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구름 울보 사계절 성장 그림책
김세실 글, 노석미 그림 / 사계절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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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울음을 터트리는 우리 아가. 아직 언어가 발달하지 않은 돌잡이 아이라 그렇다 쳐도 가끔은 너무 많이 우는 건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아이마다 특성이 있긴 하지만 우리 아이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정말 잘 운다.

 

이런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책이 바로 <아기 구름 울보>다. 화가 나서 울고 배가 고파서 울고 졸려서 우는 아기 구름 울보. 산꼭대기에 살고 있는 이 녀석에게 산 마을 동물들이 뚝 그치라고 아무리 말해도 듣지 않는다. 부탁해도 소용없고 야단쳐도 소용없고 달래도 소용이 없다.

 

어느 날 산 마을에 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아기 구름 울보가 다시 또 울음을 터트린 것이다. 왜 또 우냐고 물어보니 울보의 대답은 그저 몰라요, 으아앙, 울면 바보라고 겁을 주어도 아니에요, 으아앙, 무서운 구름이 잡으러 온다고 해도 싫다고 으아앙 울기만 한다.

 

자꾸 내리는 비에 온갖 어려움을 겪게 된 산 마을 동물들은 점점 화가 나기 시작한다. 결국 아기 구름 울보의 버릇을 고치기로 단단히 마음을 먹고 산꼭대기로 우르르 몰려 간다. 계속 울면 울보만 혼자 남겨 놓고 모두 이 산을 떠나 버린다는 말에 깜짝 놀란 아기 구름은 울음을 뚝 그친다.

 

아기 구름 울보는 입을 꾹 다물고 꿀꺽, 꿀꺽, 꿀꺽, 울음을 삼켰어. 그리고 숨을 크게 들이켰어.

드디어 비가 그쳤어.

 

비가 그치자 동물들은 신이 난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자 날은 어두컴컴하고 후덥지근하다. 동물들은 작은 일에도 짜증이 나기 시작하고 마을에는 웃음이 사라진다. 바로 그때 누군가 산꼭대기를 보라고 소리친다. 거기에는 온통 까맣게 된 아기 구름이 있다.

 

거기에는 온통 까맣게 되어 버린 아기 구름이 있었어. 있는 힘을 다해 울음을 참느라 몸 속 가득 눈물이 차오른 거야. 슬픔이 차오른 거야. 울지 못하는 울보는 너무 힘들어 보였어.

 

결국 동물 친구들은 아기 구름에게 울고 싶을 때는 마음껏 울라고 말한다. 아기 구름 울보가 훌쩍거리자 어디에선가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왈칵 울음을 터뜨리자 차가운 빗줄기가 쏟아져 내린다. 아기 구름 울보는 슬픔을 모두 내보낼 때까지 울고 울고 또 운다. 그러자 산 마을 동물들과 아기 구름 울보 모두 행복해진다. 책의 마지막 장에는 커다란 무지개가 뜬 뒤로 활짝 웃고 있는 아기 구름의 모습이 나온다.

 

아기 구름 울보는 여전히 잘 울어. 화가 나서 울고, 배 고파서 울고, 졸려서 울어. 하지만, 마음껏 울고 나면 해님보다도 더 활짝 웃어. 바로.., 너처럼!

 

잘 우는 우리 아기에 대해 걱정을 하면 사람들이 자주 하는 얘기가 있다. 애들은 다 울면서 크는 법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것이다. 아이들은 울면서 자기 표현을 하고 스트레스를 풀며 자기들 나름의 의사 소통을 한다.

 

잘 울고 또 잘 웃는 우리 아이가 어쩌면 행복한 아가일지도 모르겠다. 아기 구름 울보처럼 울음을 억지로 참게 했다가는 마음 속에 깊은 슬픔과 스트레스가 쌓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실컷 울고 난 후에 활짝 웃을 수만 있다면 우는 행동 자체가 나쁘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4세 정도의 어린이가 읽으면 좋을 정도의 내용을 담고 있다. 글자 수도 꽤 있는 편이라 갓 돌을 지난 우리 아이가 보기에는 그 내용이 좀 긴 편이다. 글 전부를 읽어주려 하지 않고 그림만 보면서 간단한 말놀이를 하면서 읽어주어야 한다.

