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느낌일까?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65
나카야마 치나츠 지음, 장지현 옮김, 와다 마코토 그림 / 보림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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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는 내년 봄에 어린이집에 보낼 계획이다. 워낙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곳이 어린이집인지라 좋은 곳을 물색하던 중 꽤 괜찮은 곳을 알게 되었다. 영아 전담 시범 시설인 이곳은 공간이 넓어 아이들 활동에 불편이 없으며 선생님 수가 많아서 아직 어린 영아들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곳이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이 시설에 등록을 하고 나오면서 남편이 약간의 우려가 섞인 이야기를 건넨다.

 

여기가 장애아동 통합 시설인데, 그게 좀 마음에 걸리네. 우리 애가 다른 장애 아동의 이상한 행동을 배우게 되는 건 아닐까?

에이 그게 뭐가 걱정이야. 오히려 더 좋을 수도 있지 뭐. 영국은 점점 장애 아동 통합 교육으로 가는 추세야.

 

나는 딱 잘라서 말했지만 한편으로는 남편의 걱정처럼 우리 아이가 다른 장애 아동의 독특한 행동 특성을 따라 하면 안 좋을 텐데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언젠가 텔레비전에 자폐 아동이 나오는 드라마를 보여 주자 많은 어린 아이들이 그 아동의 행동을 따라 해서 엄마들이 깜짝 놀랐다고 하지 않던가. 그러나 며칠 뒤 남편이 하는 얘기에 내 마음도 달라졌다.

 

다시 생각해 보니까 거기 등록하길 잘 한 것 같아. 아이가 어릴 때부터 이 세상에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걸 알고 자라는 게 좋은 거잖아. 통합 시설에 있다 보면 불편한 친구들과 함께 지내는 방법도 배우게 될 것이고, 그럼 나중에 자라서도 다른 이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많을 것이고…”

 

엄마로서 아이에 대해 이런저런 욕심을 많이 내 보지만, 자라서 다른 이를 배려할 줄 아는 너그러운 성품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이 가장 크다. 타인이 자기와 다른 모습이더라도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아이, 몸과 마음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나눌 줄 아는 아이. 우리 아이가 그런 아이였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어떤 느낌일까?>는 우리 아이가 자라는 동안 읽어주고 싶은 책이다. 책의 주인공은 엉뚱한 상상을 많이 하는 한 소년이다. 이 아이가 생각하는 것은 모두 자기 친구들과 관련된 내용들이다. 주인공은 눈이 안 보이는 친구, 귀가 들리지 않는 친구 등 몸이 불편한 아이들에 대해 떠올리면서 하나씩 그들의 상황을 이야기한다.

 

첫 장을 펼치면 앞이 안 보이는 한 소녀가 지팡이를 짚고 선 장면과 눈을 감은 소년의 얼굴이 등장한다. 소년은 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 마리를 보면서 안 보인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다. 잠시 눈을 감으면 알 수 있다는 생각에 눈을 감아 보니 소년의 귀에는 엄청나게 많은 소리가 들린다.

 

깜짝 놀라 눈을 뜬 소년은 세상이 너무나 조용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마리를 만났을 때 안 보이는 건 참 대단하다고 말한다.

 

안 보인다는 건, 침 대단해.

그렇게 많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니.

보인다는 건 그런 건가 봐. 조금밖에 들을 수 없는 건가 봐.

 

이런 주인공에게 마리는 웃으면서 히로는 참 이상한 친구라고 말한다. 소년은 다시 귀가 들리지 않는 친구 사노처럼 귀마개를 해서 어떤 세상일지 느껴본다. 그러자 세상에는 자세히 보이는 것이 너무도 많다. 엄마 얼굴에 점이 일곱 개라는 사실도 귀를 막고 나서야 깨닫는 히로.

 

이렇게 다른 친구들의 불편함을 직접 체험해 보는 히로는 안 보이거나 들리지 않는 친구가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지 좀더 이해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 키미가 와서는 온종일 움직이지 않고 있어 봤다고 말한다. 움직이지 않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고 싶어서 그랬다는 것이다.

 

히로가 그 느낌이 어땠느냐고 묻자 키미는 이렇게 말한다.

 

움직일 수 없다는 건, 참 대단해.

꼼짝 않고 하늘만 보고 있으니까

다른 때보다 백 배는 더 많은 생각이 떠올랐어.

새로 알게 된 것도 많고.

그래서 히로 네가 학자 같은가 봐.

 

책의 전반부에서는 알 수 없었던 사실 하나, 주인공 또한 몸이 불편한 아이라는 것이 밝혀지는 순간이다. 그리고는 맨 마지막에 휠체어에 앉아 여러 생각을 하고 있는 히로의 모습으로 책은 끝이 난다. 그가 떠올리는 생각들은 우주에 대한 생각, 분자에 대한 생각, 고대에 대한 생각, 그리고 움직일 수 있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하는 생각 등이다.

 

이 책은 그림이 단조로우면서도 크고 시원하여 4 7 세 가량의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만하다. 글자수도 많지 않으면서 타인의 불편함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긍정적인 메시지를 제공해 준다. 아이에게 다른 이를 배려하는 마음, 이타심을 길러주고 싶다면 이런 종류의 책을 몇 권 구비해 놓고 읽어주어 보자. 책을 통해 아이들은 알게 모르게 세상에 대한 열린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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