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의 문자 훈민정음

28자로 이룬 문자혁명 훈민정음 ㅣ 나의 고전 읽기 9
김슬옹 지음, 신준식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7년 7월

  
이 책은 훈민정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훈민정음은 모든 알파벳이 꿈꿀 수 있는 최고의 알파벳이라는 찬사를 받을 만하다. 그 훈민정음의 탄생 배경과 동기 그리고 그 역사의 흐름까지도 이 책 속에서 읽을 수 있다. 그동안 알고 있었던 짤막한 지식으로부터 해서 방대한 맥락을 아우를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책. 그야말로 자세히 들여다본 현미경과 망원경 같은 책이다. 그렇다고 해서 딱딱한 책이냐, 그렇지 않다. 도표화 된 세세한 그림도 있고 낱낱이 파고든 흔적도 역력하여 좋은 자료이자 정보가 되기도 하며  한편으로는 역사의 흐름을 읽듯이 부드럽게 훈민정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철학적인 향기가 묻어나는 책이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어떤 책인가로 시작하는 프롤로그를 읽고 나면 문자혁명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훈민정음은 모든 계층을 연결하고 백성을 교화하는 역할을 하는 문자였다. 특히 책을 통해 백성을 깨우치려고 한 걸 보면서 역시 책만큼 좋은 본보기가 없겠구나 싶은 것이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독서를 권하는 것은 잘하는 일이라는 결론을 얻게 된다. 죄를 막기 위한 법령, 농사 지식을 가르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 문자......역시 대단한 발상의 문자다.

세종은 그런 문자를 만들기에 적합한 언어학자이자 뛰어난 조직가였다. 게다가 음악적인 감각도 있어서 작곡가였고 기획자였단다. 한마디로 음악 마니아였다고 한다. 그런 실력과 능력을 갖춘 세종에게 과학의 발달과 보편성을 확보한 훈민정음이 온 것이다. 인쇄술을 사랑하고 문헌 보급정책에 기반을 둔 것이 훈민정음을 만들고 알리기에 좋은 역할을 한 것은 뻔한 일이다. 그런 실질적인 문화적인 바탕이 있어서 새로운 문자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세종은 참 대단한 왕이었음을 한눈에도 알 수 있다. 역사가 세종을 만들었지만 그것은 세종이 역사를 두려워하고 역사를 제대로 알고자 했던 것이기에 가능했단다. 역사의식이 투철하였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렇듯 세종은 시대를 초월한 사상가이자 통합학자였으며 시스템을 잘 이용하고 이끈 진정한 지도자였다고 이 책은 말한다. 

훈민정음을 도운 공로자들도 많다. 최만리 반대 상소 덕에 더욱 자세히, 훈민정음 창제과정이 드러나기도 하였다. 창제는 세종이 했지만 최종 완성은 세종과 수많은 사람들, 넓게 보아 역사가 가능하게 했다고 한다. 훈민정음을 만든 원리와 풀이로 본다면 훈민정음은 곧 자연이요 과학인데, 이런 훈민정음 발전의 원동력은 역시 모든 계층의 힘이었단다.

그 덕에 우리는 지금껏 한글을 편히 사용하는 것이다. 우리가 소중함을 알고 아껴 쓰고, 발전을 시켜야할 책임이 있는 문자다. 이렇게 좋은 문자가 또 어디 있나. 나는 솔직히 영어보다 한글이 훨씬 더 좋다. 말해서 무엇 하랴. 다른 이유 다 저버리고라도 한글이 세계의 문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좋은 문자는 다 알리고 함께 쓰는 것이 마땅한 일이다.

컴퓨터에서 휴대폰에서 자연스럽게 우리의 문자 한글을 만나는 세상이 되었다. 한글의 꿈! 기대해 본다. 훈민정음은 조화의 문자라고 하지 않았는가. 훈민정음은 빅뱅의 문자라고도 하였다. 한글의 주인은 이제 곧 인류의 주인이 되어야 마땅하다. 그것은 정보화시대를 맞은 우리가 이루어야 할 최고의 숙제인 듯 하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자부심과 뿌듯함에 괜히 기분이 좋았다.

* 2007 s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