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 - 소아정신과 최고 명의가 들려주는 아이들의 심리와 인성발달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 1
노경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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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두 돌이 되는 딸이 가끔 떼를 쓰며 무언가를 해달라고 짜증 낼 때면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조그만 녀석의 버릇을 어떻게 고쳐야 할지도 모르겠고 혼을 내면서 교육하는 게 과연 잘하는 일인가 의문도 든다.

책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은 이처럼 아이와 부모의 관계가 힘들 때 도움이 되는 책이다. 갓난쟁이 시절부터 시작하여 사춘기 이후의 청소년까지 광범위한 아이들 문제를 다루고 있어서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 쯤 읽어 볼만하다.

책의 첫 장은 ‘부모는 어떤 존재인가?’ 라는 화제로 시작한다.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전한 항구 같은 엄마 품에서 위안을 얻기 위해 애착 행동을 보인다. 이를 눈치 챈 엄마가 아이를 안아주고 위로해 주면 아이는 금방 엄마라는 항구에 닻을 내리고 평화를 찾는다. 또한 마음 속 안전 기지로 엄마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어 엄마가 없더라도 불안한 상황을 헤쳐 나간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가 엄마를 찾으며 불안해 할 때 엄마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주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아이의 요구를 무시하는 무시형 엄마, 지나치게 받아주며 과보호를 하는 집착형 엄마 등은 아이의 정서를 해치고 떼쟁이 아이, 외로운 아이, 내성적인 아이를 만든다.

책에 따르면 아이는 어린 시절 부모와 상호 작용한 경험을 기억으로 저장하고 이를 바탕으로 애착 패턴을 형성한다. 이는 12개월 무렵 시작되어 만 3세 전후에 고정되는데, 이렇게 고정된 애착 패턴은 다른 사람을 대할 때마다 작동되어 그대로 행동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우리 아이가 사회성도 좋고 밝고 건강한 아이로 자라길 바란다면 이 시기의 아이에게 적절한 반응을 보여 주고 충분하고 풍부한 자극을 주어야 한다. 아이의 요구를 너무 자주 무시하거나 지나치게 과민반응을 보이며 과보호하는 건 아닌지 항상 엄마의 반성이 필요하다. 저자는 행복한 아이를 만들기 위해 ‘엄마는 무조건 아이와 열심히 놀아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엄마는 아이를 사람으로 만드는 모든 자극을 제공하는 주체이며, 과장된 표현을 빌리자면 아이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절대적 존재입니다. 엄마로부터 좋은 자극, 풍부한 자극을 받은 아이는 신체의 모든 기관이 놀라울 정도로 발달하며, 그 모든 경험이 뇌에 기억으로 남아 이후 감정이 풍부한 아이,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아이, 머리가 좋은 아이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갓난아기의 뇌는 항상 자극을 찾아다닌다고 한다. 이때에 애착 관계가 형성된 엄마의 자극이 가장 중요하다. 엄마가 맞벌이를 하여 아이를 자주 돌볼 수 없을 지라도 항상 마음에 주 양육자는 자신이라고 생각하며 퇴근 후 아이와 열심히 놀아주면 아이는 훌륭하게 성장할 수 있다. 만약 아이를 타인에게 맡겨 길러야 하는 경우라면 그 양육자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우리 아이처럼 울면서 자신의 분노를 표현하는 아이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일단 화가 나 있는 아이의 마음에 반응하고 공감해 줄 것을 권한다.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여서 화가 났음을 인정해 주되,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아이와 진지하게 이야기를 해야 한다. 상대방이 자신의 분노를 알고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적절한 수준에서 분노를 표현하게끔 지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에 나온 방법대로 아이가 무언가에 화를 내며 짜증을 부리자 “울면서 이야기하면 안 되지. 뭐가 하고 싶었어? 이 뚜껑을 열려고 했는데 잘 안 됐구나! 엄마가 도와줄까?” 그랬더니 금방 울음을 그친다. 그리고는 “뚜껑 열고 싶으면 울지 말고 ‘엄마, 뚜껑 열어주세요.’ 라고 말하는 거야. 한번 얘기해 보세요.” 그랬더니 금방 “엄마, 뚜껑 열어주세요.” 한다.

