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방 그림책 보물창고 31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이유진 옮김, 한스 아놀드 그림 / 보물창고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일단 그림을 보고 탄성이 절로 나왔다. 어머나, 어쩜! 그림들이 살아있었다. 숲이나 들이나 식물이나 동물, 곤충들이 작은 것에서부터 큰 것에 이르기까지 꿈틀거리고 움직이고. 그림 속에서도 모든 것들이 와글와글 오글오글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다.

날아다니는 벌들은 앙증맞은 모자를 쓰고 수염 있는 벌, 없는 벌이 구별이 된다. 아줌마 벌, 아기 벌, 할아버지 벌.....달팽이들도 모자를 쓰고 색깔 있는 옷을 입고 아가를 태우고 간다. 자세히 보면 그림에는 아이들부터 어른 노인 다 등장을 한다. 그림 속 주인공들은 눈이 초롱초롱하고 입으로 혹은 눈으로 말을 하려고 한다. 나무들도 슬렁슬렁 이야기를 하려 한다. 숲 속 어두운 곳에 숨은 괴물들은 환한 곳으로 나오지 못하고 눈만 내놓고 바라보는 모양이 너무 재밌다. 표정들이 너무 살아있다. 나무들이 연주를 하는 모습은 너무 신비롭고 아름답다. 빨간 꽃들의 얼굴은 또 어떤가. 호호호 웃음이 나온다. 달리는 말을 타고도 싶어진다. 그림부터 감상을 하면 그렇다.

이 책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이 골고루 들어있는 것 같다. 귀여운 강아지와 토끼, 달팽이, 말, 고양이, 꽃, 나비 벌 등이 등장을 해서 아이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또 먹는 것이 빠지지 않는다. 캐러멜을 만들고 과자를 만들어 아이들이 입맛을 다시게 한다. 또 꽃이 많이 나와서 아이들로 하여금 마음이 화사해지도록 만든다. 일단 좋아하는 친구들과 어울려 재미난 놀이를 하게 하는 것도 좋았다. 그러다가 극적으로 장미가 시들면 어떻게 된다는 대목에서 눈물을 자아낸다. 아이들이 일제히 소리 내어 울 것 같은 대목이다. 구성이 참 돋보인다.

아빠는 엄마만 좋아하고 엄마는 동생만 좋아한다. 자기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은 딱 한 사람 윌바리다. 그러나 윌바리는 정상적이지 않다. 장미 덩쿨 구석진 곳에 살기 때문이다. 나는 그 윌바리와 하루 종일 노는 경우가 많다. 그곳에 가면 모든 것을 잊고 놀 수가 있다. 엄마가 사 주시지 않는 강아지며 토끼도 마음껏 볼 수 있고 놀 수 있는 것이다.  어느 날 실컷 윌바리와 놀고 집에 들어왔는데 엄마가 이름도 같은 강아지 루프를 사오셨다. 그랬는데 그 다음날   살리콘의 장미가 시들어있었다. 비밀의 방으로 가는 구멍도 막혀버렸다. 과연 그 윌바리는 진짜 누구였을까? 엄마의 사랑을 받는 순간 슬그머니 사라져도 좋은, 대신 주고 간 사랑의 대명사?
  
무한한 상상력이 발휘된 책이다. 아이들은 역시 상상 속에서는 무엇이든 다 가능한 것 같다. 수도 없이 불러오고 맞이하고 보내는 꿈의 빛깔들이 더욱 아름답게 빛을 발하는 것이다. 작가란 그래야 하는 것이리라. 상상력을 부추기는 책. 그림책은 작은 미술관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오늘 이 책을 읽어보고 들여다보고 만져보면서 미술관 그 이상의 것이 들어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물론 느끼는 것도 가지각색일 것이고 바라보는 것도 제각각일 것이다. 그 속에서 또 무수한 이야기가 탄생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그림책, 바로 그것이다. 어쨌든 나도 이런 비밀의 방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 2007, sj, 무지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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