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힘 - 매혹적인 스토리텔링의 조건
이창용 외 지음 / 황금물고기 / 201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비슷한 이야기라도 누가 하느냐,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 좋아하고 관심있는 과목의 수업시간에는 이야기가 쏙쏙 머리에 들어오면서 시간이 빨리 흐름을 느끼는데, 반대의 경우는 시계가 멈춰버린듯 하품을 동반한 피곤함이 몰려온다. 관심있는 과목이라도 누가 강의를 하냐에 따라 다르다. 전자의 경우가 훨씬 재미도 있고 기억에도 오래 남으며 시간도 빨리 간다는 것은 누구나 겪어봤을 것이다. 중학교때 국어선생님은 야한 농담과 자신의 경험을 섞어가면서 재미있게 수업을 했는데, 학생들의 성적도 잘나오는 편이었으며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가장 지루했던 이야기는 군대에서 받곤 하는 정신교육이다. 이것이 곤욕인 이유는 재미없고 딱딱한 내용은 물론 있을법하지 않으며 세뇌에 가까운 형식적인 이야기를 지루하게 쏟아내는것 이외에도, 결코 졸아선 안된다는데 있다. 짬밥이 안될수록 앞자리에 앉게 되는데, 일주일에 한번씩 하곤 하는 대대장의 정신교육은 정말로 온 정신을 가다듬어 적군이 아닌 졸음과 싸워야 갈굼을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배울필요도 없이 시간의 상대성을 절실하게 느끼게 해주었던 정신교육은 유격훈련보다 더 고통스러웠다. 반면에 예비군 훈련에서는 이시간에 대해서 훨씬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마음껏 대놓고 잘수 있다는 점만 바뀌었을 뿐인데.

 

   T.K 에서 태어나 어린시절을 보내며 뼛속까지 자리잡은 지역감정을 처음 느낀것은 초등학교 1학년 때였다. 김대중 후보와 김영삼 노태우 후보가 대선을 앞두고 선거운동을 벌이던 시기였는데, 나를 제외하곤 담임을 비롯 모든 아이들은 노태우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떠들어댔다. 멋모르는 어린 아이들에게조차 영향을 끼친 지역감정의 시발점은 이야기에서 비롯된다. 박정희가 자신의 출신지역인 경상도를 확실한 표밭으로 만들기 위해서 신라시대의 이야기까지 거론하며 지역감정스토리를 창조해낸 것이다. 삼선개헌 이전까진 전라도에서도 박정희가 가장많은 득표를 했었으며, 반대로 71년 대선당시 박정희의 삼선을 위한 본격적인 지역감정 조장전, 경상도에서 김대중 후보가 높은 지지율을 보이기도 했다. 좁은 나라에서 왜 지역감정이 이토록 뿌리깊을까 의아하게 생각했었는데, 이책을 읽고 나니 '이야기의 힘'이 작용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물론 부정적으로.

 





 

  세기의 악당 아돌프 히틀러도 이야기의 힘을 부정적으로 잘 활용한 인물이다. 아리아 민족의 우월성에 대한 신화를 만들어 독일국민들에게 각인 시키며 높은 지지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이끈 그의 지지율이 90%를 넘어 100%에 가까울 때가 있었다니 지금으로서는 믿기 어려운 사실이다. 다수의 선택은 시민혁명 이후 나폴레옹의 조카를 다시 대통령으로 선출시키는가 하면, 누구의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지지를 하기도 하고, 집없는 사람들에게 공급할 임대주택건설을 반대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는 원인에는 이야기의 힘이 있지 않을까?

 

  이야기의 힘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도 많다. 톰아저씨의 오두막집으로 번역되어 있는 스토우 부인의 '엉클톰스케빈'은 링컨으로 하여금 노예해방운동을 결심하게 했다. 이책에선 나오지 않는 이야기지만, 미국 도살장의 비위생적인 환경과 노동자들의 현실을 폭로한 업튼 싱클레어의 소설 '정글'은 루즈벨트 대통령으로 하여금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식품의약품 위생법및 육류검역법 제정을 밀고 나가게 만들었던 사례도 있다.