 

하지만 그림이 독특하고 예뻐서 아이의 시선을 확 끄는지 자꾸 이 책을 갖고 와서는 읽어 달라고 한다. 책의 그림은 수채 물감을 이용하여 아주 단순한 모양으로 동물과 아기 구름을 표현한 것이 특징적이다. 마치 아이가 그린 것처럼 삐뚤삐뚤하고 엉성하지만 친숙한 느낌의 그림들이 시선을 끈다.

 

책의 내용처럼 아이들은 실컷 울기도 하고 그 울음을 참기도 하면서 성숙해 간다. 책의 작가는 아이들의 발달 과정에서 흔히 있는 일을 소재로 하여 상상력을 가미하여 표현했다. 창작 동화를 읽어 주면서 책의 주인공과 아이를 같이 비교하며 얘기를 나누는 것도 아이의 정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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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책에서 길을 찾다
진희정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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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EO, 책에서 길을 찾다>는 말 그대로 CEO들이 감명 깊게 읽은 책들에 관한 이야기다. 사람들이 얘기하기를 성공하는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고 한다. 도대체 무엇이 그토록 평범한 이들과 다르길래 그들을 성공으로 이끄는 것일까? 이 책을 읽다 보면 CEO들의 성공을 이끄는 비법 중에 하나가 다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요새 기업 문화를 보면 엄청나게 빠른 시간에 급성장하는 사회의 움직임을 따라잡기 위해CEO들은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CEO가 기업을 잘 경영하기 위해서는 자기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의 축적도 중요한 한편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이해, 개성 강한 직원을 끌어안는 강한 리더쉽 등 총체적 노하우가 요구된다.

 

그러나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다른 사람과 똑 같은 하루 24시간. 그 짧은 시간 동안 다양한 간접 경험을 획득하기 위해 필수적인 것이 바로 독서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최근 많은 기업에서는 독서 경영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은 경영자들과 직원들이 책 읽기 문화 정착에 나서고 있다.

 

대학에서 건축 공학을 전공하여 한진 건설 평사원으로 입사했던 박동훈 사장은 우연찮게 한진의 자동차 사업부에서 일하게 되면서 현재 폭스바겐 코리아의 CEO가 되었다. 평범했던 건축 공학도가 잘 팔리는 외제차의 경영자가 되었다는 것은 단지 운이 좋아서만은 아닐 것이다.

 

그가 최고로 꼽는 책은 일본의 막부 시절 삼인자로 꼽혔던 도쿠가와 이에야스,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얘기를 다룬 <대망>이라는 소설이다. 이 책을 보면 이 세 인물 모두를 영웅으로 다루면서도 각각의 인물이 지닌 개성적 리더쉽을 부각시킨다. 그는 이 책이 너무 흥미로운 나머지 역사소설 습작을 써 보기도 했다고 한다.

 

각각의 CEO들이 추천하는 책 목록을 보면 그 사람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것 같아서 재미가 있다.  KBSi의 김성호 사장은 피천득 님의 <인연>과 신영복 교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추천한다. 두 서적 모두가 잔잔하면서도 소박한 일상에서 오는 깨우침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 공통적인데, 성공한 CEO가 추천하는 책들 중에서 꽤 대중적인 편이다. 그러나 이 책들 모두가 감동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어서 그의 삶에 가르침을 주었다고 한다.

  

이 책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경영자들이 나온다. 지도 책을 최고의 책으로 친다는 독특한 사고를 가진 삼성 테스코의 사장, 연간 200여 권의 책을 읽을 만큼 소문난 독서광이다 보니 직원들이 읽고 싶다고 요청하는 책은 모두 회사에서 지원해 준다는 이메이션 코리아의 이장우 사장 등 재미있는 CEO들도 많다.

 

CEO라고 하여 꼭 화려한 경력을 가진 사람들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여상을 나와 미용실을 차리고 그게 발전하다 보니 준오헤어라는 거대한 프랜차이즈 헤어 산업의 대표가 된 강윤선 사장, 소년원 출신이지만 제빵 기술을 배워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앞에서 커다란 과자점을 경영하고 있는 김영모 사장 등은 가난을 딛고 성공한 이들이다.

