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암리를 아십니까 책읽는 가족 53
장경선 지음, 류충렬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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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암리를 아십니까’를 읽고 -장경선 장편역사동화, 푸른책들, 2007.


일제의 만행을 알려주는 책이다. 극적이고 재미있는, 작가가 만들어낸 이야기라면 좋을 뻔했다. 실제이야기라니 읽으면서도 해서는 아니 될 나쁜 놈들! 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왔다. 천하에 몹쓸 삐리리가 왜 그 시대엔 그토록 많았던 것인가. 소처럼 유순하게 살아가는 우리민족을 왜 건드려 상처를 내고 아픔을 내었느냔 말이다. 잔인하기로 말하자면 이를 데 없는 삐리리들.


이 책은 아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일제의 만행을 그렸다. 특히 우리나라 아이도 아니고 일제의 아들이 직접 곁에서 보고 듣고 한 장본인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공정한 재판관의 역할을 하게 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어린 아들이 보고도 이건 옳지 않다고 여길 만큼 나쁜 일을 서슴없이 저지르고 있었던 것이다. 세상에서 최고로 훌륭한 줄 알았던 아빠가 그렇게 잔인하게 사람을 해치는 사람이었다니, 아버지, 나빠요! 그 한마디 속에 모든 의미가 들어있는 것이었다. 더구나 쪽지를 전해줄 만큼 간절하게 돕고 싶었던 것은 분명 자기 아빠가 옳지 않은 길을 가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고 아빠를 대신한 죄책감이었던 것일 게다.


어른들이 멋모르고 하는 행동에는 아이들의 눈이 있었다. 일제시대라는 처절한 현실 속에서도 아이들의 마음은 순진무구 그 자체였다. 봄날처럼 물이 오르는 아이들의 마음이 애틋함을 불러 일으켰고 소나기에서 나오는 풋사랑 같은 순수함이 서로에게 전해지는 그런 순간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에는 아픈 현실이 가로막고 있었는데 자기 아버지처럼은 절대 살지 않을 것이라는 마음이 그 심중을 잘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의 마음은 그러고 보면 역시 천사를 닮았다. 어른들의 때 묻은 마음을 답습하지 않고 순수함을 지켜가려는 마음이 더 강한 것을 보면 말이다.


이 책은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나오고 갈등을 이루며 대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좀더 폭넓은 책 읽기가 되고 있다. 역사적 시대적인 배경은 물론이거나 공간적인 배경까지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아이들과 어른들의 중요한 어우러짐이 있는 것이다. 잘 버무려진 구성과 극적으로 감동을 자아내는 글이다. 사이사이 서정적으로 그려낸 부분들도 좋았다. 가난하고 굶주리고 핍박을 받는 삶이었지만 마음에 희망( 대한독립만세 )을 품고 살아가는 것( 한 )도 잘 그려냈다.


또 닭싸움을 통하여 긴장감을 조장하고 극대화 시키며 이야기의 재미를 돋우는 역할도 좋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닭싸움이 목숨을 건 싸움이었던 것이다. 총을 든 이 앞에서는 나약하기 마련인데 당당히 품에서 태극기를 꺼내들고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는 할아버지는 진정한 애국자였다. 무서울 것도 두려울 것도 없는 용기와 떳떳함. 그런 마음이 우리나라를 지켰고 끝내는 독립을 하게 만들었겠지 하는 생각에 눈물을 자아내게 하는 부분이다. 사건은 치달아 교회가 불타고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무자비하게 죽임을 당할 때는 울분이 터져 나왔고 정말 슬펐다. 그렇게 당하고만 있어야 했던 상황이 너무 안타까웠다. 어쩜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끄나풀로 나서던 사람들도 기어코 죽고야 말았는데...... 모두 희생양이었다. 잔인한 일본제국이었다.