  게다가 지금 불고 있는 '도가니' 열풍도 이야기의 힘을 증명하는게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3부작 다큐멘터리로 먼저 제작된바 있는 이 책은, 재미있는 이야기의 조건, 이야기로 세상을 움직인 이야기, 이야기(스토리텔링)가 비지니스에 접목되어 성공한 사례등을 재미있게 설명한다. 그저 단순히 졸음이 오게 하느냐 오지 않게 하느냐의 차이라거나 재미를 주는 원동력이라고만 생각했던 이야기가 세상에서 이토록 큰 힘을 발휘해오고 있었다니 놀랍다. 생각해보면 그런 사례는 인식하지 못했을 뿐, 우리의 주변에서 생각보다 쉽게 찾을 수 있다. 

 

  같이 놀러갔다온 친구가 이야기를 하면 많은 사람들이 웃고 즐거워 하는 반면에, 내가 이야기 하면 썰렁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던 경험이 없는가? 같은 이야기라도 어떻게 이야기 하느냐에 따라 그 차이는 엄청나게 벌어진다. 이 책에서 나오는 스토리텔링 기법들을 잘만 활용한다면 실생활에도 유용하게 쓰이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호랑이의 아내
테이아 오브레트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비록 지금 한반도에서 멸종이 되어버렸지만. 호랑이는 우리민족과 매우 친숙한 동물이다. 어린시절 전래동화를 즐겨 읽었는데 은혜갚은 호랑이, 해님달님별님, 곶감이야기등 수많은 이야기에서 호랑이가 등장한다. 내 닉네임을 보면 짐작을 하겠지만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동물이 호랑이다.

 

   쟁쟁한 후보자들을 물리치고 최연소 오렌지상 수상의 영예를 얻은 저자의 당시 나이는 불과 스물다섯이다. 수상한 시기가 스물다섯이니 이 소설은 20대 초반에 집필했으며 데뷔작이라니 더욱 놀랍다. 우리나라에도 어린나이에 인터넷 소설로 성공한 귀여니가 있지만 문학수준의 레벨이 너무 다르므로 비교자체가 되질 않는다. 20대 초반에 불후의 명작들을 남긴 근대의 작가들이 있긴하지만 너무 오래전 이야기다.

 




 

   옛날에는 전쟁, 호환, 마마가 무서웠으나 현대의 아이들은 불량불법비디오에 몸살을 앓고 있다는 비디오 문구처럼 전쟁과 질병에 신음하는 국가는 현대에도 많이 존재한다. 발칸반도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민한 저자는 어릴 때의 경험과 할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데뷔작에서 잘 녹여냈다.

 

  사랑하는 할아버지의 사망소식을 들은 나탈리아는 의외로 담담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어린시절 할아버지와의 추억과 그에게 전해들은 이야기를 회상하며 슬픔에 잠기는 나탈리아. 훌륭한 의사였던 할아버지를 본받아 의대에 진학할 정도로 그녀는 할아버지를 존경하고 사랑했으리라.

  초반엔 조금 지루했다. 생소한 나라의 문화와 용어가 낯설기도 했고, 배경 묘사가 머리에 잘 연상되지 않았다. 초반을 지나 할아버지의 어린시절 이야기가 나오면서야 재미를 주었다. 9살 꼬마였던 할아버지가 살았던 평온한 갈리나 마을에 호랑이 한마리가 나타나 소동이 벌어진다. 마을의 약제사가 선물해준 '정글북'을 좋아하던 어린 할아버지는 정글북에 등장하는 호랑이 '시어칸'을 좋아했고, 호랑이를 실제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손에 길들여져 자란 호랑이는 스스로 사냥할 능력도 없고 사람을 해치지도 않지만, 마을사람들은 그 사실을 알길이 없다. 마을 사람들에게는 호랑이가 두려운 존재지만 백정 루카의 어린 벙어리아내와 꼬마(할아버지)는 호랑이를 좋아한다. 호랑이에게 먹이를 주곤 하는 벙어리 아내는 음악가가 되고 싶었던 루카가 사랑하던 여인 '아마나'의 동생이다. 루카는 아마나와 결혼해서 음악가로 살아가길 원했으나, 아마나는 다른 남자와 도망을 가버린다. 아마나의 아버지는 아마나 대신 벙어리 동생을 루카에게 시집보내버린다. 사랑하는 아마나의 도주와 함께 음악가의 인생도 좌절되어 버린 루카는 죄없는 벙어리 아내를 탓하며 폭행을 일삼는다. 호랑이를 돌보던 벙어리 아내는 호랑이의 아내라고 불리우고, 근거없는 마을사람들의 소문은 미신의 풍속과 함께 변질되어 퍼져만 간다.

