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 측 증인
고이즈미 기미코 지음, 권영주 옮김 / 검은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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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립 댄서 "미미 로이"로 살았던 나미코는 자신에게 반한 손님 스기히코와 결혼하게 됐다. 알고 보니 그는 재계에서 유명한 회사의 후계자였던 터라 남편의 집안에서는 나미코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족 중 누구도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부모가 없던 나미코는 같은 클럽의 친구 에다와 몇몇 사람들 앞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시아버지가 살고 있는 저택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한다.

 

몇 달이 지난 후, 남편의 누나 부부가 처음으로 나미코를 만나러 온 날 새벽, 별채에서 홀로 기거하는 시아버지가 누군가에게 뒤통수를 맞고 사망한다. 사라진 귀중품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그날 집에 있던 가족들이 용의자가 된다.

 

 

 

소설의 시작은 시아버지를 죽인 스기히코를 면회 간 나미코의 모습이었다. 남편의 눈을 보며 살인을 저질렀을 리 없다고 생각하는 나미코는 진범이 누군지 증거를 잡았다며, 사형 선고가 내려진 그를 구해줄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이후 나미코는 에다에게 소개받은 세이케 변호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사건을 담당했던 오가타 경위를 만나 이전과는 다른 진술을 하는 듯했다.

진술을 하는 현재 사이사이에 나미코와 스기히코의 첫 만남과 결혼하기까지의 과정, 낯선 곳에서 시작한 결혼생활과 사건 당일까지의 회상이 번갈아가며 등장했다.

 

결혼 전에 스기히코가 개차반 도련님이었고, 사람이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듯 지금도 그다지 바람직한 남편, 아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나마 집에 돈이 많았기 때문에 결혼도 하고 아버지 집에 얹혀살 수 있었다.

이런 별 볼일 없는 남자와 결혼한 나미코는 스트립 댄서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시아버지와 시누이를 비롯해 집에서 오래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은근히 무시를 당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꿋꿋하게 버티고 나름 잘 지내보려고 노력했다. 사건이 일어난 새벽 전까진 말이다.

 

그다지 특별할 게 없는 전개였다. 이미 사형 선고가 내려진 판결을 뒤집을 증거가 과연 있을지 좀 의아했다. 그리고 진짜 범인의 정체가 마지막까지 밝혀지지 않았기에 누군지 궁금했다. 그런데 11장을 읽기 시작하면서 이게 뭔가 싶었다. 내가 앞서 읽은 내용을 잘못 이해한 건지 헷갈렸고, 놓친 부분이 있었나 생각하기도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전혀 없었다.

이상하다는 생각을 계속하면서 읽다 보니 어느 순간 탄성을 내뱉고 말았다. 잘못된 건 하나도 없었고, 읽는 내 생각이 문제였다고 볼 수 있었다. 어떤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모습을 작가의 글을 통해 보이는 대로 읽고 판단하기 때문에 진실보다는 내가 멋대로 생각하고 결정 내린 것에 의존해 책을 읽어나가고 있었으니 반전 아닌 반전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오래전 읽은 어떤 일본 소설을 떠오르게 만들었다. 그 소설을 읽을 때도 상상하는 대로 머릿속을 의지해 읽어가다가 결말에 뒤통수를 세게 맞아서 멍해졌던 기억이 이 소설을 읽으며 다시금 생각났다.

 

스릴러 소설에서 반전이라는 것은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마주했을 때나 의외의 범인이 밝혀졌을 때가 대부분일 테지만, 이 소설처럼 읽는 사람의 생각이나 판단이 반전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잘 속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은 1960년대에 쓰였다고 하는데, 지금 읽어도 머리를 멍하게 만드는 충격을 주는 인상적인 소설이었다.

