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는 날에는 진짜가 되는 거야 이야기 보물창고 2
마저리 윌리엄즈 글, 원유미 그림,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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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기적을 낳는다. 사랑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쉽게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사랑은 마법을 가져온다....... 읽고 나서는 이런 문구들이 떠올랐다. 그림책인데 이런 심오한 뜻을 담은 이야기가 아름답고도 멋지게 펼쳐질 수 있다는 데 놀라웠다. 간단하지 않은 깊은 철학이 담긴 책이다. 그렇다고 또 너무 어렵고 무겁지만은 않은, 사랑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는 책이다. 사랑받는 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결국 사랑이라는 것은 받기만 해서도 안 되며 주는 가운데 더 아름답게 열매를 맺는 것 같다.

톱밥으로 배가 채워진 벨벳 천으로 만든 토끼 인형. 태엽이 있어서 소리를 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진짜 인형도 아니다. 아이의 방에는 온갖 장난감들이 많은데 그 중에 하나가 토끼인형이다. 몇 시간 갖고 놀다가 여느 장난감처럼 처박혀 있기 일쑤다. 그중에 가장 오래된 조랑말 인형은 그나마 토끼인형에게 잘해준다. 토끼인형은 그 조랑말인형으로부터 진짜가 되는 거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장난감을 진짜로 만들어주는 인형마법에 대한 이야기를. 아이가 정말로 사랑하게 되면 진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를. 사랑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래서 겉으로 보기에는 볼품없이 되어가도, 사랑 앞에서는 그런 것들이 무색하게, 흉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까지도. 그 이야기를 듣고 벨벳토끼는 진짜가 되기를 꿈꾼다.

얼마 동안 아이가 거들떠보지도 않던 벨벳토끼는 느닷없이 다른 인형을 대신해 불려나왔다가 그 때부터 아이와 함께 잠을 자기 시작했다. 처음엔 불편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토끼는 행복했다. 밖에 나가 함께 보내기도 하였다. 어디든 함께였다. 아이는 이제 토끼 없이는 잠을 못 자게 되었다. 어느 날 밖에서 놀다가 잊고 안가지고 들어온 날 나나(장난감을 정리하는) 아줌마한테 한소리를 듣는다. 그깟 인형 하나 때문에 소동을 벌인다고. 그 때 아이는 그렇게 말하지 말라며 인형이 아니라 진짜라고 말을 한다. 그 말을 듣고 토끼는 행복해한다. 조랑말이 했던 이야기는 사실이었고 토끼에게도 마법이 일어난 것이다. 토끼는 더 이상 인형이 아니라 진짜인 것이다.  

그 날 밤 토끼는 가슴이 터질 듯 기뻐서 잠도 오지 않았고 가슴은 사랑으로 터질 것 같았다. 이미 오래전 빛을 잃은 눈에는 지혜와 아름다움이 가득했다. 사랑하면 마음도 몸도 윤택해진다는 말이 토끼에도 적용되었다. 여름에는 숲으로 놀러나가서 진짜 토끼를 만나게 되었다. 자기를 가짜라고 말하는 바람에 벨벳토끼는 슬펐다. 자기랑 놀아주지 않고 다들 가버려서 슬펐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낡고 초라해졌다. 자기를 버리는 것이 아닐까 두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는 변함없이 벨벳토끼를 사랑했다.

아이가 병이 났을 때, 아이랑 놀지 못해 심심했지만 토끼는 아이가 낫기를 진심으로 기다렸다. 어서 빨리 나아 함께 나가 놀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재미난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마침 아이는 나았다. 그런데 그만 의사는 토끼인형을 병균덩어리라고 버리라고 한다. 토끼는 이제 다른 잡동사니들과 불태워지기 위해  닭장 뒤로 보내졌다. 토끼는 그곳에서 지난날을 추억하며 슬퍼하였다. 사랑받고 아름다움을 잃고도 그냥 끝난다면 진짜가 되는 게 다 무슨 소용 있느냐며 눈물을 흘렸다. 사람들이란 글쎄 그렇다. 갖고 놀땐 언제고 볼품없고 낡아지니까 쓸모없다고 게다가 모함까지 하며(병균 덩어리) 버린다.    

이야기가 그냥 쉽게 끝나지 않았다. 눈물이 떨어진 정원에서 신비로운 꽃이 피었고 그 속에서 요정이 나온 것이다. 바로 인형 마법의 요정이었다.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장난감을 돌보고 있는데 더 이상 아이가 갖고 놀지 않으면 진짜로 만들어주는 일을 하는 요정이었다. 벨벳 토끼는 아이가 사랑을 하니까 진짜였고 모두에게도 진짜가 되는 거였다. 요정은 토끼를 숲으로 데리고 가서 소개시켰다. 요정이 토끼에게 입을 맞췄을 때 벨벳토끼는 진짜 살아있는 토끼로 변한 것이다. 이듬해 봄, 아이는 숲으로 놀러왔고 그곳에서 토끼를 만난다.

사랑이 쉽게 얻어지는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결코 사랑은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랑받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랑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소소하게 깔려있는 마음들, 그 작은 마음들이 모여서 추억이 되고 그 추억들이 사랑을 이루는 것 같다. 사랑은 시간을 함께 함으로써 얻어지는 효과인 것이다. 함께 하지 않으면 사랑이 어디서 나올까. 만나야 하고 부대껴야 하고 울어야 사랑이 싹 튼다. 흔히 싸우면 정이 든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함께 하다보면 알게 모르게 사랑의 감정이 생기고 그리고, 끊을 수 없는 연도 생기는 것이리라.

벨벳 인형이 그렇게 아이보다 더 가슴 아프게 절절하게 마음을 드러내는 걸 보고 놀랐다. 우리 집에도 장난감이 많은데 그 하나하나가 그냥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을 하니 가슴이 철렁해진다. 아이들은 그런 게 있는 모양이다. 자기가 갖고 놀던 것은 시간이 많이 흘러서  헌 것이 되어도 그것이 없이는 잠도 못자고 놀지도 못하며 불안해하는 아이가 있는 것. 들려오는 얘기가 다 그렇다. 또 그러고보면 사랑에는 역시 기적이 따르는 것 같다. 인형이 진짜 토끼가 되는 것을 보면 그렇고.....요정이 나와서 돕는 것도 그렇고. 어쨌든 자기의 것을  함부로 버리지 않는 일, 사랑은 그 작은 실천에서부터 오는 것이리라.  

< 2007,sj, 무지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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