 

  할아버지가 의사가 되었을때 만난 죽지않는 남자 이야기도 흥미롭다. 수십년에 걸쳐 몇차례 만나게 되는 죽지않는 남자 가브는 처음만났을때의 모습 그대로다. 다른 사람의 죽음을 알 수 있는 가브의 이야기는 호랑이의 아내와 관련이 없어보이지만 연관이 되는 이야기였다. 잘 짜여진 그 연관성을 알게 되는 부분이 무척 재미있다. 신화와 현실이 뒤섞여 넘나드는 재미와 새로움, 전쟁의 고통과 그 속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 호랑이의 아내와 죽지 않는 사나이, 전쟁과 신화라는 다른 소재를 잘 어우러지게 만든 어린 작가의 솜씨가 놀랍다. 다만 번역의 문제인지 문화의 차이인지 모르겠지만 그다지 몰입이 잘되는 소설은 아니었다. 소설이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도 그렇게 와닿지 않는 느낌이다. 역자는 영문과 교수이자 문학평론가인 역자로서 많은 작품을 번역한 바 있는 베태랑 번역가임에도. 아무래도 생소한 나라의 문화때문이겠지. 그 원인이 무엇인지 원서를 읽어보면 답을 알 수 있겠지만 그럴 실력이 안되므로 다음을 기약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좌절+열공 - 우리 시대 멘토 9인이 전하는 좌절 극복과 진짜 공부 이야기
강신주.강풀.김진숙 외 6인 지음 / 서해문집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좌절하는 시대에 젊음으로 살고 있는 나 또한 많은 좌절을 한다. 개인적으로 좌절하고 시대에 좌절한다.

 

 

   세계적인 교육열

 

  우리때는 공부잘하는 아이들만 다녔던 학원을 요즘은 거의 모든 학생이 다니고 있다. 성적이 좋지않은 아이도 다른 아이들이 다 다닌다는 이유로, 다니지 않으면 친구를 못사귄다는 이유로 다닌다. 서울 강남학생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사는 경기도 양주의 아이들의 직장동료 학부모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누구에겐 놀라운 이야기가 아니겠지만 평생 학원이라곤 해동검도와 태권도 2달, 주산학원 1달 밖에 다녀본적이 없는 나로선 놀라운 이야기였다.  심지어 학교 담임으로부터 왜 학원에 보내지 않느냐는 전화를 받는다고 한다. 그만큼 교육열이 높은 시대가 되었지만 과연 그 효과도 높을지는 의문이다.

 

  몇평에 사는지, 부모의 직업이 뭔지, 무슨 아파트에 사는지에 따라 친구 할지 안할지를 결정한다는 놀라운 이야기도 들었다. 내 초등학교때의 단짝은 반에서 일이등을 하는 키가 큰녀석 이었다. 하위권을 멤돌던 나는 그놈 덕분에 덩달아 공부를 잘한다는 오해를 받았다. 수학성적이 전체 공개되기 전까지. 중학교때는 전학오자 마자 전교일등을 한 녀석과 친했는데, 녀석은 내 덕분에 친구를 가려 사귀라는 담임의 친절한 조언을 들어야 했다. 중학교때까진 그런 구분이 크지 않았다. 적어도 부모나 교사가 간섭하기 전까진.

 

 

 

 

  수준별 맞춤 교육

 

  조기 수준별 인간관계 교육을 철저하게 받는 아이들이 커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게될까? 이미 시대를 앞서나간 오렌지 교육을 받고 자란 강남의 엘리트 어른들이 서민들을 무시하고 계시는데서 영감을 크게 얻으셨는지, 강남도 아니고 강북도 아닌, 지방의 소도시 양주에서조차 수준별 단계별 인간관계교육을 도입하여 조기부터 받고 계시니. 강남에 계신 분들의 자본 수준에는 턱도 못미치니 흉내라도 열심히 내면 잘살게 될거란 부푼 꿈을 안은 것처럼.

