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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S. E. 힌턴 지음, 신소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07년 2월
평점 :
‘아웃사이더’를 읽고 -S.E.힌턴 지음, 신소희 옮김, 문예출판사. 2004. 9800.
기대 이상으로 이 책은 너무나도 전율케 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자칭 문제아라 칭하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패거리 깡패라고 생각하는 아이들. 아홉 열 살부터 담배를 피워도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곳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이야기다. 현재 포니는 나이 열 네 살인데 자기는 식구들 중에 골초라고 한다. 담배를 입에 달고 사는 아이다. 그런데 그런 아이가 사는 곳에는 부유한 아이들과 가난한 아이들 두 층으로 나뉘어져 있다.
느닷없는 싸움이 일어났고 누군가 죽고 도망을 쳐야하는 상황이 전개된다. 어쩌면 그것은 싸움을 즐기는 아이들의 결과? 였는 지도 모르겠다. 그 싸움은 끝까지 결판을 짓기로 한다. 어느 한 쪽이 져야만 하는 싸움. 누군가는 죽어야만 해결이 나는 싸움. 결국 어떻게 되는가?
자니와 포니가 낡은 교회 안에 숨어들어 머리를 자르고 책을 읽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그렇게 감동적으로 분위기를 이끌다니. 아이들이란 어떤 상황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낭만을 연출하는 구나 싶었다. 공포와 두려움과 떨림이 존재하는 그 초라한 그 장소에서도 아이들이라는 이름하나로 유난히 맑고 순수한 영혼을 빛내는 순간이었다. 황금빛 노을을 바라보고 프로스트의 시를 생각할 줄 아는 마음. 너무 멋지고 아름답지 않은가. 나는 반해버렸다. 아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아이들.
불이 났을 때 두려움도 잊고 신이 나서 어린애들을 구하던 그 모습. 신들린 것처럼 신바람이 나서 아이가 아이들을 구했다. 14살 17살이면 아직 덜 성숙한 나이다. 무엇을 하여도 성미에 차지 않는 나이. 그런 욕구불만으로 가득한 아이들이 자기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데 그래서 주변에서 머뭇거리는데 그런 아이들이 어린 동생들의 생명을 구했던 것이다. 기특하지 않은가. 대단하지 않은가.보기에는 패거리들과 모여 다니고 싸움이나 하며 담배나 피워대워 대는 것 같지만 생명을 귀하게 여길 줄 아는 아이들이다.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아이들이다.
실상 다를 바가 없다. 있는 자와 없는 자. 누가 이분법적으로 아이들을 나뉘어 놓았는가. 가진 게 많다고, 가진 게 좀 없다고? 그래서 아이들은 스스로 ‘소셜’이라고 부르고 ‘그리저’라 했다. 서로 다른 계급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둘 다 비슷한 비행청소년이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냥 좀 문제가 있는 청소년들. 비슷한 고민과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청소년들. 굳이 그렇게 갖다가 붙이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아마도 싸우지 않으면 그 둘의 명칭은 무의미해질 것이다.
아이들은 차츰 자기들을 알아간다. 무엇이 헛되고 헛된 것인지를. 다 나름대로 문제를 갖고 있고 싸우는 것이 지긋해지고 있음을. 술만 먹지 않았으면, 몰려다니지만 않았으면, 싸움만 하지 않았으면, 좀더 누군가 안돼 라고 막아주었더라면....깊이 생각들을 하게 된다. ‘그리저’라고 해서 못할 것이 없다. 의리도 있고 용기도 있고 아는 것도 많고 목숨을 구할 줄도 아는 것이다. 자니는 큰 부상을 입고 생명이 위태롭게 되었다. 매스컴에 착한 일을 한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났다. 살인을 하고 도망을 다니게 되었고, 정당방위라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또 맏형이라는 존재는 그렇다. 더구나 부모님이 다 돌아가시고 나면 맨 맏이가 부모님 대신으로 살아야 한다. 그러니 맏이는 누구보다 엄해야 하고 나약한 동생에게는 힘을 주는 형이 되어야 한다. 동생들 앞에서는 눈물도 보이면 안 된다. 데니는 소다나 포니에게 그런 존재였다. 포니는 데니형이 자기를 미워하는 줄 알았는데 실은 그게 아니었다. 누구보다 포니를 사랑하고 있었다. 포니가 며칠 만에 돌아왔을 때 둘이 만나는 장면은 정말 눈물겨웠다. 감동의 물결. 이 세상 모든 형들이나 누나, 언니들이 동생을 생각하는 마음이리라.
