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러브 - 아이와 엄마가 함께 행복해지는 현명한 육아철학
마사 피퍼. 윌리엄 피퍼 지음, 최원식 외 옮김 / 나무와숲 / 200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육아서적도 유행이란 게 있다. 몇몇 유명 육아 관련 사이트에서 어떤 책이 입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 날개 돋친 듯 팔리기도 한다. 나도 아이 키우는 엄마로서 이것저것 좋다는 육아서적을 읽어 보지만 어디에도 정답은 없다. 책을 통해 얻은 지식도 중요하지만 그것과 내 경험을 종합하여 우리 아이에게 가장 맞는 육아법을 찾는 것, 이것이 바로 엄마의 역할이란 생각이다.

 

<스마트 러브>는 엄마들 사이에서 소문이 자자한 육아서다. 도대체 어떤 특별한 내용을 담고 있길래 그토록 인기가 있을까 살펴 보니 아이에게 적합한 다양성을 존중하는 교육을 추구한다. 즉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성격과 욕구가 있기 때문에 그에 맞는 육아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른 책들도 이런 이론을 취하는 것들이 꽤 있지만 이 책은 실례를 구체적으로 들어가면서 아이가 이럴 때 엄마가 어떻게 해 주어야 하는지를 안내하는 점이 독특하다. 책의 앞 부분은 모든 아이들은 내적 행복을 얻을 권리를 가지고 태어난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 아이들은 크면서 내적 불행을 경험하기도 하는데 이런 불행의 요인들을 빨리 제거해야만 긍정적 자아 개념을 형성할 수 있다.

 

저자는 아이들이 원래 무절제한 행동을 자주 하는데 어떤 아이의 경우 그런 행동들이 내적 불행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한다. 대부분의 아이는 무절제한 행동을 보이다가도 그 시기가 지나면 자연스럽게 자기 행동을 규제한다. 또 이런 행동들은 성장의 특정 단계에서 거치게 마련인 정상적인 행동일 뿐이다. 그러나 내적 불행을 지닌 아이는 다르다.

 

무절제한 행동이 내적 불행에서 나오는 것이라면 아이들은 헤어나올 수 없이 불행하고, 연약하고, 우울하고, 곧잘 화를 내고, 부주의한 태도를 자주 보인다. 그런 아이들은 부모가 사랑으로 달래주어도 좀처럼 마음을 돌리지 않으며, 무절제한 행동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더 심해진다.

 

이를 테면 걸음마 단계 아이들이 일시적으로 수줍은 태도를 보이는 것은 아주 정상적인 일이다. 그러나 낯선 사람이 나타나기만 하면 필사적으로 부모에게 매달리고 시간이 가도 그런 태도를 버리지 못한다면, 아이는 필경 만성적인 내적 불행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럼 이렇게 내적 불행을 가진 아이를 돕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끼고 성격이 까다로운 아이에게 굳이 아이가 불편해하고 힘들어 하는 일을 억지로 시키지 말라고 말한다. 즉 아이가 싫어하는 일을 엄마가 강요함으로써 아이의 불행을 더욱 강화시키지 말라는 얘기다.

 

부모는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아낌 없는 사랑을 베풀고 불행 속에 빠진 아이를 서서히 꺼내어 건설적인 기쁨의 길로 안내해야 한다. 이때에는 주변 환경을 아이가 선호하는 분위기로 바꾸고 상처 받지 않도록 제때 아이를 도와 주는 것이 필요하다. 부모가 아이가 파괴적이고 불행한 행동을 하기 전에 미리 눈치를 챈다면 아이는 보다 편안히 내적 행복을 얻을 수 있다.

 

책을 읽다 보면 , 나는 얼마나 무식한 엄마였던가!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돌이 지난 아이를 제대로 보살피기 위해 이 책에서 제안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9개월 된 아이가 크레용을 입에 넣으려 한다면 부드러운 목소리로 크레용은 먹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가르쳐 준다. 그리고는 다정한 태도로 그걸 치우고 입에 넣어도 해롭지 않은 장난감을 준다.

