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열공 - 우리 시대 멘토 9인이 전하는 좌절 극복과 진짜 공부 이야기
강신주.강풀.김진숙 외 6인 지음 / 서해문집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좌절하는 시대에 젊음으로 살고 있는 나 또한 많은 좌절을 한다. 개인적으로 좌절하고 시대에 좌절한다.

 

 

   세계적인 교육열

 

  우리때는 공부잘하는 아이들만 다녔던 학원을 요즘은 거의 모든 학생이 다니고 있다. 성적이 좋지않은 아이도 다른 아이들이 다 다닌다는 이유로, 다니지 않으면 친구를 못사귄다는 이유로 다닌다. 서울 강남학생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사는 경기도 양주의 아이들의 직장동료 학부모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누구에겐 놀라운 이야기가 아니겠지만 평생 학원이라곤 해동검도와 태권도 2달, 주산학원 1달 밖에 다녀본적이 없는 나로선 놀라운 이야기였다.  심지어 학교 담임으로부터 왜 학원에 보내지 않느냐는 전화를 받는다고 한다. 그만큼 교육열이 높은 시대가 되었지만 과연 그 효과도 높을지는 의문이다.

 

  몇평에 사는지, 부모의 직업이 뭔지, 무슨 아파트에 사는지에 따라 친구 할지 안할지를 결정한다는 놀라운 이야기도 들었다. 내 초등학교때의 단짝은 반에서 일이등을 하는 키가 큰녀석 이었다. 하위권을 멤돌던 나는 그놈 덕분에 덩달아 공부를 잘한다는 오해를 받았다. 수학성적이 전체 공개되기 전까지. 중학교때는 전학오자 마자 전교일등을 한 녀석과 친했는데, 녀석은 내 덕분에 친구를 가려 사귀라는 담임의 친절한 조언을 들어야 했다. 중학교때까진 그런 구분이 크지 않았다. 적어도 부모나 교사가 간섭하기 전까진.

 

 

 

 

  수준별 맞춤 교육

 

  조기 수준별 인간관계 교육을 철저하게 받는 아이들이 커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게될까? 이미 시대를 앞서나간 오렌지 교육을 받고 자란 강남의 엘리트 어른들이 서민들을 무시하고 계시는데서 영감을 크게 얻으셨는지, 강남도 아니고 강북도 아닌, 지방의 소도시 양주에서조차 수준별 단계별 인간관계교육을 도입하여 조기부터 받고 계시니. 강남에 계신 분들의 자본 수준에는 턱도 못미치니 흉내라도 열심히 내면 잘살게 될거란 부푼 꿈을 안은 것처럼.

  중산층도 안되시는 서민들께서도 수준을 스스로 생성해 주셔서 자기보다 아래라고 생각하면 무시해 주시니 이러다가 위에서 부터 아래로 세부적 다단계 계급이 생기고 노비제도라도 부활하시는건 아닌지. 조기 교육을 받고 자란 수준 높으신 자제분들께서 자본의 잣대로 수준낮은 사람들을 모아 인간이 아닌 신종족이라도 생성시켜 주시려나?

 

 

  어른들은 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다, 예의가 없다며 혀를 찬다. 하지만 아이들이 문제는 아이들의 탓일 수 없다. 아이는 어른들에게 배울 수 밖에 없는 거니까.

  보금자리주택, 장애인 복지 시설 건설을 집단적 필사적으로 막는 어른들의 행태를 보고 집단 따돌림을 배우며, 가난한 사람들이 주위에 있으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말을 들으며 수준의 의미를 익힌다. 차별과 냉대, 멸시를 실천한다.

 

  이것이 단군이래 최고의 학력을 자랑하는 시대의 현실이다.

공부는 역사상 최고로 잘할지는 모르나 과연 인간의 기본도 모르는, 알려고 조차 하지 않는 이들을 학문을 한다고 할 수 있을까? 차라리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아빠처럼 어랄때부터 경제공만 시키는게 자본주의사회의 성공 지름길 일것이다. 이런 행태들을 보면 이민을 가고 싶다. 한땐 민족주의자라는 소리도 들은 내가.

주류에 속할 수도 없고 속하기도 싫은 난 앞으로 결혼하면 생길 아이들을 이런 환경에서 교육시키고 싶지 않다. 그곳에서도 차별은 있겠지만 적어도 동족끼리의 차별은 없을테니. 가까운 사람들의 차별이 더 서러운 법.

