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가 책을 읽는다
박영숙 지음 / 알마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작은 도서관이나 내 서재 혹은 북 카페 등을 꿈꾸어 본다. 나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결혼하기 전부터 친정에 내 서재라고 불릴 수 있는 커다란 벽 책장을 갖고 있었고 결혼하면서도 서재를 큼지막하게 꾸며 놓았다.

 

결혼할 당시만 하더라도 갖고 있던 책들을 헌책방에 내다 팔고 필요한 사람에게 넘기는 등 텅텅 빈 서재로 시작했건만, 지금 이 큰 책장에도 다 꽂을 수 없는 책이 많아 바닥에까지 넘친다. 이런 걸 보면 이놈의 책 욕심은 정말 끝도 없다. 거기다가 아이가 생기면서 아이 책도 불어나는 신세이니 책 속에 파묻혀 산다고 말해도 좋을 듯 싶다.

 

이런 나에게 느티나무 도서관 이야기는 꿈과 같은 세상이다. 책을 너무 좋아하고 아이들을 너무 좋아하여 아이들을 위한 책 공간을 마련한 한 아줌마의 이야기. 이 책은 한 마디로 이렇게 요약될 수 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꿈의 도서관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책의 처음을 장식하고 있는 추천 글들을 보면 일본의 어린이 도서관장의 말부터 시작하여 개그맨 정찬우, 김태균의 글 등 참 다양한 사람들이 이 책과 느티나무 도서관을 칭찬한다. 도대체 어떤 도서관이길래 그토록 침이 마르도록 좋은 평가를 내리는 걸까? 두 개그맨의 정말 진솔한 추천 글이 읽는 이의 마음을 끈다.

 

솔직히 고백한다. 사실 추천 서평을 의뢰 받았을 때 별 시답지 않은(?) 책인 줄 알았다. 내 아이가 책을 읽는다? 엄마들을 유혹하는 그렇고 그런 책으로 느꼈다. 하지만 책을 권해준 사람의 얼굴도 있고 해서 책을 열었는데, 어머, 세상에!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던 일을 실제로 실천하는 사람이 있다니!

 

이렇게 시작하는 이야기는 두 아이의 엄마가 어떻게 도서관을 시작하게 되었느냐에 대한 아줌마스러운 수다이다. 수다라고 해서 굉장히 투박하고 별 쓸모 없을 듯 보이지만 도서관 이야기와 함께 인간주의 교육에 대한 저자 나름의 철학이 올곧게 박혀 있다. 그래서 진한 감동을 준다.

 

대학 시절 공부방을 하면서 목숨을 지니고 태어난 모든 아이들은 행복하게 자랄 권리가 있다는 걸 마음에 새긴 저자. 그녀는 그 권리를 누릴 환경을 만드는 게 바로 어른들의 몫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그런 공간을 만들어주고자 도서관을 짓는다. 처음에는 도서관이라는 거창한 명칭보다 동네 사랑방 정도의 작은 터를 마련해주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 유명한 어린이 도서관이 되어 버렸다.

 

이 공간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엄마들에게도 소중한 장소다. 놀러 갈 마땅한 곳은 없고 아이 교육에 매달려 온갖 정보에 휩쓸리는 요새 엄마들에게 책과 함께 머무를 수 있는 쉼터가 생겼으니 얼마나 좋을까. 빽빽한 아파트 숲 속에 한 그루의 느티나무처럼 자생적으로 숨을 쉬고 자라는 이 도서관은 삭막한 도시 생활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아이들은 놀이가 삶이다. 놀면서 배우고 놀면서 자란다. 놀면서 궁금한 게 생기고 하고 싶은 것도 생긴다. 그러니 책도 놀면서 만날 수 있으면 된다. 아이들이 책과 친해지려면 책 읽기도 즐거워야 한다. 아이 눈길이 닿고 호기심을 일으키는 것에서부터 상상력과 감정이 살아 움직일 이야기를 자유롭게 만날 수 있어야 한다.

 

저자의 이런 생각이 힘을 얻고 책이 있는 놀이터인 느티나무 도서관을 후원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면서 이 곳을 찾는 아이들의 숫자도 늘어난다. 특히 소외된 아이들을 많이 받아 들이면서 비행을 일삼던 아이들이 책을 읽기 시작하는 점이 가장 감동적이다. 갈 곳이 없어 도서관 물탱크 뒤에 이불을 뒤집어 쓰고 살았던 아이 이야기는 마음이 찡하다.

 

흔히 도서관이라고 하면 딱딱하고 경직된 곳, 공부하는 곳으로 인식하기 쉬운데 느티나무 도서관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다. 아이들이 놀면서 책을 읽는 곳, 다른 친구들을 쉽게 사귀는 곳이 느티나무 도서관이고 갈 곳 없는 이들에게 따뜻한 휴식을 제공해 주는 곳이 바로 이 작은 어린이 도서관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어린이 도서관 실정을 보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나도 이제 갓 돌을 넘긴 아이를 데리고 도서관 한번 가보고 싶은데 주변에 마땅한 곳이 없다. 애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가기엔 너무 교통이 불편한 곳에 위치하거나 영아들이 쉴 수 있는 공간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곳도 많다.

 

이런 우리 실정에 느티나무 도서관은 희망을 준다. 영국이나 일본은 북 스타트 운동이라고 하여 태어나는 순간부터 아이를 책과 접하도록 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책을 놀잇감으로 생각하고 책과 함께 자라는 행복한 아이들. 우리 아이들에게 그런 경험을 제공해 줄 수 있는 느티나무 도서관과 같은 장소가 많이 생겨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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