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잠에서 깨다 - 일제 강제노동 희생자 유골발굴이 새긴 기억의 공공인류학
정병호 지음 / 푸른숲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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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나은 내일을 여는 길이 담긴 책입니다.

도노하라와 정병호 교수의 만남과 인연은 긴 잠을 깨워대한민국의 품, 아이누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 초석을 놓았다. 한국-일본은 넘어 동아시아공동워크숍으로 확대되어 역사를 왜곡하지 않고 가해자, 피해자로 규정지어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상호 반목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유골의 발굴과 귀향을 주축으로 모임을 만들고 유지했다. 일본 학생들은 특별히 역사 문제에 관심이 높다기 보다 한국 학생들과의 만남 자체에 흥미를 느꼈고,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참석한 이가 많았다는데 한국 학생들은 어땠을까? 역사에 관심이 높고, 교육의 폐해로 근거 없는 우월감, 깊은 피해의식과 열등감을 바탕으로 한 반일감정(?)을 가졌을 것이다. 그냥 미운~일본문화를 선입견 없이 이해하도록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고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었다고 한다.

도노히라가 유골발굴, 종교적으로 의미 있는 일이었지만 역사적인 범죄 현장이자 그 범죄의 희생자들이 묻혀 있는 자리이고, 증거로서 의미가 될 만큼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정병호 교수의 의견을 따라 방식을 바꾸게 되고 한국-일본-재일교포-조선적-아이누를 골고루 아우르는 팀을 만든 건 신의 한수라고 생각한다. 이런 시민들의 운동, 워크숍, 유해발굴 사업의 자극으로 정부도 나서게 된다. 2015115기의 유골은 일본에서 분골하고 유골함에 담겨 일본을 관통하는 길을 거쳐 부산에서 서울, 파주로 옮겨졌다.

과거를 역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일은 중요하다. 다만 그 역사에 발목 잡히거나 매몰되어 현재와 미래를 망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직접 겪어본다는 의미도 중요하다. 우리와 일본은 서로 어떤 감정인지? 스포츠 경기에서 한-일전(-한전)을 보면 알 수 있다. 다 져도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 몸이 부서져도 이겨야 하는 경기이고 응원도 과격하고 지면 큰일난다. ? 가스라이팅? 강요되고 대물림되는 감정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왜 대물림될까? 풀어야 할 때 풀지 못한 탓-그때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확한데 영원이 유지되는 관계는 아니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하고 보상하면 더 나은 관계로 회복될 수 있다.  사죄와 보상의 정도는 당연히 피해자의 기준이어야 한다. 지금 쿠팡의 행태를 보면 열불이 나는데 강제 징용, 위안부, 사망을 겪은 분들과 가해지의 자세는 어땠는지? 시간이 흐르면 더 어려운 일일 것이다. 왜곡을 일삼아 잠잠하던 감정에 돌을 던져 다시 반일운동이 벌어지고 일본을 반한 감정으로 대응한다.

실천 인류학자, 사회 운동가셨던 정병호 교수님이 202412 8일에 별세하시고 난 후 발간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안타까운 맘이 크다. 교수님의 역할로 이 일들이 시작되고 유유지를 이어받은 분들이 지속해 나가실 거라고 기대합니다.

이 리뷰는 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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