 

이들도 책을 통해 많은 것을 얻고 배우면서 성공을 꿈꾸었다고 하니 책 한 권이 한 사람의 인생에 주는 영향력은 정말 지대하다. 특히 김영모 사장은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암울한 나날을 보내던 군대 시절, 데일 카네기의 <행복론>을 읽고 누구나 행복할 수 있는 자격이 있으며 그걸 위해 노력하면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인생역전을 맞이했다.

 

사람들은 흔히들 독서에 대해 버거운 숙제 같은 느낌을 갖는 듯하다. 읽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알고는 있지만, 가까이 하기엔 너무 부담스러운 존재랄까? 때문에 책을 읽기보다는 인터넷이나 TV 등 다른 매체들에만 관심을 갖는다. 그러나 책에는 우리가 주목해 볼만한 무수히 많은 경험과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책을 읽으면서 감동을 받고, 지식을 쌓고, 사고의 폭을 넓히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이 책의 에필로그에 나오는 말이다. 사람들은 성공을 꿈꾸면서도 그것을 얻는 쉬운 방법을 찾지 못하는지도 모르겠다. 이라는 길, 그 속에 진정한 성공의 방법이 담겨 있고 삶의 지혜가 담겨 있으며 인생의 아름다운 생각이 들어 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그 쉬운 길을 멀리하고 어렵게 성공을 꿈꾼다. 이 책은 그런 이들을 위해 쓰여진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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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딱지 과학은 내친구 22
야규 겐이치로 지음, 엄기원 옮김 / 한림출판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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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경우 글자수가 꽤 되고 내용 또한 약간 복잡한 과학적 상식을 다루고 있어서 4세에서 7세 정도의 어린이에게 적합하다. 이제 13개월인 우리 아이에게 모든 내용을 다 읽어주기에는 약간의 무리가 있어서 그림을 보여주며 이야기하는데 아이가 책의 그림을 참 좋아한다.

 

책은 아이들이 흔히 상처 딱지를 떼어 내고 싶어하는 마음을 잘 표현하여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첫 장을 펼치면 떼어내고 싶다/ 떼어 내고 싶어/ 상처딱지/ 떼어 내고 싶어라는 단순한 구절로 시작한다. 곱슬머리 아이가 나와 상처 딱지를 떼어내려는 장면이 나오고 그 옆에 아주 커다란 글씨로 ! 상처딱지 떼면 안돼!!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상처 딱지가 어떻게 생겨나고 왜 떼어내면 안 되는지에 대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쓴 점이 돋보인다. 대부분의 다른 과학 동화들은 지나치게 지식 전달에만 치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책은 그보다 아이들의 일상을 다루면서 과학 상식을 전달하는 편이다. 상처딱지를 보는 아이들의 생각은 참 다양하다.

 

피가 나오다가 상처딱지가 생겼으니까 상처딱지는 결국 피가 아닐까?

내 상처딱지는 얇은 종이 같아. 상처딱지는 종이가 아닐까?

상처딱지는 상처의 찌꺼기. 상처의 똥일 거야. 상처의 똥!

내 상처딱지는 딱딱한 게 꼭 과자 조각 같아. 먹어 봐도 될까?

 

이처럼 기상천외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내 어린 시절을 돌이켜 보면 나 또한 이와 비슷한 생각을 하며 자랐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한번쯤 넘어지거나 긁혀 상처를 얻어 본 아이들에게 많은 공감을 준다. 이와 더불어 상처딱지가 왜 생기고, 왜 떼어내면 안 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담겨 있어 과학적 지식도 쉽게 전달한다.

 

아이들은 자기들 모습이 나오는 책을 참 좋아한다. 아마 자기들 눈높이에 맞춰서 자신의 일상 생활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의 그림책을 고를 때 어른의 시각으로만 보지 말고 아이의 관점을 한 번쯤 생각해 보자. 그러면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제대로 고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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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가하자, 끙끙 - 0~3세 아기그림책 아기 그림책 나비잠
최민오 지음 / 보림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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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돌이 지나면서 엄마들은 슬슬 아이의 배변 훈련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젖 끊는 일과 기저귀 떼는 일에 대해서는 우리 나라 엄마들이 가장 빨리 해치운다고 하니, 지나친 교육열이 이런 기초 생활 습관 형성에까지 영향을 미치는가 싶어 마음이 씁쓸하다.

