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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에 붙이는 주석
제바스티안 하프너 지음, 안인희 옮김 / 돌베개 / 2014년 5월
평점 :
‘오늘날의 세계는 우리 마음에 들든 안 들든 분명히 히틀러의 작품이다. 히틀러가 없었다면 독일과 유럽의 분할이 없었을 것이다. 히틀러가 없었다면 미국과 소련이 베를린에 주둔하지 않았을 것이다. 히틀러가 없었다면 이스라엘이 없었을 것이고, 히틀러가 없었다면 식민지 해방도 없었을 것이다. 적어도 그토록 빠른 해방은 아니었을 것이고, 또한 아시아·아랍·아프리카의 해방과 유럽의 추락도 없었을 것이다.’(『히틀러에 붙이는 주석』p.166~7)
왜 하필 지금 히틀러인가? 아니, 히틀러는 과거의 유물일 뿐인가? 위의 긴 인용문에서 알 수 있듯 히틀러는 현재진행형의 인물이고, 따라서 지금 이 시간에도 세계의 어느 한 쪽 구석에서는 히틀러의 생각과 행동을 모방하여 자국민을 억압하거나 타국과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 자칭 타칭 위대한 지도자가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의 일본의 우경화와 아베 정권의 집단 자위권 인정 또는 과거사 부정 등의 치밀하게 계획된 정치적 행동 뒤에서, 북한의 3대에 걸친 세습권력과 핵 보유를 위한 김정은의 정치적 제스처 뒤에서 나는 히틀러의 망령을 본다. 정도의 차이는 있더라도 아시아·아프리카·중동·남미 각국 정치 지도자들의 겉으로 드러난 모습 뒤에는 히틀러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음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자국민을 오도하고 타국에 대한 적개심을 통치 권력의 핵심으로 이용하려는 야심, 자국 내부의 취약계층에 대한 증오심을 유발하여 권력을 강화하고 영구화하려는 속셈, 어떤 명분을 조작해서라도 전쟁을 벌이고자 하는 극히 위험한 사고체계를 가진 사이코패스 지도자와 그 아래에서 권력을 나누어 가지고자 하는 소수 정치 모리배들의 이익이 부합하는 순간, 국가의 자국민 희생 시스템이 작동하여 스스로의 의지로 굴러가는 전쟁기계로 변신하게 되는 것이다. 전체는 아니라 해도 독일 국민 대다수는 히틀러에 동조했고 유대인 학살을 방조했으며 그 결과 인류사 최대의 전쟁이라 할 2차 세계대전은 인류의 전체 양심과 이성적 합리성에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 현대 한국이라고 다를까? 여전한 지역 이기주의와 선거 때마다 불쑥 나타나 자신을 찍어 달라고 선동하는 후보자들 중에서 당신은 어떤 기준과 소신으로 누구에게 투표하는가? 정치적 권력과 거리를 두고 사는 일반 소시민으로써, 정작 권력이 어떻게 작동하고 그 권력 시스템이 어떻게 나의 정신과 육체에 폭압적으로 작용하는지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히틀러가 위험한 지점이 바로 여기다. 권력은 곧 부패한다는 것. 따라서 권력 유지를 위해서 자국민의 희생쯤은 가볍게 여기는 정치 지도자의 사탕발림에 기만당하지 않을 지성은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 그 입과 혀로 빚어내는 한 마디 한 마디에 무조건 열광할 것이 아니라 좀 더 이성적이고 분석적으로 차분히 사유해야 하지 않을까? 내 정신과 육체의 희생을 강요하는 정치체제와 독재자의 정치적 야심이 맞물리는 그 지점에서 나라는 개인성을 여하히 유지하고 올바른 선택을 내릴 수 있는 지성을 당신은 갖추고 있는가? 히틀러는 과거의 현상이 아니라 현재도 내 옆에서 엄연히 살아가고 있는 악의 의지임을 잊지 말길 바란다. 독재자와 독재체제는 백성과 시스템과의 공모임을 똑바로 깨닫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