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스프링캠프’를 읽고
책을 읽고 있는데 옆에 있는 사람이 묻는다. 내게 있어서 스프링캠프는 언제냐고. 글쎄? 나는 정작 읽으면서 내 인생을 생각해보지 않아서 얼른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책 제목이 의미하는 것도 모르고 그냥 무조건 읽었으니까. 응, 내게 있어 스프링 캠프는... 결혼하고 아이를 얻은 것! 아닐까? 했더니 아니란다. 자기를 만난 것이란다. 후훗. 대답은 그렇게 하였지만 조금 더 생각을 해보니까 스프링캠프는 아직도 연속이며 끝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서두에 보면 엄마의 재혼으로 충격을 받고 가출을 결심하는데 공교롭게도 시대적인 배경을 깔고 있어서 그 사건과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 혼자서 각오한 가출인데 갑작스레 여럿이서 떠나게 된 여행 아닌 여행이 되었다. 함께 동반하게 된 사람들은 나름대로 다 사연이 깊다. 일상에서 아프게 상처받고 혼자만 짐스럽게 껴안고 있던 묵직한 덩어리들이 여럿이서 어우러지면서 끌어안고 있던 그것들이 바깥으로 튕겨져 나온다. 이를테면 함께 하는 시간 속에서 서로를 알게 되는 계기가 된다.
아버지의 폭력 앞에서 무력했던 여자 아이, 부모의 과잉보호로 고통 받던 남자 아이, 정신병원에 갇혀있던 할아버지, 아버지의 부재로 힘들어하던 아이....제각각 마음속에는 커다란 상처와 슬픔과 고통이 가득한데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점차 그것이 드러나며 함께 하는 가운데 자기들도 모르게 어떤 새로운 경험들을 만나게 된다. 그 체험 속에서 아이들은 선택을 하고 성장을 한다. 또 개가 함께 하는데 그러고 보면 이야기의 설정을 참 잘 한 것 같다. 그들은 서로 감초 같은 역할도 하고, 유머와 재치, 때로는 긴장과 여유도 부린다.
길을 떠나 있는 동안이라 집안에서 있던 일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한층 더 깊게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그렇게 집에서 사라진 것 때문에 뒤로는 많은 소란이 있었다. 쫓겨 다니는 친구의 형에게 비자와 돈을 전해줄 요량으로 떠나게 된 것이지만, 그것을 빌미로 그들은 낯선 여행의 동반자가 된 것이다. 즐거운 여행은 아니었다. 뭔가에 쫓기는 신세는 여전했기 때문이다. 혼자서 떠난 여행이라면 어땠을까. 아마도 스프링캠프가 된 것은 여럿이 떠난 여행이었기 때문이리라.
지나고 보니 추억이 되는, 힘들었지만 즐거웠던, 힘이 되는 여행. 그런 여행은 또 다시 없을 것이다. 이야기의 끝에 보면 다 성장하여 회고 식으로 되어있다. 그 후로 다시 만나지 못했다는. 그래서 스프링캠프가 되었으리라. 우리들도 과거를 떠올려보면 스프링캠프는 있다. 힘들었지만 좋았던 시절이 있다. 그런 추억이 마음에 있기 때문에 힘이 되어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눈물이 나는 시절. 하지만 어떤 이는 또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그렇더라도 삶이 여전히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것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2007s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