( 용국, 순이, 연화 우리 이름을 놔두고 일본이름을 써야 했던 시절. 나카무라는 우리말을 잘 모르는 일본에서 온 아이다. 그 아이가 닭싸움 판에서 연화를 보고 마음에 들어 하는데 그 마음을 전하려고 제암리를 찾아간다. 하지만 일본인의 아들임을 밝힐 수 없어 말 못하는 애로 가장을 한다. 조선인이 못살고 가난에 허덕이는 것이 일본 즉 자기아빠의 잘못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나카무라는 갈등을 한다. 끄나풀 쌍칼과 김만복이가 제암리를 쓸어버리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안 나카무라는 연화에게 그 사실을 알리려고 쪽지를 건넨다. 그렇지만 결국 나카무라 아버지 때문에 연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연화네 가족들이 줄줄이 죽게 된다. 나카무라가 사사까의 아들임을 알게 된 연화는 살인자의 아들이라고 한다. 나카무라는 용서를 구한다. 그러나 그 상처는 낫지 않는 영원한 상처가 되었다. ) 


아무튼 이 책은 엷은 사랑이 막 싹트기 시작한 아이들의 마음을 잘 표현하였고 그 마음을 배경으로 시대적인 아픔을 잔잔한 감동으로 이끌어냈다. 아이들의 천진한 마음과 자연의 마음은 하나인데 남을 지배하려는 나쁜 마음들은 그것과는 전혀 다른 대비 되는 빛깔의 마음이었다. 역사 속에서 시대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살아왔나를 여실히 보여주는 책이었다. 아이들이 잘 읽을 것 같다. 실제라서 가슴 아프지만 이렇게라도 잘 몰랐던 일제세대의 아픔을 체험할 수 있어서 기쁘다. 곳곳에 숨어있는 진실을 드러내어 알리는 일이 바로 글 쓰는 이들이 해야 할 사명이라면 그것은 곧 과제가 될 것이다. 이렇게 좋은 책을 만들어내야 하는.


연화가 바라던 대로 나카무라는 아버지(일본)를 대신하여 속죄( 만행을 알림 )하며 어딘가에서 살고 일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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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된 할아버지 책읽는 가족 52
문영숙 지음, 이영림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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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된 할아버지’를 읽고
                                -문영숙 장편동화,2007,푸른책들

치매에 관한 이야기다. 찬우의 입장에서 바라본 할아버지와 가족의 이야기. 찬우는 엄마 아빠 할아버지랑 산다. 그리고 고모가 가끔 등장한다. 찬우 할아버지는 치매에 걸리셨다. 그런 할아버지는 처음에 밤마다 징을 쳐서 가족들을 곤란하게 하신다. 찬우는 동네 사는 친구가 있는데 학교에라도 소문이 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온 가족은 신경이 곤두 서 있다. 수군거리는 동네 사람들도 거슬리고. 그래서 치매를 앓는 할아버지와 가족과 주변과의 갈등이 잘 드러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찬우는 착한 어린이다. 엄마의 심부름도 잘하는 반면  할아버지와 한 방을 쓰니 말이다.

아빠와 찬우와 할아버지와 엄마. 엄마는 한다고 하는데도 그것이 잘 전달이 안 되자 홧김에 하루 동안 가출을 한다. 그 때문에 아빠도 찬우도 결근을 하고 결석을 한다. 엄마의 빈 자리가  얼마나 큰지를 알게 되는 부분이다. 앞으로 엄마를 이해하고 돕겠다는 아빠의 말에는 의미가 있었다. 아빠는 평소 할아버지를 끔찍이 생각을 한다. 그렇지만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가 그토록 하루 종일 사람을 힘들게 하는 줄을 몰랐던 것이다. 그것을 엄마가 다 받아내고 감당하는 것을 알게 된 아빠. 그렇지만 이해에 그칠 일은 아니었다. 할아버지는 계속해서 문제를 일으키고 문제가 되었으니 말이다.