아이도 뭔가 일이 잘 안 풀려 짜증이 잔뜩 나 있는데 거기다 대고 같이 화를 내는 건 좋지 못하다. 일단 왜 화가 났는지 이유를 찾고, 그게 합당한 것이 아니면 ‘그렇게 울고 화내는 게 아니야.’ 라고 말해 주며 타임아웃 등의 방법으로 떼쓰는 걸 줄이는 게 필요하다. 타임아웃은 세 살 정도의 아이에게는 일분 정도의 시간을 주어 반성하도록 한다.

세 살이면 무척 어린 나이인 것 같지만 이 시기면 아이들은 웬만한 눈치가 다 생기고 떼쓰면 뭔가 해결된다는 것도 영특하게 알아차린다. 아이가 운다고 하여 뭐든지 들어줄 필요는 없다. 왜 그걸 하면 안 되는지 이유를 설명하고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는 일에는 엄격하게 대하는 게 필요하다. 하지만 잠깐 동안 벌을 주고 나서는 항상 사랑의 마음으로 아이를 안아주는 엄마가 되어야 한다.

저자는 이런 방식의 교육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아이가 바람직한 행동을 했을 때 많이 칭찬해주는 것이 가장 좋은 교육이라고 말한다. 아이의 떼쓰는 행동을 줄이기 위해서는 떼 쓸 때 혼내는 것보다 그렇지 않을 때 “우리 딸이 떼쓰지 않고 말하니까 아주 착하고 예쁘네.”라고 말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얘기.

“아이의 버릇을 고치려면 나쁜 버릇을 없애려고 하기보다 좋은 버릇을 칭찬해 주는 것이 보다 효과적입니다. 보통 아이가 엄마에게 혼나는 경우는 욕을 하거나 숙제를 하지 않았거나, 동생과 싸우거나 엄마 말을 듣지 않을 때입니다. 그렇다면 엄마 말을 잘 들을 때 칭찬을 많이 하고, 좋아하는 반찬을 해주는 등 상을 줘보세요.

동생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도 칭찬해 줄 만한 일이지요. 그러나 대부분의 엄마들은 동생과 사이좋게 지낼 때는 쳐다보지도 않다가 동생과 싸우면 벌을 줍니다. 아이가 동생과 잘 지낼 때마다 상을 준다면 동생과 싸우는 일이 눈에 띄게 줄어들 것입니다.”

책을 읽으며 새삼 느끼는 것은 역시 ‘아이들은 칭찬을 먹고 자라는 존재’라는 것이다. 아이가 좀 컸다고 어른스럽게 행동하길 기대하다가 그만큼 해내지 못하는 아이를 혼냈던 나를 반성해 본다. 잘못된 행동을 꾸짖기에 앞서 예쁜 행동 하나하나에 칭찬해주고 사랑해주는 엄마 되기를 다짐한다. 사랑하는 아이에게 충분한 사랑을 주고 있는지 책을 통해 다시금 생각할 기회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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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내 아이를 위해서라면 꼭 읽어야할 필독서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2007-10-22 17:10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 - 노경선 지음/예담Friend 아들을 데리고 백병원 소아정신과에 상담 받으러 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에 담당 의사가 꼭 읽어라고 권해줬던 책이었지요. 이 책을 읽고 나름 내 방식대로의 교육이라는 저의 무지에서 비롯된 착각이 초래한 결과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반성하면서 책을 두번 꼽씹어서 읽었습니다. 아시는 분 아시겠지만 저는 책 다시 읽거나 하는 스타일이 아닌데도 너무 좋은 내용이 많아서 다시 봤던 거지요. 부모라면..
 
 
 
눈물 1 세계신화총서 6
쑤퉁 지음, 김은신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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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만리장성과 관련한 맹강녀 설화를 바탕으로 하여 소설로 창작된 이 작품은 끊임없이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여자, 비누를 주인공으로 한다. 신도군이 왕위를 노린 것과 관련하여 그의 죽음을 슬퍼했던 그 동네 사람들은 모두 반역자로 처벌되고 만다. 그 이후 도촌이라는 마을은 눈물 금지령이 내려진다.




