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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덩이 ㅣ 창비청소년문학 2
루이스 새커 지음, 김영선 옮김 / 창비 / 2007년 8월
평점 :
무슨 제목이 그런가, 구덩이라니! 구입은 했는데 심오한 제목이라 선뜻 읽고 싶지 않았다. 한참을 뒹굴리다가 잡고 읽게 되었는데, 심상치가 않았다. 소년원이라? 평소에 좀 따돌림을 당하는가 싶은 한 아이가 신발 때문에 그것도 누명(그야말로 하늘에서 떨어진 신발을 주웠다는 이유로)을 쓰고 죄 값?을 받으러 캠프를 떠나듯 사막 가운데 있는 소년원에 갇히게 된다.
(책을 읽으면 바로 쓰기를 해야 한다. 아무리 읽을 때 감흥이 많아도 바로바로 기억을 살려놓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것 같다. 읽은 지 좀 지나서 기억을 되살리자니 쉽지가 않다......)
아무튼 벌을 받기 위해 떠난 곳은 다름 아닌 구덩이를 파야만 하는 일 하는 곳이었다.
보기에는 쉬울 것 같은데, 하루에 한 구덩이 파기. 그 구덩이를 파기만 하면 그날은 쉬어도 되었다. 하지만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딨나. 구덩이를 파면 그냥 둥그런 텅 빈 구덩이만 생기는가. 아니었다. 없던 흙도 있었다. 시간과 땀과 인내와 피나는 힘이 들어가야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왜 하필 구덩이를 파는 일을 해야 했을까. 그저 단순히 마음을 수련하기 위함이었던가. 처음엔 나도 그런 줄 알았다. 구덩이를 파다보면 어느새 마음에 성전 같은 구덩이를 만들어놓는 것이겠거니. 그러나 그것은 절대 보기 좋으라고 파는 구덩이가 아니었다.
그 구덩이 파는 일을 감독하는 소장은 특이하게도 빨간 매니큐어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누구든 마음에 안 들면 독이 든 그 것으로 죽~ 그어버리는. 이상한 성격의 소유자. 엽기적인 그 소장은 구덩이를 파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는데 그것은 오래전 어딘가 묻혔을 가방(그것은 사실 소년의 할아버지 가문의 대에서 잃어버린 것?)때문이었다. 그야말로 눈에 불을 켜고 찾고 있었다. 이야기들이 복잡한 것 같으면서도 읽기 쉽게 그려나가는 작가의 능력이 돋보인다. 사이사이 그냥 넘어가지 않는 이야기 속의 이야기들이 더 재미있다. 읽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처음에는 아무런 힘도 능력도 없어 보이던 아이들이 서로 부대끼면서 경계하면서 지내다가 조금씩 마음을 열고 드러내기도 하는 가하면 여전히 또 살아남기 위해 머리를 쓰는 아이도 있다. 감옥이라는 이미지가 그렇듯 벗어나게 만드는 일도 생긴다. 그래서 소년은 탈출을 시도한다. 사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도망이었다. 잠깐의 도피. 하지만 삶이란 언제나 기회이다. 어떤 순간이든 일이든 그냥 있는 것이 아니란 생각을 하게 된다.
읽으면서도 내심 와~ 이렇게 잘 쓰다니, 어쩜 이리도 재미가 있을까 할 정도였다. 담백한 문장에 빈틈이 없는 구도와 짜임새, 흥미진진한 사건들, 개성 있는 캐릭터들. 도마뱀이 물어도 죽지 않은 것은 양파를 먹어서일 거라고 짐작을 하며 읽었는데 과연 그랬다. 아무튼 독자로 하여금 읽는 재미를 마음껏 누리게 하는 것 같다. 읽으면서 추리를 하는 것도 재미있지 않은가. 작가의 능력이리라.
맨 마지막에서는 정말 시원했다. 위태위태 아슬아슬 했는데 그 순간을 반전으로 보여준 점 역시 좋았다. 아이들의 심리를 계속 유지 하면서 그 속에서 사건을 이끌어가는 솜씨 또한 본받을 만하다. 전설적인 (연애담) 이야기 속에 모험과 추리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그리고 역시 노동은 사람을 튼튼하게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책이다. 그 튼튼함이면 무엇이든 못할 것이 없는 것이다. 은근히 다양한 문제 거리를 제공하는 이 책은 특별한 웃음과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고도 남는다.
*소년이름 (스탠리)
*2007 s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