숨겨 둔 징을 찾아내라고 했던 일, 통장이 없어졌다고 수시로 찾아내라고 했던 일, 돈을 달라고 했던 일, 아무데나 소변을 보던 일, 집을 나가 다리를 다쳤던 일, 다시 기억을 놓고 치매 증상을 보이던 일, 대변을 보고도 모르는 일, 장롱이 흔들린다고 하던 일, 굿판을 벌이던 일 등

할아버지가 집착했던 것 중의 하나는 징이다. 그 징에는 할아버지의 가족과 고향마을이 겪어온 뼈아픈 과거가 숨어있었다. 그것은 우리나라의 한 맺힌 역사라고도 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그렇기 때문에 할아버지는 징에 그렇게 매달렸다. 그런 충격적인 일들이 치매를 불러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할아버지가 정신이 말짱하실 때는 정말 살아있는 역사를 읽어내듯 하시는 말씀에도 생기가 돈다. 그럴 때는 가족 모두가  발랄하다. 그런데 그 순간은 얼마 못가는 것이 문제다. 할아버지가 정신만 놓으면 다들 제정신이 아니기는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식구들은 날카롭게 변하고 할아버지를 못 모시겠다고 했다. 요양원으로 모시고 가는 길에 고향에 들렀다. 그런데 기적처럼 제정신이 돌아오시자 할아버지를 다시 모시고 올라온다. 괜찮아 지셨나 했는데 다시 옛날처럼 증세를 보이셨다. 할아버지의 아픈 과거는 현실 속에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그저 치매에 걸린 노인에 불과하였다. 다들 지치고 힘들어하였다. 그야말로 가족들에게는 고행의 길이었다.

이 책은 치매환자가 있는 가족들의 고통을 다룬 책이다. 찬우는 할아버지와 함께 생활하며 마음도 부쩍 자라서 어떤 때는 엄마 아빠보다도 어른스러운 생각과 행동을 할 때도 있다. 때론 지치고 힘들어서 푸념도 짜증도 내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마음조차도 죄책감으로 느끼는 착한 마음을 지닌 아이다. 찬우의 역할이 참 중요하고도 훌륭하였다.  

또 이 책은 시아버지를 모시는 며느리의 고행담이 들어있는 책이다. 면면이 들여다보면 참 잘하는 며느리다. 딸이 있는데도 군소리 없이 친아버지처럼 모시는 며느리는 드물 것이다. 하지만 마음에 있는 말을 때로는 너무 솔직하게 내놓기도 한다. 며느리의 심정이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이해가 가기도 한다. 그래서 어쩌면 이 책은 환자를 돌보는 입장에서 받는 고통과 괴로움을 해소하는 카타르시스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그만큼 치매환자 돌보기가 무척 힘들다는 것을 보여주는 책이기도 하다.

할아버지가 아픈 역사를 가슴에 묻고 있는 분임에도 불구하고 치매 앞에서는 무색해지는 것이 가슴  아팠다. 좀더 멋있는 삶일 수는 없는 것인가 하는 안타까움, 아쉬움이 들었다. 그렇게 식구들에게 보일것 안 보일 것 다 보이고, 허무하게 생을 마감하시는 할아버지의 삶. 그 때야말로 생은 별 것 아니라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에서 오는 슬픔이 밀려오는 순간이었다. 사랑하는 가족들에게는 징소리처럼 오래오래 살아계실 테지만 말이다.

그래도 끝까지 할아버지와 부대끼면서 가족 끼리만이 누릴 수 있는 교감?을 나눠 가졌던 찬우네는 대단하다. 절망도 미움도 고통도 행복도 함께 짊어지고 가는 것이 가족이라는 울타리일터인데 그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아무쪼록 잘 참아내고 견뎌낸 찬우네는 승리한 것이다. 비록 할아버지는 가셨지만 최선을 다해 보내드렸으니 후회는 없을 거란 생각이 든다. 자식 된 도리를 다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말보다는 행동이 우선이 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찬우 엄마가 힘에 겨워 말을 좀 심하게 할 때도 용서가 되는 것은 그만큼 실천으로 옮겨놓는 것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효도는 실천이 최고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그리고 요즘 세상에 찬우 엄마 같은 분은 상을 드려야 한다. 그래야 마땅하다. 그리고 그런 아내를 둔 찬우 아빠는 행복한 분이시다. 통상적으로 긴 병에 효자 없다는데 알고 보면 우리 주위에는 아직도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분들이 많은 것이다. 뉴스에는 꼭 안 좋은 사건만 꼬집어서 내보내니 그런 줄을 안다. 아픈 분이 있는 가족일수록 식구들끼리 똘똘 뭉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합심하여 어려움을 극복하는 지혜를 길러야 겠다. 찬우네 집처럼!

