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상자가 아니야'를 읽고 -베틀북,아트아네트 포티스 글그림, 김정희옮김, 8000,2007.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림책
요즘 어떤 시인의 시집을 읽고 있는데 그 시집이 바로 상자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생활속에서 상자는 많이 보아왔지만 그렇게 그 시인이 말하는 것처럼 상자라는 소재가 다양한 줄 몰랐다. 그러고보면 이 세상 전체가 전부 상자인것 같고 우리는 상자 속에서 태어나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상자 라는 말 속에 상자라는 이미지 속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는 것이다.
상상이라는 것은 바로 그런 것 같다. 무엇이든 다 상자가 될 수 있지만 또 무엇이든 상자가 될 수 없다는 것. 모든 것은 다 생각하기 나름이니까. 그것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른들의 상상력도 좋지만 아이들의 상상력 또한 대단한 것이어서 아이들은 모든 사물을 그냥 바라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아이에게 던져진 상자 하나는 그냥 단순한 상자가 아닌 것이다. 이 책의 제목 처럼 그야말로 '이건 상자가 아닌 것'이다.
아이들의 놀이를 잘 관찰해보면 그 이론은 금방 알 수가 있다. 무엇이든 다 그렇게 바라본다는 것이다. 아이에게 들어간 물건 하나하나는 그냥 물건들이 아닌 것이다. 고정된 시각으로 바라보지도 않는다. 그 대상은 수시로 의미가 달라진다. 무엇이었다가 무엇이었다가 무엇이었다가. 상황에 따라 시간에 따라 기분에 따라 아이의 반응은 달라진다. 자주자주 변하는 것이다. 꼭 그것 하나여야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이 책은 대화로 되어있지만 말이 많이 없다. 그냥 그림이 다 말을 대신 하고 있다. 어른들은 어떤 대상을 바라볼 때 고정적인 시각으로 대할 때가 많다. 이른바 고정관념일 때가 허다하다. 그래서 이름이 모든 것을 대신할 때가 많다.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다. 토끼 한마리가 상자를 가지고 놀고 있다. 상자 속에 들어가 있다. 그래서 물어본다. 상자 안에서 뭐하냐고. 그랬더니 토끼가 놀라면서 상자가 아니라고 한다. 토끼는 자동차를 생각한 것이다. (읽다보면 자연스레 토끼는 아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아이는 상자가 아니라고 하는 데도 어른은 계속 상자에 왜 올라갔니, 상자에 물은 왜 뿌려, 상자를 뒤집어 썼구나, 아직도 상자를 가지고 노는구나, 그렇게 계속 상자라는 이름을 붙여서 아이에게 말을 건다. 그런 어른의 질문에 아이는 계속 상자가 아니라고 부인을 한다. 그럴 수밖에. 아이가 상자 위에 올라갔을 때는 산 정상에 올라가 깃발을 꽂고 환호하고 있는 중이었다. 상자에 물을 뿌린 건 소방관이 되어 건물에 난 불을 끄고 있었던 거였다. 상자를 뒤집어 쓴 건 로보트였기 때문이다. 어쩌면 애초부터 아이에게 상자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어른이 아직도 상자를 가지고 노냐고 물으니까 아이는 상자가 아니라고 큰 소리까지 친다. 그제서야 어른은 알아들었다는듯 상자가 아니면 뭐냐고 묻는다. 아이는 바로 답을 못한다. 왜냐면 아이의 머릿속은 그 순간에도 상자가 다양한 형태로 변하고 또 변하고 있었으니까. 아이는 고민을 한다. 상자를 깔고 앉아서. 변신중인 상자에 대하여. 그리고는...... 상자는 꿈의 마법사라고 말한다.
아이들에게 많은 장난감은 그냥 단순한 장난감이 아닌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무엇이든 다 장난감이 된다. 상자 하나가 그렇게 많은 것으로 바뀌어서 아이를 즐겁게 하고 신나는 시간을 만들어준다고 생각을 하니 놀이가 곧 교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한한 상상력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 장난감을 통하여 새로운 놀이를 개발해내는 아이들. 그러고보면 아이들은 노는 것이 배우는 것이고 잘 노는 것이 건강한 것이며 상상력 있고 창의력 있는 아이로 자라나게 하는 지름길인 것만 같다. 많이 많이 놀게 해줘야 겠다. 아이들에게는 노는 것이 최고 아니겠는가. -노는 게 제일 좋아!-
*2007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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