 

  하지만 이민을 가기엔 영어 실력이 딸린다. 또 학창시절 공부와 절교했던 덕택에 뒤늦은 공부를 어찌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하는 관계로 공부법에 관한 책을 찾아 읽는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도 단순히 '열공'이란 단어 때문이었다. 표지에 거론된 조국교수, 정혜신, 철학자 강신주 등 유명인들의 공부 비법이라도 알 수 있을까 해서. 하지만 내 예상은 보기 좋게 틀렸다. 그리고 그런 이유에서라도 이 책을 만나게 된걸 감사한다.

 

 






 

 

  이 책은 …

 

  내 필살기인 책과 크게 관계없이 떠들어 대기를 하다보니 이제야 책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이 책은 정동문예아카데미라는 곳에서 두번에 걸쳐 열린 강연들을 모은 책이다. 우리시대의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깨어있는 지식인들의 쉬우면서도 재미있고 주옥같은 강의들을 한권에서 접할 수 있다. 강신주나 조국, 정혜신 엄기호등은 베스트 셀러 혹은 추천/권장 도서들의 저자이기도 하다. 기대 하던 공부법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없지만,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큰 공부가 될, 지침으로 삼을만한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있다. 어떤것이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며 뜻깊게 살아가는 것인지, 이래라 저래라 설교하기 보다는 새로운 시각을 갖고 스스로 생각해보게끔 해준다고나 할까? 이론적으로 어려운 말을 써가면서 떠들어 대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참신한 시각을 제시한다.

 

 

  이미 이름이나마 들어 보았던 강사들의 강연도 물론 좋았지만, 생견 이름도 듣다보다 못했던 강사들의 강연도 무척 좋았다. 그들의 저서를 찾아서 죄다 읽고 싶다는 욕구가 생길 정도로. 좋은 강연들이 무척 많지만 -나는가수다- 에서도 뒤에서 노래부르는 가수의 공연이 기억에 남듯, 지금 가장 인상이 깊은 뒷부분의 인문학자 엄기호님의 강연을 소개해 본다. 자세한 것은 역시 본문을 읽어야 쉽고 재밌게 이해되며 내 글은 무척 허접한 것이어서 저자가 말하는 것에 대한 맛보기 체험일 뿐이니, 관심있는 분은 직접 책을 읽으며 경험하시길.

 

 

경험과 체험

 

  경험과 체험, 언듯보면 비슷한 말 같지만 크게 다른 말이다.

 

  해병대 캠프를 2박 3일 갔다오거나, 면제받은 사람이 한달 훈련을 받은 후 '제대했다!', '나도 군대를 갔다왔다-!'  하면 그 즉시 날때부터 개념을 안가지고 태어난 인간으로 인증받는것-으로도 경험과 체험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겠다.

 

  저자는 경험과 체험의 차이에 대해서 여러가지 예를 들어 설명하는데 그중 하나만 이야기 하자면 동물원과 사파리의 차이다.

 

  동물원에서 사자를 보는 것은 체험이고 사파리에 직접 호랑이를 만나는 것이 경험이다. 경험에는 위험과 우연성이 존재하며 진짜 경험은 예측이 불가능하고 위험요소가 숨어 있다고 한다.

  경험에서 우연성과 위험을 제거하면 체험이다. 호랑이를 만나 물려죽을 위험, 언제 어디서 튀어 나올지 모를 우연성을 제거 하고 언제나 호랑이를 볼 수 있는 동물원이 체험인 것이다.

그러나 저자가 말하는 위험의 핵심은 호랑이를 보러 갔다가 아무것도 못보는 것이다.

 

 

우리의 경험에서 우연이 열려 있을 때 우린 극단적으로 경험이 없는걸 경험합니다. 재밌는 사실은 그걸 통해서 우리가 경험하게 되는건 '경험' 그 자체 입니다. 아무것도 못했다는 것에서 경험이라는 게 무엇인가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건 사실 두려운 일입니다.  - 240p -

 

 

  우리는 불안한 시대를 살고 있고 그렇기에 안정된 공무원의 경쟁률은 치솟는다. 불안하기에 우연성을 싫어하고 위험을 두려워 한다. 그렇기에 위험과 우연성을 제거한 체험만을 추구하는 것이다.

 

  체험은 이미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틀안에서 움직인다. 반대로 경험은 자신의 것이다. 

공부도 마찬가지로 진정한 공부를 경험하기 위해서, 왜 공부를 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스스로 공부로 공부를 경험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이 꿈틀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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