눈물을 흘리고 싶어도 울면 안 되는 현실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제각기 자기만의 눈물 흘리는 법을 개발한다. 어떤 사람은 발로 울고 어떤 사람은 귀로 운다. 또 어떤 이는 가슴으로 눈물을 흘린다. 이 마을에서 태어난 비누는 머리카락으로 우는 여자다.




비누는 만리장성에 노역으로 끌려간 남편 완치량을 찾아 머나먼 길을 떠난다. 청개구리가 길을 안내하고 자신의 운명인 조롱박을 품에 안은 채 남편의 겨울옷을 가져다주러 만 리 길을 여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다들 그녀가 미쳤다고 비웃는다.




게다가 가는 곳마다 그녀의 눈물을 떨어뜨리는 온갖 일들이 벌어진다. 반역자로 몰리지 않나 죽은 자객의 가짜 마누라 역할을 강요당하지 않나, 여자 혼자서 남편을 찾아 떠나는 길은 만만치가 않다. 그래도 비누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길을 걷는 와중에 발생하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은 옛 중국의 사회 현실을 반영한다. 재물의 축재가 만연했던 관리들, 그 밑에 기생하며 살아가는 평민들. 관리의 병을 고치기 위해서 다양한 맛의 눈물을 탕약의 재료로 써야 하는 일이 발생하고 자객이 난무하며 왕의 권위에 도전하기 위한 꿈틀거림이 지속되는 세계.




마치 무협 영화를 보는 것만 같은 쑤퉁의 문체는 신비로운 고대 중국의 신화 속으로 독자를 빠져들게 만든다. 사냥에 쓸 말이 부족해서 사람이 말이 되는 현실, 보다 빨리 뛰는 아이들은 사슴이 되어 사냥 대상이 되어야 하는 상황, 청개구리가 잃어버린 아들을 찾아 비누와 함께 여행을 하는 모습 등은 비현실적인 판타지와 같다.




“비누가 말하는 동안 눈물이 쉬지 않고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 내려 관 위에 떨어졌다. 눈물방울이 커다란 관 옆을 타고 흘러내리며 관 전체를 눈물로 목욕시켰다. 처음에는 미동도 안하던 관이 서서히 불안한 굉음을 내기 시작했다. 비누는 관의 진동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에게는 관을 진정시킬 방법이 없었다.




귀리가 바람을 타고 날아와 요동치는 관을 두드렸지만 귀리의 힘으로 잠잠해질 리 없었다. 비누는 관 깊은 곳에서 울려나오는, 가슴을 짓누르는 듯한 남자의 흐느낌을 들었다. 진쑤의 혼이 회한에 사로잡혀 울면서도 고집스럽게 비누를 향해 반복해서 슬픔에 찬 명령을 내렸다.”




현실적으로는 말도 안 되는 이런 묘사들이 이 소설에서는 설득력 있게 전개되는 이유가 뭘까? 그것은 아마도 이 작품의 주제인 ‘인간의 가슴 속에 담긴 깊은 슬픔과 눈물’이 지극히 현실적인 묘사로는 설명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마음의 회한, 눈물, 슬픔을 어찌 논리적인 말과 설명으로 그려낼 수 있으랴.




결국 눈물 흘리는 여자 비누는 만리장성에 도착하지만 남편이 죽고 없다는 소식만 접하고 만다. 그녀의 눈물은 만리장성의 돌 틈을 파고들어 모든 돌들을 흔들리게 하고 결국 성곽을 무너뜨리는 위력을 발휘한다. 인간의 슬픔이란 이처럼 커다란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우리의 작가 황석영이 바리데기 설화를 재창조하여 출판했다고 하는데 아직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쑤퉁의 이 작품과 일맥상통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에게도 이처럼 깊은 슬픔을 가진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설화와 그것을 재창조한 작품이 존재한다.




책의 마지막에서 저자는 ‘신화의 창조자들이 있는 그곳에서 세상은 간결하고도 따뜻한 곳이 되고, 삶과 죽음은 솔직하고 소박한 해답을 얻는다’고 말한다. 신화라는 환상의 세계를 통해 우리는 냉혹한 현실 문제들에 대한 대답을 얻고 이 현실을 이겨낼 만한 힘을 가질 수 있다.