 

아이들은 꼭 엄마가 강제로 배변 훈련을 시키지 않더라도 주변 사람들의 행동을 통해 변기에 응가 하고 쉬하는 습관을 자연스럽게 배운다고 한다. 때가 되면 자연히 가리게 될 것을 굳이 극성스럽게 아이에게 변기 사용을 강요할 필요는 없다. 그럼 어떤 방법으로 배변 훈련을 시키면 좋을까?

 

일단 어른의 행동을 모방하길 좋아하는 아이의 행동 특성을 고려하여 부모가 변기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다. 화장실에 앉아 있는 모습을 감추려 하지 말고 자꾸 보여주면서 엄마는 지금 응가 하는 거야, 변기에다 쉬하네, 울 아가두 얼른 커서 변기에 쉬하자 라는 말을 해주다 보면 아이는 스스로 변기에 배변해야 한다는 사실을 터득하게 된다.

 

배변과 관련된 그림책을 보여 주는 것도 좋다. 서점에는 배변 훈련과 관련하여 다양한 종류의 책들이 나와 있다. 아이에게 몇 권의 책을 보여 주고서 가장 흥미를 갖는 것을 고르면 된다. 그 중 우리 아이에게 골라 준 것은 <응가 하자, 끙끙>이라는 아주 단순하면서도 재미 있는 책이다.

 

이 책에는 다양한 동물들이 나와 변기에 응가 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염소, 하마, 말처럼 아이에게 친숙한 동물들이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끙끙거리며 응가를 하고 이야, 나왔다, 야호 라고 외치며 즐거워하는 것이 전부인 매우 단순한 내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이는 이 책을 참 좋아한다.

 

몇 번이고 읽어달라고 가지고 오는데 엄마가 보기엔 무척 단순한 내용이 아이 눈높이에 맞는가 보다. 특히 맨 마지막에 나오는 통통한 아가의 모습은 마치 우리 아이를 보는 것 같아 너무 귀엽게 느껴진다. 팬티만 걸친 채 변기에 앉아 응가 하려고 끙끙거리는 아이. 처음엔 실패하여 응가가 안 나오지만 다른 동물 친구들의 격려를 받고 다시 시도해 본다.

 

응가 하자. 끙끙, 끙끙, 끄응끙.

어머, 안 나왔네. 하지만 괜찮아.

다시 한번 해 보자. 끙끙, 끙끙, 끄응끙.

이야, 나왔다. 잘 했어!

 

이렇게 끝나는 장면에서는 아이가 동물 친구들과 손을 맞잡고 기뻐하는 모습이 유쾌하게 그려져 있다. 특히 변기에 놓인 응가 모습이 너무 재미나게 묘사되어 보는 이를 즐겁게 한다. 우리 아이는 이 주인공이 마치 자기처럼 느껴지는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재미있어 한다. 그림책에 나오는 귀여운 아기 모습과 우리 아이의 해맑은 얼굴에 엄마는 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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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행복 레시피 - 프랑스 요리사 로베르가 차려주는 행복한 부엌 이야기
로베르 아르보 지음, 조동섭 옮김 / 나비장책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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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모이면 언제나 음식이 나오기 마련이다. 차 한 잔과 간식, 저녁 한 끼, 자판기 커피 한 잔을 함께 마시면서 우리는 행복을 나눈다. <오늘의 행복 레시피>는 이처럼 음식과 행복을 함께 이야기하는 책이다.

 

프랑스인이면서 뉴욕으로 건너가 프랑스 요리사가 된 독특한 이력의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프랑스의 가정 생활과 음식 문화 속에 담긴 행복의 의미를 이야기한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하기는 부끄럽지만, 이 책이 읽는 이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굳게 믿는다고 밝힌다.

 

음식을 먹으면서 삶의 행복을 같이 언급할 수 있다는 것만큼 즐거운 일도 없다. 프랑스 식의 사고와 음식을 맛보면서 그들의 문화 속에 담긴 긍정적 힘을 발견하는 것은 책을 읽는 이가 얻을 수 있는 기쁨 중 하나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느낌으로 다가오는 프랑스 음식과 문화 이야기이다.

 

책의 앞 부분을 장식하고 있는 내용은 프랑스의 아침 식사 이야기다. 언젠가 프랑스에 오랜 기간 거주하고 있던 친구네 집을 놀러 간 적이 있는 나는 이 책에서 말하는 것과 똑같은 아침 풍경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아침 식사로 빵을 먹는 문화야 서구에서는 흔한 일이니 이해가 되지만 커피 마시는 스타일이 너무 독특했기 때문이다.

