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곰순이 잠 좀 재워 줘 - 꿈의동물원 3
재미마주 엮음 / 길벗어린이 / 1995년 7월
평점 :
절판


 

아이가 자라면서 좋아하는 책도 점점 달라진다. 언어의 폭발기라는 18개월 이후의 아이에게는 약간의 글자와 스토리가 있는 책을 읽어주면 좋다. 외국은 북 스타트 운동이라고 하여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이야기를 읽어주며 백일도 되기 전에 첫 책을 접하게 한다.


이렇게 일찍부터 책을 접한 아이는 저절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자란다. 밖에서 뛰어 놀며 다양한 체험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집에서 여러 종류의 책을 보면서 세상에 대한 간접 체험을 얻는 것도 필요하다. 아이는 책을 통해 얻은 지식과 정보를 실생활과 연관시키며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를 키워 나간다.


특히 잠잘 때 들려주는 이야기(Bed-time Story)라고 하여 아이가 쉽게 잠을 청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은 집집마다 한 두 권 씩 꼭 갖고 있다. 21개월로 접어드는 우리 아이가 돌을 전후하여 가장 좋아했던 책들 중에도 바로 이 ‘베드 타임 스토리 북’이 포함되어 있다.


길벗어린이의 <누가 곰순이 잠 좀 재워 줘>라는 책은 각 페이지마다 겨우 한 문장이 적혀 있는 아주 단순한 그림책이다. 아들 윤재를 위해서 서양화가인 이강화 씨가 그림을 그렸고 재미마주라는 기획팀이 글을 썼다. 그림책 전문 작가가 아닌 서양화가의 그림이라 좀 어려울 것 같지만 의외로 아이는 이 책을 굉장히 좋아한다.


“윤재를 위하여... 너와 함께 처음 동물원을 갔다 온 그 날을 잊을 수가 없단다. 그 동안 내 그림 속에 빠져서 정작 네가 좋아하는 동물을 그려 준 적이 없었구나. 동물들의 모습과 자연의 환상적인 색을 정직하게 그려 보았어. 내 그림 속에서 네가 꿈의 동물원은 신나게 여행했으면 좋겠어.”


아들에 대한 아빠의 사랑이 듬뿍 담긴 그림은 매우 사실적이면서 유화 특유의 붓 터치가 그대로 살아나 시선을 끈다. 그림의 느낌은 밤을 배경으로 하여 어둡다는 생각이 드는데 유화의 거친 표현과 어두운 배경도 아이에게는 색다른 체험일 수 있다. 늘 화려한 그림책만 접하는 것보다 이렇게 특색 있는 그림책을 보여 주는 것도 좋을 듯하다.


“어떻게 해야 곰순이가 잠을 잘까?

여우가 유모차를 태워 주면 잠이 들 거야. 그래도 눈이 말똥말똥한데.

부엉이 아줌마가 책을 읽어 주면 잠을 자겠지. 그래도 안 졸린 것 같은데.

박쥐의 멋진 서커스를 보고 나면 잠이 올 거야. 너무 신이 나서 잠이 안 오나 봐.

그러면 원숭이의 바이올린을 들려 줘야지. 그래도 안자면?

호랑이한테 물어 가라고 할 거야. 아니야. 곰순이는 엄마 품에서 벌써 잠이 들었는걸.”


이렇게 끝이 나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엄마 품에서 잠이 든 아가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나타나는 동물들의 모습에 아이는 눈이 똥그래진다. 자기가 좋아하는 여우, 부엉이, 원숭이가 하나씩 나타나선 곰순이를 재우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재미있나 보다.


책의 끝에서 눈을 감고 있는 곰순이와 아이의 모습은 우리 아이를 편안한 잠자리로 유도한다. 18개월 이후의 아이는 책에 나오는 대상이나 엄마, 아빠와 자신을 동일시하거나 행동을 모방하며 즐거워한다. 아이는 책 속의 주인공인 곰순이와 엄마 품에서 잠든 아가가 되어 행복한 잠을 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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