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 사람 별난 이야기 - 조선인들의 들숨과 날숨
송순기 지음, 간호윤 엮음 / 경진출판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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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크기도 평범하지 않게 크다.

 

저자 송순기님은 1920년대 식민지 시대를 살다간 문인 지식인으로 <매일신보> 기자, 발행인 겸 편집장을 지냈고, 자식을 잃은 슬픔에 36세라는 나이로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자식을 앞세운 슬픔은 어떤지 경험이 없으면 알 수 없을테지만 죽을 만큼 아프다는 건 여러 이야기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나마 알 수 있을 거 같아요. 기사, 야담, 소설, 한시, 논설, 기행문, () 등 그야말로 다양한 장르를 두루 섭렵한 문인이었다고 합니다.

 

사람마다 판단 기준이 다르니 기인, 기담이라고 할 수도 있는 이야기들로 보이기도 하지만 목차의 27가지 이야기 소제목만 보면 기인기사(奇人奇事)라는 느낌보다는 비범(非凡)정도. 100년 전에 쓰여진 책 중 일부를 발췌하여 현재에 출간, 흔하지 않은 일이다. 고전에 해설을 다는 일은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고전에 담긴 뜻과 의미를 훼손하는 일을 없어야 한다. 해설과 번역? 오역으로 인해 의미가 모호하거나 원문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신 분들이 있을 것이다. 하물며 해설은? 역자 등의 주관적인 내용이 사족으로 달릴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 책은 어떨지? 우리 모두 읽어보면 알까요?

 

제목이나 본문을 읽어보면 현대, 오늘날의 글들과는 다른 느낌을 받는다. 이게 1920년대 문체일까? 문체를 바꾸지 않은 건 역자의 의도라고 여겨도 될까?

현명한 며느리로 아들은 의병을 일으키고 피난간 시부모는 산골에서 무탈하게 잘 지내기 된다는 이야기. 있을 법도 한 이야기. 짧지만 강렬한 기사 하나에 설명 하나(별별 이야기 간선생 왈)로 구성되어 있다. 아주 잘 읽힌다. 실존 인물의 삶과는 차이가 있으니 글줄 글줄 사이를 주시하여 진실을 찾아야 한다는(p17) 설명을 곁들여 준다.  

 

엄한 아버지로부터 첩실을 허락받아 주는 지혜로운 친구, 본처의 질투를 걱정한 아버지의 지혜가 담긴 이야기. 지금이야 첩은 위법(?)이지만 이혼하고 재혼하는 건 별일 아닌 걸로 생각하는 시대인데, 요절한 남편으로 청상과부로 늙어 죽으면 열녀비를 세워주던 시대이니 기사, 기사에 출현하는 인물들은 기인이다.

 

연산군 갑자사화에 목숨을 구하기 위해 피신한 이교리, 유기장 딸과 살게 되지만 한량이다. 딸은 지혜롭게 남편을 보살피지만 장인은 그런 사위가 못 마땅하다. 중종으로 임금이 바뀌어 도성으로 돌아가면서 아내를 데려가고 후일 높은 벼슬에 오르고 아내는 후부인이 된다.

 

희수와 일타홍의 이야기. 일타홍은 대단한 여자다. 궁금하시면 읽어보세요~

 

옛날 이야기, 전설, 구전, 설화 등 이야기에는 살이 붙고 주인공이 바뀌기도 하지만 재미있다. 재미만 있는 게 아니라 교훈도 담겨있다. 이 책에 실리 27가지 이야기도 재미있고 그 안에 깊이 생각하고 고민하게 하는 부분도 분명하다. 나머지 24가지 이야기가 많이 궁금하고 <기인기사록> 하의 역서(易書)도 기대하게 된다.

 

이 리뷰는 몽실북클럽 서평이벤트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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