*이 책을 읽고 느낀 것 한 가지를 더 추가 한다면, 치매 할아버지 입장에서 쓴 글을 한번 읽어보고 싶다.

< 2007,무지개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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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눈으로 이야기 보물창고 4
패트리샤 매클라클랜 지음, 신형건 옮김, 데버러 코건 레이 그림 / 보물창고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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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시각장애인을 할아버지로 둔 소년의 이야기다. 소년은 할아버지네 집을 좋아한다. 다른 친구네처럼 유리로 지은 집도 아니고 오래된 나무로 지은 집도 아닌데 좋아한다. 왜냐하면 할아버지의 눈으로 볼 수 있는 집이기 때문이다. 소년은 그런 할아버지에게 동정을 느끼거나 슬퍼하거나 도움을 주는 입장이 아니다. 오히려 할아버지에게 많은 것을 배운다. 냄새를 맡는 법, 소리를 듣는 법, 첼로를 연주하는 법, 식사를 하는 법, 텔레비전, 책 읽기, 설거지, 산책하기 등 할아버지로부터 실로 할아버지만의 방법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운다. 할아버지는 부지런하다. 그렇다고 생활이 불편하다고 여기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 곳에서 평화로움을 만끽하며 살고 있다. 지저귀는 새들이며 꽃향기며 풀 향기조차도 할아버지는 아름답고 소중하게 볼 줄 아는 마음의 눈을 가졌다.

평소 소년은 그냥 지나치거나 놓쳐서 볼 수 없었던 작고 아름다운 세세한 부분들을 할아버지로부터 바라보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눈으로도 보지 못했던 것들을 눈을 감고 바라보는 법을 배운다. 어둠 속에서도 볼 줄 아는 눈 말이다. 시각장애라는 어쩌면 견디기 어려운 현실 앞에서 할아버지나 할머니는 정말 평온하다. 오히려 그 생활에 익숙해져서 불편함이 없음을 보여준다. 아름답게 살아가는 법의 지혜를 알고 있는 분들이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얼굴을 점토로 빚는다. 할머니가 평소 얼마나 인자하시고 부드럽고 따뜻한 분인가를 알 수 있다. 할머니의 목소리가 웃음 짓는 것 같다고 말하는 할아버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이 책은 전혀 비참하지 않게 느껴진다. 슬프지도 않다. 좌절이나 부정적인 생각도 없다. 오히려 평화로운 분위기에 익숙한 생활이 드러날 뿐이다. 할아버지 접시는 시계 같다고 한 부분은 참 재밌다. 그러고 보면 문장들이 참 시적이다. 그래서 그럴까. 내용이 밝고 긍정적이다. 전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 장애인에 대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할아버지의 장애는 선천적이 아니라는 것과 할아버지 할머니 존 그렇게 세 명이 등장하는 책이라는 것도 의미 있다. 따뜻한 심성으로 그린 글이다.

반질반질한 계단의 나무 난간, 그것이 할아버지의 길이다. 손끝으로 느껴보기, 눈을 감고 냄새 구별하는 법, 할아버지의 손끝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할아버지가 곰곰이 생각에 잠길 때마다 만져 반질반질해진 나뭇조각에 난 길이 바로 할아버지의 길이다. 그런 할아버지도 청솔모를 보지 못하거나 전등스위치를 잘 못 끌 때도 있다. 하지만 그랬다고 그것 때문에 절망하지는 않는다. 하루아침에 나지 않았을 할아버지의 길.

