산업 사회, 특히 뉴욕과 같은 대도시, 패션 분야를 비롯한 대형 업체들의 모순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그 점에서 독특하고 한편으로는 이런 사회 체제에 신물나게 되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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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라이프 스타일
무코야마 마사코 지음, 최성욱 옮김 / 솔출판사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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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를 사는 인간들은 마치 소비하고 버리는 일에 열중하며 사는 듯 보인다. 대형 마트에 가 보면 대체 뭐가 그리 많이 필요한지 짐수레 가득 물건을 싣고 구입하는 사람들로 바글바글 하다. 이런 대열에 나도 빠지지 않고 줄을 서 있으니 가끔은 내 자신이 한심스럽고 부끄럽기까지 하다.

 

구입한 것들을 보면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것들도 껴 있으며 온갖 화학적 결합인 플라스틱류와 잘 먹지도 않으면서 묵혀 두다 썩어 버릴 음식들도 있다. 실컷 소비하고 나면 후회가 밀려들 때도 있다. 아니 별 필요도 없는 이런 걸 내가 왜 샀지? 하고 말이다.

 

<아시아의 라이프 스타일>은 이런 나의 삶을 반성하게 하는 심플 라이프(Simple Life)에 관한 내용이다. 일본의 잘 나가는 카피라이터로 살면서 승승장구했던 저자는 비싼 브랜드의 화장품과 하이힐, 계절별로 바뀌는 많은 옷들에 묻혀 살던 사람이다. 하지만 현재는 아주 작은 집에서 최소한의 물품과 먹거리만을 가지고 사는 심플 라이프를 지향하고 있다.

 

그녀가 자신의 삶을 바꾸게 된 계기는 바로 인도, 태국, 말레이시아 등의 아시아 국가를 여행하면서부터이다. 일본도 물론 아시아의 일부이지만 과거 검소하고 소박하던 생활 방식을 잃은 지 오래이다. 하지만 인도나 태국과 같은 나라들은 아직까지도 최소한의 먹거리와 입을 거리만으로 생활하는 이들이 많다.

 

여행 중엔 티셔츠 두어 장으로 버틴다. 흰색 티셔츠는 점점 노래져 가고, 어깨 부분이 닳아간다. 새 티셔츠로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는 것은 여행 중 즐거운 이벤트. 하지만 새 것을 구입하기 전엔 닳아 해진 티셔츠를 찢어버리고 앞쪽에 대는 길(앞길)은 소품을 싸는 보자기로 쓴다. 등 쪽은 청바지나 바지에 패치로 붙이거나 가늘게 찢은 세 개의 조각을 엮어 끈으로 쓰며, 비교적 깨끗한 소매 부분은 행주 대용으로 쓴다.

 

쇼와 초기 무렵까지 모든 일본인들의 몸에 자연스럽게 배어들었던 마지막까지 물건을 사랑하며 끝까지 사용하는 지혜. 고도 성장기의 소비 예찬 시대에 자랐던 우리는 그런 지혜를 제대로 익히지 못한 채 이렇게 훌쩍 커버렸다. 새 것을 사기 전에 기존 것을 끝까지 사용하고 처분한다.

 

소비 지향적인 시대를 살고 있는 입장에서 저자의 이 말에 공감이 가지 않을 수 없다. 무조건 사들이고 버리는 일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는 옛사람들의 아끼고 절약하는 모습이 궁색하게만 느껴진다. 그러나 물건을 마지막까지 알뜰하게 사용하는 것이 그다지 어려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저자의 얘기처럼 사고 방식을 조금만 바꾸면 된다.

 

저자는 아시아 여행을 하면서 일본에서 고생 끝에 손에 넣었던 물건들 대부분이 사실 없어도 괜찮다는 물건임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쇼핑 카트 속에 담긴 물건들을 한 번 생각해 보자. 개중에는 꼭 필요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구입하게 되는 것들이 간간히 끼어 있다.

 

지금까지 당연하고 불가피하게 여겨졌던 것들 중엔 분명 없어도 되는 것들이 있다. 지나치게 풍족한 생활은 우리의 신경을 무감각하게 만들어 무엇이 필요하고 또 불필요한지 구분할 수 없게 만든다. 저자 또한 그런 20대를 보내왔다고 회상한다. 그리고 그 삶을 버리기가 왜 그리 어려웠을까 반문한다.

 

회의 땐 이 정장, 구두는 이걸로 신어야 해.
오늘 밤 저녁 식사는 프랑스 요리. 반드시 그 레스토랑에서 먹어야 해.

미용실은 여기, 화장품은 이 브랜드로 해야 해.