 

아침 식사 때, 모든 프랑스 사람들은 커피잔이나 머그가 아닌 사발에 커피를 마신다. 미국인이 자기만의 컵이나 머그를 갖고 있듯, 프랑스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사발을 갖고 있다. (중략) 어른들은 큰 사발은, 아이들은 자기 이름이나 만화 캐릭터 혹은 등대나 다른 지역 명소 등이 새겨진 작은 사발을 쓴다. 모든 사람이 각자 매일 사용하는 자신만의 특별한 사발을 갖고 있다. 사발은 금이 가고 이가 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완전히 조각나지 않고서는 바꾸는 법이 없다.

 

무슨 사약을 마시는 것도 아니고 커다란 사발에 가득 부어진 커피는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난다. 이 사발에 커피와 뜨거운 우유를 부어 만드는 프랑스식 커피가 바로 카페 오레. 지금은 우리 나라에서도 커피 전문점만 가면 이 즉석 카페 오레를 사서 마실 수 있지만 프랑스에서는 아침 식사에 꼭 이 커피를 마신다. 그것도 꼭 낡고 오래된 자기 사발에 마시는 풍습이 있다.

 

책을 넘기다 보면 독특한 프랑스의 전통과 풍습을 재미있게 만날 수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레스토랑 이름으로 잘 알려진 마르셰는 프랑스의 시골장터를 의미한다. 이곳은 금방 낳은 달걀, 갓 구운 빵, 맛있고 빛깔 좋은 야채와 과일을 판다. 시골 장이 서는 근방에는 푸줏간이나 꽃집도 위치한다.

 

프랑스의 시골 장은 우리네와 마찬가지로 갓 거둬들인 온갖 풍성한 먹거리로 가득하다. 뉴욕에서는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유명한 요리사인 저자도 프랑스에서는 이 시골 장의 단골 손님이다. 그는 프랑스 시골의 집에 오랜 기간 거주하는데 그 동안 아이들과 아내를 위해 손수 장을 보고 식탁을 준비한다.

 

프랑스의 식사 준비 풍경은 여자 혼자서 음식을 마련하는 게 아니라 아이와 남편, 아내가 모두 동참하여 만드는 행복한 시간이다. 간단하지만 신선한 재료로 만든 음식과 와인 한 병이면 온 가족이 만족하는 식탁을 꾸밀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워낙 빵집이 발달하여 마을 마다 베이커리나 파티세리가 있다. 그래서 집에서 빵을 굽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책 속에는 재미 있는 프랑스 문화에 대한 소개도 담겨 있다. 프랑스에서는 바게트의 양쪽 끝의 뾰족한 부분을 키뇽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매일 바게트를 사러 심부름 가는 사람의 몫이라고 한다. 만약 10대 자녀에게 바게트 심부름을 시킨다면 4분의 1은 이미 없어진 상태로 올 수도 있다. 빵집에서 매일 빵을 사는 사람은 이 키뇽을 염두에 두고 넉넉히 계획해야 한다고 한다.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는 이야기 중 가장 마음에 와 닿는 말은 바로 부엌이 그 집의 심장이라는 구절이다. 옛날 우리나라에서는 부엌일을 하찮게 여기고 가장 낮은 공간으로 여기는 잘못된 풍조가 있었다. 하지만 사람의 생명을 유지하는 음식이야말로 다른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 아니던가.

 

현대를 사는 사람들에게도 부엌은 심장과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비록 시간에 쫓기어 풍성한 식탁을 준비할 수 없을지 몰라도 온 가족이 두런두런 모여 식사를 준비하고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순간이 자주 있다면 그 가정은 행복할 것이다.

 

프랑스의 음식 문화가 지닌 장점은 바로 이런 데에 있는 듯하다. 가족을 중시하고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으면서 행복을 나누는 것. 비록 그 음식이 그저 바게트 빵 한 조각과 금방 만든 카페 오레일 뿐이더라도 그걸 먹으며 즐거운 아침을 맞이하는 것. 소박하지만 맛있는 음식 그리고 그 음식을 함께 먹는 사람들, 그 속에 진정한 행복은 머무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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