  중산층도 안되시는 서민들께서도 수준을 스스로 생성해 주셔서 자기보다 아래라고 생각하면 무시해 주시니 이러다가 위에서 부터 아래로 세부적 다단계 계급이 생기고 노비제도라도 부활하시는건 아닌지. 조기 교육을 받고 자란 수준 높으신 자제분들께서 자본의 잣대로 수준낮은 사람들을 모아 인간이 아닌 신종족이라도 생성시켜 주시려나?

 

 

  어른들은 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다, 예의가 없다며 혀를 찬다. 하지만 아이들이 문제는 아이들의 탓일 수 없다. 아이는 어른들에게 배울 수 밖에 없는 거니까.

  보금자리주택, 장애인 복지 시설 건설을 집단적 필사적으로 막는 어른들의 행태를 보고 집단 따돌림을 배우며, 가난한 사람들이 주위에 있으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말을 들으며 수준의 의미를 익힌다. 차별과 냉대, 멸시를 실천한다.

 

  이것이 단군이래 최고의 학력을 자랑하는 시대의 현실이다.

공부는 역사상 최고로 잘할지는 모르나 과연 인간의 기본도 모르는, 알려고 조차 하지 않는 이들을 학문을 한다고 할 수 있을까? 차라리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아빠처럼 어랄때부터 경제공만 시키는게 자본주의사회의 성공 지름길 일것이다. 이런 행태들을 보면 이민을 가고 싶다. 한땐 민족주의자라는 소리도 들은 내가.

주류에 속할 수도 없고 속하기도 싫은 난 앞으로 결혼하면 생길 아이들을 이런 환경에서 교육시키고 싶지 않다. 그곳에서도 차별은 있겠지만 적어도 동족끼리의 차별은 없을테니. 가까운 사람들의 차별이 더 서러운 법.

 

  하지만 이민을 가기엔 영어 실력이 딸린다. 또 학창시절 공부와 절교했던 덕택에 뒤늦은 공부를 어찌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하는 관계로 공부법에 관한 책을 찾아 읽는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도 단순히 '열공'이란 단어 때문이었다. 표지에 거론된 조국교수, 정혜신, 철학자 강신주 등 유명인들의 공부 비법이라도 알 수 있을까 해서. 하지만 내 예상은 보기 좋게 틀렸다. 그리고 그런 이유에서라도 이 책을 만나게 된걸 감사한다.

 

 






 

 

  이 책은 …

 

  내 필살기인 책과 크게 관계없이 떠들어 대기를 하다보니 이제야 책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이 책은 정동문예아카데미라는 곳에서 두번에 걸쳐 열린 강연들을 모은 책이다. 우리시대의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깨어있는 지식인들의 쉬우면서도 재미있고 주옥같은 강의들을 한권에서 접할 수 있다. 강신주나 조국, 정혜신 엄기호등은 베스트 셀러 혹은 추천/권장 도서들의 저자이기도 하다. 기대 하던 공부법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없지만,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큰 공부가 될, 지침으로 삼을만한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있다. 어떤것이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며 뜻깊게 살아가는 것인지, 이래라 저래라 설교하기 보다는 새로운 시각을 갖고 스스로 생각해보게끔 해준다고나 할까? 이론적으로 어려운 말을 써가면서 떠들어 대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참신한 시각을 제시한다.

 

 

  이미 이름이나마 들어 보았던 강사들의 강연도 물론 좋았지만, 생견 이름도 듣다보다 못했던 강사들의 강연도 무척 좋았다. 그들의 저서를 찾아서 죄다 읽고 싶다는 욕구가 생길 정도로. 좋은 강연들이 무척 많지만 -나는가수다- 에서도 뒤에서 노래부르는 가수의 공연이 기억에 남듯, 지금 가장 인상이 깊은 뒷부분의 인문학자 엄기호님의 강연을 소개해 본다. 자세한 것은 역시 본문을 읽어야 쉽고 재밌게 이해되며 내 글은 무척 허접한 것이어서 저자가 말하는 것에 대한 맛보기 체험일 뿐이니, 관심있는 분은 직접 책을 읽으며 경험하시길.