일 주일에 한 번은 피부 관리실에 가야 해.

 

-로 해야 해 라는 말에는 얼마나 많은 구속이 담겨 있을까. 현대인들은 끊임없이 소비하면서 이렇게 자기 자신을 구속하고 살아간다. 저자는 아시아 여행을 통해 이런 것들이 하나도 쓸모 없는 허영과 허세에 불과했음을 깨닫고 줄이는 삶을 실천했다. 그 삶의 모습은 천조각을 활용하기와 같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 출발한다.

 

이 책의 재미있는 특징은 바로 카피라이터인 저자 특유의 위트와 유머가 곳곳에 숨어 있다는 점이다. 저자가 직접 그린 간결한 펜 그림들은 초등학생이 그린 것 같은 느낌을 주어서 매우 귀엽다. 저자 나름의 삶의 철학은 소박하고 단순한 문체로 전달된다. 하지만 그 속에 고개를 끄덕일만한 좋은 내용이 많다.

 

돈이 필요해. 부자가 되고 싶어. 그런 기분, 나도 잘 안다. 하지만 돈을 벌어 집을 사고, 여러 물건을 사 모으고, 차를 소유해 오면서 풍요로워진 우리 일본인들. 과연 우리는 진정으로 풍요롭다고 할 수 있는 걸까? 풍요로움 끝에 반드시 행복이 있다고 할 수는 없어요. 천진난만하게 웃는 아시아의 친구들에게 나는 마음 속으로 중얼거린다.

 

그렇다. 돈과 차와 집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 풍요로움의 상징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행복의 상징은 절대 아니다. 물질적인 풍요가 마음의 풍요를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질적으로 많은 것을 지니고 있으면 몸이 편리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마음이 편안하지는 않다. 행복은 적게 소유하는 삶 속에도 깃든다는 사실,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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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너무 이쁜 그녀 - 노총각 기자 홍성식의 영화와 사랑에 빠진 이야기
홍성식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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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는 중학생까지 성적 매혹에 빠뜨린 금발의 비너스 마릴린 먼로와 리타 헤이워드, 지구에서 가장 아름답게 진화한 인류 니콜 키드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가난한 발레리나에서 할리우드의 섹스 심벌로 놀라운 존재전이를 이뤄낸 샤를리즈 테론 (중략)

 

어찌 먼 이국의 그녀들뿐이랴. 미(美)라는 이름의 벽돌로 축조한 완벽한 성(城) 이영애, 레토릭이 아닌 팩트로서의 완벽한 몸매를 보여주는 장진영, 그리고 그 옛날 코흘리개 나와 친구들을 공히 잠 못 이루게 만든 정윤희와 유지인 그리고 장미희. 이 책은 앞서 언급한 여배우들에게 띄우는 연애편지다.

 

책의 서문을 이렇게 화려한 여배우의 이름으로 장식하는 기자 홍성식은 현재 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다. 그가 펴낸 책 <내게 너무 이쁜 그녀>는 조금은 신변잡기적이라고 할만한 자기만의 영화평 모음이다.

 

이 책에는 날카로운 영화 비평가들의 분석적 시각보다는 개인적인 취향과 감상이 많다. 그 이유는 아마도 영화와 사랑에 빠지고 영화 배우를 좋아하는 자신의 진솔한 마음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이런 저런 과정을 거치며 영화관을 드나들고 거기서 삶의 또 다른 의미를 발견한 저자의 영화 이야기는 그래서 소박하고 재미가 있다.

 

영화 <친구>를 이야기하면서 저자는 흠도 많고 결점도 쉬이 눈에 띄는 영화라고 평한다. 가끔씩 보이는 엉성한 편집과 등장하는 이유가 파악이 안 되는 평면적 캐릭터의 여주인공, 안티 영웅의 영웅화라는 장르 영화 방식의 고루한 답습 등 그 흠을 나열하자면 꽤 다양하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를 감동시켰다.

 

왜냐하면 동시대를 살며 같은 이유로 울고 웃었던 기억들 <친구>는 모두 돌려주기 때문이다. 30대 중반이라면 공감할만한 롤러 스케이트장런던 보이즈의 노래, 허름한 통닭집 다락에 가방을 숨겨 놓고 여학생들과 어울려 소주를 마시던 일 등이 회상되는 영화의 스토리. 그 시대를 치열하게 산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과거를 떠올릴만한 내용이 아니던가.

 

저자는 자신의 체험을 위주로 하여 영화를 보고 분석할지라도 냉철한 비판과 날카로운 시각을 놓치지 않는다. 영화 <친구>에서 <투사부일체>까지의 모든 조폭 영화를 논하는 글에서는 한국 영화, 조폭의 굿판을 걷어치워라 라고 주장한다. 언론의 무비판적 조폭 영화 띄워주기에 대한 비판도 강하다.

