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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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누군가에게 모든 것을 설명하기란 불가능하다. (p273)

새해를 축하하는 건 그 해를 살아갈 사람들이어야 한다. (p254) 섣달 그믐날 밤, 호텔에 모인 세 명의 노인. 그들은 출판사에서 함께 했던 시간을 회상하며, 따로 공부 모임을 만들어 꾸준히 만나오고 있었다. 간지의 제안에 엽총으로 함께 목숨을 끊는다. 자살이라고 하는데 정말 각자 자살을 했을까? 이야기를 읽어가면 그 답을 알 수 있을까? 그게 중요한 문제인가? 왜 스스로 죽음을 택했을까? 사고사도 가능하고, 나이가 많아 자연사를 할 수 있는 두 사람, 암 투병 중인 간지는 치료받다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을 텐데간지의 손녀, 덴마크에 유학 중이고 안데르센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하즈키는 세 사람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치사코는 돈은 있지만, 돈이 있어도 갖고 싶은 게 없어져 버렸어. 갖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곳도, 보고 싶은 사람도, 이곳엔 이제 하나도 없어.’ 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허무함과 함께 느껴지는 해방감. 간지는 암 치료 중이고 암에 대해 잘 알고 있어 고주파 치료 주기가 짧아지고 있는 상황을 통해 치료가 되지 않고 더 강력한 항암제 치료를 해야 하는 상황을 인지한 것이 죽음을 선택한 이유일까? 경제적으로 쪼들리고 해결이 되지 않는 상황에 몰린 츠토무는 돈 문제로 죽음을 선택한 것일까? 한 날 한 곳에서 죽고 한 곳에 묻히길 원했다.

 

세 사람의 죽음 뒤에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는 시간의 흐름을 따라 진행되고, 세 노인의 이야기는 그 사이 사이 과거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해지고 있다. 유가족과 주변인들에 대해 상당히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아직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각각 세 노인에 대해 생각하기도 하고 궁금해하기도 하며 슬픔에 잠기기도 한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모습도 있지만 아무렇지 않지는 않겠지? 어느 덧 그들의 죽음은 시간 속에 남긴 채 일상으로 돌아간다. 일상으로 돌아가는데 걸리는 시간의 차이도 있고 세 노인의 죽음이 불가능했을 가족 관계의 회복과 타인과의 관계를 맺으면서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수많은 인물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많이 담겨있고 익숙하지 않은 일본 이름 한참 진도가 나간 후에야 어는 정도 감이 잡힌다. 나는 메모 독서를 하는 습관이 있어 이름과 행동을 간단히 적으면 거 읽는다. 옮긴이의 말에도 인물의 관계도를 그리면서 읽는 것이 도움이 될 거라는 이야기도 해준다.

 

삶도 죽음도 혼자 쓰고 가야 할 종이 우산이다.

 

이 리뷰는 소담출판브랜드 북카페 서평이벤트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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