눈물을 통해 자신 앞에 놓인 어려움과 고난을 헤쳐 나가는 비누의 삶은 현재를 사는 우리들의 그것과 별다를 바가 없다. 깊은 슬픔에 눈물 한 번 흘려 보지 않은 이가 어디 있으랴. 인생이란 결국 우리의 눈물과 웃음을 씨실과 날실로 해 엮어진 커다란 천이 아니던가.




고전 문학이 가진 의미는 바로 이런 것이다. 시대와 사상을 초월하여 우리네의 정신세계를 이어주는 끈. 그 안에서 우리는 원천적 삶의 의미와 본질을 발견하며 사색에 잠길 수 있다. 쑤퉁의 풍부한 상상력은 고통을 닦아내는 눈물이 되어 한국 독자의 마음에 커다란 울림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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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에스프레소 꼬레아노 - 이탈리아 여자 마리안나와 보스턴에서 만나 나폴리에서 결혼한 어느 한국인 생물학자의 달콤쌉쌀한 이탈리아 문화 원샷하기
천종태 지음 / 샘터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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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있어 외로움은 어떤 의미일까? 부모형제와 동떨어져 외국 생활을 하다 보면 깊은 외로움에 마음이 잠겨 어떻게든 사람의 숨결을 느끼고 싶을 때가 있다. 이런 경험은 깊은 사색과 자기 정체성을 탐색할 기회를 제공한다. 그 순간이 힘겨울지라도 지나고 나면 또 사람 속에 섞여 사는 것이 인생이 아닌가.

책 <카페 에스프레소 꼬레아노>의 저자는 공부를 위해 외국으로 떠났다가 외로움에 몸부림친 경험이 있는 한국 남자다. 하지만 지금 그는 나폴리라는 이국에서 이탈리아 여자 마리안나와 귀여운 세 명의 아이들을 키우며 부지런한 생물학자로 살아가고 있다.

보스턴의 케이프 코드 반도 끝자락에서 두 달 동안 오징어 신경을 연구하는 동안 우연히 마주치게 된 한 여인. 그녀가 바로 지금의 아내다. 처음 보는 낯선 이방인이건만 그녀의 얼굴은 마치 친숙한 어머니처럼 보이고 저자의 외로움에 한 줄기 빛을 주었다. 우여곡절 끝에 결혼에 골인하고 한국 남자와 이탈리아 여자는 미국에 정착해 새 삶을 시작한다.

하지만 소비지향적인 미국의 삶은 만만치가 않다. 빚을 내어 자동차와 집을 산 것이 화근이다. 그 빚을 갚느라 몇 년의 고생을 하고 결국 이탈리아의 연구원으로 와서야 다 갚게 된다. 이탈리아는 돈 쓸 일도 없고 또 그럴 시간도 없는 나라다. 인터넷 뱅킹으로 미국 빚을 다 갚은 저자는 잔고가 제로가 된 계좌 내역서를 일기장에 단단히 붙이면서 나폴리에서의 또 다른 삶을 이끌어 간다.

책에서 전하는 이탈리아, 그리고 나폴리의 모습은 ‘도둑의 나라, 스파게티의 나라’ 정도로 이곳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보다 실질적인 정보와 살아 있는 느낌을 전한다. 나폴리에서 운전하기가 힘든 이유는 신호등을 무시하고 운전하는 사람들, 주차 공간이 아닌 곳에 차를 세우는 사람들, 횡단보도가 아닌 곳에서 길을 건너는 사람들 덕분이다.

이렇게 무질서한 것처럼 보이는 나폴리도 나름의 질서와 규칙을 갖고 평화롭게 사람들의 인생을 다져간다. 같은 서구 사회지만 LA의 비버리 힐스에는 병원도 없고 장의사도 없으며 인생의 모든 염세적인 면을 도외시하거나 거부하는 사람들만이 모여 사는 곳이다. 하지만 나폴리는 발걸음 내딛는 곳마다 골치 아픈 현실들이 놓여 있다.

