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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똥 ㅣ 민들레 그림책 1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 1996년 4월
평점 :
“엄마, 똥을 싸면 방구가 나오고 똥 먹는 아이도 있대.”
“서현아, 엄마가 똥 얘기 하지 말랬지? 자꾸 그러면 사람들이 싫어해.”
이상은 내 친구와 그녀의 딸이 나누는 대화의 일부다. 아이들은 이상하게 똥 얘기를 좋아한다. 엄마들은 아이가 그런 이야기를 시작하면 괜히 민망해진다. 지저분한 이야기를 일부러 밥상머리에서 늘어 놓는 아이도 있으니 왜 그럴까 궁금하기도 하다.
책 읽기는 싫어하고 이런 괴짜 같은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면 똥 이야기로 책에 대한 관심을 유도해 보자.
<강아지똥>은 세상 사람들이 모두 더럽다고 피해가는 강아지 똥에 대한 이야기다. 똥 중에서도 가장 더러운 똥이라고 놀림을 받고 아무짝에도 쓸모 없다고 버림 받는 강아지 똥. 심지어는 지나가는 새들까지도 먹을 게 하나도 없다면서 강아지 똥을 천대한다.
너무 슬픈 강아지 똥이 어느 비 오는 날 만나게 된 것은 바로 민들레 싹이다. ‘너는 뭐니?’ 하고 묻는 강아지 똥에게 민들레 싹은 ‘예쁜 꽃을 피우는 민들레’라고 대답해 준다.
“얼마만큼 예쁘니? 하늘의 별만큼 고우니?”
“그래, 방실방실 빛나.”
“어떻게 그렇게 예쁜 꽃을 피우니?”
“그건 하느님이 비를 내려 주시고, 따뜻한 햇볕을 쬐어 주시기 때문이야.”
“그래애…. 그렇구나…”
강아지 똥은 부러운 마음에 한숨만 나온다. 그러자 민들레 싹이 이야기한다. 자기가 꽃을 피우려면 한 가지 꼭 필요한 것이 있다고, 그건 바로 거름이 되는 강아지 똥이라고 말이다. 강아지 똥은 자기의 몸을 고스란히 녹여 민들레 싹을 키우고 예쁜 꽃을 피운다.
이 책은 세상에서 가장 하찮은 존재일지라도 나름대로의 쓸모와 가치가 있다는 사고를 담고 있다. 원래는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의 아이가 읽으면 좋을 정도의 글자수를 갖고 있지만 어른과 청소년이 읽어도 감동적이다. 세상의 가장 낮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선량한 마음의 자세를 가다듬게 하여 아이들의 정서 교육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