 

크레용이 몸에 해롭다는 것을 가르치려고 큰 소리로 안 돼 하고 혼내거나 벌을 준다면, 아이도 보고 들은 대로 똑같이 자기 자신이나 타인에게 함부로 대하려 들 것이다. 큰 소리로 야단맞거나 벌받은 적이 없는 아이라면,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위험한 행동을 고칠 것이다.

 

아이가 계속 고집을 부리면 아이를 데리고 나와 다른 공간에서 새로운 놀이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한다. 떼 쓰며 우는 아이를 제 방으로 밀어 넣어 버리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함께 있으면서 기분이 좋아질 때까지 돌봐 주는 것이 바로 스마트 러브라는 것이다. 이렇게 엄마가 곁에서 돌봐주는 모습을 보면 아이는 자기가 하고 싶은 놀이를 못해 생겼던 실망감을 금방 회복하고 행복한 마음을 갖게 된다.

 

가끔 우리 집에 동네 아이들이 놀러 올 때가 있다. 이제 13개월인 우리 딸아이의 장난감을 함께 갖고 놀게 하고 싶은데 우리 아이는 어찌나 욕심이 많은지 자기 것에 손만 대도 울고 불고 난리다. 그럴 때 엄마로서 어찌나 난감한지 사이 좋게 같이 갖고 놀라고 얘기하건만 아이는 들은 척도 안하고 떼를 쓴다.

 

이 책에 의하면 두 돌 이전의 아이는 너무 어려서 다른 사람에게 너그럽게 대하는 것이 어떤 건지 모른다고 한다. 그런데 부모가 자꾸만 무엇이든 친구나 동생과 사이 좋게 나눠 가지라고 강요한다면 아이는 부모의 요구와 거절 때문에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 오히려 장난감을 혼자 갖고 놀고 싶을 때 원하는 대로 했던 만 두 살짜리 아이들이 만 세 네 살이 되면 너그러워지고 친구들도 배려한다는 것.

 

책을 보면서 내가 얼마나 우리 아이에게 어른의 잣대를 들이대며 도덕적 가치를 요구했는지 반성하게 된다. 무한한 사랑으로 아이를 보듬어 줄 때 아이는 긍정적인 자아 개념을 지닌 어린이로 자라난다는 사실. 우리 아이가 진정으로 행복하길 바란다면 엄마의 기준보다 아이의 입장에서 모든 일을 고려해야겠다는 생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 내 말 듣고 있어요?
니콜 드뷔롱 지음, 박경혜 옮김 / 푸른길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프랑스에서만 50만 부나 팔렸다는 책 <당신, 내 말 듣고 있어요?>는 우리 나라에서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그래서인지 책 표지나 편집이 약간 촌스럽다. 그러나 내용은 겉보기와는 너무 다른 프랑스식 유머를 재미 있게 풀어 놓아 아주 유쾌한 책이다.

 

저자 니콜 할머니는 1060년대 프랑스 주부들을 사로잡았던 텔레비전 시리즈의 작가이자 영화 감독이었다고 한다. 그녀가 오십이 넘은 나이에 늘어 놓는 할머니 식 수다는 지루하지 않으면서 적나라하게 인간들의 삶을 묘사하여 통쾌하다. 주인공을 2인칭인 당신으로 지칭하여 처음엔 어색한 느낌인데 읽다 보면 오히려 그녀의 삶에 동화되는 기분이 든다.

 

뚱뚱해진 몸매로 고민하는 당신, 이혼이나 바람 피우기 등등으로 골치를 썩히는 딸들, 신세대답게 놀라운 사고로 할머니를 놀라게 하는 손자들, 사랑해라는 말 한 마디 안하고 삼십 년이 넘도록 같이 살아온 남편 등 그녀의 주변에는 풍부한 이야깃거리가 가득하다.