목사는 우리에게 형식에 따라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 때까지‘라는 표현으로 영원을 맹세케 했는데, 이 ‘죽음‘이란 대체 누구의 죽음을 의미하는가?
(……중략)
우리를 갈라놓은 것은 우리 둘 이외의 사람을 덮친 죽음이었다. 그런 게 우리를 갈라놓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을 터였다. 적어도 목사의 물음에 순종적인 기계처럼 대답했던 그때, 우리는 그런 것은 생각지도 못했다. - P18.19

"이 집엔 몇 년째 ‘근속‘하는 사람이 아주 많거든요. 가정부도, 운전사도, 의사 선생님도, 드나드는 상인들도. 다들 이 집 사람 이상으로 이 집을 알더군요. 이 집 부엌 기둥에 못이 몇 개 박혀 있는지 여태 모르는 사람은 저뿐이랍니다." - P104

"나한테는 이 집안을 물려받은 권리가 있으니까. 회사도 그렇지. 난 차를 몰고 다니고 갖고 싶은 걸 마음껏 살 수 있는 생활이 좋다고. 날 내쫓으려고 들면 아버지를 죽이고 말겠어."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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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패시지 1~2 - 전2권 패시지 3부작
저스틴 크로닝 지음, 송섬별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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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 1

FBI 특수요원 울가스트와 동료 도일은 사형수들을 찾아가 살려주는 조건으로 국가 안보에 관한 프로젝트에 참여할 건지 의사를 묻는 업무를 하고 있다. "노아 프로젝트"라고 불리는 그것에 대해 울가스트도 아는 게 많지 않기 때문에 그저 위에서 지시하는 대로 지목하는 사람을 찾아갈 뿐이다. 그러다 최대한 빨리 데려오라고 한 에이미가 6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아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반발심이 생겨 도일, 에이미와 함께 도주한다.

하지만 울가스트는 이내 노아 프로젝트를 시험 중인 부대에 잡혀오고,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자신이 데려온 존재들이 박사와 군인 등 사람들을 물어뜯는 모습을 보고 에이미를 데리고 도망친다.

 

제로의 해.

에이미와 탈출한 울가스트는 어릴 적에 방문한 적이 있는 빈 캠핑장에서 살기 시작한다. 에이미는 이전과 달리 햇빛을 보면 아파했고 거의 먹지도 않고 거의 자지도 않는 상태가 됐기 때문에 어쩌면 사람들을 물어뜯던 존재와 비슷한 무언가가 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왠지 그들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딸을 떠나보낸 경험이 있는 울가스트는 에이미에게 애정을 쏟으며 살뜰히 보살피고 함께 살아가지만,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거대한 핵폭탄이 터져 울가스트는 피폭되어 사망하고 에이미는 그곳을 떠난다.

 

A.V. 92

콜로니에 모여 사는 생존자들은 사람을 물어뜯는 존재를 "바이럴"이라 부르고, 그들의 약점이 빛이라는 걸 알고 발전기를 돌려 밤에 불을 밝혔다. 높은 성벽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생존을 위한 직업을 가지고 공동체 사람들을 지켜나갔다.

 

최초의 가문 중 하나의 자손인 피터는 형 테오와 함께 발전소에 가게 된 날, 바이럴에게 형을 잃고 쫓기다가 만난 어떤 신비로운 소녀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져 무사히 콜로니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날, 소녀는 바이럴에게 그 어떤 공격도 받지 않고 콜로니를 찾아온다.

 

 

 

인류를 위한다는 명목이 있긴 했지만 개인적인 욕심 탓에 과학자들은 새로운 바이러스를 만들어내 사람들, 그것도 사형선고를 받은 범죄자들을 데려다가 생체 실험을 했다. 그리고 마침내 목표 지점에 도달했다고 생각했을 때, 6살밖에 되지 않은 에이미를 마지막 실험체로 삼았다. 하지만 이전부터 리더 격인 "제로"가 자신과 같은 실험체는 물론 사람들의 머릿속에 침투해 특정한 꿈을 꾸게 하고, 그곳에서 탈출할 계획을 준비하고 있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그래서 인류가 오랫동안 사용하는 기원전(B.C.), 기원후(A.C.)가 아닌 다른 기준인 바이럴(Viral)로 시대를 나누고 있었다.