나폴리의 명물 중 하나는 토마토와 모짜렐라 치즈가 어우러진 마르게리타 피자다. 이 피자는 백 년 전 피자 경연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작품으로 당시 나폴리를 다스리던 사보이아 왕가의 말게리타 왕비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식사’라는 말처럼 한국인에게는 먹는 것도 ‘일(事)’인데 이탈리아 사람들은 아무리 번잡한 인생이라도 그 삶을 사랑할 줄 안다.

그럼 이탈리아에서 가장 대접받는 이들은 누구일까? 그건 바로 아이들이다. 아이들에게는 어른이 마시는 미네랄 물 값의 두 배를 들인 최상의 물이 공급되고 올리브유도 아이를 위한 최상품이 따로 있어 가격이 두 배다. 이렇게 자란 아이들이 어른과 함께 식사를 할 때도 가장 맛있는 것을 먼저 먹을 권리가 주어진다.

그러다 보니 이탈리아 아이들은 구김살이 없으면서 조금은 버릇이 없다. 학예회에서도 부끄럼을 타기보다는 자기 표현력이 강하다고 한다. 한 집안의 가장인 아버지는 제일 마지막에 식사를 하게 되는 풍습은 우리나라와 정반대라 웃음을 자아낸다. 한국에서 대접받고 자라던 남정네인 저자의 입장은 얼마나 난처할까.

저자는 책의 후반부에서 ‘이탈리아노처럼 숨쉬기 꼬레아노처럼 꿈꾸기’라는 부분을 통해 이탈리아와 한국 문화를 비교하며 우리의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을 소상히 말한다. 가장 안타까워하는 것은 우리 문화가 너무 급변하다 보니 젊은 층 중심의 일회적 문화가 팽배했다는 것.

“너무도 빨리 변하는 사회에서 어디에다 기준점을 삼아야 할지 모르겠다. 적어도 백년 정도는 변하지 않는 보편적 가치 같은 것이 아쉽다. 그래서 나는 한국이나 미국보다 변화에 느리고 세대 간의 일체감과 연속성이 강한 이탈리아의 구식 사회에서 오히려 편안하고 아늑함을 느낀다.”

이런 아쉬움은 비단 외국 생활을 오래 해온 사람만 느끼는 게 아닐 것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뒤죽박죽 엉망인 나폴리도 본받을 만한 점이 꽤 있단 생각이 든다. 느리게 사는 것, 어른과 아이가 친구가 되는 세상, 사람 사이의 인정을 중시하는 낙천주의자들. 이런 이탈리아 민족의 모습은 참 멋스럽다.

그렇다고 하여 우리 문화가 잘못되었다는 건 아니다. 다만 지나치게 새것만 좋아하여 낡은 것을 쉽게 갈아 치우는 요즘 세태가 안타까울 뿐. 뉴타운이다 뭐다 하여 낡은 동네를 포크레인으로 갈아엎고 커다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현실, 낡은 옷을 입으면 괜히 누추한 취급을 받는 우리네 모습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프레스토(presto, 빨리)’보다는 ‘라르고(largo, 천천히)’가 통용되는 사회 모습을 기대해 본다. 느림의 미학이란 말도 있듯이 천천히 움직이더라도 사회는 충분히 발전할 수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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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미술관 파랑새 그림책 67
그레구와르 솔로타레프 & 알랭 르 쏘 엮음, 이경혜 옮김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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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판은 프랑스에서 출판되어 ‘어린이를 위한 미술책 상, 소르시에르 상, 어린이 책 비평 상, 세르클도르 상’ 등 유명한 상을 휩쓸 정도로 유명한 것이다. 이 책도 ㄱ. ㄴ. ㄷ 순으로 각 사물의 그림을 나열하는 형식을 취하는데, 각각의 그림들이 모네, 르느와르, 고흐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 중 일부를 옮긴 것이어서 인상적이다.




어린 아이가 무슨 미술 감상이냐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이들도 자기 나름대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추구하는 눈을 갖고 있는 듯하다. 하다못해 길가에 한들거리는 코스모스와 보송보송한 털이 난 강아지풀만 봐도 예쁘다고 좋아하는 아이들이 아닌가.




어릴 적부터 좋은 그림을 접하고 아름다운 선율의 연주를 들어본 아이가 자라서도 문화적 컨텐츠를 향유할 줄 하는 눈과 귀를 가진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종류의 책도 한 권 쯤은 필요하다.