 

1부의 시작은 바닷가에 널려 있는 조개 껍질만큼 모든 나이마다 무수한 사랑이 있다는 흥미로운 타이틀로 출발한다. 첫 번째로 나오는 이야기는 바람둥이 막내딸의 연애담이다. 말도 제대로 안 통하는 브라질 댄서와 사랑에 빠져 남자친구를 버리고 엄마 집으로 피신 오는 알리제. 그녀를 찾아 들이닥친 브라질 댄서는 엄마의 존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딸과의 애정 행각을 벌인다.

 

다행스럽게도 이 둘의 사랑은 양가 부모의 결사적인 반대와 새로 등장한 딸의 남자 덕분에 금방 끝나고 만다. 바람둥이 딸을 질책하는 엄마에게 엄만 아빠밖에 모르지, 그걸로 충분하잖아!라고 핀잔을 주는 알리제. 하지만 입을 꼭 다문 엄마도 스웨덴 빵집 주인과 에스파냐 투우사, 돈 많고 지루한 사업가, 또는 감옥에 들어간 정치가의 아내가 될 뻔했던 과거가 있다.

 

오십이 넘도록 콘돔을 한 번도 사용해 보지 않았던 그녀는 막내딸이 얘기하는 콘돔 이야기에 솔깃하다. 약국에서만 파는 줄 알았던 그 물건이 자판기에서도 나오고 슈퍼에도 있다는 얘기에 얼른 슈퍼로 달려가는 주인공. 금색, 야광색, 바나나 맛, 딸기 맛 등 그 생김새와 색깔, 맛까지 각양각색이라는 말에 그녀는 살면서 이렇게 모르고 그냥 지는 것이 많다니! 라는 독백을 던진다.

 

능청스럽고 엽기적이기까지 한 이 할머니의 수다는 점점 재미 있다. 일상 생활을 그대로 옮겨오면서 그 모습들을 눈앞에 펼쳐지듯 묘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할까. 거기다가 인생살이의 우여곡절을 재치 있는 문체로 유머러스하게 표현하니 더더욱 웃음이 난다. 마치 재미 있는 코믹 영화나 드라마를 시리즈로 보는 느낌이다.

 

할머니의 은밀한 즐거움은 어렸을 때 그리도 속을 썩이던 딸이 이젠 자기 차례가 되어 사춘기를 맞은 딸 때문에 머리를 쥐어뜯는 것을 보는 것이다. 가장 달콤한 순간은 딸애가 당신의 어깨에 기대어 자기 딸의 변덕에 대해 불평하는 것을 들을 때이다.

내가 걔 때문에 미쳐!

괜찮아, 너도 그 나이 땐 나를 미치게 했다니까.

내가?! …… 걔에 비하면 나는 성녀 테레사였어.

좋아하네, 악마였지.

딸애는 당신 말을 믿지 않는다. 다 잊어버린 것이다.

 

손자들을 몇이나 본 늙은 할머니이지만 그래도 젊은 정신과 마음을 갖고 있기에 이런 유머가 나오지 않을까? 여자는 나이가 들어도 명품을 좋아하며 질투의 화신이고 자신의 남자에게 사랑 받고 싶어 한다. 이 단순한 진리를 남자들은 왜 모를까? 주인공은 이처럼 여성의 시각으로 보는 세상 이야기를 많이 늘어 놓는다.

 

책을 읽다 보면 이 할머니의 적나라한 성에 대한 묘사, 자식 흉보기, 남편 욕하기, 친구들 흠잡기 등에 놀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모든 부정적 묘사에도 불구하고 즐거운 마음이 드는 건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을 바탕으로 한 유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남편의 텔레비전 취향을 보고 이십 명이나 되는 남자들이 공 하나를 보고 쫓아다니는 프로를 본다고 욕하면서도 그를 위해 따뜻한 차를 한 잔 만들 수 있는 여자, 삼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마음에도 들지 않는 자동차 선물을 받으면서도 남편의 선물이기에 고마워할 줄 아는 여자. 이런 여자라면 오십이 넘고 뚱뚱한 몸매일지라도 사랑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인지 책에는 행복이 넘친다. 온갖 해프닝과 삼십 명이 넘는 가족들이 벌이는 사고들로 가득한 집안이지만 그 속에 사는 재미가 있다. 사고뭉치 가족들이 때로는 미워하고 또 때로는 사랑하면서 멋진 인생을 펼치는 이야기. 그런 모습들을 잘 그려낸 작가의 뛰어난 언어 감각이 놀라울 따름이다.

