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이 할 수 있지만, 다 하지 않습니다
온선(온라인선생님) 지음 / 모티브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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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나는 ‘얼마나 더 할 수 있는가’만을 증명하며 살아왔다. 오십 대 중반에 접어들기까지 직장 안에서의 삶은 늘 더 많은 성과와 빠른 속도를 요구하는 경쟁의 장이었다. 새로운 기술이 쏟아지고 디지털 도구들이 발전할 때마다 뒤처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AI가 번거로운 작업을 순식간에 해결해 주는 시대가 왔을 때, 나는 잠시 숨을 돌리는 대신 ‘남는 시간에 무엇을 더 해내야 하는가’를 먼저 고민했다. 나에게 능력이란 언제나 한계를 시험하고, 빈 공간을 일로 빼곡히 채워 넣는 효율성의 다른 이름이었다. 

<더 많이 할 수 있지만, 다 하지 않습니다>는 이처럼 스스로를 몰아붙이던 나에게 숨통을 틀 여유를 주었다. 저자는 무엇이든 더 빠르고 많이 해낼 수 있게 된 과잉 생산성의 시대에, 역설적으로 더 조급하고 지쳐가는 우리에게 ‘기술이 빈 화면을 채우는 시간을 줄여주었지만, 우리는 그 아낀 시간마저 또 다른 일과 조급함으로 다시 채우고 있지는 않은가?’라는 질문을 준다. 타인의 속도에 내 보폭을 맞추느라 번아웃을 겪는 대신, 더 해낼 수 있는 순간에도 스스로 멈출 줄 아는 비움의 용기가 진짜 실력이라는 메세지를 담고 있다.

“할 수 있는 기회가 무한히 널려 있는 시대일수록, ‘더 해내는 능력’보다 ‘하지 않을 것을 솎아내고 멈출 줄 아는 능력’이 진짜 실력이다.”라고 말한다. 이 말 앞에서 나는 오십 대 중반이라는 내 인생의 위치를 돌아보게 되었다. 정년을 바라보는 이 시점에도 여전히 젊은 세대의 속도를 따라잡으려 조바심을 내고, 내 존재 가치를 오직 생산성으로만 증명하려 했던 모습이다.

책을 읽고 난 지금 나는 세상이 요구하는 기준을 내려놓고 삶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다짐을 마음에 새겼다. 

첫째, 출근길에 무작정 투두 리스트를 채우기보다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솎아내려 한다. 완벽주의를 내려놓고 에너지를 낭비하던 불필요한 일들을 비워낼 것이다. 둘째, 회사에서 ‘더 많이 아는 선배’가 되려 애쓰기보다 후배들이 마음껏 역량을 펼치도록 한 걸음 물러서서 조력하겠다. 기술의 속도는 그들이 더 빠를지 몰라도 일의 완급을 조절하고 멈추어야 할 때를 아는 지혜는 경험 속에 축적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은퇴 이후의 어디까지 일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나만의 일 기준을 세워나갈 것이다. 직장이라는 울타리가 사라져도 세상의 속도에 휩쓸리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내 속도대로 지속할 수 있는 단단한 힘을 기르겠다는 다짐이다. 

이 책은 성과 압박에 시달리는 직장인과 은퇴 후 일의 방향성을 고민하는 중장년층에게 주체적인 삶을 살도록 이끌어주는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무한한 생산성의 굴레에서 벗어나 스스로 일의 크기를 결정하고, 멈춤을 통해 단단한 내면의 평온을 얻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얼마나 더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나는 어디까지 할 것인가’를 스스로 정할 때 삶의 주도권이 찾아온다.” 이제는 세상의 속도가 아닌, 나만의 보폭으로 걸어갈 시간이다. 더 많이 할 수 있어도, 다 하지 않을 자유가 우리에게는 분명히 있다. 