 

언론의 무비판적 조폭 영화 띄워주기는 정상적 사고 방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조폭의 전성시대 도래에 한몫을 담당하고 있다. 여기에 돈 되는 영화만을 만들려는 충무로의 제작 관행이 보태지고, 관객의 고질적인 영화 편식증까지 가세해 만들어낸 삼위일체. 그 아래서 우리는 지금 깡패 만세!라는 얼토당토않은 숭배의 함성을 내지르고 있는 건 아닐까?

 

저자의 이 냉소적인 시각은 팀 버튼 감독에게도 적용된다. <프랑켄위니>와 <가위손>에서 주었던 감동을 더 이상 자아낼 수 없는 팀 버튼의 영화는 곤혹스럽기 짝이 없다. <화성침공>과 <슬리피 할로우>를 평하면서 저자는 길 잃은 팀 버튼 어디로 가나? 라는 제목을 붙여 놓았다.

 

자신이 좋아하던 영화 제작자가 할리우드 자본에 의해 변했다는 사실은 한 영화 팬의 마음을 슬프게 하기에 충분하다. 할리우드 속에 포함되면서 변하는 사람이 어디 팀 버튼 뿐이랴. <황비홍>의 주인공이었던 이연걸이 그러하고 거장 뤽 베송 또한 그러하다. 이들 모두 중국이나 프랑스가 아닌 미국땅에서 활보하고 있지 않은가.

 

<레옹>의 무대를 뉴욕에서 파리로 옮긴 것에 다름 아닌 <키스 오브 드래곤>은 관객들로 하여금 뤽 베송이 더 이상 진지한 작가이길 포기하고 영화적 재미의 단순 재생산에만 집착하는 영화 기술자로 돌아선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까지 들게 한다. 예술가에게 자기복제란 표절보다 위험하다.

 

한걸음 물러서자. 뤽 베송이 프랑스 영화를 대신할 보통명사도 아닐 뿐더러, 그가 영화적 변신을 한 것인지 자본에 투항해 변절한 것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그 자신 외에는 없다. 그러나 잊어서는 안 될 한 가지. 관람료를 지불하고 영화관에 들어가는 관객이라면 누구나 그 영화에 환호할 권리와 동시에 비판할 권리까지 부여 받는다는 것.

 

저자의 말처럼 사람들은 영화를 보고 환호하며 냉혹하게 비판하고 또 즐긴다. 영화 평론에 있어서 어떤 공통된 시각이 물론 있을 수 있겠지만 세밀한 부분에 대한 해석들은 모두 관객의 몫이다. 그 해설을 자기 나름대로 펼치고 있는 책 <내겐 너무 이쁜 그녀>는 아마도 날라리 기자의 영화 그리고 여자 배우와 사랑에 빠진 이야기 정도가 될 것 같다.

 

세상에는 영화를 즐기는 사람은 많지만 영화를 분석하여 보는 사람은 일부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렇게 구분 지어 말하면 무엇 하리오! 영화를 즐기는 것이 곧 분석하는 것이요, 분석하고 평하는 것이 곧 즐기는 것일 수 있다. 만약 즐거운 영화 비평을 보고 싶다면 이 책 한 권으로 여러 영화를 논하는 즐겁고도 날카로운 목소리를 발견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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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깊은 사랑이 행복한 영재를 만든다
최희수 지음 / 푸른육아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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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이 끝나고 나면 수많은 엄마들에게서 질문을 받는다. 대화가 어느 정도 진행되면, 아이 키우기를 힘들어하는 대부분의 엄마들이 아이가 어떻게 성장하는지 그 발달 과정과 심리에 대해 너무도 한정된 지식과 편견을 갖고 있음에 종종 놀라곤 한다.

 

아이는 지적, 정서적으로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한 준비 단계로 내 자신이 누구인가를 알기 위해 부모가 갖고 있는 가치와 욕구를 부정하는 일시적인 행동을 하곤 하는데, 이럴 때 부모는 자기 아이가 잘못한다고 생각하고 심하게 야단을 치거나 벌을 줌으로써 가장 행복해야 할 부모와 자식 관계를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를 키워 본 부모라면 이 이야기에 공감되지 않을 수 없다. 아직 돌도 되지 않은 우리 아기가 소리나 몸짓을 통해 자기 주장이나 고집을 부리는 것을 보면 가끔은 정말이지 엉덩이라도 때려 주고 싶을 때가 있다. 이렇게 어린 아가도 떼를 쓰며 엄마 속을 뒤집어 놓는데 미운 세네 살, 일곱 살이라는 아이들은 오죽하랴.