 

책의 번역자는 실제 이 작가를 만나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고 한다. 엄청나게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책의 주인공처럼 시골에서 순박하고 재미난 삶을 꾸려가는 작가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는데, 나도 그녀를 만나고 싶다. 이 할머니를 만나서 수다를 떨다 보면 왠지 내가 겪는 온갖 힘든 일들도 하나의 해프닝으로 여길 만큼 여유로운 마음이 생길 것 같기 때문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pur456 2007-10-22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저희 책 "당신, 내 말 듣고 있어요?"를 읽고 좋은 리뷰 올려주셨네요.
고맙습니다.
이번주 중에 니콜 드뷔롱의 두 번째 책 "당신, 무슨 생각 하고 있어요?"가 나옵니다.
첫 책을 재미있게 읽어주신 분께 새책을 한 권 보내드리고 싶어서요.
괜찮으시다면 pur456@kornet.net로 책을 받으실 주소와 전화번호 보내 주세요.
좋은 한 주 보내십시오.
 
고슴도치 ㄱㄴㄷ
박상철 지음, 강근영 그림 / 여우고개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한글 자음을 인지하도록 돕는 책들도 시중에 꽤 많이 나와 있다. 아이가 걸음마를 하고 엄마 말을 알아 듣기 시작하면 서점에 한번쯤은 데리고 가 보자. 몇 권의 그림책을 보여 주면서 아이가 흥미를 느끼는 것 두어 권만 골라 주어도 충분하다.

 

<고슴도치 ㄱㄴㄷ>은 고슴도치 네 마리가 주인공이 되어 모험을 펼치는 단순한 내용의 글자 공부 책이다. 각 장의 왼쪽에는 한글 자음이 하나씩 소개되고 그 자음이 포함된 단어를 이용하여 만든 구절이 나온다. 오른 편에는 그 구절에 맞게 고슴도치들이 움직이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기역) : 고슴도치 네 마리가

(니은) : 노란 보따리 하나 들고 놀러 가요. 하나, 둘, 셋, 넷. 친구에게 놀러 가요.

(디귿) : 씽씽 바람 부는 들판을 지나

(리을) : 라일락꽃 언덕을 넘어서 가요. 어? 이게 뭐야?

 

수채 물감으로 그려진 그림들은 초등학생이 그린 것 마냥 엉성하고 단순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의외로 아이들은 자기들 수준으로 그려진 이런 류의 그림을 좋아한다. 전문적이고 아름답게 형상화된 그림들도 좋지만 아이들이 그린 것처럼 삐뚤어지고 어설픈 그림의 경우 어린이 눈높이에 적합하여 쉽게 다가온다.

 

아이에게 조기 교육을 한답시고 숫자 공부와 한글 공부를 주입식으로 가르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도 없다. 이런 그림책을 통해 자연스럽게 숫자 배우기와 한글 알기의 즐거움을 알려 주자. 기역은 고슴도치, 니은은 노란 보따리, 디귿은 들판, 리을은 라일락꽃 단어 하나하나만 들어도 멋진 풍경이 펼쳐지는 듯하지 않은가.

 

예쁜 그림과 우리 말의 아름다움이 어우러진 우리 그림책들은 아이들에게 밝고 긍정적인 정서를 키워준다. 지나치게 지적인 교육만 신경 쓰지 말고 좋은 내용과 그림이 담긴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아이와 함께 공부하자. 엄마가 읽어주는 예쁜 그림책에 매료된 아이는 강제로 시키지 않더라도 저절로 한글과 숫자를 알아갈 것이란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잘잘잘 1 2 3 (양장) 사계절 아기그림책 2
이억배 지음 / 사계절 / 200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새 엄마들은 아이 교육에 대해서라면 반은 전문가 수준일 정도로 극성 맞다. 이제야 돌을 넘긴 우리 딸아이 주변의 엄마들을 보면 우리 애가 인지 능력이 떨어진다 말귀를 못 알아 듣는 것 같다 00나라 한글 교육을 시켜봐야겠다 영어 테잎을 틀어주니 좋아하더라는 둥 조기 교육 열풍이 대단하다.

