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해버린 이번 생을 애도하며

망해버린 이번 생을 애도하며 - SF와 로맨스, 그리고 사회파 미스터리의 종합소설 ㅣ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정지혜 지음 / 몽실북스 / 2022년 2월

망해버린 이번 생? 이번 생은 틀렸어~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왜? 내 뜻대로 되는 게 없다 보니 패배자의 기분이 들고, 결국은 패배자가 되어버리고 포기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는 말인가? 아니. 그 말에는 반대의 의미가 있을 수도 있고, 그래도 열심히 살아갈 거 라는 다짐이 있기도 하다. 혹시라도 진심으로 그런 말은 하는 사람이 있다면 위로가 되어주고 힘을 실어주는 사람으로 그 사람의 이번 생도 응원해주고 싶다. 선행적으로 경험을 했던 사람의 입장에서 진심을 담아 조언한다. ‘작년에 했던 걱정 아직도 하나? 1년 사이에 망하지 않았고 1년을 열심히 살았다. 또 잘 산 하루가 모여 1년이 되고 평생이 된다.’ ‘포기 하지않으려고 해도 죽는 순간이 오면 포기해야 하는 인생이니까 그때까진 잘 간직하자.’   

살고 싶는 시대를 골라서 살수 있는 세상. 냉동인간. 과학기술이 발달하면 가능할 것 같지만 내 생에는 그런 일이 없으므로 내 인생은 망하지 않을 것이다.

이야기는 복잡하지만, 저자가 촘촘하게 계획한 대로 진행된다. 얽힌 실타래가 풀리듯 풀려나간다.

규선과 가은을 중심에 두고 여러 사람이 냉동 전의 삶, 해동 후의 삶으로 혼란스럽다. 과연 B-17903(기한)이 꾼 꿈은 예지몽인가? 꿈속에서 만나 여자와 사랑을 하기 위해 50년을 냉동인간으로 보낸 기한. 깨어난 후 적응? 세월이 흘러 세상 많이 변했고 그 세상에 적응하는 일은 쉽지 않다는 건 예상이 된다. 냉동 인간을 다루는 영화에서 이미 봤던 내용들이지만 글로 쓰여져 나의 상상력으로 다시 그려지는 모습은 더 생생하고 기묘하다.

스스로 냉동 인간이 되거나 누군가를 냉동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이유도 다양하다. 기한 같은 사람도 있고, 가은이 엄마 같은 사람도 있다. 주원은 노산으로 쌍둥이를 낳고 냉동 17년 후 해동한다. 과연 옳은 선택이었을까? 그건 뭐 본인의 선택이나 본인이 책임지면 되는데~ 난 그렇게 안 한다. 간 이식을 못 받아 죽게 생긴 아빠의 냉동을 고민하는 민재, 이식할 수 있는 간과 수술비가 한꺼번에 생긴다. ‘냉동 후 그 다음엔’ 이라는 질문으로 고민하던 민재에겐 모든 게 해결되었다. 죽을 병, 장기 이식이 소재로 저해 지면서 냉동 인간들의 장기가 밀매된다는 내용은 신선하고 충격적이고 충분히 개연성 있는 내용이다. 비윤리적인 범죄임에 틀림이 없다. 입양 문제도 나이 들면 입양이 잘 안되니 어린 아이들은 냉동 시킨다. 이런 건 win-win이라고 볼 수 있나?

나는 지금은 건강하고 지금의 삶에 만족하므로 그냥 더 늙어서 자연스럽게 기능이 떨어진 채로 죽는 걸 선택할 것이다. 나를 냉동 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감히 말하지만… 뭐 아직 해동 기술이 없으니까 안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 기술적을 가능하다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그 사람을 냉동 시키는 것은 고려해 볼 수 있다. ‘냉동 그 후엔?’을 충분히(?) 고민해야 할 것이다. 아직 그런 기술도 없고 그럴 대상도 없지만~ 미리 미리~

이야기가 진행되는 공간이나 등장 인물들의 얽힌 이야기가 거부감을 유발하지 않는다.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만드는 요소였다.

이 리뷰는 몽실북클럽 서평이벤트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