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쉼표가 필요할 때 - 베로니카의 동유럽 여행기
김미경 지음 / 넥서스BOOKS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막 여행에 취미를 붙이는 사람이라면 프랑스와 이탈리아, 영국을 포함하는 서유럽 여행을 시작점으로 한다. 서유럽, 동남아, 일본, 중국 등 흔한 여행지를 두루 거친 이들이라면? 남들이 가보지 않은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할 것이다.

 

동유럽은 서유럽, 북유럽 여행을 두루 거친 이들이 뒤늦게 찾는 여행지다. 지금이야 프라하, 부다페스트 등의 도시가 좀 알려져 있어서 많은 이들이 찾지만 십여 년 전만 하더라도 흔한 여행지가 아니었다.

 

공산주의 국가들이어서 규제도 많았고 비행기 경로도 복잡하여 쉽게 찾기 어려운 곳 동유럽. 최근에는 드라마와 패션, 광고 등의 영향으로 동유럽 도시들이 알려지면서 인기 있는 여행지가 되고 있다.

 

동유럽, 가장 먼저 가고 싶은 곳은?

 

동유럽을 찾는 이들이 가장 먼저 가고 싶어하는 곳이라면 체코의 프라하가 아닐까 싶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프라하 도시 전체의 고풍스러운 풍광,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멋들어진 프라하 성. 천년의 고도 프라하는 도시 전체가 아름다운 건축물 전시장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저자가 체코 다음에 찾은 곳은 폴란드다. 일반 여행객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폴란드는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있는 곳이다. 히틀러와 그의 추종자들이 유대인을 학살하고도 모자라서 그들의 머리카락으로 카펫을 짜고 시체로 비누를 만들어 팔았다는 끔찍한 장소. 의외로 이곳 방문객은 유대인과 독일인 한국인 순으로 많다고 한다.

 

유대인은 그들의 처절했던 세월을 잊지 않기 위해서, 독일인은 그들의 잘못을 깨닫고 속죄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제의 만행과 독일의 제국주의를 비교하며 과거를 곱씹기 위해서가 아닐까?

 

음울한 폴란드지만 멋진 소금 광산 관광지도 존재한다. 비엘리치카에 있는 소금광산은 헝가리의 왕 벨라 4세의 딸 킹가 공주가 폴란드로 시집오며 가져온 지참금이다. 이 광산 덕분에 이곳 사람들은 잘 살게 되었고 그녀의 이름을 딴 소금 성당을 만들었다.

 

계단부터 성당 장식물, 조각상, 심지어는 샹드리에까지 소금으로 만들었으니 옛날 소금 광부들의 기술이 놀랍기만 하다. 실제 맛을 보면 모두 짠맛이 느껴진다. 지하 성당 내부는 넓고 울림이 좋아 음악회까지 열린다고 한다. 게다가 호수까지 갖추고 있으니 과연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만하다.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곳일까

 

옛날에는 체코슬로바키아라는 이름이었지만 독립하여 자체 언어와 국기, 정부가 있는 나라 슬로바키아. 이곳도 우리에겐 생소하다. 저자는 슬로바키아의 유명한 국립 공원인 타트라 산을 여행지로 추천한다. 여기는 스키어들에게 유명한 곳으로 코요테, 밍크, 수달과 같은 수많은 희귀 동식물이 서식한다고 한다. 곧게 뻗어 있는 울창한 침엽수림과 반짝이는 살얼음, 눈이 시리도록 맑은 호수는 때묻지 않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전한다.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이라는 노래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강이 도대체 어디에 있는 곳일까 궁금할 것이다. 도나우 강은 독일, 오스트리아를 거치지만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에서 볼 때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헝가리는 역사의 격변을 많이 겪은 나라이어서 여러 문화가 혼재되어 있다. 마챠시 사원이라는 고딕 양식의 독특한 건축물은 13세기에 지어졌고 16세기경 터키에 점령당해 이슬람 사원으로 사용된다. 그 후 다시 가톨릭 교회가 되고 다시 바로크 양식으로 재건축되다 보니 이슬람과 가톨릭의 분위기가 섞여 묘한 느낌을 준다.

 

헝가리의 독특한 문화로 어떤 게 있을까? 헤렌드라는 유명한 도자기 브랜드가 있고 손으로 만드는 칼로처 자수도 유명하다. 그러나 헝가리에 각종 의약품이 발달했다는 사실은 금시초문일 것이다. 비타민 C는 헝가리의 생화학자 알버트 젠트 교르기가 처음 발견했고 그 공로로 노벨상도 받았다.

 

헝가리는 와인도 유명한데 특히 달콤한 향으로 여성들에게 인기가 있다. 저자는 헝가리가 우리보다 훨씬 뒤떨어진 나라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놀랍고 대단한 곳이었다고 감회를 밝힌다. 노벨상 수상자도 많은데 그 중 한 사람이 바로 퀴리 부인이다.

 

동유럽 여행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나라

 

동유럽 여행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나라 하나만 꼽으라면 당연히 오스트리아일 것이다. 아름다운 왈츠의 선율이 흐르는 음악의 도시 빈이 있고,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이 된 아름다운 자연 경치가 있는 나라. 오스트리아에 가면 누구나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 노래를 부르고 싶어진다.

 

빈의 중앙 묘지에 가면 우리가 가장 많이 알고 있고 흠모하는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와 베토벤, 요한 슈트라우스, 브람스 등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잠들어 있다. 이 묘지에는 약 300만의 영혼들이 모여 있는데 이들은 죽어서도 세계적인 음악가들과 함께라니, 묘한 느낌이 든다.

 

마리 앙뜨와네트가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쉔브룬 궁전도 볼 만하다. 어떤 사람은 베르사이유 궁전보다 이곳이 더 화려하다고까지 말하는데, 마리 앙뜨와네트가 왜 그렇게 사치를 좋아하고 아름다운 것만 찾게 되었는지 이해가 될 법도 하다. 자신이 자란 곳의 아름다움을 파리에까지 옮기고 싶었던 앙뜨와네트는 그 욕심으로 비운을 맞이한다.

 

책을 읽으면서 동유럽도 참 볼거리가 많은 곳이란 생각이 든다. 서유럽은 여러 사람들이 찾고 또 그에 관한 여행서도 많다. 동유럽 중 기껏해야 프라하나 빈을 소개하는 책은 봤어도 이렇게 다양하게 이곳저곳을 다 전하는 여행서는 오랜만이다. 책에 나오는 작은 지방도 모두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