 

아이가 남보다 똑똑하길 바라는 엄마 마음이야 다 똑같겠지만 너무 지적 측면의 교육만 중시한 나머지 정서적으로는 결핍된 아이들로 자라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생긴다. 음식도 골고루 먹어야 하듯이 아이들의 발달도 골고루 이루어져야 균형 잡힌 사고를 갖게 되지 않을까?

 

아이에게 숫자와 한글을 가르치고 싶다면 그림책을 읽어주며 이에 대한 감각을 익히도록 해 보자. 단순한 교육보다 예쁜 그림과 이야기를 통한 공부는 아이의 흥미를 돋우고 자연스럽게 지적 능력을 키워준다. 그림책에 나오는 다양한 이야기들은 아이의 상상력과 정서를 풍부하게 한다. 게다가 책을 보면서 숫자와 글자를 배울 수 있으니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

 

사계절 출판사에서 나온 <잘잘잘 123>은 숫자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책이다. 4세정도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라고 하나 그 이전의 아이들에게 노래를 부르면서 읽어주어도 무리가 없다. 벽 그림이나 숫자 책 등 다른 텍스트를 통해 이미 숫자 개념에 친숙해진 아이라면 돌 이후에 읽어주면 좋을 만한 내용과 구성을 갖추고 있다.

 

책의 내용은 구전되는 동요인 하나 하면 할머니가 지팡이 짚고 잘잘잘로 시작하는 노래를 테마로 한다. 쉽게 말해서 이 노래를 각색하여 그 구절 하나하나를 그림으로 표현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왼쪽 편에는 노래 구절이 하나씩 나오고 오른 편에는 그 내용에 맞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하나 하면 할머니가 호박을 이고서 잘잘잘

둘 하면 두더지가 땅굴을 판다고 잘잘잘

셋 하면 생선 장수 생선을 판다고 잘잘잘

넷 하면 넷 쌍둥이 나팔을 분다고 잘잘잘

 

이런 식으로 하여 숫자 열까지의 이야기가 나온다. 한국수채화 기법을 활용한 차분하면서도 친숙한 한국적 그림들은 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우리 아이는 이 책을 무척 좋아하여 거의 매일 밤마다 읽어달라고 집어 올 정도다. 특히 노래를 부르면서 읽어주면 자기도 흥이 나는지 몸을 흔들며 좋아한다. 하나 둘 숫자를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그 개념에 대한 인지가 되었는지 1, 2, 3 숫자 모양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기도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기 구름 울보 사계절 성장 그림책
김세실 글, 노석미 그림 / 사계절 / 200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툭하면 울음을 터트리는 우리 아가. 아직 언어가 발달하지 않은 돌잡이 아이라 그렇다 쳐도 가끔은 너무 많이 우는 건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아이마다 특성이 있긴 하지만 우리 아이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정말 잘 운다.

 

이런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책이 바로 <아기 구름 울보>다. 화가 나서 울고 배가 고파서 울고 졸려서 우는 아기 구름 울보. 산꼭대기에 살고 있는 이 녀석에게 산 마을 동물들이 뚝 그치라고 아무리 말해도 듣지 않는다. 부탁해도 소용없고 야단쳐도 소용없고 달래도 소용이 없다.

 

어느 날 산 마을에 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아기 구름 울보가 다시 또 울음을 터트린 것이다. 왜 또 우냐고 물어보니 울보의 대답은 그저 몰라요, 으아앙, 울면 바보라고 겁을 주어도 아니에요, 으아앙, 무서운 구름이 잡으러 온다고 해도 싫다고 으아앙 울기만 한다.

