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아이를 화나게 만든다 - 부모와 자녀의 심리 비교 분석
이정숙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아이를 키우다 보면 가끔 “아니, 도대체 우리 애가 왜 이럴까?” 하고 걱정이 들 때가 있다. 세 살인 딸아이의 경우 자기 뜻대로 잘 안 되면 으앙 울음을 터트리려고 한다. 고집이 있고 자기 욕심이 강한 성격이라 그런 것 같은데 어떻게 이끌어 주어야 할지 고민이 다.


책 <부모가 아이를 화나게 만든다>는 이처럼 아이 다루기에 고민이 많은 부모를 위한 책이다. KBS 아나운서를 역임하고 현재 사내 커뮤니케이션 향상 교육을 위탁 진행하는 회사의 대표로 있는 이정숙 님이 쓴 것으로 아이와 올바르게 대화하는 방법을 안내한다.


저자는 부모가 자녀의 사고 특성, 생리적 특성, 상처받는 이유, 반항하는 이유 등을 알고 대처하면 부모가 어느 정도 무리한 요구를 하더라도 아이들이 그것을 흔쾌히 받아들인다고 말한다. 부모들은 아이의 반항 이유를 생각해 보지도 않은 채 자기 주장을 고집할 때가 많다.


아이에 따라 성격이 다 다르기 때문에 부모가 해주어야 할 방법도 각각 다르다. 어떤 아이에게는 많은 격려가 큰 도움이 되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다그치고 강요하면 반발심만 더하는 아이도 있다. 문제는 부모가 아이 성격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의 방식을 고집하는 것이다.


튼튼한 엄마에 비해 몸이 약한 소혜는 집에 오면 좀 쉬고 싶다. 하지만 엄마는 무슨 애가 집에만 오면 드러눕느냐고 야단치기 일쑤다. 소혜 자신도 더 활동적이고 의욕적으로 지내고 싶지만 몸이 안 따라 주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럴 때에 엄마가 아이의 상태를 잘 관찰한다면 아이가 학교 일로 지치고 피곤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아이들은 조금만 자기 자존심이 무너지면 그것을 반항으로 나타낸다. 어른들은 사회생활을 통해 자존심을 통제하는 능력이 생겼지만 아직 미성숙한 아이들에게서 자기 절제와 통제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아이의 자존심을 건드리며 부모의 생각을 고집한다면 분명 반항과 대화의 단절을 경험할 것이다.


한창 재미있게 만화를 보고 있는 아이에게 엄마가 잔소리를 늘어놓으며 방해를 하면 아이는 화가 나서 엄마 말이 옳다는 것을 알면서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한다. 이럴 때는 아이가 만화책을 다 볼 때까지 기다린 후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 더 좋다. 아들이 만화책에 몰두할 때마다 잔소리를 하면 아이는 엄마의 말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인다.


일단 기분이 상하면 상대방의 호의적인 마음으로 전하는 충고나 조언도 무시하게 된다. 만화책 보는 아이에게 양서를 권하고 싶다면 먼저 만화책을 다 읽을 때까지 기다린다. 그리고는 간단하고 직접적인 말로 부모의 생각을 전한다. 아이도 무엇이 옳고 그른지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엄마가 진심으로 전하는 충고는 마음 깊이 받아들일 수 있다.


하찮아 보이는 아이의 사생활도 인정해 주어야 한다. 여섯 살짜리의 사생활은 고작 자기가 아끼는 장난감을 감추는 것, 자기가 좋아하는 친구를 밝히기 싫어하는 것 등이다. 부모 눈에는 사소해 보이는 이런 일들이 아이에게는 매우 소중한 일이다. 그걸 인정해주지 않으면 아이는 영역을 침해당한 짐승처럼 사나워진다.


특히 이 나이의 아이들은 부모에게 대항할 힘이 부족하기 때문에 정면 대결보다는 부모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떼쓰고 소리 지르고 우는 방식을 선택함으로써 부모의 항복을 받아낸다. 좀 더 자라면 일기장, 홈페이지, 휴대폰 문자 메시지 등이 사생활 보호 대상으로 편입된다. 아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런 영역들을 부모가 관리한다는 생각에서 침해하지 말아야 한다.


아이들은 부모가 횡설수설하여 말의 주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거나, 부모의 행동이 이랬다저랬다 하여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으면 부모의 말을 가볍게 듣는다고 한다.


가령 어린 아이가 밤마다 늦게까지 자지 않고 칭얼거리면 부모는 입으로는 자라고 말하면서 같이 놀아주기 쉽다. 그러면 아이는 자라는 것인지 놀아도 된다는 것인지 판단할 수 없어 밤이 늦어도 자지 않고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한다. 이럴 때 부모가 자신의 원하는 바를 분명히 전하려면 원칙을 세우고 그에 따르지 않으면 보채도 모른 척해야 한다.


부모의 말에 권위가 서려면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데 많은 부모들이 이를 지키지 않아 아이를 혼란에 빠뜨리고 갈등을 일으킨다. 공부하라고 해 놓고서 심부름을 이것저것 시킨다던가, 일찍 자라고 해놓고서 부모는 텔레비전을 보며 늦게 잔다면 아이는 부모에 대한 존경을 잃는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아이를 최대한 이해하고 간결한 대화를 통해 아이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일이 중요함을 새삼 깨닫게 된다. 하지만 책에서 말하는 대로 잘 실행할 수 있는 부모가 얼마나 있을까. 이래서 부모 되기의 어려움을 다시금 느낀다.


아이가 커가면서 아이와 다툴 일도 많아진다는데 그럴 때마다 부모는 혼란을 겪을 것이다. ‘나는 과연 잘하고 있는 걸까? 아이를 이렇게 교육해도 되는 걸까?’ 이런 의문 없이 부모가 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아이를 잘 관찰하고 그 마음을 읽으면서 대화로 갈등을 해소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좋은 부모가 되는 최고의 지름길이 아닐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