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칭으로 수행한 이 ‘진짜‘ 여행은 시간과 비용의 문제 때문에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도 우리는 모두 그곳을 다녀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나 우리는 또다른 여행서나 TV의 여행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가 이미 다녀온 곳을그들이 여행하는 모습을 읽거나 보게 된다. 나와는 다른 그들의 느낌과 경험이 그들의 언어로 표현되어 내 여행의 경험에 얹힌다. 여행의 경험은 켜켜이 쌓여 일종의 숙성과정을 거치며 발효한다. 한 층에 간접경험을 쌓고 그 위에 직접경험을 얹고 그 위에 다시 다른 누군가의 간접경험을 추가한다. 내가 직접 경험한 여행에 비여행, 탈여행이 모두 더해져 비로소 하나의 여행 경험이 완성되는 것이다.
내 발로 다녀온 여행은 생생하고 강렬하지만 미처 정리되지 않은 인상으로만 남곤 한다. 일상에서 우리가 느끼는 모호한 감정이 소설 속 심리 묘사를 통해 명확해지듯, 우리의여행 경험도 타자의 시각과 언어를 통해 좀더 명료해진다.
세계는 엄연히 저기 있다. 그러나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인식하고 받아들이는가는 전혀 다른 문제다. 세계와 우리 사이에는 그것을 매개할 언어가 필요하다. 내가 내 발로 한 여행만이 진짜 여행이 아닌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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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으로 변화되지 않는 사람은 아집이 센 사람?

중국에서의 나는, 그리고 나와 함께 여행한 운동권의 ‘동지들은 어떤 면에선 유럽에서 열심히 필기만 잔뜩 해온 나의 아버지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우리는 사회주의 중국에 뭔가를 배우러 간다고 생각했다. 천안문 사태의 진실도 알고 싶었다. 국내 언론들이 사회주의 중국을 폄훼하기 위하여 진상을 조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했다. 사회주의의 미래를 확신하는 젊은 청년들을 만나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의 소망적 사고였을 뿐이었다. 자신이믿고 있던 것들이 아직은 건재하리라는 희망. 현실보다 믿음을 우선하는 태도였다. 여행하지 않는 사람은 편안한 믿음 속에서 안온하게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여행을 떠난 이 상, 여행자는 눈앞에 나타나는 현실에 맞춰 믿음을 바꿔가 게 된다. 하지만 만약 우리의 정신이 현실을 부정하고 과거의 믿음에 집착한다면 여행은 재난으로 끝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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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신잡에서 유시민과 상대적으로 진짜 여행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의 여행은 어땠을까 궁금했다.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나 글로 배운 사람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만 이야기한다. 본인의 모습에서는 하나도 드러내지 못하면서... 대신 말만 많다.
그러나 김영하가 아는 여행지의 이야기는 그의 경험도 함께 들어있었다. 물로 그 역시도 전부를 봤다고 할 수 없으나 최소한 신뢰는 가니까...

궁금하다,
책으로 풀어낸 만큼의 이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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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의 신사
에이모 토울스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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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느크바를 떠나기 전날 밤 아버지가 자신에게 바라는 행동이 무엇인지를 알고 난 후 괴로움을 토로했을 때, 아버지는 그녀에게 한가지 생각을 얘기해줌으로써 그녀를 위로하고자 했다. 
아버지는 우리 인생은 불확실성에 의해 움직여 나아가는데, 그러한 불확실성은우리의 인생 행로에 지장을 주거나 나아가 위협적인 경우도 많다고했다. 그러나 우리가 관대한 마음을 잃지 않고 보존한다면 우리에게 극히 명료한 순간이 찾아들 거라고 했다. 우리에게 일어난 모든일들이 갑자기 하나의 필수 과정이었음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순간이 찾아든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삶으로 꿈꿔온 대담하고 새로운 삶의 문턱에 서 있을 때조차도 그렇다는 것이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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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의 신사
에이모 토울스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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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늙은 나이에 변치 않는 새로운 목록을 작성하기 시작하는 건 우리의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지. 우리는 오히려 그들이 경험을 자유롭게 맛볼 수 있게 하는 데 현신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해, 두려워하지 말고 그렇게 해야 해. 담요를 푹 덮어주고 단추를 꼭꼭 채워주는 대신, 그들에게 믿음을 갖고그들 스스로 덮고 채우도록 해야 해. 그리고 그들이 새롭게 발견한자유 앞에서 실수한다 해도 우리는 느긋하고 관대해야 하며, 신중한 태도를 잃으면 안 돼, 우린 그들이 우리의 감시의 시선으로부터벗어나도록 독려해야 해. 그리고 마침내 그들이 인생의 회전문을통과할 때 우린 뿌듯하게 숨을 내쉬는 거지……."
백작은 증거를 보여주려는 것처럼 관대하고도 신중하게 호텔 입구를 가리키며 모범적으로 숨을 내쉬었다. 그러고 나서 안내 데스크를 톡톡 쳤다.
"그런데 그 애가 지금 어디 있는지 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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