아름다운 세상 그 안으로 접어든 내면의 아픔은 보이지 않지만, 느낄 수 있다. 그 길이 나는 동안은 할아버지가 얼마나 인내하셨을까. 익숙한 길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했을까. 아무렇지도 않게 마음으로 모든 걸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평온이 마음의 길이 되기까지 얼마나 긴긴 시간이었을까.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더불어 누군가는 이 책을 읽고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책이며 새 삶을 계획하고 꿈 꿀 수 있는 책이다. 무엇보다 세상을 달리 보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책이다. 할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 2007, 무지개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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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은 내가 지켜요 - 성폭력 예방을 위한 지침서 인성교육 보물창고 1
코넬리아 스펠만 지음, 테리 와이드너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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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또 성폭력 예방을 위한 책이다. 어린아이라고 아무 일 없겠지, 가 아니라, 어리니까 그냥 내버려두기에는 더 무서운 세상이 되었다. 믿고 맡겼던 유치원에서 아이가 상처를 입은 사례는 익히 들어 알고 있다. 어린아이에게 네 몸은 소중한 존재야, 함부로 네 몸에 손대게 하면 안 된다,고 가르치는 것이 어떻게 보면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어린아이가 귀엽고 예쁘고 깜찍하면 누구라도 한번쯤은 이쁘다고 말하고 손도 잡아보고 싶은 것인데, 이제는 함부로 그렇게 할 수도 없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상한 행동이라도 보이면 금세 치한으로 볼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이 그렇게 험난해졌다.

무엇보다 이 책은 어떻게 내 아이를 폭력으로부터 지킬까 염려하고 걱정하는 분들에게 이런 방법을 써보라고 제시한다. 어린아이 때부터 교육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싫으면 싫다, 좋다를 표현하는 아이로 키우라는 것이다. 제 몸에 손대지 마세요, 안돼요, 라고 외치는 아이로 키우라고 한다. 자신의 몸이 얼마나 귀한지를 알게 해주라고 한다.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조카가 유치원 다닐 때의 이야긴데 수상한 사람이 접근을 하거든, 저는 아기  낳을 몸이에요! 라고 소리치라고 했다는 얘기. 그래서 한동안 조카는 말하는 연습을 했단다. 떨지 않고 두려워 않고 당당하게 큰소리로 말하는 법을 말이다.

이 책 역시 맨 뒤 페이지에 어른들이 함께 보고 아이에게 지도할 수 있는 지침서가 마련되어 있다. 아이들은 안아주고 뽀뽀해 주고 사랑해주는 것을 좋아한다. 때로는 싫다고도 한다. 그런데도 억지로 아이를 괴롭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상황에서 아이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상황에 이르지 않도록 예방하는 책이다. 자기 몸의 소중한 부분을 알고 왜 지켜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어린아이 때부터 이 책과 같이 단계에 맞는 내용의 책을 읽어주고 알려주며 가르치다 보면 그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그럼 자연스럽게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가. 그러고 보니 독서보다 좋은 예방책은 없는 것 같다.  

< 2007, 무지개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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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벼룩을 찾아라 이야기 보물창고 6
얀빌럼 판 더 베이떠링 지음, 이옥용 옮김, 자비네 빌하름 그림 / 보물창고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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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넘겨보니 너무나도 재미있는 그림들이 우수수 쏟아져 나왔다. 아니, 책 속의 그림이 이렇게 재미난 이야기를 매달고 나와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였다. 이야기가 그림 속에 더 많이 숨어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오호, 기발한데! 수법이 뛰어나! 페이지 숫자를 이렇게 재미나게 그려 넣은 그림책이 또 있을까. 그림이 참 마음에 들었다. 뭔가 신선하고도 새로운 그래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기교가 있는 그림들이었다. 책을 다 읽고도 다시 그림을 들여다보고 싶은 생각이 자꾸 들 정도였다. 그렇다면 이야기는 어떤가.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처음에는 무슨 탐정이야기를 담고 있는 건가 생각되었다. 역시나 그런 이야기였다. 짜임새가 있는 탐정 이야기. 다 읽고 작가의 이력을 보니 역시나 추리 소설가였다.