 

 

경험과 체험

 

  경험과 체험, 언듯보면 비슷한 말 같지만 크게 다른 말이다.

 

  해병대 캠프를 2박 3일 갔다오거나, 면제받은 사람이 한달 훈련을 받은 후 '제대했다!', '나도 군대를 갔다왔다-!'  하면 그 즉시 날때부터 개념을 안가지고 태어난 인간으로 인증받는것-으로도 경험과 체험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겠다.

 

  저자는 경험과 체험의 차이에 대해서 여러가지 예를 들어 설명하는데 그중 하나만 이야기 하자면 동물원과 사파리의 차이다.

 

  동물원에서 사자를 보는 것은 체험이고 사파리에 직접 호랑이를 만나는 것이 경험이다. 경험에는 위험과 우연성이 존재하며 진짜 경험은 예측이 불가능하고 위험요소가 숨어 있다고 한다.

  경험에서 우연성과 위험을 제거하면 체험이다. 호랑이를 만나 물려죽을 위험, 언제 어디서 튀어 나올지 모를 우연성을 제거 하고 언제나 호랑이를 볼 수 있는 동물원이 체험인 것이다.

그러나 저자가 말하는 위험의 핵심은 호랑이를 보러 갔다가 아무것도 못보는 것이다.

 

 

우리의 경험에서 우연이 열려 있을 때 우린 극단적으로 경험이 없는걸 경험합니다. 재밌는 사실은 그걸 통해서 우리가 경험하게 되는건 '경험' 그 자체 입니다. 아무것도 못했다는 것에서 경험이라는 게 무엇인가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건 사실 두려운 일입니다.  - 240p -

 

 

  우리는 불안한 시대를 살고 있고 그렇기에 안정된 공무원의 경쟁률은 치솟는다. 불안하기에 우연성을 싫어하고 위험을 두려워 한다. 그렇기에 위험과 우연성을 제거한 체험만을 추구하는 것이다.

 

  체험은 이미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틀안에서 움직인다. 반대로 경험은 자신의 것이다. 

공부도 마찬가지로 진정한 공부를 경험하기 위해서, 왜 공부를 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스스로 공부로 공부를 경험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이 꿈틀거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콤한 나의 도시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젠가 '책읽는 밤'이란 TV프로를 보게 되었다. 늦은 저녁 무언가를 먹을 때만 주로 켜는 TV를 틀고 야식을 먹으며 한 주부로 추정되는 여성이 나오는 것을 별 생각 없이 보게 되었다. 주부생활을 하다가 무슨 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소설가로 변신한 둥그런 눈매와 얼굴이 선하고 차분한 인상을 주는 여성은, 자신이 내놓은 신간에 대해서 출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는 소설보다도 패널로 출연한 프리랜서 기자 이어영의 또렷한 목소리와 예쁜 얼굴을 쳐다보는데 정신이 없었다. 몇 달이 지난 후 누군가를 문병 갔을때, '너는 모른다'라는 소설이 놓여져 있었다.

 

"어~ 이거 정이현 소설이잖아?"

  읽어보지도 않은 주제에 아는 척을 했다. 환자는 문병온 친구가 재미있다며 두고 간 책인데, 생견 책을 읽지 않아서 잘 읽히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고도 몇 달이 더 지난후, 운동 삼아 자전거를 타고 방문한 도서관에서 더 빌릴 것 없나 한바퀴 둘러보던 중에 발견한 '달콤한 나의 도시' 이 제목 역시 기억하는 것은 이어영기자가 언급할 때 예쁜 미소를 지었기 때문이었다.

  하여튼 나름 오래된 인연끝에 만나게 된 정이현의 소설은 얼마전에 읽은 고예나의 '클릭미'처럼 도시속에서 살아가는 미혼 여성들의 이야기다. 클릭미의 '연희'가 20대라면 달콤한 나의 도시의 '은수'는 30대다.

