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사체험 상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윤대석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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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다치바나 다카시의 <임사체험>은 <사색기행>과 함께 읽기 시작했는데, 상하권 합쳐 무려 880 페이지! 하지만 읽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었다. 임사체험(Near-death experience)이란 사생학(sanatology)에서 다루는 분야의 하나로, 심장마비나 교통사고 등의 촌각을 다투는 사고를 당한 사람들이 죽음 직전에 겪고는 극적으로 생환하여 주장하는 체험이다. 자세한 사항들은 책을 직접 읽어 보길 바라고, 정작 중요한 것은 임사체험을 한 사람들의 거의 대부분이, 그 체험이 신체활동이 극히 저하되어 일어나는 뇌 속의 환각이든, 실제로 사후세계를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든 간에, 체험 후의 삶이 극적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즉, 이기적이고 물질적인 삶에서 이타적이고 정신적인 삶으로 전환하여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요약하면 지식에 대한 추구와 모든 생명체를 선하게 대하는 것, 그리고 봉사하는 삶이다. 임사체험의 객관적인 증명 유무를 떠나 죽음에 대한 인식이 곧 삶에 대한 충실성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이 방대한 책을 관통하는 진리는 결국 죽음과 삶은 하나라는 것이다. 따라서 어떻게 살 것인가가 더 중요한 화두인 셈이다. 한 번씩 읽어 보면 죽음보다 삶에 대해 더 많은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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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의 정원
다치바나 다카시.사토 마사루 지음, 박연정 옮김 / 예문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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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知의 庭園>은 다치바나 다카시와 사토 마사루(이 사람의 이름은 요네하라 마리의 <대단한 책>에서도 언급된다)라는, 소위 일본의 '독서 달인'들이 펼치는 지식과 교양, 세계와 나, 지구와 우주에 걸치는 방대한 관심사를 두 사람의 대담으로 풀어낸 책이다. 대화 속에 언급되는 책의 권수는 물경 사 백권(두 사람이 추천한 책 들중에서 내가 읽은 책들을 헤아려 보았더니  50여권이 채 않된다. 일본인 저자가 쓴 책들이 많고 그 책들이 대부분 한국어로 번역되지 않아서라고 애써 자위해 본다)이 넘고, 그 책들에 관한 짧지만 촌철살인적인 평들은 핵심을 관통한다. 책을 꽤 읽었다고 자부하는 나도 자연과학은 약한 편인데, 특히 다치바나 다카시는 자연과학 전반에 걸쳐 해박한 지식과 이해력을 자랑한다. 이 두 사람의 대담은 결국 독서를 통한 삶의 지혜로 요약된다. 즉, 다치바나 다카시는 "인간의 어두운 면에 대한 정보가 현대 교양 교육에 절대 필요하다" 말하고, 사토 마사루는 "어떤 미지의 문제와 맞닥뜨렸을 때 그것을 읽어낼 수 있는 힘이 교양"이라고 말한다. 이것이 바로 삶의 지혜가 아니고 무엇인가? 그러므로 독서는 단순히 글자 읽기에 그쳐서는 안된다. 그리고 가능한 관심 분야가 많을수록 바람직하다. 폭넓게 사고하고 편견을 갖지 않으며 상황에 따라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힘도 독서에서 나온다. 이제는 내 육체의 죽음 너머에 있을 세계에 대해서도 쇠락하기 전에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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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살아 오면서 꽤 많은 책들을 읽었다고 자부하지만, 내 인생에 결정적으로 큰 영향을 준 책을 다섯 권만 뽑아 보라면 첫 번째는 단연 Edward Said의 <오리엔탈리즘>이다. 제국주의 서구의 실체를 똑똑히 알게 해주었고 이후 세계사적 사건에 대한 나 나름의 해석과 비평을 할 수 있는 힘을 키워 준 '위대한 책'이다. 두 번째는 학부 시절 새벽 시간을 이용해 세 달 동안 집중적으로 읽었던 Romain Rolland 롤랑의 <장 크리스토프>다. 