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살아 오면서 꽤 많은 책들을 읽었다고 자부하지만, 내 인생에 결정적으로 큰 영향을 준 책을 다섯 권만 뽑아 보라면 첫 번째는 단연 Edward Said의 <오리엔탈리즘>이다. 제국주의 서구의 실체를 똑똑히 알게 해주었고 이후 세계사적 사건에 대한 나 나름의 해석과 비평을 할 수 있는 힘을 키워 준 '위대한 책'이다. 두 번째는 학부 시절 새벽 시간을 이용해 세 달 동안 집중적으로 읽었던 Romain Rolland 롤랑의 <장 크리스토프>다. 베토벤을 모델로 한 대하소설로, 삶과 사랑, 우정, 무엇보다도 예술에 대한 크리스토프의 처절한 몸부림이, 이후 베토벤에 대한 무한한 존경과 전 작품 청취라는 불가능에 가까운 실천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세 번째는 <존 스튜어트 밀 자서전>이다. 저자가 아버지에게 받았던 어린 시절의 교육부터 자신의 사상이 형성되어 가는 과정을 서술한 책인데, 특히 학문을 대하는 자세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네 번째는 靑莊館 李德懋의 <士小節>이다. 제목처럼 선비가 지켜야 할 작은 예절과 덕목을 차분히 적어 내려간 조선 역사상 최고의 자기 수양서다. 사람답게 살고 싶은가? 이 책을 읽어라. 다섯 번째는 莊周의 <莊子>다. 그 넓고 깊은 사상을 다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장자를 통해 죽음에 대한 성찰만큼은 큰 깨달음을 얻었다. 이 책들은 내 <枕頭의 書>로써 늘 함께 하는 벗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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