집안에서는 골칫거리인 아이가 밖에서는 매력도 있고 용기도 있어 보이며 인기가 많고 좋아하는 대상이 될 수 있다. 자니나 밥이 그랬다. 밥은 너무 귀하게 오냐오냐 키워서 늘 술만 먹으면 꼬장을 부리는 스타일로 변했고, 자니는 아버지의 폭력, 어머니의 무관심 정도가 자니로 하여금 말이 없는 아이 얌전한 아이가 되게 하였고 집을 싫어하게 만든 것 같다. 그런데도 밥을 좋아하는 체리가 있었다. 자니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다. 폭력적이고 냉정하고 빈틈이 없는 것 같은 랜디도 사실은 영웅처럼 따르는 애들이 있다. 누구를 못나고 잘났다고 하기엔 아이들이 나름대로 개성이 있고 다 존중받아 마땅한 인격체를 가진 아이들이라는 점이다.
패거리들의 싸움에도 철학이 있었다. 어떤 아이는 재미로, 어떤 아이는 증오심으로, 어떤 아이는 자존심 때문에, 어떤 아이는 유대감 때문에, 어떤 아이는 자기방어를 위하여....싸우는 이유가 다 있다. 그냥 싸우는 줄로만 알았는데 아니었다. 이유 없는 싸움은 없었다. 읽다가 보면 이 책은 정말 장면 장면이 어떤 영화를 보는 것 같다. 흰 칼라를 제대로 세우고 있는 무리들과 허름한 옷차림을 하고 있는 무리들. 주먹세계의 어떤 대결 구도 같은 것. 거기에는 꼭 여자도 등장을 하는 그래서 꼭 죽음을 부르는 잔인함. 의리와 용기, 자존심의 대결 같은 것이 있다. 그리고 이야기의 끝에는 꼭 비극이 도사리고 있다. 그래야 이야기가 끝나는 듯.
그렇지만 이런 세계에도 따스한 인간의 마음이 깃들어 있고 감동이 있고 눈물과 웃음이 있었다. 어디에도 사람 사는 것은 비슷했고 고민도 갈등도 그러하였다. 읽으면서 청소년기에는 꼭 어른들의 도움이 적극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어쨌든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선택을 하고 나아가기에는 뭔가 부족한 것이 있다는 것. 그것을 어른들이 채워야할 부분이라고 느꼈다. 어느 정도는 간섭을 하고 관심을 갖고 때로는 아니라고 말을 해주고 이쪽으로 가라고 인도도 해줄 줄 아는 어른들의 도움. 아이들은 스스로 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진실로는 어른들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 형태로든 과잉이거나 무관심일 때가 허다하다.
상대를 제대로 알지 못함. 쓸데없는 갈등으로 적이 생겨나는 현실을 어찌하면 좋을까. 괜한 오해와 편견, 잘못 이해 등으로 인한 갈등이 좋은 이웃과 친구들을 잃게 만든다. 심리를 잘 묘사하면서도 아이들의 갈등을 잘 그린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이야기! 아웃사이더! 어떻게 보면 우리 모두가 이 삶의 굴레 속에 던져진 아웃사이더가 아니던가 생각해본다. 보이지 않는 싸움이 처절하게 일어나는 삶의 현장 속 아웃사이더!
2007.s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