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진짜 좋은 학교 그림책 보물창고 29
샤론 크리치 지음, 해리 블리스 그림, 김율희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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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진짜 진짜 좋은 학교’를 읽고 -샤론 크리치 글, 김율희 옮김, 보물창고. 2007.

이 책은 또 너무 재밌다. 그림도 큼직큼직하고 시원시원하다. 내용도 그렇다. 진짜진짜 좋은 학생들과 선생님들과 학교를 자랑으로 여기는 교장선생님은 공부를 많이 하는 걸 제일 자랑스럽게 생각을 한다. 그래서 진짜진짜 좋은 학생들과 선생님들과 학교를 진짜진짜 좋아한다. 그렇기 때문에 진짜진짜 모든 걸 좋아하는 교장선생님 때문에 싫어도 그걸 어떻게 교장선생님에게 말을 해야 하는지 몰라서, 그냥 교장 선생님이 하자는 대로 쭈욱 따라 하게 된다. 이를 테면 토요일 일요일에도 학교에 나가 공부를 하고 공휴일에도 크리스마스에도 여름방학에도 학교에 나가서 공부를 하여 진짜진짜 좋은 학생이 되고 선생님이 되고 학교가 된다.

틸리에게는 동생과 강아지가 있는데 틸리가 학교에 갈 때마다 같이 좀 놀면 안 되냐고 한다. 틸리는 교장선생님을 찾아가 그동안 마음에 품었던 생각을 털어놓는다. 모두가 다 배우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이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놀라는 교장선생님께 틸리는 강아지의 사정과 동생의 사정, 자기의 사정을 다 얘기한다. 그 사정을 들은 교장선생님은 화를 내지 않는다. 오히려 해결방안을 찾아 고민을 한다.

인자한 표정 그대로 다들 모인 가운데에서 선포를 한다.  개울을 뛰어넘는 법을 배워야 하는 강아지와, 그네 타는 법, 깡충깡충 뛰는 법을 배워야 하는 동생과 나무에 높이 오르는 법과 나무 위에 앉아있는 법을 배워야 하는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있으니, 앞으로는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 여름방학에는 공부를 하지 않겠다고 말이다. 다들 교장선생님의 그 말씀에 진짜진짜 최고야!를 외친다. 최고!최고!최고!라고.

말을 하고 싶어도 차마 하지 못할 때는 얼굴 표정들이 다들 어두웠다. 하지만 바라는 것이 해결되었을 때는 표정들이 둘 도 없이 환해졌다. 유머가 넘치고도 발랄한 재미가 있는 그림책이다. 감히 누구도 교장선생님에게 말을 못하고 우물쭈물 괴로워만 하고 있는데 틸리는 용기를 내어 나선다. 하지만 교장선생님께 직접적으로 대놓고 나쁘다고 말하지 않는다. 부드럽게 재치있는 말로다가 교장선생님을 고민하게 만든다. 그래서 다 진짜진짜 좋은 사람들이 되는 이야기다.

공부가 다인 줄 알고 그래그래 진짜 좋은 학생이야 선생님이야 학교야를 외치던 교장선생님은 아마도 권위를 대표적으로 이야기 하는 것 같다. 권위 아래서는 무조건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므로. 잘 한다 잘한다 하면 그런 줄 알고, 설사 그 길이 잘못되었더라도 기꺼이 감수하고 따라가는 경우가 흔하다. 우리 교육제도가 그럴 것이다. 학생들도 선생님들도 학교도 그냥 정책에 따라 간다. 공부만 하다보면 배우지 못하는 것들도 있게 마련, 전인교육 차원에서 본다면 부족한 곳 투성이다. 그런 의미에서 틸리 처럼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 태도는 교육방침을 수정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다. 진짜진짜 좋은 학교가 어떤 학교인지 생각해보기에 좋은 책이다.


