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해야 치유된다 - 중독 심리치유 에세이
선안남 지음 / 신원문화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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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고된 하루업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작은 방 안에 긴장을 내려놓는다. 씻고 저녁을 먹고 나면 나른해지고 마음도 덩달아 느슨해져 마음먹었던 것들을 미루고 컴퓨터 앞에 앉는다. 조금만 하다가 시작해야지~하다가 정신 차려보면 12시가 넘어있다. 퇴근한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벌써 자정이 넘었다니. 내 하루는 먹고 자고 일하는 것 뿐인가라는 아쉬움에 손을 놓기가 힘들다. 좀더 앉아있다보면 한두시가 되고, 더 이상은 안되겠다며 잠자리에 들고, 힘겨운 아침을 맞이한다. 피곤한 오전일과를 참아낸 후 점심을 후다닥 먹어치우고 오침을 취하면 좀 살것같다. 하지만 오후가 가까워지면 다시 피로가 몰려들고, 다시 힘겹게 퇴근시간을 손꼽아 기다린다. 집에가면 어느새 컴퓨터앞에 앉아있다. 

 

   수년간을  한두시까지 게임이나 인터넷을 하거나 술을 마시는 생활에 찌들어 있었다.

그러 싶었던 것은 아니다. 상고를 졸업하고 기술을 배웠지만 그 일이 너무 지겨워 다른공부를 해보기로 했지만, 내일부터 해야지 미루다 보니 몇 년이 흘러있었다. 하려던 공부는 교제 하나 제대로 끝내지 못했다. 나의 나약한 의지를 탓하며 자책도 해보며 책상 앞에 앉아도 봤지만 작심삼일을 넘기지 못하고 다시 같은 패턴으로 돌아가 버렸다. 결국 아무 것도 준비하지 못한채 직장을 그만두고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을 방황했던가. 그러면서도 몰랐다. 중독된 생활을 했었다는걸. 

 





  10대부터 피워오던 담배를 군대를 제대한 후 끊었다. 담배를 끊은지 1년이 지나자 길에서 담배연기만 맡아도 짜증이 났고, 저걸 내가 왜 피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다시는 피지 않을 자신이 있었고, 장난 삼아 친구들이 권하는 데도 전혀 충동이 일지 않았다. 그러 그때는 몰랐다.

4년 넘게 끊었던 담배를 5년넘게 만났던 애인과 헤어지면서 홧김에 다시 피웠다. 그녀에게 무엇인가 부담을 지워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 어렵게 끊은 담배를 너 때문에 피우게 되었다 - 라는.

한번의 충동에 다시 흡연생활이 시작되었고, 올 초에 다시 끊었지만 난 지금 담배를 입에 물고 있다. 술을 마셔도 짜증이 나도 참을 수 있게 되었지만 좌절과 화가 치밀어 어쩌지 못하는 일이 생기게 되면 다시 담배를 입에 물게 되는 것이다. '그까짓 것 다시 끊으면 된다' 란  심리가 마음에 있었던 거다. 그러나 아직 끊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중독이라는 것은 우리 뇌에 깊숙이 각인이 되어 많은 시간이 흘러도 방심해선 안된다.

 

 

  영화는 가상이지만 문학과 마찬가지로 있을법한 가상이다. 고로 우리 일상속의 일들을 영화에서 발견하게 된다. 영화와 중독을 함께 이야기 하는 이책에서 저자는 영화에서 있을법한 중독사례들을 찾아냈다. 

책에 나오는 영화들은 이미 본것도 있고 이름만 들어본 영화들도 있는데, 하나같이 괜찮은 영화들을 거론하고 있으니 영화가이드북이라고 해도 될듯하다. 책 속의 영화들을 감상하고 싶은 마음이 잔뜩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미 보았던 영화들도 새로운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았다. 황정민과 임수정이 나오는 '행복'을 남녀의 사랑과 배신에 관한 비극적인 영화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인간의 욕망과 중독증상, 인생철학까지 읽어낼 수 있는 영화였다니.

별 생각없이 보고 잊었던 영화였는데 다시 보고 싶어진다.  