 

자꾸 내리는 비에 온갖 어려움을 겪게 된 산 마을 동물들은 점점 화가 나기 시작한다. 결국 아기 구름 울보의 버릇을 고치기로 단단히 마음을 먹고 산꼭대기로 우르르 몰려 간다. 계속 울면 울보만 혼자 남겨 놓고 모두 이 산을 떠나 버린다는 말에 깜짝 놀란 아기 구름은 울음을 뚝 그친다.

 

아기 구름 울보는 입을 꾹 다물고 꿀꺽, 꿀꺽, 꿀꺽, 울음을 삼켰어. 그리고 숨을 크게 들이켰어.

드디어 비가 그쳤어.

 

비가 그치자 동물들은 신이 난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자 날은 어두컴컴하고 후덥지근하다. 동물들은 작은 일에도 짜증이 나기 시작하고 마을에는 웃음이 사라진다. 바로 그때 누군가 산꼭대기를 보라고 소리친다. 거기에는 온통 까맣게 된 아기 구름이 있다.

 

거기에는 온통 까맣게 되어 버린 아기 구름이 있었어. 있는 힘을 다해 울음을 참느라 몸 속 가득 눈물이 차오른 거야. 슬픔이 차오른 거야. 울지 못하는 울보는 너무 힘들어 보였어.

 

결국 동물 친구들은 아기 구름에게 울고 싶을 때는 마음껏 울라고 말한다. 아기 구름 울보가 훌쩍거리자 어디에선가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왈칵 울음을 터뜨리자 차가운 빗줄기가 쏟아져 내린다. 아기 구름 울보는 슬픔을 모두 내보낼 때까지 울고 울고 또 운다. 그러자 산 마을 동물들과 아기 구름 울보 모두 행복해진다. 책의 마지막 장에는 커다란 무지개가 뜬 뒤로 활짝 웃고 있는 아기 구름의 모습이 나온다.

 

아기 구름 울보는 여전히 잘 울어. 화가 나서 울고, 배 고파서 울고, 졸려서 울어. 하지만, 마음껏 울고 나면 해님보다도 더 활짝 웃어. 바로.., 너처럼!

 

잘 우는 우리 아기에 대해 걱정을 하면 사람들이 자주 하는 얘기가 있다. 애들은 다 울면서 크는 법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것이다. 아이들은 울면서 자기 표현을 하고 스트레스를 풀며 자기들 나름의 의사 소통을 한다.

 

잘 울고 또 잘 웃는 우리 아이가 어쩌면 행복한 아가일지도 모르겠다. 아기 구름 울보처럼 울음을 억지로 참게 했다가는 마음 속에 깊은 슬픔과 스트레스가 쌓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실컷 울고 난 후에 활짝 웃을 수만 있다면 우는 행동 자체가 나쁘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4세 정도의 어린이가 읽으면 좋을 정도의 내용을 담고 있다. 글자 수도 꽤 있는 편이라 갓 돌을 지난 우리 아이가 보기에는 그 내용이 좀 긴 편이다. 글 전부를 읽어주려 하지 않고 그림만 보면서 간단한 말놀이를 하면서 읽어주어야 한다.

 

하지만 그림이 독특하고 예뻐서 아이의 시선을 확 끄는지 자꾸 이 책을 갖고 와서는 읽어 달라고 한다. 책의 그림은 수채 물감을 이용하여 아주 단순한 모양으로 동물과 아기 구름을 표현한 것이 특징적이다. 마치 아이가 그린 것처럼 삐뚤삐뚤하고 엉성하지만 친숙한 느낌의 그림들이 시선을 끈다.

 

책의 내용처럼 아이들은 실컷 울기도 하고 그 울음을 참기도 하면서 성숙해 간다. 책의 작가는 아이들의 발달 과정에서 흔히 있는 일을 소재로 하여 상상력을 가미하여 표현했다. 창작 동화를 읽어 주면서 책의 주인공과 아이를 같이 비교하며 얘기를 나누는 것도 아이의 정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