< 2007, sj, 무지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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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인형 미라벨 그림책 보물창고 32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이유진 옮김, 피자 린덴바움 그림 / 보물창고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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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인형, 미라벨’을 읽고

브리타가 여섯 살 때의 일이다. 엄마랑 아빠랑 오붓하게 사는데 아빠는 원예사이기 때문에 꽃과 채소를 파는 일을 한다. 그렇다고 부자는 아니여서 브리타는 평소 인형 하나를 갖는 게 소원이다. 인형을 하나 사줄 만한 형편이 아닌 것이다. 무엇이든 간절하면 이루어진다고 하였던가. 브리타는 어느 날  집 앞을 지나가는 할아버지를 좀 도왔더니 씨앗 하나를 선물로 주고 간다. 그 씨앗에 물을 주고 잘 보살폈더니 우와, 세상에! 땅속에서, 아니 씨앗에서 인형이 나온 것이다. 믿을 수 없는 일이다. 그것도 말하는 인형이고, 게다가 미라벨이라는 이름까지 있는 인형이다. 그 인형은 브리타와 있을 때만 말을 하고 놀다가 엄마 아빠 있을 때는 안 그런 척 한다.

아무튼 브라티는 미라벨 때문에 너무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귀여운 동생처럼 놀이를 하기도 하고 엄마라면서 팔베개 하고 자기도 하고 먹기도 하고 말도 하니까 심심했던 브리타는 심심할 새가 없이 즐거운 나날을 보낸다. 그렇게 즐거움을 선사해 준 할아버지를 만나면 고맙다는 인사라도 하고 싶은데 그 할아버지는 도무지 나타나지 않는다. 미라벨이 태어난 지 2년이 흐르도록 미라벨의 비밀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없다. 미라벨은 여전히 브리타의 가장 신나는 아기로 있는 것이다. 그림도 너무 재밌다. 작가는 어떻게 이런 기발한 상상을 하였는지 그저 놀랄 뿐이다. 진짜 깔끔하면서도 재미있는 그림책이다.  ( 미라벨 같은 인형을 판다면 진짜 불티나게 잘 팔리겠다. )

< 2007, sj, 무지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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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방 그림책 보물창고 31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이유진 옮김, 한스 아놀드 그림 / 보물창고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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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그림을 보고 탄성이 절로 나왔다. 어머나, 어쩜! 그림들이 살아있었다. 숲이나 들이나 식물이나 동물, 곤충들이 작은 것에서부터 큰 것에 이르기까지 꿈틀거리고 움직이고. 그림 속에서도 모든 것들이 와글와글 오글오글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다.

날아다니는 벌들은 앙증맞은 모자를 쓰고 수염 있는 벌, 없는 벌이 구별이 된다. 아줌마 벌, 아기 벌, 할아버지 벌.....달팽이들도 모자를 쓰고 색깔 있는 옷을 입고 아가를 태우고 간다. 자세히 보면 그림에는 아이들부터 어른 노인 다 등장을 한다. 그림 속 주인공들은 눈이 초롱초롱하고 입으로 혹은 눈으로 말을 하려고 한다. 나무들도 슬렁슬렁 이야기를 하려 한다. 숲 속 어두운 곳에 숨은 괴물들은 환한 곳으로 나오지 못하고 눈만 내놓고 바라보는 모양이 너무 재밌다. 표정들이 너무 살아있다. 나무들이 연주를 하는 모습은 너무 신비롭고 아름답다. 빨간 꽃들의 얼굴은 또 어떤가. 호호호 웃음이 나온다. 달리는 말을 타고도 싶어진다. 그림부터 감상을 하면 그렇다.

이 책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이 골고루 들어있는 것 같다. 귀여운 강아지와 토끼, 달팽이, 말, 고양이, 꽃, 나비 벌 등이 등장을 해서 아이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또 먹는 것이 빠지지 않는다. 캐러멜을 만들고 과자를 만들어 아이들이 입맛을 다시게 한다. 또 꽃이 많이 나와서 아이들로 하여금 마음이 화사해지도록 만든다. 일단 좋아하는 친구들과 어울려 재미난 놀이를 하게 하는 것도 좋았다. 그러다가 극적으로 장미가 시들면 어떻게 된다는 대목에서 눈물을 자아낸다. 아이들이 일제히 소리 내어 울 것 같은 대목이다. 구성이 참 돋보인다.

