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멜로 이야기 마시멜로 이야기 1
호아킴 데 포사다 외 지음, 정지영 외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에 따라 책을 고르는 취향이 각각 다르다. 내 경우 책을 많이 읽으면서도 베스트 셀러로 꼽히는 것은 뒤늦게 읽는 편이다. 이상하게 너무 잘 팔리는 책은 선뜻 사서 읽기가 싫다. 왠지 가볍고 그저 그런 이야기일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이다.

 

가끔 이 선입견을 깨는 진중한 스타일의 베스트 셀러를 만나기도 하지만 그게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면, 베스트 셀러라는 것의 의미가 잘 팔리는 책을 말하지 않는가. 사람들은 대부분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거나 <다빈치 코드>처럼 독특한 흥미를 끄는 내용의 책을 구입해 본다.

 

<마시멜로 이야기>는 가벼우면서도 대중의 가슴에 와 닿는 이야기를 담았다는 점에서 쉽게 베스트 셀러로 등극할 만한 요소를 갖추고 있다. 그래서일까? 나는 이 책이 몇 개월째 베스트 셀러 목록 1위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별 관심이 없었다. 왠지 제목부터 가볍고 말랑말랑한 느낌이 드는 것이 그저 그런 처세술 서적 정도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 책의 원제는 아직 마시멜로를 먹을 때가 아니야 라는 의미의 Dont Eat the Marshmallow Yet!이다. 비록 내가 좋아하는 진지한 내용의 책은 아니지만 남들이 다 좋다고 칭찬하는 이 책이 과연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에 책장을 펼쳐 본다.

 

책 표지를 들추니 특이하게도 아나운서 출신이자 현재 다양한 프로의 사회를 맡고 있는 정지영 씨가 번역을 했다. 지적인 이미지로 승부하는 그녀가 번역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베스트 셀러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왠지 그녀가 번역을 한 책이라면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가운데 지적인 무언가를 담고 있을 것만 같기 때문이다.

 

책의 내용은 큰 회사의 사장인 조나단과 그의 운전사 찰리의 대화로 구성되어 있다. 어릴 적 마시멜로 실험에 참가하여 인내심 테스트를 받았던 조나단. 15분 간 달콤한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참을 수 있었던 그는 그런 삶의 태도를 바탕으로 하여 끈기 있는 노력으로 큰 회사의 사장이 된다.

 

조나단은 어느 날 자신이 겪었던 여러 가지 일화를 자신의 운전사 찰리에게 들려 주기 시작한다. 평범했던 운전사 찰리는 사장의 이야기를 그저 귓등으로 흘리지 않고 자기 인생을 돌아보며 새로운 삶을 설계한다. 눈 앞의 마시멜로를 먹어 치우기에 급급했던 삶의 태도를 수정하자 그에게는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이다.

 

맨 처음 조나단이 찰리에게 들려 준 얘기는 자신이 어릴 적 받았던 테스트에 관한 것이다.

 

15분을 기다려 마시멜로를 한 개 더 상으로 받은 아이들과 15분을 참지 못해 탁자 위 마시멜로를 먹어 치우고 만 아이들의 10년 성장 과정을 상호 비교한 연구 결과는 흥미 그 자체였다네. 15분을 참았던 아이들이 그렇지 못한 아이들보다 학업 성적이 뛰어났지.

 

또한 친구들과의 관계도 훨씬 원만하고,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네. 놀랍지 않은가? 겨우 15분이었지만, 눈앞의 마시멜로에 만족한 아이보다는 한 순간의 유혹을 참고 기다렸던 아이들이 성공적으로 성장하고 있었다는 사실!

 

조나단은 이 일화를 이야기하면서 자신이 얻은 교훈을 찰리에게 전수한다. 이 사례에는 두 가지의 경우가 존재한다. 하나는 눈 앞의 마시멜로를 바로 먹어 치우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조나단처럼 앞으로 얻게 될 보상을 기다리며 유혹을 물리치는 것이다.

 

이 때 어떤 선택을 하느냐는 온전히 인간의 자유 의지에 따른 결과다. 조나단은 이 둘 중 더 큰 만족과 보상을 위해 당장의 욕구 충족을 미룰 줄 아는 의지가 바로 성공을 가져오는 지표가 된다고 말한다. 즉 순간의 유혹을 참지 못하고 마시멜로를 먹어 치운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이가 더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이와 같은 성공학 개론은 사실 다른 자기 경영 지침서에도 나오는 뻔한 교훈이다. 성공을 위해서 현재에 만족하지 말고 더 큰 목표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 그걸 모르는 이가 어디 있으랴. 다만 알면서도 실천하기 힘든 것이 우리 인생의 모순이 아니던가.

 

이렇게 보면 이 책은 참 별 볼 일 없는 흔한 성공학 개론서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단정하여 말하기엔 긍정적인 측면도 많다. 성공을 열망하는 모든 이들에게 너도 잘 참고 견디면서 미래를 준비하면 성공할 수 있어 라는 희망적 메시지를 주기 때문이다.

 

성공을 꿈꾸는 평범한 사람들을 향해 조나단은 마치 인생을 오래 경험한 선배나 선생님처럼 조용히 충고한다. 아직은 마시멜로를 먹을 때가 아니야, 조금만 더 참고 기다리면 더 많은 마시멜로를 먹을 때가 올 거야. 라고.

 

누구나 성공을 꿈꾸지만 그것을 달성하는 자세한 방법을 일러 주는 이는 별로 없다. 이 책이 지극히 뻔한 성공 스토리를 담고 있음에도 베스트 셀러가 된 이유가 여기 있지 않을까? 모든 이들이 알고 있는 흔한 사실이지만 그것을 아주 쉬운 얘기로 풀어 이야기함으로써 공감을 얻는 것. 그래서 아마 이 책이 몇 달 째 베스트 셀러 목록에 자리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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