 

이 리뷰는 리뷰의숲 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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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돈이 된다 - 돈의 본질을 꿰뚫는 담대한 선언
야마구치 요헤이 지음, 박선영 옮김 / 한빛비즈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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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오십 줄에 접어들었다. 20대 청춘을 다 바쳐 들어온 직장에서 부장이라는 명함을 달고 있지만, 요즘 내 마음속에는 늘 서늘한 바람이 분다. 정년퇴직이라는 단어가 남의 일 같지 않게 다가올 때마다, 매달 꼬박꼬박 통장에 찍히는 월급에만 의존하고 안주했던 시간들에 대한 후회와 서늘한 현실, 다가올 미래에 대한 고민과 마주하기 때문이다. 주식 차트를 들여다보고, 부동산 급매물을 찾아보며 노후 준비라는 이름의 재테크를 해보지만 불안감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돈을 쫓아갈수록 돈의 그림자는 더 멀어지는 기분이었다. 야마구치 요헤이의 저서 <나는 돈이 된다> 마음을 사로잡는 제목의 책을 읽었다. 
'돈에 휘둘리지 않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스스로 돈이 되는 것이다.' 책의 첫 장을 넘기자마자 마주한 이 대담한 선언은 마치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주었다. 지금까지 나는 돈을 ‘어떻게 벌 것인가’ 혹은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와 같은 외부적인 기술에만 매달려 있었다. 하지만 저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진정으로 살아남는 법은 외부의 자산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가치를 창출하는 자산 그 자체가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때 문득 마음 한구석에서 의문이 고개를 들었다. ‘스스로 돈이 된다’는 건, 결국 피카소처럼 타고난 창조적 재능이나 특별한 기술을 가진 천재들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닐까? 평생을 조직의 부품처럼 정해진 시스템 속에서만 살아온 나 같은 평범한 직장인이, 이제 와서 무슨 수로 창조성을 발휘해 스스로 가치가 될 수 있단 말인가. 막막함과 회의감이 밀려왔다. 기업가치 평가 전문가인 저자의 처방은 무척이나 현실적이고 정교했다. 핵심은 외형적인 ‘손익계산서’의 삶에서 내실 있는 ‘대차대조표’의 삶으로 시선을 전환하는 데 있었다. 매달 얼마를 벌고 얼마를 쓰는지 보여주는 손익계산서적인 삶은 직장인의 삶과 꼭 닮아 있다. 월급이라는 일시적인 수입에 기대어 살다가, 퇴직과 동시에 그 손익계산서는 멈춰버린다. 반면 대차대조표는 보이지 않는 내면의 자산, 즉 내가 가진 경험과 핵심 역량, 그리고 오랜 시간 쌓아온 사람들과의 신용을 뜻한다. 
저자는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만이 창조가 아니라고 말한다. 나 자신이 진정한 자산이 되기 위해서는 기술적 재테크보다 나만의 신용과 인간관계를 ‘자산화’해야 하며, 당장 눈앞의 수입에 집착하기보다 시간이 흘러도 고갈되지 않는 내면의 자산을 탄탄하게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사회적 시스템과 연결해 ‘가격’으로 치환하는 감각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 메시지다.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생각한 창조성은 오해였다. 30년 가까이 직장 생활을 하며 온갖 위기를 넘기고, 사람들과 부딪치며 쌓아온 노하우와 문제 해결 능력, 성실함이야말로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나만의 대차대조표적 자산이자 진정한 창조성의 씨앗이었다. 다만 회사라는 간판 아래 묻혀 있어 미처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 이제는 이 보이지 않는 가치를 어떻게 세상이 필요로 하는 신용과 연결하고 가격으로 치환할 것인가, 즉 책이 제시한 가치 창출의 메커니즘을 배우면 되는 문제였다. 
이제 나는 주식 창을 닫고,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퇴직은 인생의 종말이 아니라, 회사의 대차대조표에서 독립해 나만의 대차대조표를 온전히 가동하는 시작점이다. 스스로 돈이 된다는 것은 대단한 천재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의 주권을 다시 찾아오는 일이다. 돈의 노예가 아닌 주인으로서, 내 안에 잠든 가치의 원천을 깨우는 것. 50대의 늦깎이 공부는 이제 시작이다. 불안했던 노후가 비로소 내가 채워갈 나만의 자산으로 설레기 시작한다. 
이 책은 나와 같이 미래가 불안한 직장인이나 주체적인 부의 전환점을 맞이하고 싶은 이들에게 강력히 권하고 싶다. 책을 통해 막연한 재테크 요령 대신 내 삶의 무형 자산을 '신용과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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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스의 가장자리 - 부서진 유년의 파편에서 출현한 신경과학자 이야기
데이비드 수실로 지음, 이충호 옮김 / 북하우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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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위 과정 동안 내가 마주한 세계는 직경 수 센티미터의 투명한 플라스틱 웰 플레이트 속에 있었다. 태아 생쥐의 뇌에서 분리한 신경세포들을 체외 환경에서 배양하고, 그것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모습을 관찰하는 것. 그리고 그 유약한 신경망에 약물을 투여했을 때의 변화를 정량화하는 것이 내 석사학위 논문의 전부였다. 당시 나를 괴롭혔던 것은 생명체의 '불확실성'이었다. 세포들은 매번 동일한 조건에서도 어떤 날은 역동적이었고 어떤 날은 사멸했다. 통제 불가능한 이 무질서는 내게 스트레스의 근원이었다.

