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청와대에선 무슨 일이? - 권불십년
송국건 지음 / 네모북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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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언론 개혁 의지와 관련하여 일부에서는 언론 탄압이네, 정보 폐쇄네 말이 많다. 이런 말들이 나오게 된 데에는 ‘청와대’라는 곳이 밀실이자 경호의 대상이라는 ‘폐쇄성’에 근거한다.




폐쇄적 공간의 상징인 청와대 안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평범한 시민들은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궁금할 때가 많다. 책 <도대체 청와대에선 무슨 일이?>는  금지의 구역이 청와대의 속사정을 그나마 시원스레 풀어 놓는다. 물론 책에도 언급되지 않는 온갖 이야기들이 청와대를 배경으로 하여 난무할 테지만 말이다.




저자는 정치부 기자 생활의 절반 가까운 8여 년 동안 청와대 담당 기자로 일하면서 이에 얽힌 일화를 이야기한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정권 교체 동안 청와대도, 청와대 사람들도 많은 변화를 거쳤다. 그 변화의 모습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가고 있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청와대 비서실만 해도 그렇다. 전에는 비서실장이라고 하면 대통령의 완벽한 오른팔로 일하며 절대 권력을 상징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통령과 가장 가까이에서 일하다 보니 그의 심중을 제일 먼저 이해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청탁과 권위의 상징이기도 하다. 어떤 비서실장의 경우는 자신이 마치 대통령인 양 아랫사람들을 호령하고 온갖 청탁의 끈이 되기도 했다고 한다.




경호실은 어떨까? 대통령 대신 죽는 연습을 한다는 경호실 사람들은 그야말로 대통령에 대한 충성을 토대로 한다. 대통령의 이동 경로나 근황 등을 가장 잘 알고 있지만 어디에도 누설할 수 없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에 이발사와 같은 운명이다.




대통령이 세상 돌아가는 일을 어떻게 알까? 지금의 노무현 대통령은 인터넷을 자주 이용하면서 민심과 언론의 동향을 파악한다고 한다. 대통령이 주로 접하는 정보는 국가정보부, 경찰 정보 보고, 직속 기관들의 보고를 통해서 얻는다. 국가정보부는 정권의 감각 기관이어서 늘 세상에 대한 촉수를 곤두세우지만 실제 대통령에게 전달되는 정보는 매우 제한적이라고 한다.




그러니 책상 앞에 앉아 수집된 정보만 보고 들은 대통령이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일이 허다할 수밖에 없다. 저자에 따르면 유신정권으로 비난을 받았던 박정희 대통령도 그렇게까지 독재자적 성격을 갖지는 않았다고 한다. 다만 그의 눈과 귀를 어둡게 하는 주변 인물들의 잘못된 정보 보고로 세상의 민심을 읽지 못하여 엉뚱한 방향의 길을 걸었을지도 모르겠다.




대통령 다음의 우리나라 최고 권력은 국무총리다. 국무총리는 국가 원수의 위기 시 업무를 대행하는 막중한 역할을 책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권력은 대통령에 비해 매우 약하다. 기껏해야 대통령과 함께하는 국무회의를 주관하는 정도. 저자에 따르면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실세 총리인 반면 어떤 총리는 이름만 걸어 놓고 실무적인 차원에서 뒷전에 머무른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재미있는 건 국무총리를 지낸 인사들이 모두 대권에서 실패했다는 사실이다. 김종필, 이홍구, 이수성, 박태준, 이한동, 이회창 씨 등 모두 6명이나 되는 전직 국무총리가 대권을 노렸지만 모두 실패했고, 현재 고건 전 총리와 한명숙 전 총리가 대권주자로 거론되지만 그다지 주목받지는 못하고 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현 참여정부 청와대에는 유난히 ‘튀는 참모’들이 많다고 한다. 예를 들면 대학 그룹사운드 출신의 비서관이라든지 가족 모두가 무술 사범인 비서관 등 독특한 경력의 사람들이 많다. 게다가 386 운동권 출신 인사를 대거 영입하는 바람에 청와대 직원들의 연령층이 대폭 낮아진 것도 노무현 정권의 특징이다.




대변인에 관한 재미있는 일화도 많다. 저자는 “사실 참여 정부 청와대는 ‘대변인 복’이 없는 편”이라고 말한다. 초대 송경희 대변인부터 워치콘과 데프콘을 혼돈하여 국가적 위기를 야기할 수 있는 위험한 발언을 하는 등 실수가 많았다는 것이다. 그마나 후임인 윤태영 대변인이 참여 정부에서는 성공한 대변인에 속한다고 한다.




대통령의 연설문은 도대체 누가 쓰는 걸까? 대한민국의 최고 필력가로 꼽히는 ‘고도원의 아침편지’의 고도원 씨는 오랜 기자 경력 끝에 김대중 대통령의 연설문을 쓴 걸로 유명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연설비서관이 써 준 원고를 무시하고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밝히기 일쑤인데 이런 거친 화법이 두고두고 화제가 된다.




연설을 잘하는 대통령을 꼽으라면 단연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을 들 수 있는데 그 말하기 방식에서 둘은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김대중 대통령의 경우는 원칙에 충실한 편이어서 쓰인 연설문의 토대에 맞게 이야기를 끌어간다. 하지만 준비가 철저하여 연설 전에 자신이 꼼꼼히 원고를 검토한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자기 생각이 아주 강하고 논리적인 토론을 좋아하여 이야기 방식 또한 토론을 유도하는 스타일이다. 이런 방식을 두고 “말싸움하기 좋아하는 대통령”이라는 비난도 많이 받지만 그가 평소 갈고 닦은 지식과 정보의 양을 생각한다면 그걸 무시하기도 어렵다. 일상 중에 철저히 준비하고 공부하여 자신의 말하기 방식을 굳혔다고 할까.




이 책을 읽다 보면 대통령은 아무나 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한 나라를 이끌어 가는 최고 지휘관인 만큼 자타 공인하는 ‘내공’이 필수적이다. 대선을 앞두고 갑을공방이 난무한 현 시점에서 차기 대선주자들은 어떤 내공으로 이 자리에 대한 승부수를 걸고 있을까? 그들의 능력은 국민들의 판단이라는 잣대로 충분히 검증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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