 




 

 

 

  삼십대, 내 또래 미혼 여성의 이야기를 읽는 다는 것은 지겹도록 들은 30대 미혼남의 이야기보다 신선하고 재미있다. 복잡하고 골아픈 여성들의 생각을 훔쳐보는 듯한 재미도 있고.

  몇년전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지만 지금의 감성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젊음은 불안하기 때문이다. 삼십대라는 남녀 모두 결혼과 직장의 문제로 갈등하는 공통점이 있다. 부풀은 꿈을 안고 사회에 나와 좌절도 해보고 도전도 해보았지만 사회라는 높은 장벽에 개인의 힘은 너무나 미약하다. '서른 다섯의 사춘기'같은, 서른 운운하는 책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는 것은 우리세대의 인구가 많아 수요가 많기 때문이 첫째요, 서른이 되어서도 방황이 계속, 아니 더욱 심화되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 주변에 '있을법한' 30대 미혼여성 은수와 유희는 재인의 결혼소식에 충격을 받는다. 모두 떠나보내도 셋만은 항상 같은 자리에 친구로 남아 서로를 안주삼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그들에게 재인은 배신자가 되버린다. 마침 전 남자친구의 결혼식날 위로를 받기 위해 마련한 자리에서 그런 소식을 들은 은수는 홧김에 연락처만 알던 남자에게 연락을 한다. 그남자의 모임에 꿔다놓은 보릿자루 처럼 앉아 있으며 자신이 질투유발에 이용되었다는 것을 알고 더 비참한 기분에 빠지지만, 마찬가지 신세인 연하남 태오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했던, 말로만 들었던 '원나잇 스텐드'를 경험하게 되는데.

  하지만 하룻밤에 끝날 인연은 아니었는지 둘은 계속 만나게 된다. 비록 동지들은 많지만 어쩔 수 없이 '노' 라는 타이틀이 붙여지게 되는 처녀 은수는 직장상사가 소개시켜준 평범남 '영수'와 착하고 끌리지만 어리고 비전이 없는 '태오'사이에서 갈등한다. 그리고 동거하던 태오와 사이가 멀어지게 되자 곧바로 영수와 만나게 된다. 아버지 세대나 조신한 사람이 보면  ㅉ과 ㄲ자를 연달아 발음하며 혀를 찰지도 모른다. 허나 나는 왜 이해가 되는거지? 비슷한 연배라서 그런것인지 직,간접 체험이 얽힌것인지 우리세대의 또래라면 나처럼 이해가 될것이다.

 

 

  10대때 방황을 했지만 30대에서도 할지는 몰랐다. 주인공도 아마 그랬으리라. 30이라는 나이가 되기전 그것은 머나먼 미래의 이야기나 미지의 세계처럼 멀게 느껴졌다. 30이라는 나이가 되면 '아'자가 붙게되는 완벽한 어른의 위치가 되어있을줄 알았다. 허나 막상 되어보니 그렇지 않다. 좋은것인지 나쁜것인지, 소설속 인물들과 나는 이 부분에서 완벽하게 공감할 수 있었다. 

  어른이 되고 싶었던 10대에서 벗어나 20대를 넘어서니 이제 어른이 되었다며 행세 했었다. 술집에서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하면 '저 나이 많아요' 라고 말한적도 있다. 입버릇처럼 '이나이에~', '나도 이제 꺾였지~' 등의 말을 농담조가 아닌 진심을 담아 말하곤 했었다. 얼마전에 20대로부터 그런 말을 들으니 웃음이 나오려 했다.

  언젠가부터 담배를 사도 술을 마셔도 절대 신분증을 요구하지 않게 되었을 때, 한강 고수부지서 맥주를 살때 매점할머니가(아마도 시력이 좋지 않았을)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했을때 속으로 얼마나 기뻐했던가?