 

 

 

 

어린 딸을 잃은 경험이 있던 울가스트의 마음에 동요가 일어나 에이미를 보호하고, 사건이 일어났을 때 탈출하게 된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하지만 울가스트는 평범한 인간이었고, 에이미는 더 이상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기에 끝은 오기 마련이었다. 그 끝이 핵폭발이었을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처음에 울가스트와 에이미가 함께 지내게 됐을 때, 둘이 오랫동안 부녀지간처럼 살 것이라고, 세월이 흘러 평범한 죽음으로 이별을 할 거라는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버렸다.

 

그 후 시간은 100년 가까이 지나 바이럴의 출연 이후 태어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줬다.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바이럴에게 물리면 같은 존재가 되기 때문에 두려워할 수밖에 없었지만, 빛에 약하다는 치명적인 단점 덕분에 아직까지 사람들은 생존할 수 있었다.

공동체를 이뤄 생활하는 콜로니의 피터가 바이럴 이후(A.V.)의 울가스트와 비슷한 역할을 맡고 있었다. 콜로니를 찾아온 신비로운 소녀 에이미의 목덜미에 숨겨져 있던 어떤 칩을 전기 전문가 마이클이 해독하고, 그녀를 찾으면 데려오라는 신호의 발신지가 콜로라도라는 걸 알게 되면서 친구들과 함께 그곳으로 향하게 됐다.

바이럴에게 공격당하지 않는 에이미의 존재가 궁금하기 때문에, 콜로니의 전력이 곧 끊길 예정이라 대체할 것을 찾아 나서기 위해 떠났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다. 콜로니 내에 이상한 분위기가 감돌아 사람들은 의문스러운 꿈을 꾼 이후 온순한 이가 과격하고 흉포해졌고, 서로를 죽이고 자살하는 등의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에 떠날 수밖에 없었다.

 

여정이 어찌나 길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막연하게 생존한 사람들이 있으리라 예상했던 것처럼 낯선 이들을 만나고 군대도 마주치게 됐지만, 끔찍한 시대이니만큼 놀라운 일이 연속해서 일어났다. 뱁콕이라 불리는 바이럴과 연계를 맺어 보호받는 대가로 동족을 바치는 사람이 있었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사람을 기적처럼 만나게 됐고, 사랑하는 사람이 군대에 남겠다고 결정하는 바람에 두고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를 바이럴에게 잃을 뻔하지만, 직전에 건네받은 물건 덕분에 새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나게 한 믿을 수 없는 사건도 일어났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기 마련이었고 재회 또한 존재했다. 살아만 있으면 어떻게든 만나게 되는 것 같았다. 행복하게 사는 게 목표가 아닌 살아남는 게 그들의 목표였고 인생이었다.

 

그 중심에는 피터와 에이미가 있었다. 피터는 이 여행의 의미가 무엇인지, 에이미가 어떤 존재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그녀의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았다. 처음엔 말을 하지 못했던 에이미는 피터와 친구들의 편안한 분위기 덕분에 보통의 아이들처럼(하지만 100살.) 지냈고, 때로는 바이럴에게서 그들을 지켜주기도 했다. 어느 때는 모든 것을 꿰뚫어보고 있는 현자처럼 보였으며 피터가 자신과 같은 존재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에이미에게 어떤 거대한 힘이 숨겨져 있는지, 그녀의 가능성은 어디까지일지 가늠할 수 없었다.

 

패시지 3부작이라고 하는 이 소설의 첫 번째 시리즈는 미국 FOX 채널에서 10부작 드라마로도 방송됐다고 한다. 뱀파이어와 디스토피아, 포스트 아포칼립스 등의 온갖 흥미로운 소재가 담겨있어 궁금했는데, 책을 읽으려고 펼쳤을 때 글자 사이즈가 작아서 깜짝 놀랐었다. 두 권짜리 책에 각 권당 500페이지가 넘는데 익숙한 크기보다 작은 글자들이 빽빽해서 시작부터 좀 걱정했다.