베토벤을 모델로 한 대하소설로, 삶과 사랑, 우정, 무엇보다도 예술에 대한 크리스토프의 처절한 몸부림이, 이후 베토벤에 대한 무한한 존경과 전 작품 청취라는 불가능에 가까운 실천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세 번째는 <존 스튜어트 밀 자서전>이다. 저자가 아버지에게 받았던 어린 시절의 교육부터 자신의 사상이 형성되어 가는 과정을 서술한 책인데, 특히 학문을 대하는 자세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네 번째는 靑莊館 李德懋의 <士小節>이다. 제목처럼 선비가 지켜야 할 작은 예절과 덕목을 차분히 적어 내려간 조선 역사상 최고의 자기 수양서다. 사람답게 살고 싶은가? 이 책을 읽어라. 다섯 번째는 莊周의 <莊子>다. 그 넓고 깊은 사상을 다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장자를 통해 죽음에 대한 성찰만큼은 큰 깨달음을 얻었다. 이 책들은 내 <枕頭의 書>로써 늘 함께 하는 벗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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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관련 영인본 구매건으로 신촌 <글벗서점>에 갔다가, "또" 책을 한 권 샀다. <카를 마르크스의 역사이론-역사유물론 옹호>라는 표제의 묵직한 사회과학서다. <한길사>에서 2011년 9월 30일에 발행한 책인데, 정가는 30,000원이다. 정작 궁금한 것은 시중 서점에서 현재 판매되고 있는 신간도서를 정가의 60%로 구매할 수 있다는 행운이 아니라, 한국 도서유통의 모순에 관한 것이다. 전에도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헨리 페트로츠키의 <서가에 꽂힌 책>이라는 절판도서를 정가의 70%에 구매했는데, 헌책방 마니아의 글에 의하면 이 책은 현재 전국 어디에서도 어떤 가격을 주고도 구할 수 없는 희귀품이다. 그런데 알라딘 중고서점에는 20권이 넘는 재고가 있었다(아직도 상당히 많이 남아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모순 아닌가? 도대체 한국의 도서유통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인가? 책도 상품이긴 하지만 다른 것과는 구분되는 문화의 한 종류다. 필요한 책을 적절한 시간과 장소에서 구해 이용할 수 있어야 문화도 확대되는 것 아닌가? 한 권의 책에 긴 생명을 부여하는 것은 출판사와 유통의 투명성, 그리고 독자의 관심, 이렇게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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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새 책 - 절판된 책에 바치는 헌사
박균호 지음 / 바이북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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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새 책>은 제목으로 알 수 있듯 현재 절판되어 더 이상 시중 서점에서 살 수 없는 책들에 얽힌 사연들을 저자가 인터넷 헌책방이나 지인을 통해 확보하게 된 경험담이다. 나도 헌책방에 자주 가는 편이라 저자의 경험에 충분히 공감한다. 나 역시 절판되어 구할 수 없었던 F. W. Nietzsche의 "반시대적 고찰"(1쇄 발행 1982년)이나 금성출판사판 "세계문학대전집"(1983년), 또는 "한길 로로로"(1997년) 시리즈 등, 상당수의 책들을 여러 헌책방에서 구했다. 특히, 이 책에 소개된 <서재 결혼시키기>와 <서가에 꽂힌 책>을 알라딘 종로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해 단숨해 읽었던 기억이 새롭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신간 도서의 홍수 속에서 정작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는 것은 당의정 같은 베스트셀러 뿐, 인간 정신의 지평을 넓혀주고 세계관을 정립하는 데 꼭 필요한 묵직한 책들은 곧 잊혀지는 현실에서, 뒤늦게 절판 도서를 찾아 헤메는 모습은, 어쩌면, 보물찾기에 비유할 수 있겠다. 그것도 나만을 위해 빛나는 보석! 나도 언젠가는 그동안 모아온 책들에 얽힌 사연들과 그 책들이 나를 어떻게 변화시켰는가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 육체는 쇠해도 정신은 빛나고 책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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