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에 대하여 - 여성학자 박혜란 생각모음
박혜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믿는 만큼 자라나는 아이들>이라는 교육서와 가수 이적 군의 어머니로 잘 알려진 여성학자 박혜란씨가 나이들어간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은 에세이집을 출간하였다.

항상 건강에 자신 만만하던 자신이 건강을 잃고 고생하면서 느낀 생각들과 나이가 드는 것에 대한 단상들을 모아 박혜란 표 어조로 소박하고 진솔하게 이야기하고 모아 놓은 책이다.

많은 사람들이 기를 쓰고 늙음을 밀어내 보지만, 늙음이라는 것이 서서히 삶으로 젖어 드는 모양이다. 저자의 표현으로 “우리는 그저 계속 늙어가고 있을 뿐이다.” 거부할 수 없는 삶의 연속에 불과한 나이 든다는 것이 요즈음을 살아가는 우리 나라 여성들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저자는 우리 나라의 나이든 여성들이 나이로 인해 많은 제약을 받고 있음을 텔런트 김혜자씨의 예를 들며 이야기한다. 김혜자씨는 자신의 이야기가 신문에 나올 때마다 괄호 속에 쓰인 나이 때문에 연기 폭의 제약을 받게 된다고 한다. ‘김혜자(43)’이라는 나이 표현이 그녀의 연기를 40대의 가정 주부로 구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예는 우리 나라의 여성들이 얼마나 나이의 구속을 받으며 그로 인해 사회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는지를 보여 준다. 그래서인지 우리 나라의 여성들은 가정에 대한 사랑과 애착이 강하게 표출되어 왔다. 그들은 사회 생활에서 꺾인 날개를 가정에서 펼쳐 보이며 자신들의 자아 실현을 자식들의 성공이나 남편의 출세 등을 통해 대리 만족한다.

우리 나라 여성들의 이러한 눈물겨운 노력은 가끔 지나치게 변질되어 과도한 교육열이나 자식들에 대한 잔소리, 능력에 어긋나는 기대감 등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그러다 아이들이 출가하여 하나 둘 떠나가면, 텅 빈 집을 지키고 있는 자신을 돌아 보며 허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그녀들은 외롭다.

씩씩한 엄마, 믿는 대로 아이들을 키웠던 박혜란씨도 그러한 허무감을 느끼는가 보다. 그러한 허무감을 남편과의 돈독한 우애나 다른 친구들과의 우정을 통해 극복해 보려 하지만, 그것도 나이가 들면서 어려워진다고 말한다. 나이가 들면서 사랑이나 우정에 대한 열정도 삶에 대한 치열함도 조금씩 사라지고, 상실된 건강과 편협한 마음이 자리를 잡게 되는 노년.

젊었을 때는 인생이란 게 예측이 가능하고 치열해야 하며 즐거워야 한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저자는 점점 나이가 들면서 이러한 생각들이 많이 사라지게 된다고 말한다. 조금 덜 치열하게 살아도 될 것을 우리는 너무나 빠듯하게 무언가를 이루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 잡혀 살고 있는 것을 아닐까?

저자는 노년을 맞이하며 얻게 되는 여러 가지 깨달음들을 매우 일상적이고 신변잡기적인 자신의 이야기들을 통해 전달한다. 만약 이 책을 읽는 당신이 한국의 일반적인 한 여성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면 그녀의 소박하고 진솔한 이야기들에 많은 공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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