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의 아내
테이아 오브레트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비록 지금 한반도에서 멸종이 되어버렸지만. 호랑이는 우리민족과 매우 친숙한 동물이다. 어린시절 전래동화를 즐겨 읽었는데 은혜갚은 호랑이, 해님달님별님, 곶감이야기등 수많은 이야기에서 호랑이가 등장한다. 내 닉네임을 보면 짐작을 하겠지만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동물이 호랑이다.

 

   쟁쟁한 후보자들을 물리치고 최연소 오렌지상 수상의 영예를 얻은 저자의 당시 나이는 불과 스물다섯이다. 수상한 시기가 스물다섯이니 이 소설은 20대 초반에 집필했으며 데뷔작이라니 더욱 놀랍다. 우리나라에도 어린나이에 인터넷 소설로 성공한 귀여니가 있지만 문학수준의 레벨이 너무 다르므로 비교자체가 되질 않는다. 20대 초반에 불후의 명작들을 남긴 근대의 작가들이 있긴하지만 너무 오래전 이야기다.

 




 

   옛날에는 전쟁, 호환, 마마가 무서웠으나 현대의 아이들은 불량불법비디오에 몸살을 앓고 있다는 비디오 문구처럼 전쟁과 질병에 신음하는 국가는 현대에도 많이 존재한다. 발칸반도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민한 저자는 어릴 때의 경험과 할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데뷔작에서 잘 녹여냈다.

 

  사랑하는 할아버지의 사망소식을 들은 나탈리아는 의외로 담담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어린시절 할아버지와의 추억과 그에게 전해들은 이야기를 회상하며 슬픔에 잠기는 나탈리아. 훌륭한 의사였던 할아버지를 본받아 의대에 진학할 정도로 그녀는 할아버지를 존경하고 사랑했으리라.

  초반엔 조금 지루했다. 생소한 나라의 문화와 용어가 낯설기도 했고, 배경 묘사가 머리에 잘 연상되지 않았다. 초반을 지나 할아버지의 어린시절 이야기가 나오면서야 재미를 주었다. 9살 꼬마였던 할아버지가 살았던 평온한 갈리나 마을에 호랑이 한마리가 나타나 소동이 벌어진다. 마을의 약제사가 선물해준 '정글북'을 좋아하던 어린 할아버지는 정글북에 등장하는 호랑이 '시어칸'을 좋아했고, 호랑이를 실제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손에 길들여져 자란 호랑이는 스스로 사냥할 능력도 없고 사람을 해치지도 않지만, 마을사람들은 그 사실을 알길이 없다. 마을 사람들에게는 호랑이가 두려운 존재지만 백정 루카의 어린 벙어리아내와 꼬마(할아버지)는 호랑이를 좋아한다. 호랑이에게 먹이를 주곤 하는 벙어리 아내는 음악가가 되고 싶었던 루카가 사랑하던 여인 '아마나'의 동생이다. 루카는 아마나와 결혼해서 음악가로 살아가길 원했으나, 아마나는 다른 남자와 도망을 가버린다. 아마나의 아버지는 아마나 대신 벙어리 동생을 루카에게 시집보내버린다. 사랑하는 아마나의 도주와 함께 음악가의 인생도 좌절되어 버린 루카는 죄없는 벙어리 아내를 탓하며 폭행을 일삼는다. 호랑이를 돌보던 벙어리 아내는 호랑이의 아내라고 불리우고, 근거없는 마을사람들의 소문은 미신의 풍속과 함께 변질되어 퍼져만 간다.

 

  할아버지가 의사가 되었을때 만난 죽지않는 남자 이야기도 흥미롭다. 수십년에 걸쳐 몇차례 만나게 되는 죽지않는 남자 가브는 처음만났을때의 모습 그대로다. 다른 사람의 죽음을 알 수 있는 가브의 이야기는 호랑이의 아내와 관련이 없어보이지만 연관이 되는 이야기였다. 잘 짜여진 그 연관성을 알게 되는 부분이 무척 재미있다. 신화와 현실이 뒤섞여 넘나드는 재미와 새로움, 전쟁의 고통과 그 속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 호랑이의 아내와 죽지 않는 사나이, 전쟁과 신화라는 다른 소재를 잘 어우러지게 만든 어린 작가의 솜씨가 놀랍다. 다만 번역의 문제인지 문화의 차이인지 모르겠지만 그다지 몰입이 잘되는 소설은 아니었다. 소설이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도 그렇게 와닿지 않는 느낌이다. 역자는 영문과 교수이자 문학평론가인 역자로서 많은 작품을 번역한 바 있는 베태랑 번역가임에도. 아무래도 생소한 나라의 문화때문이겠지. 그 원인이 무엇인지 원서를 읽어보면 답을 알 수 있겠지만 그럴 실력이 안되므로 다음을 기약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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