하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을 만큼 놀랍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펼쳐져서 푹 빠져서 읽었다. 처음엔 6살밖에 되지 않은 에이미가 어떻게 될까 걱정했고, 울가스트의 죽음에 안타까웠다. 피터를 만난 이후에는 모험을 하며 별의별 일이 일어나 긴장감을 느끼기도 했다.

 

죽지 않는 에이미와 살아남은 피터, 알리시아, 마이클, 그리어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하다.

에이미는 죽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가장 무서운 일, 그들이 저지른 가장 지독한 일이었다. 시간은 부두를 사이에 두고 갈라지는 물길처럼 그 아이를 피해 움직였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도 에이미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노아는 구백오십 세가 되어 죽었더라.‘ 그들이 아이에게 무슨 짓을 한 건지는 몰라도, 아이는 죽지 않을 것이다. 죽지 못한 것이다. 1권 - P374.375

"‘노아 프로젝트‘의 목표는 모든 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백신을 발견하는 거야. 만약 세상에 암도, 심장병도, 당뇨병도, 알츠하이머도 없다면 인간의 수명은 어디까지 길어질 수 있을까?" 1권 - P66

밀려오는 군대, 무덤, 구덩이, 전투의 불길. 수도 없는 영혼들이 죽어가며 울부짖는 소리. 대지 위로 거대한 날개가 펼쳐지는 것처럼 점점 퍼져나가는 어둠. 잔혹함과 슬픔, 그리고 마지막 순간의 끔찍한 탈출로만 가득 메워진 최후의 쓰디쓴 시간, 모든 것을 지배하는 죽음, 그리고 마침내 백 년의 침묵으로 고요해진 텅 비어버린 도시들. 이런 일들이 벌써 다가오고 있었다. 1권 - P162

그 시절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사람들은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고, 무엇을 생각했을까? 아무렇지도 않게 깜깜한 어둠 속을 걸어 다녔을까? 바이럴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무엇을 두려워했을까? 1권 - P439.440

에이미는 마치 두 개의 세계에 한 발씩 걸치고 있는 사람 같았다. 하나는 피터의 눈에도 보이는 세계, 다른 하나는 그 안에 숨겨진 세계이자 그들의 여정이 가진 의미를 품고 있는 세계였다. 2권 - P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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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지나가다
조해진 지음 / 문예중앙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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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일주일 앞둔 종우와의 결혼이 무산된 민은 충동적으로 공인중개사 보조원 일을 시작한다. 그때부터 그녀는 누군가가 내놓았던 집, 혹은 계약된 집에 아무도 없을 때 들어가 30분 동안 집주인의 인생을 산다고 상상하며 머무는 취미가 생겼다.

장사가 되지 않아 문을 닫아두고 보증금만 까먹고 있는 가구점에 드나든 것도 그런 습관 중에 하나였다. 목수가 직접 만드는 가구가 진열된 그곳에서 민은 가져다 둔 생수병과 전기 주전자로 인스턴트 커피를 타 마시고, 침대에 누워 자신의 인생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한다.

 

가구점이 망해 신용불량자가 된 아버지 때문에 수는 사는 게 버겁다. 독촉 전화가 올까 봐 핸드폰을 꺼두고 살아가는 수는 우연히 주운 지갑 속 신분증 주인인 박선호 행세를 하며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군대에 가기 전까지만 들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같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지 않고, 말도 많이 하지 않으며 혼자 일만 하다 보니 어느새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래서 쇼핑센터 옥상에 있는 놀이공원 보조 스태프로 약간 높은 시급을 받고 일할 수 있게 됐다. 그곳에서 수는 놀이공원 담당 직원 연주와 둘이 일하게 된다.

그리고 집에 들어가기 싫을 때 종종 머무는 아버지의 가구점에서 자신 말고 다른 누군가가 드나드는 흔적을 발견한다.