 

  단군이래 최고의 스펙을 가진 세대이면서도 학자금대출을 갚아내기에 급급한 20대와 서른이 넘어서도 방황을 그칠지 모르는, 아니 더 깊은 회오리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는, 젊음이라는 타이틀이 아직 어색하지 않은 30대는 모두 힘겹다. 이 소설이 지극히 공감이 되지 않는, 찌질한 사람들의 우스갯거리였으면 좋았으련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를 사랑해야 치유된다 - 중독 심리치유 에세이
선안남 지음 / 신원문화사 / 201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고된 하루업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작은 방 안에 긴장을 내려놓는다. 씻고 저녁을 먹고 나면 나른해지고 마음도 덩달아 느슨해져 마음먹었던 것들을 미루고 컴퓨터 앞에 앉는다. 조금만 하다가 시작해야지~하다가 정신 차려보면 12시가 넘어있다. 퇴근한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벌써 자정이 넘었다니. 내 하루는 먹고 자고 일하는 것 뿐인가라는 아쉬움에 손을 놓기가 힘들다. 좀더 앉아있다보면 한두시가 되고, 더 이상은 안되겠다며 잠자리에 들고, 힘겨운 아침을 맞이한다. 피곤한 오전일과를 참아낸 후 점심을 후다닥 먹어치우고 오침을 취하면 좀 살것같다. 하지만 오후가 가까워지면 다시 피로가 몰려들고, 다시 힘겹게 퇴근시간을 손꼽아 기다린다. 집에가면 어느새 컴퓨터앞에 앉아있다. 

 

   수년간을  한두시까지 게임이나 인터넷을 하거나 술을 마시는 생활에 찌들어 있었다.

그러 싶었던 것은 아니다. 상고를 졸업하고 기술을 배웠지만 그 일이 너무 지겨워 다른공부를 해보기로 했지만, 내일부터 해야지 미루다 보니 몇 년이 흘러있었다. 하려던 공부는 교제 하나 제대로 끝내지 못했다. 나의 나약한 의지를 탓하며 자책도 해보며 책상 앞에 앉아도 봤지만 작심삼일을 넘기지 못하고 다시 같은 패턴으로 돌아가 버렸다. 결국 아무 것도 준비하지 못한채 직장을 그만두고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을 방황했던가. 그러면서도 몰랐다. 중독된 생활을 했었다는걸. 

 





  10대부터 피워오던 담배를 군대를 제대한 후 끊었다. 담배를 끊은지 1년이 지나자 길에서 담배연기만 맡아도 짜증이 났고, 저걸 내가 왜 피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다시는 피지 않을 자신이 있었고, 장난 삼아 친구들이 권하는 데도 전혀 충동이 일지 않았다. 그러 그때는 몰랐다.

4년 넘게 끊었던 담배를 5년넘게 만났던 애인과 헤어지면서 홧김에 다시 피웠다. 그녀에게 무엇인가 부담을 지워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 어렵게 끊은 담배를 너 때문에 피우게 되었다 - 라는.

한번의 충동에 다시 흡연생활이 시작되었고, 올 초에 다시 끊었지만 난 지금 담배를 입에 물고 있다. 술을 마셔도 짜증이 나도 참을 수 있게 되었지만 좌절과 화가 치밀어 어쩌지 못하는 일이 생기게 되면 다시 담배를 입에 물게 되는 것이다. '그까짓 것 다시 끊으면 된다' 란  심리가 마음에 있었던 거다. 그러나 아직 끊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중독이라는 것은 우리 뇌에 깊숙이 각인이 되어 많은 시간이 흘러도 방심해선 안된다.

 

 

  영화는 가상이지만 문학과 마찬가지로 있을법한 가상이다. 고로 우리 일상속의 일들을 영화에서 발견하게 된다. 영화와 중독을 함께 이야기 하는 이책에서 저자는 영화에서 있을법한 중독사례들을 찾아냈다. 

책에 나오는 영화들은 이미 본것도 있고 이름만 들어본 영화들도 있는데, 하나같이 괜찮은 영화들을 거론하고 있으니 영화가이드북이라고 해도 될듯하다. 책 속의 영화들을 감상하고 싶은 마음이 잔뜩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미 보았던 영화들도 새로운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았다. 황정민과 임수정이 나오는 '행복'을 남녀의 사랑과 배신에 관한 비극적인 영화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인간의 욕망과 중독증상, 인생철학까지 읽어낼 수 있는 영화였다니.

별 생각없이 보고 잊었던 영화였는데 다시 보고 싶어진다.  