세계적인 계산신경과학자 데이비드 수실로의 회고록 <카오스의 가장자리>를 읽으며 나는 강렬한 데자뷔를 느꼈다. 부모의 약물 중독과 방임, 보육원을 전전한 저자의 유년기는 독성 약물에 파괴되던 나의 세포들을 연상시켰다. 그러나 저자는 이 책에서 '창발', 즉 ‘하위의 단순한 개별 요소들이 결합하여 상위의 완전히 새로운 고차원적 지능을 만들어내는 현상’을 통해 삶의 절망을 과학적 경외감으로 승화시킨다. ‘어떻게 그 악조건을 뚫고 성공했는가?’라는 질문에 저자는 뇌 속 뉴런들이 얽혀 '생각'을 창발하듯, 유년의 상처와 우연, 호기심이 교차하며 '나라는 자아'를 창발해냈다고 답한다. 낡은 컴퓨터라는 질서 속에서 코딩을 배우며 구글과 메타의 수석과학자로 스스로를 진화시킨 것이다.

현재 바이오 스타트업의 품질관리(QC) 팀장으로 일하며 나는 매일 '질서와 통제'의 최전선에 서 있다. 의약품 안전성을 위해 모든 공정을 규격화하는 것이 내 일이다. 하지만 저자의 메시지를 마주하며 품질관리 이면의 본질을 깨닫는다. 인공 신경망이든 우리의 삶이든, 완전히 고정된 질서도 무너진 무질서도 아닌 그 경계면인 '카오스의 가장자리'에 있을 때 가장 풍부한 지능을 창발한다. 너무 많은 통제 속에서는 아무것도 창발하지 않으며, 통제가 없으면 무너진다. 생명과 인간의 영혼은 오직 이 위태로운 경계면 위에서만 역동적으로 성장한다.

비슷한 상처를 공유했으나 비선형적인 삶의 경로 속에서 비극적인 궤적을 살다간 저자의 누나 이야기를 보며 생명을 대하던 숙연함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저자는 우리의 상처가 성취로 지워지지는 않지만, 그 상처마저 나를 구성하는 복잡계의 일부로 껴안을 때 진정한 자아가 창발된다고 말한다.

이 책은 복잡계 과학의 언어로 인간의 영혼을 위로하고, 스스로 삶을 재창조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는 뜨거운 고백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과거의 불행이라는 초기 조건이 삶을 완전히 결정짓지 않으며, 인간은 혼돈 속에서도 스스로를 진화시키는 복잡계 존재라는 점을 배웠다. 그리고 품질관리 업무와 일상의 변동성 앞에서도 완벽한 통제 대신 '카오스의 가장자리'가 가진 역동성을 포용할 때 비로소 진정한 성취와 성장이 창발된다는 지혜를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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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을 읽은 척할 수 있는 책
사라시나 이사오 지음, 이진원 옮김 / 까치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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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잠든 깊은 밤, 붉은 응급실 불빛 아래서 숨을 헐떡이는 반려견과 반려묘들의 눈을 바라보며 사투를 벌인다. 주말 야간당직 수의사로 살아간다는 것은 세상의 가장 고요한 시간에 가장 치열한 생명의 전선을 지키는 일이다. 긴박한 응급 처치가 끝나고 잠시 숨을 돌리는 새벽녘, 동물의 생로병사를 돌보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 생물학의 뿌리라는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은 궁금하지만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시험을 치르기 위해 외웠던 ‘자연선택’이나 ‘핀치새 부리’ 같은 파편적인 기억으로만 남았고, 600페이지가 넘는 벽돌 책을 읽어볼 엄두는 내지 못했던 것이다. <종의 기원을 읽은 척할 수 있는 책>은 <종의 기원>에 대한 명쾌한 답으로 최고였다. 