게다가 놀랍게도 아이는 참 이 책을 좋아한다. 어른이 보기에는 ‘아니, 어른도 감상하기 어려운 이런 명화를 아이가 어떻게 보고 즐겨?’ 라는 의문이 들 정도다. 하지만 아이의 눈은 또 다른 법. 자기가 각각의 그림을 보면서 엄마가 읽어주는 단어들을 익히고 또 그림으로 표현된 새로운 세상을 만난다.




특히 우리 아이의 경우는 불, 다리(교각), 말 등 실제로 잘 접하지 못하는 대상들을 이 책을 통해 익히고 현실 세계에서 찾아보는 방법으로 사물의 이름을 익히기도 했다. 책 속에서 만난 신기한 것들을 실생활에서 다시 보면서 아이는 세상의 놀라운 모습들을 깨달아가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 세상은 참 무궁무진한 곳이다. 엊그제 동물원에 간 우리 아이는 커다란 기린이 인상적이었는지 집에 와서 ‘기린이 커다래요’ 라고 말하면서 즐거워한다. 백과사전처럼 다양한 사물과 세계를 보여 주는 책은 아이에게 사고의 폭을 넓히는데 도움을 준다. 창작동화도 좋지만 이런 종류의 탐구 서적도 세 살 아이가 한 권 쯤 갖고 있으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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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백과사전
삼성출판사 편집부 엮음 / 삼성출판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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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자랄수록 궁금한 것도 많고 엄마한테 물어보는 것도 많다. 엄마가 일일이 다 대답을 해 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만능이 아닌 이상 모든 걸 얘기해 주기는 힘들다. 이럴 때 백과사전이 있으면 보다 수월하게 아이의 호기심을 해결해 줄 수 있다.




점점 호기심이 증가하는 우리 아이도 여러 종류의 책을 갖고 있지만 넘치는 궁금증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일반적인 창작 도서들은 호기심을 채워주기 보다 언어 감각을 길러주고 상상력을 키우는 데에 목적을 둔다. 창작 도서를 많이 읽은 아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언어 감각이 뛰어나고 표현력과 창의성이 발달한다.




하지만 어리다고 지나치게 창작 도서 위주의 책만 제공해 주면 세상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기가 어렵다. 이럴 때 좋은 안내서가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백과사전이다. 세 살 정도의 어린 아이라면 굳이 몇 권짜리의 전집 백과사전을 사주지 않더라도 한 권의 충실한 과학백과사전이 큰 도움을 준다.




엄마들 사이에서 영유아기 아이를 위해 좋다고 소문이 난 백과사전을 찾아보니 지경사의 <어린이 백과사전>과 삼성출판사의 <어린이 백과사전> 등이 있다. 외국에서 나온 것들도 꽤 있는데 우리 실상에 맞지 않는 것도 좀 있고 굳이 영어 교육을 시키지 않을 것이라면 우리나라에서 출판된 것도 꽤 쓸 만하다.




우리 아이가 18개월을 전후하여 구입한 삼성출판사의 <어린이 백과사전>은 다른 일반적인 백과사전들처럼 ㄱ, ㄴ, ㄷ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여러 대상들이 나와서 그런지 ‘백과사전 읽어주세요’ 를 연발하며 이 책을 들고 오는 아이의 모습이 참 귀엽다.




언젠가는 우리 부부가 대화를 나누면서 ‘백화점’ 이야기를 했더니만 갑자기 “백과사전, 백과사전” 그러면서 책을 찾아오는 해프닝을 벌인다. 그만큼 아이에게 인상적인 책이기도 하다. 이 책에 나온 한글 자음 순서 덕분에 ‘ㄱ, ㄴ, ㄷ’ 등 몇 개의 한글 자음도 알아서 읽고 이야기한다.




아이가 이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바로 ‘기구, 과일, 자동차’ 등이다. 보통 백과사전 두께에 크기는 손바닥보다 조금 큰 정도지만 그림도 많고 각 사물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덧붙여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물에 대한 작은 지식도 얻고 좋아하는 것들의 사진을 보며 즐거움을 찾는 아이의 모습이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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