아빠는 엄마만 좋아하고 엄마는 동생만 좋아한다. 자기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은 딱 한 사람 윌바리다. 그러나 윌바리는 정상적이지 않다. 장미 덩쿨 구석진 곳에 살기 때문이다. 나는 그 윌바리와 하루 종일 노는 경우가 많다. 그곳에 가면 모든 것을 잊고 놀 수가 있다. 엄마가 사 주시지 않는 강아지며 토끼도 마음껏 볼 수 있고 놀 수 있는 것이다.  어느 날 실컷 윌바리와 놀고 집에 들어왔는데 엄마가 이름도 같은 강아지 루프를 사오셨다. 그랬는데 그 다음날   살리콘의 장미가 시들어있었다. 비밀의 방으로 가는 구멍도 막혀버렸다. 과연 그 윌바리는 진짜 누구였을까? 엄마의 사랑을 받는 순간 슬그머니 사라져도 좋은, 대신 주고 간 사랑의 대명사?
  
무한한 상상력이 발휘된 책이다. 아이들은 역시 상상 속에서는 무엇이든 다 가능한 것 같다. 수도 없이 불러오고 맞이하고 보내는 꿈의 빛깔들이 더욱 아름답게 빛을 발하는 것이다. 작가란 그래야 하는 것이리라. 상상력을 부추기는 책. 그림책은 작은 미술관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오늘 이 책을 읽어보고 들여다보고 만져보면서 미술관 그 이상의 것이 들어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물론 느끼는 것도 가지각색일 것이고 바라보는 것도 제각각일 것이다. 그 속에서 또 무수한 이야기가 탄생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그림책, 바로 그것이다. 어쨌든 나도 이런 비밀의 방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 2007, sj, 무지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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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니와 고우니 이야기 보물창고 5
이금이 지음, 이형진 그림 / 보물창고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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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아들고 지은이를 보니 앗, 이금이 선생님! 반가운 마음에 얼른 읽었다. 이렇게 짧은 글도 쓰시는 줄은 몰랐다. 호호호. 어린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었다. 우리 아이도 조금만 자라면 이런 일로 소란을 피우겠구나 생각을 하니 괜히 웃음이 나왔다. 우리 집 조카들은 중학생이 되었는데도 아직 이 책에 나오는 아이들 같다. 그러고 보니 딱 우리 주변의 이야기다.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자매, 푸르니와 고우니는 일곱 살 다섯 살이다. 그리고 다섯 살 동찬이는 고우니랑 같은 반이다. 별빛마을에 사는데 두 엄마들은 학교 동창이고 지금은 아빠들도 친하다. 그런데 고우니가 동찬이에게 맞고 왔다. 속상한 아빠는 맞고만 있느냐고 한소리 한다. 그런데 또 알고 보면 동찬이는 때리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아이들은 그냥저냥 싸우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논다. 그게 아이들이라는 듯.

푸르니와 고우니는 엄마를 두고 서로 자기 엄마라고 주장한다. 아빠에게 물어보니까 아빠는 엉뚱하게도 엄마는 자기 것이라고 주장을 한다. 아빠도 라이벌이었다. 서로 엄마를 차지하기 위한 사랑싸움이 한창이다. 부모님들이 외출을 하셨다. 셋이서 놀아야 했다. 그런데 동찬이 더러 아빠 역할을 하라고 했더니 자기네 아빠가 평소에 하던 습관대로 행동을 하는 거였다. 그래서 두 자매는 동찬이를 비웃고 동찬이는 집을 나갔다. 어쩌면 잘된 일이라고 하면서. 날이 어두워지자 갈 곳이 없어진 동찬이, 다시 푸르니네로 갔는데 문을 안 열어 주었다. 속상한 동찬이는 울었다.

자매네 엄마는 평소 화장도 안하고 그렇다. 그런데 배우를 엄마로 둔 아이는 엄마가 늘 멋쟁이다. 엄마들을 비교하고 자기네 엄마도 그렇게 멋쟁이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집에 와서 엄마한테 그 얘기를 했더니 그날부로 엄마는 화장품을 사고 옷도 사 입고 아이들 간식은 안 주고, 화장을 하느라 이런 저런 일로 바쁘게 보내기 시작한다. 엄마가 바쁘니까 생활이 불편해진다.  그래서 엄마가 원래대로 돌아왔으면 생각한다. 그래서 꾀를 냈다.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물었는데 모두다 이구동성으로 엄마라고 한다.