 

친밀한 관계가 없는, 심지어 가족과도 가까이 지내지 않는 사람들의 외로운 삶이 소설 전체를 지배하고 있었다. 민은 이혼 후 각각 재혼한 부모로부터 떨어져 나와 새로 가족이 될 종우와도 끝이 나는 바람에 홀로 살아가고 있었다. 수는 가계가 어려운데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만 죽이고 있는 아버지가 보기 싫어서 밖으로만 돌았다. 수와 함께 일하는 연주 역시 유일한 가족인 것 같던 어머니를 여의고 서울에서 혼자 살고 있었고, 민이 습관처럼 몰래 들어갔다 마주친 집에 홀로 살던 은희 할머니나 같은 건물의 동욱 역시 그랬다.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버거운 현실이 너무 참담하다는 게 현실적이라 안타까웠다. 민이 예비신랑과 헤어지게 된 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사건은 사회의 부조리한 현실이었다. 수가 남의 이름으로 살게 된 것은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인한 현실 도피나 마찬가지였다. 많은 걸 바라지 않는 연주가 그 이상의 경계를 넘어갈 수 없다는 것도 너무나 높은 현실의 벽이었다.

 

가족을 비롯해 그 누구와도 깊은 관계를 이어가지 못했던 사람들의 삶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답답했지만, 낯선 서로에게 조금은 위안을 받는지도 몰랐다. 얼마의 시간이 흘러 가구점에서 결국 마주치게 된 민과 수는 묘한 만남인데도 서로에게 날을 세우지 않았다. 오히려 민은 수를 보살피며 끼니를 챙겨줬고, 수는 낯선 민에게 자신의 일을 털어놓으며 부탁을 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연주는 함께 일하게 된 말 없는 수를 좋게 봤고, 그가 한순간의 충동으로 나쁜 짓을 했을 때도 탓하지 않았다. 외로운 사람들이라 본능적으로 서로의 외로움을 느꼈다.

삶의 어느 부분에 결핍을 가졌다는 것은 슬프게도 같은 삶을 살아온 사람을 알아보는 기민함이기도 했다. 그런 기민함에 나도 공감이 되는 게 왠지 서글펐다. 낯선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과정에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 사람이 나와 같은 환경에서 자랐고, 살았을 거라고 느낄 수 있는데, 눈치챈 사실을 모른 척하는 나를 상대방도 똑같이 모른 척하고 있을 거라고 예상하는 데서 오는 동질감이었다. 서로의 외로움을 느끼는 소설 속 사람들처럼 말이다.

 

비가 내리고 태풍이 몰아치는 그들의 여름은 날씨만큼이나 힘겨운 계절이었다. 그들의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같은 삶의 조각을 가진 낯선 이들과의 스친 인연 덕분에 그들을 이해하고 위로하면서 자신의 삶도 돌아보게 되는, 오랫동안 기억할 여름이었다.

이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이야기하는 방식이 건조했는데 그들이 서로를 만난 이후에는 조금 따뜻해져서 좋았다. 깊은 관계가 아니라서 금세 끝나버린 인연이었지만, 그들이 어딘가에 있을 서로를 기억해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무슨 꿈을 꾸었니? 현실이 좀 덜 끔찍한 거, 맞니? - P148

비가 새서 눅눅하게 젖어갈 수밖에 없는 건 낡은 천장만이 아니다. 삶에도 누수의 흔적은 남기 마련이고, 그 흔적은 좀처럼 복원되지 않는다. - P133

발을 헛딛는 것쯤은 이제 두렵지 않았다. 두려운 건 오직 하나, 영원히 반복될 것 같은 오늘뿐이었다. 단절이나 휴지 없이 이어지는 단 하나의 생애, 그 관성이었다. - P169