 ‘다윈이 <종의 기원>을 쓴 진짜 목적은 생물학의 모든 복잡한 수수께끼를 단 하나의 단순한 이론으로 설명하는 통일 이론을 구축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다윈이 책의 전반부에서 사육 동물과 품종 개량 이야기를 지루할 정도로 길게 늘어놓은 이유는 인간이 목적을 갖고 형질을 솎아내는 ‘인위선택’을 징검다리 삼아, 대자연 역시 환경에 적응한 개체만을 남기는 단 하나의 원리인 ‘자연선택’을 증명하기 위해서였다. 주말 야간당직을 서며 조우하는 수많은 품종견들의 유전적 다양성과 특이 질환들이 다윈의 품종 개량 논리와 겹쳐 보이며 무릎을 치게 만들었다. 

과연 <종의 기원>은 종교를 부정하는 차가운 ‘과학’인가, 아니면 새로운 신의 섭리를 증명하는 ‘신학’인가? 저자가 요약해 준 다윈의 진짜 속내는 흥미롭게도 그 중간 어디쯤에 있었다. 다윈은 신이 지구상의 수백만 종을 일일이 빚어냈다는 문자 그대로의 신학을 반박했지만, 신의 존재 자체를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전능한 창조주라면 생명체 하나하나를 번거롭게 직접 만들기보다, ‘자연선택’이라는 단 하나의 위대한 법칙을 세워 생물이 환경에 맞춰 스스로 변형되도록 설계했을 것이라 주장했다. 즉, 다윈에게 진화론은 신의 설계를 정교한 과학의 언어로 번역해 낸 일종의 ‘새로운 신학’이었던 셈이다. 

저자는 이 거대한 과학적, 신학적 가설을 현대 멘델 유전학과 게놈(DNA) 데이터로 완벽하게 보완하며, 고전이 어떻게 현재진행형으로 살아 숨 쉬는 지성이 되었는지 보여준다. ‘이 행성이 중력의 법칙에 따라 도는 동안, 생명은 그토록 단순한 시작으로부터 가장 아름답고 경이로운 형태로 끝없이 진화해왔고,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종의 기원>의 이 최고의 한 문장이 주는 전율은 대단했다. 인간보다 수만 배 뛰어난 개나 고양이의 감각은 누군가 급조해 낸 열등하거나 우월한 피조물이 아니다. 그토록 단순한 시작에서 출발해, 대자연이 허락한 법칙 안에서 스스로 아름답게 적응해 낸 경이로운 진화의 증거들이다. 

<종의 기원>이라는 고전 읽기에 도전할 용기와 시간을 내지 못했던 바쁜 현대인들과 생명의 가치를 깊이 고민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단시간에 진화론의 핵심 논리를 완벽히 마스터하는 지적 교양을 얻을 수 있고, 현대 과학으로 살아 숨 쉬는 고전의 가치와 생명을 향한 깊은 경외감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다윈이 꿈꾸었던 위대한 법칙 속에서 내 손을 거쳐 가는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을 향한 깊은 겸손함을 다시금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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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 숨 섬 - 마음을 찾는 사람들
김한수 지음 / 생각정원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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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만 보고 달렸다. 정신을 차려보니 50대 중반, 성실한 직장인으로 버티며 가장으로서 가족의 울타리를 단단히 지키는 것이 내 삶의 전부이다. 매일 밀려오는 피로는 꾹 참았고,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건 사치라 여겼다. 돌볼 겨를 없이, 아니 실은 내 마음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잊은 채 그렇게 나를 지우며 살았다.