누구나 경험했을 만한, 경험할 법한 일상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엮어냈다. 그리고 독자의 생각을 뒤엎는 반전이 늘 기다리고 있어서 읽어갈수록 흥미롭다. 그것은 아마도 작가만의 글 짓는 특징이자 매력인 것 같다. 동찬이가 금붕어라고 하자 고우니가 주먹을 힘차게 내뻗으며 “얏, 얏! 내 말이 맞아, 고래얏!‘ 하는 부분은 정말 웃겼다. 하하하. 동찬이가 놀아달라고 울먹이며 산타할아버지라고 하는 부분도 재미있었다,( 동찬이는 안 됐고 슬펐지만 흑흑!) 또 예상을 뒤엎고 아빠가 엄마를 아빠 것이라고 하는 부분은 뜻밖이라 재미를 더했다. 엄마의 변신부분도 재미있고 유쾌하기까지 했다.

재미를 주면서도 작가는 이야기의 마지막마다 일침을 놓아 장식하는 센스도 놓치지 않았다. 으흠! 아하! 하게 된다.

“이제야 사람 볼 줄 아네”(p.50)
"엄만, 누구 것도 아니야. 엄만, 엄마 거야! “(p.28)
"얏, 얏! 내 말이 맞아, 고래얏!” ( p.16)
“동찬이는~ 울보 산타래!~” (p.40) - 요 말은 놀리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만은 아닌 것이다.

짧은 이야기 몇 개가 연이어 나오며,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이 마무리가 잘 된 작품들인 것 같다. 재밌게 읽었다. 그렇다고 그것이 전부냐? 그렇지 않다. 잘 들여다보면 글이 따뜻하고 밝으면서도 작은 감동까지 여운으로 남는 것이, 뭐랄까 교훈?도 슬며시 덤으로 올려놓는다. 그리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그 속에서 또 성장하게 한다.

< 2007,sj, 무지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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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는 날에는 진짜가 되는 거야 이야기 보물창고 2
마저리 윌리엄즈 글, 원유미 그림,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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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기적을 낳는다. 사랑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쉽게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사랑은 마법을 가져온다....... 읽고 나서는 이런 문구들이 떠올랐다. 그림책인데 이런 심오한 뜻을 담은 이야기가 아름답고도 멋지게 펼쳐질 수 있다는 데 놀라웠다. 간단하지 않은 깊은 철학이 담긴 책이다. 그렇다고 또 너무 어렵고 무겁지만은 않은, 사랑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는 책이다. 사랑받는 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결국 사랑이라는 것은 받기만 해서도 안 되며 주는 가운데 더 아름답게 열매를 맺는 것 같다.

톱밥으로 배가 채워진 벨벳 천으로 만든 토끼 인형. 태엽이 있어서 소리를 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진짜 인형도 아니다. 아이의 방에는 온갖 장난감들이 많은데 그 중에 하나가 토끼인형이다. 몇 시간 갖고 놀다가 여느 장난감처럼 처박혀 있기 일쑤다. 그중에 가장 오래된 조랑말 인형은 그나마 토끼인형에게 잘해준다. 토끼인형은 그 조랑말인형으로부터 진짜가 되는 거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장난감을 진짜로 만들어주는 인형마법에 대한 이야기를. 아이가 정말로 사랑하게 되면 진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를. 사랑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래서 겉으로 보기에는 볼품없이 되어가도, 사랑 앞에서는 그런 것들이 무색하게, 흉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까지도. 그 이야기를 듣고 벨벳토끼는 진짜가 되기를 꿈꾼다.

얼마 동안 아이가 거들떠보지도 않던 벨벳토끼는 느닷없이 다른 인형을 대신해 불려나왔다가 그 때부터 아이와 함께 잠을 자기 시작했다. 처음엔 불편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토끼는 행복했다. 밖에 나가 함께 보내기도 하였다. 어디든 함께였다. 아이는 이제 토끼 없이는 잠을 못 자게 되었다. 어느 날 밖에서 놀다가 잊고 안가지고 들어온 날 나나(장난감을 정리하는) 아줌마한테 한소리를 듣는다. 그깟 인형 하나 때문에 소동을 벌인다고. 그 때 아이는 그렇게 말하지 말라며 인형이 아니라 진짜라고 말을 한다. 그 말을 듣고 토끼는 행복해한다. 조랑말이 했던 이야기는 사실이었고 토끼에게도 마법이 일어난 것이다. 토끼는 더 이상 인형이 아니라 진짜인 것이다.  