아이가 어른이 되고 어른은 노인이 되는 동안 결핍은 보완되고 상처는 치유되는 것, 혹은 삶이란 둥근 테두리 안에서 부드럽게 합쳐지고 공평하게 섞이는 것이므로 아픈 것도 없고 억울할 것도 없는 것, 그런 환상이 가능할까.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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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의 완벽한 고백 브라운앤프렌즈 스토리북 1
이정석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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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타운에 살고 있는 곰 브라운의 일상을 보여준다. 여자친구 코니가 두문불출하거나 새벽까지 잠을 못 자고 있을 때 도움이 되고자 방법을 고안하는 사랑꾼의 모습이 있었다. 여동생 초코가 우울할 때 역시 브라운은 생각지도 못한 도움을 주기도 했다. 매번 똑같은 생일선물을 받아서 친구들에게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일화가 있었고, 거절을 잘 못하는 브라운의 성격을 고쳐주기 위해 샐리가 훈련을 시키는 모습도 있었다.

 

과묵하고 배려심 많은 브라운의 일상은 조용하지만 친구들이 있어서 때로 즐거웠고, 브라운 덕분에 친구들은 마음이 따뜻해진다.

 

 

 

 

 

 

카카오프렌즈에 이어 라인프렌즈도 캐릭터를 활용한 출판에 뛰어들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카카오프렌즈는 에세이였고, 라인프렌즈는 소설이었다! 소설이라니,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라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조금 놀랐다.

 

가장 공감이 갔던 이야기는 거절을 못 하는 브라운에게 샐리가 특훈을 시켜주는 모습이었다.

지금은 안 그렇지만 나도 10대 시절에는 소심하고 내성적이라 거절을 잘 못했던 기억이 떠올라서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었다. 당시에 체육복을 빌려줬는데 빌려 간 애가 자기 것도 아니면서 내가 모르는 다른 애한테 또 빌려주는 바람에 잃어버린 경험도 있었다. 그때 잃어버린 이후로 빌려달라는 걸 거절하기 힘들어서 체육시간이 끝나도 체육복을 계속 입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심지어 종례 때까지 입고 있었으니.. 그땐 거절하는 게 왜 그리 어려웠는지 모르겠다. 어릴 때라 그런가... 지금 같으면 웃으면서 잘 거절할 텐데.

아무튼, 나는 이런 사소한 거절을 못 했었는데, 브라운은 친구 문 때문에 있는 TV를 또 사게 된다. 가격이 한두 푼도 아닌 TV를 어쩌자고 산 건지, 브라운이 좀 호구(?) 같아서 답답했고 문은 이것도 친구인가 싶은 현실적인 생각이 들어 괜히 발끈했다.

혹독한 훈련을 받은 브라운이 마지막에 어떤 거절을 하는데 그 선택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회에 찌들어 순수함을 잃은 어른인 내가 너무 현실적인가 보다.

 

과묵한 이미지의 브라운은 사랑하는 코니와 동생 초코, 친구들이 필요한 게 있을 때마다 먼저 눈치채고 깜짝 선물 같은 걸 했고, 의외의 도움을 주기도 했다. 친구로나 남자친구로나 너무나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말없이 든든하게 곁을 지켜주는 모습이 정말 좋았다. 거절 못 하는 걸 제외하면 완벽한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긴 소설이 아닌 짧은 에피소드 형식의 소설이라 가볍게 읽을 수 있었다. 소소한 이야기들에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고, 브라운 같은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내가 그런 친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캐릭터들의 그림이 페이지마다 삽입되어 있어 귀여워서 좋았다.

 

라인을 안 써서 카카오톡보다 친숙하진 않지만, 알고는 있던 라인프렌즈 캐릭터들의 매력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앞으로 이 시리즈가 4권이 더 나온다고 하는데, 라인프렌즈 캐릭터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이런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담은 책을 소장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 이 리뷰는 아르테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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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54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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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아버지가 물려주신 유산 덕분에 젊고 부유한 백작이 된 피에르는 결혼생활이 행복하지 않다. 그런 와중에 한때 어울리던 돌로호프와 아내 엘렌이 묘한 관계라는 암시를 하는 편지를 받은 후, 돌로호프에게 결투 신청을 했고 어쩌다 보니 그를 총으로 쏘게 되어 상처를 입힌다. 사실을 알게 된 엘렌은 돌로호프가 자신의 정부가 아니라 말하지만, 모든 게 환멸 난 그는 아내에게 영지 관리를 맡기고 혼자 페테르부르크로 떠난다.