 

아이 키우면서 힘들다는 생각을 안 해 본 엄마는 없다. 그럴 때마다 어떻게 해야 제대로 교육하는 것인지에 대한 혼란과 의문이 생긴다. 여러 육아서적을 읽어 보아도 뾰족한 수는 없고 중구난방으로 마치 아이를 엄마의 소유물인 양 함부로 대하기 일쑤이다. 엄마가 아이로 인해 지쳐감을 느낄 때 읽으면 좋을 만한 책이 바로 <배려 깊은 사랑이 행복한 영재를 만든다>이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배려 깊은 사랑을 강조한다. 이것은 부모가 정해 놓은 틀에 아이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물이 흘러가듯 발달할 수 있는 자유를 주는 것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부모가 쉽게 범하는 잘못 중 하나는 바로 부모의 생각에 맞는 아이를 키우려고 하는 것이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부모가 아이를 통제하려 하면 할수록 아이들은 격렬하게 저항하기 때문에 키우기도 무척 힘들어진다. 부모가 아이를 자기 마음대로 뜯어 고치려는 노력을 포기하면 아이는 저절로 부모에게 협조하는 아이가 된다. 그래서 부모와 아이 모두 서로 편안한 마음으로 한 가족으로서의 삶을 즐길 수 있다.

 

이 책은 크게 아이의 발달 단계를 0-12개월 사이의 의존기, 12-18개월의 걸음마 시기, 18-36개월의 제1반항기, 36-72개월의 취학 전 시기로 나누어 이야기한다. 각 단계별로 맞춰 주어야 할 일들이 각각 다른데 그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걸음마를 하기 전 단계인 의존기의 영아에게는 세상에 대한 믿음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 시기의 아이는 전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하기 때문에 부모가 주는 환경에 의해 발달이 좌우된다. 따라서 의존기의 아이가 기본적으로 필요로 하는 욕구를 충족시켜 잠재적인 가능성을 펼쳐 주는 것이 좋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의 눈빛을 보면서 일관되게 아이의 형편을 우선하고, 풍부한 자극과 조용함이 어우러지는 환경의 제공이다.

 

12-18개월 걸음마 시기의 아이는 마치 부모를 괴롭히기 위해 말썽을 부리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건 부모의 오해일 뿐이다. 아이는 왕성한 지적 호기심 때문에 자기 몸을 포함하여 주위 환경을 탐색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부모가 혼을 내거나 수치심을 주었을 경우 아이는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

 

더 왕성한 호기심을 갖게 되는 제 1 반항기의 아이(18-36개월)에게는 어떤 일을 잘 했을 때에 칭찬을 듬뿍 준다. 그리고 잘못된 행동을 꾸짖는 것이 아니라 무시하고 다른 화제로 시선을 돌리도록 유도하는 게 좋다. 아이의 잘못된 행동에 엄마가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 아이는 그것을 엄마의 관심으로 해석하고 계속 그 행동을 하게 된다. 얼른 다른 화제거리를 찾아 주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다.

 

규칙이나 제한은 적어도 제 1 반항기가 끝나는 36개월 이후에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이 시기에 부모는 제한된 규칙보다는 보다 넓은 기준을 가지고 아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36개월 이전에 도서관에서 뛴다고 야단을 치면 그 잘못은 부모에게 있다. 아직 아이는 도서관에서 뛰어서는 안 된다는 규칙을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어리다. 현명한 부모라면 애초에 도서관에 데려가서 아이가 부정당할 기회를 만들어 주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런 면에서 36개월 이전에는 친정에 가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나를 포함한 많은 엄마들이 얼마나 아이에 대해 무지한가 새삼 놀라게 된다. 아이의 행동을 교정한답시고 위협한다거나 혼을 내는 것은 잠시 미뤄둘 필요가 있다. 위험하거나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을 만한 행동을 제외하고는 크게 문제되지만 않는다면 조금 엉뚱한 행동을 하더라도 그냥 내버려 두자. 그리고는 얼른 다른 것으로 주의를 환기시키자.

 

그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바로 잘못된 행동을 유발시키는 원인을 제공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를 자극하는 말이나 장소, 다른 아이들과의 접촉, 어른들의 행동을 좀 제지하는 게 좋다. 보다 조심스럽게 아이를 대하고 사랑으로 배려하면서 칭찬해 준다면 그 아이는 더 밝고 긍정적이며 정서적으로 안정된 사람으로 자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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