그 날 밤 토끼는 가슴이 터질 듯 기뻐서 잠도 오지 않았고 가슴은 사랑으로 터질 것 같았다. 이미 오래전 빛을 잃은 눈에는 지혜와 아름다움이 가득했다. 사랑하면 마음도 몸도 윤택해진다는 말이 토끼에도 적용되었다. 여름에는 숲으로 놀러나가서 진짜 토끼를 만나게 되었다. 자기를 가짜라고 말하는 바람에 벨벳토끼는 슬펐다. 자기랑 놀아주지 않고 다들 가버려서 슬펐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낡고 초라해졌다. 자기를 버리는 것이 아닐까 두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는 변함없이 벨벳토끼를 사랑했다.

아이가 병이 났을 때, 아이랑 놀지 못해 심심했지만 토끼는 아이가 낫기를 진심으로 기다렸다. 어서 빨리 나아 함께 나가 놀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재미난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마침 아이는 나았다. 그런데 그만 의사는 토끼인형을 병균덩어리라고 버리라고 한다. 토끼는 이제 다른 잡동사니들과 불태워지기 위해  닭장 뒤로 보내졌다. 토끼는 그곳에서 지난날을 추억하며 슬퍼하였다. 사랑받고 아름다움을 잃고도 그냥 끝난다면 진짜가 되는 게 다 무슨 소용 있느냐며 눈물을 흘렸다. 사람들이란 글쎄 그렇다. 갖고 놀땐 언제고 볼품없고 낡아지니까 쓸모없다고 게다가 모함까지 하며(병균 덩어리) 버린다.    

이야기가 그냥 쉽게 끝나지 않았다. 눈물이 떨어진 정원에서 신비로운 꽃이 피었고 그 속에서 요정이 나온 것이다. 바로 인형 마법의 요정이었다.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장난감을 돌보고 있는데 더 이상 아이가 갖고 놀지 않으면 진짜로 만들어주는 일을 하는 요정이었다. 벨벳 토끼는 아이가 사랑을 하니까 진짜였고 모두에게도 진짜가 되는 거였다. 요정은 토끼를 숲으로 데리고 가서 소개시켰다. 요정이 토끼에게 입을 맞췄을 때 벨벳토끼는 진짜 살아있는 토끼로 변한 것이다. 이듬해 봄, 아이는 숲으로 놀러왔고 그곳에서 토끼를 만난다.

사랑이 쉽게 얻어지는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결코 사랑은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랑받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랑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소소하게 깔려있는 마음들, 그 작은 마음들이 모여서 추억이 되고 그 추억들이 사랑을 이루는 것 같다. 사랑은 시간을 함께 함으로써 얻어지는 효과인 것이다. 함께 하지 않으면 사랑이 어디서 나올까. 만나야 하고 부대껴야 하고 울어야 사랑이 싹 튼다. 흔히 싸우면 정이 든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함께 하다보면 알게 모르게 사랑의 감정이 생기고 그리고, 끊을 수 없는 연도 생기는 것이리라.

벨벳 인형이 그렇게 아이보다 더 가슴 아프게 절절하게 마음을 드러내는 걸 보고 놀랐다. 우리 집에도 장난감이 많은데 그 하나하나가 그냥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을 하니 가슴이 철렁해진다. 아이들은 그런 게 있는 모양이다. 자기가 갖고 놀던 것은 시간이 많이 흘러서  헌 것이 되어도 그것이 없이는 잠도 못자고 놀지도 못하며 불안해하는 아이가 있는 것. 들려오는 얘기가 다 그렇다. 또 그러고보면 사랑에는 역시 기적이 따르는 것 같다. 인형이 진짜 토끼가 되는 것을 보면 그렇고.....요정이 나와서 돕는 것도 그렇고. 어쨌든 자기의 것을  함부로 버리지 않는 일, 사랑은 그 작은 실천에서부터 오는 것이리라.  

< 2007,sj, 무지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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