이유 없는 무력감과 번아웃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고 자부했는데, 정작 집 안에서 나는 점점 더 외로워졌고 사소한 일에 날카로워졌다. ‘내가 왜 이러지?’ 하는 혼란 속에서 방황한다. <쉼 숨 섬>을 읽고,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던 내 영혼을 향한 다정한 노크이자 마음을 잃어버린 현대인들을 향한 치유의 손길이다.

‘삶이 흔들릴 때, 어디로 돌아갈 것인가?’라는 묵직한 질문,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열심히 사는 법'이 아니라 다시 '나를 만나는 일'이다’라고 말한다. 남들의 속도에 맞춰 뛰느라 내 숨이 어떤지도 잊고 살아가던 나에게, 책은 거창한 해답 대신 ‘우선 잠시 멈추고 쉬어보라’는 평범하면서도 강력한 말을 건낸다.

가장 먼저 내 발걸음을 멈추게 한 문장은 ‘쉼’에 관한 통찰이었다. ‘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라, 더는 자신을 몰아붙이지 않기로 결심하는 순간이다’라고 단언한다. 그동안 내가 생각한 쉼은 주말에 소파에 누워 TV를 보는 일시적인 기능 정지에 불과했다. 휴일에도 머릿속은 업무 계획과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쉼은 게으름이 아니라 다음 걸음을 걷기 위한 거룩한 도약이며, 내 몸과 마음에 진정한 정지 버튼을 눌러야만 비로소 회복이 시작된다는 문장을 새긴다.

그 다음 메시지는 ‘숨’이었다. 책 속의 마음 전문가들은 ‘생각은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걱정하지만, 숨은 언제나 현재에 머문다’고 말한다. 가만히 손을 가슴에 얹고 느껴본 내 숨은 늘 가쁘게 몰아쉬고 있었다. 거창한 수련이 아니라 ‘한 호흡으로 현재에 돌아와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느끼는 알아차림’만으로도 평정심을 찾을 수 있다는 조언에 따라 깊은 숨을 내뱉자 가슴을 짓누르던 돌덩이가 조금은 가벼워지는 듯했다.

마지막 단어인 ‘섬’에 이르렀을 때 공감의 눈물이 흐른다. 섬을 ‘주변의 소음에서 벗어나 마침내 내 삶의 중심에 홀로 서는 독립적인 마음의 공간’이라고 말한다. 내게는 나만의 섬이 없었다. 회사와 집에서 늘 누군가의 기대를 채워주기 바쁜 ‘관계의 중심’에만 서 있었다. 주변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되어 오롯이 ‘나’라는 존재 자체로 머무를 수 있는 단 하나의 독립적인 공간이 내게는 절실했던 것이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내 마음을 잘 돌보라고 나직이 속삭인다. 내가 먼저 행복해야 내 가정도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나는 내가 희생하고 참아야 가정이 평안 해진다고 믿었다. 메마른 마음으로 주는 사랑은 단단할지 언정 따뜻할 수 없었다. 내 마음이 황폐해져 가는데 어떻게 가족들에게 울창한 그늘을 내어줄 수 있었겠는가. 내 마음을 돌보는 것은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라, 오히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더 온전하게 사랑하기 위한 가장 먼저의 준비 의식이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나는 매일 조금씩 나만의 ‘쉼 숨 섬’을 찾는다. 아침에 일어나 내 호흡에 집중하는 숨을 쉬고, 퇴근길에는 나만의 섬으로 들어갈 것이다. ‘그 모든 삶의 의문과 괴로움을 넘어서는 힘은 바깥이 아니라 자기 안에서 시작된다’는 말을 이정표 삼아, 이제라도 내 마음을 돌볼 것이다. 비로소 나의 일터도, 그리고 내가 그토록 지키고 싶었던 나의 소중한 가정도 진정한 평화와 행복으로 가득 차오를 것이라 확신한다.

번아웃을 겪으면서도 차마 멈추지 못하는 이 시대의 모든 직장인과 가장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27명의 현자들이 건네는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타인의 속도에 흽쓸리지 않고 스스로 숨을 고르며 마침내 내면의 평정과 진정한 일상의 안식처를 되찾는 마음 돌봄의 지혜를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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