 

 

중독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3대 중독이라 할 수 있는 마약중독, 알콜중독, 도박중독만이 심각한 중독일까? 

아니다.

중독은 누구에게나 가까이 있다. 

나쁜 버릇이 반복되고, 그것이 나와 내 주변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면 중독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책에 의하면 중독은 크게 물질, 행위중독 나눌 수 있는데 마약이나 알콜, 담배등에 의존하는 것은 물질중독이고, 강박적 행위나 성형, 인터넷, 음란물등의 중독은 행위중독이다.

 

   그 위험성이야 마약보다는 덜하겠지만, 우리 일상에 녹아 들어있는 생활 속의 행위중독들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것들이 특히 위험한 것은 방심하기 쉬우며, 인식하지 못할 가능성이 많고, 평범한 사람도 누구나 쉽게 빠져들 수 있으며, 가볍게 생각하고 넘어가 버리기 일수이기 때문이다. 각종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이점을 들어가며 인터넷 중독에, 많은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생각에 게임이나 채팅, 스마트폰에, 스트레스와 친목을 위해서 랍시고 알콜중독에 빠져버리는 것이다. 별것 아닌 취미쯤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심하면 시간과 인생을 좀먹는다.

 

   니코틴과 게임등에 중독되어 본적이 있는 나는 아직도 크고 작은 증세들을 가지고 있다. 책을 읽을 때 자꾸 두피를 만지작 거리는 버릇도 어느덧 중독증상이 되어버렸다. 한때 인터넷에서 자료를 모으는 수집벽에 걸려 CD와 DVD, HDD등의 기록매체를 사모으며 평생가야 보지도 않을 것들을 수집하는데 열을 올린적이 있다. 중독이라 말할 정도는 아니지만 취미가 독서로 바뀐 지금은 열심히 책을 모으느라 좁은 방안엔 읽지 못한 책들로 쌓여있다. 내방의 70%의 책들은 아직 읽지 않은 것일 정도니. 특히 전집에 대한 욕심이 많은데 최근에도 세트전집을 구입하고 싶은 충동을 참았다. 애거서 크리스티전집 50권과 소설 삼십륙계 36권세트, 절판된 문학전집세트, 만화책 전집세트등을 사고 싶은 충동을 참느라 얼마나 혼났는지. 또 희귀절판전집이나 전집류를 인터넷에서 찾아대느라고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지. 이쯤 되면 독서를 위한 것이 아니라 욕구를 수집충족시키기 위한 서적구매라고 할 것이다.

그래도 이전의 수집벽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고 이로운 것들이니 다행이다.

수집벽 말고 활자중독에나 좀 걸렸으면 좋으련만.

중독에 대한 해결책의 답은 결국 관심과 사랑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사랑의 결핍이 무엇인가 공허함을 불러오고, 공허함을 채우기위해 무엇인가에 빠져들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강박증세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마음이 안정되지 못하고 하려는 것에 집중을 못할 때, 목표가 없거나 삶의 의욕이 없을 때, 작은 것에 기쁨을 느끼지 못하고 자극적인것만을 즐길 때 쉽게 무엇인가에 중독된다. 증상이 무엇이냐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신이 중독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스스로 납득하며 피하지 말고 맞서야 한다. 그리고 방심하지 말고, 강박적으로 자신을 몰아세우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난 때로 무엇인가에 중독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일 중독에 걸린 사람들의 이야기는 직장에 가면 시계만 쳐다보는 나와는 딴 세상의 이야기인 것 같다. 일 중독 증상은 현실도피적인 성향을 띄고 있다는데 난 그럴 일이 있어도 죽어라 일은 하고 싶지 않았으니까(끈기가 없다는 것은 일 중독에 빠질 일이 없다는 장점도 있었구나!)

 

일중독은 걸릴일이 없으니 빼고, 활자중독, 공부중독, 운동중독에 걸리고 싶다. 중독증상을 벗어나는데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증상과는 다른 것에, 중독성이 강하지 않은 취미등에 빠져드는 것이라고 한다. 나쁜 버릇에 집착이 더해지면 나쁜 중독이 되는 것처럼 좋은 버릇에 열정이 더해 좋은 중독에 빠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