엄마를 기관사로 둔 오위겐 오윌레는 탐정이다. 표도르는 탐정의 친구 강아지다. 그런데 처음으로 사건을 맡게 되었다. 아빠가 임금인 아하루가 맡긴 사건. 바로 서커스단의 스타 벼룩를 찾는 일이었다. 서커스단은 벼룩 쇼가 유명해서 오후가 될 때까지 찾지 못하면 안 된다. 요기에서 조기로 뛰는 묘기를 부리는 스타벼룩. 오위엔은 일단 차근차근 스타벼룩에 관한 정보를 아하루에게 입수한다.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잘 가는 곳 등. 오위엔의 엄마는 휴대폰 전화로 표도르에 대해 묻고 오늘 목욕하는 날이라고 알려준다.

오위엔은 표도로와 서커스단에 가서 벼룩을 찾기로 한다. 여기저기 물어보고 다녀보고 찾아본다. 하지만 벼룩은 없었다. 그 사이 표도르가 사라졌고 그 표도르를 찾느라 시간이 갔다. 오위엔은 점심을 만들어놓고 표도르가 먹으러 오기를 기다렸다. 그 때 이상한 뭔가를 뒤집어 쓴 이상한 손님이 왔다. 멍멍 소리를 내는. 그런데 본인은 바다표범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걸 보여 달라고 수영장에 데리고 갔다. 오위엔은 얼른 비누를 준비했다. 사실 표도르는 자기를 귀찮게 하는 것(목욕 포함)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던 것이다. 수영장에서 비누를 보고 도망을 치는 표도르에게 달라붙어 있던 벼룩이 뛰쳐나온다. 그것을 발견한 오위엔과 아하루. 별이 그려진 모자와 황금외투만 없지 다른 건 스타벼룩과 똑같이 생겼다. 하지만 그 벼룩마저 달아나고 말았다.

그러는 동안 시간은 흘러 서커스를 보러 사람들이 몰려올 시간이 되었다. 스타벼룩은 찾지 못했다. 재촉하는 아하루. 그러나 오위엔은 서두르지 않았다. 오히려 침착했다. 자신이 탐정임을 밝히며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생각을 하기에 좋은 장소는 주방이라고 하면서 케이크를 만들어 먹기로 했다. 그 와중에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목욕은 시켰느냐, 모래밭에서 뒹굴지는 않았느냐고 묻는 전화. 그때 오위엔에게 떠오른 아이디어. 모래밭에서 표도르를 뒹굴게 하는 것. 사실 표도르 친구 벼룩은 그곳에서 표도르를 기다리고 있었다.

때를 놓치지 않은 오위엔이 그 벼룩에게 제안을 했다. 별이 그려진 모자와 황금외투를 입고 요기에서 조기로 팔짝 뛰는 걸 해보지 않겠냐고. 물론 오케이 했다. 하지만 아하루는 실망을 했다. 스타벼룩은 안 찾고 일이 원점으로 돌아오기만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곧 표도르 친구는 짜잔 하고 스타벼룩을 데리고 나타난다. 사실 그 스타벼룩은 요기에서 조기로 뛰는 것이 싫어, 스타가 하기 싫어서 가출을 한 것이었다. 이제야말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았는데, 그것은 바로 표도르를 타고 여행하는 것이었다. 개를 타고 다니는 곡예사가 되기로 한 것이다. 음, 그러면 사건해결은 다 된 것이다. 역할 바꾸기.

오위엔은 무척 어려울 줄 알았던 일을 해결하게 되어 너무 기뻤다. 시작은 언제나 어렵고 쉬운 일은 없다는 걸 깨닫는다. 다음 사건은 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하게 만드는 책이다. 오위엔은 아이다우면서도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며 하나하나 계획하고 아이디어를 모아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현명한 탐정가다. 돋보기를 들여다보며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보려고 노력하는 모습 멋졌다. 진지하였다. 배가 고파서 케익을 만들어 먹는 과정은 아이다운 면모를 보여주는 재미있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아이디어를 찾고 문제 해결에 대한 생각을 끊임없이 한 결과 실마리를 얻게 되었다. 귀엽고 깜찍한 탐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 속에 더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으니 돋보기를 바짝 갖다대고  찾아가며 읽어야 하는 책이다. 아, 재미있었다. 우리 아이들의 일상이 이렇게 재미나다면 얼마나 좋을까도 생각해보았다.

< 2007, 무지개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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