 

 

중독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3대 중독이라 할 수 있는 마약중독, 알콜중독, 도박중독만이 심각한 중독일까? 

아니다.

중독은 누구에게나 가까이 있다. 

나쁜 버릇이 반복되고, 그것이 나와 내 주변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면 중독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책에 의하면 중독은 크게 물질, 행위중독 나눌 수 있는데 마약이나 알콜, 담배등에 의존하는 것은 물질중독이고, 강박적 행위나 성형, 인터넷, 음란물등의 중독은 행위중독이다.

 

   그 위험성이야 마약보다는 덜하겠지만, 우리 일상에 녹아 들어있는 생활 속의 행위중독들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것들이 특히 위험한 것은 방심하기 쉬우며, 인식하지 못할 가능성이 많고, 평범한 사람도 누구나 쉽게 빠져들 수 있으며, 가볍게 생각하고 넘어가 버리기 일수이기 때문이다. 각종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이점을 들어가며 인터넷 중독에, 많은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생각에 게임이나 채팅, 스마트폰에, 스트레스와 친목을 위해서 랍시고 알콜중독에 빠져버리는 것이다. 별것 아닌 취미쯤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심하면 시간과 인생을 좀먹는다.

 

   니코틴과 게임등에 중독되어 본적이 있는 나는 아직도 크고 작은 증세들을 가지고 있다. 책을 읽을 때 자꾸 두피를 만지작 거리는 버릇도 어느덧 중독증상이 되어버렸다. 한때 인터넷에서 자료를 모으는 수집벽에 걸려 CD와 DVD, HDD등의 기록매체를 사모으며 평생가야 보지도 않을 것들을 수집하는데 열을 올린적이 있다. 중독이라 말할 정도는 아니지만 취미가 독서로 바뀐 지금은 열심히 책을 모으느라 좁은 방안엔 읽지 못한 책들로 쌓여있다. 내방의 70%의 책들은 아직 읽지 않은 것일 정도니. 특히 전집에 대한 욕심이 많은데 최근에도 세트전집을 구입하고 싶은 충동을 참았다. 애거서 크리스티전집 50권과 소설 삼십륙계 36권세트, 절판된 문학전집세트, 만화책 전집세트등을 사고 싶은 충동을 참느라 얼마나 혼났는지. 또 희귀절판전집이나 전집류를 인터넷에서 찾아대느라고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지. 이쯤 되면 독서를 위한 것이 아니라 욕구를 수집충족시키기 위한 서적구매라고 할 것이다.

그래도 이전의 수집벽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고 이로운 것들이니 다행이다.

수집벽 말고 활자중독에나 좀 걸렸으면 좋으련만.

중독에 대한 해결책의 답은 결국 관심과 사랑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사랑의 결핍이 무엇인가 공허함을 불러오고, 공허함을 채우기위해 무엇인가에 빠져들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강박증세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마음이 안정되지 못하고 하려는 것에 집중을 못할 때, 목표가 없거나 삶의 의욕이 없을 때, 작은 것에 기쁨을 느끼지 못하고 자극적인것만을 즐길 때 쉽게 무엇인가에 중독된다. 증상이 무엇이냐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신이 중독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스스로 납득하며 피하지 말고 맞서야 한다. 그리고 방심하지 말고, 강박적으로 자신을 몰아세우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난 때로 무엇인가에 중독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일 중독에 걸린 사람들의 이야기는 직장에 가면 시계만 쳐다보는 나와는 딴 세상의 이야기인 것 같다. 일 중독 증상은 현실도피적인 성향을 띄고 있다는데 난 그럴 일이 있어도 죽어라 일은 하고 싶지 않았으니까(끈기가 없다는 것은 일 중독에 빠질 일이 없다는 장점도 있었구나!)

 

일중독은 걸릴일이 없으니 빼고, 활자중독, 공부중독, 운동중독에 걸리고 싶다. 중독증상을 벗어나는데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증상과는 다른 것에, 중독성이 강하지 않은 취미등에 빠져드는 것이라고 한다. 나쁜 버릇에 집착이 더해지면 나쁜 중독이 되는 것처럼 좋은 버릇에 열정이 더해 좋은 중독에 빠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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