 

안드레이의 생사를 확인할 수 없어 걱정하던 가족 앞에 그가 나타난다. 마침 해산 중이던 안드레이의 아내 리자는 아들을 낳고 세상을 떠나고 만다. 그 후 안드레이는 군대로 돌아가지 않고 아버지에게 영지를 받아 관리하며 살게 된다. 그러다가 로스토프 백작의 초대를 받아 방문한 집에서 생기 넘치는 매력을 보이는 백작 영애 나타샤에게 눈길이 향한다.

 

입신양명에 뜻을 품은 보리스는 출세를 하여 프로이센 군대의 매우 유력한 인물의 부관이 되어 높으신 분들과만 가까이 지낸다. 그는 이제 결혼만 잘 하면 된다는 생각에 사교계에 나가 부유한 신붓감을 찾는 데 혈안이 되어 여러 숙녀들을 재본다.

군대에 있던 니콜라이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졌으니 도움이 필요하다는 편지를 받고 휴가를 받아 집으로 향한다. 어머니 로스토프 백작부인은 니콜라이에게 가세를 일으킬 방법이 부유한 아가씨와 결혼하는 것뿐이라고 말하지만, 그는 오랫동안 사랑한 소냐와 결혼하겠다고 한다.

 

2권에서는 등장인물 모두에게 역경과 고난이 닥쳤다. 네 남자는 물론이고 로스토프 가의 나타샤까지도 좋은 일이 있었다가 스스로 말아먹는 결과를 낳았다. 그들 모두에게 이런 사달이 난 건 다 사랑 때문이었다. 주인공들을 비롯해 그들의 친구나 주변 인물들도 서로를 향한 사랑의 화살표가 이리저리 움직여서 <전쟁과 평화>가 아니라 "사랑과 전쟁"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피에르가 엘렌과 이혼하려다가 포기하고 혼자 떠나서 접하게 된 건 프리메이슨이었다. 물려받은 많은 돈으로 부유한 생활을 하며 술을 즐기던 그가 가정 내의 문제로 종교 교리에 푹 빠져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겠다고 다짐한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영지의 농민들을 해방시키고자 했지만, 관리인들이 이미 해 먹은 게 너무나도 많은 데다가 그들의 설명하는 과정이 복잡해서 피에르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그렇게 하라는 말만 했다. 이런 모습은 로스토프 가문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막대한 영지를 백작 혼자 관리할 수 없어서 따로 관리인을 두었는데 주인의 살림을 은근히 빼돌리는 사람들이 당시에 종종 있었나 보다.

관리를 잘한 사람은 안드레이뿐이었다. 피에르가 접한 프리메이슨의 교리가 추구하는 이상을 실현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었다. 안드레이가 현실적인 사람이기에 가능했고, 피에르는 실전 경험이 거의 없어 다소 몽상적인 기질만 있었기 때문에 불가능했던 것 같다.

 

이렇게 재정적인 문제를 겪기도 했지만, 그들의 애정전선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피에르는 처음부터 엘렌의 외모가 아름다워 홀려버린 것이지 사랑하진 않았기 때문에, 엘렌 역시 그를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결혼생활이 불행할 수밖에 없었다. 엘렌이 아름답기는 해도 교양이 없어서 피에르는 그녀를 혐오하기까지 했다. 이 정도까지 오면 당연히 헤어져야겠지만, 엘렌은 아버지 바실리 공작처럼 만만치 않은 여자였기 때문에 그들은 마치 쇼윈도 부부처럼 살게 됐다. 물론 사교계에 이미 소문이 다 퍼진 상태로 말이다.

피에르의 입장을 주로 보여줘서 당연히 그에게 마음이 기울 수밖에 없었는데, 중반 이후 엘렌이 사교계의 스타가 되어 선을 넘을 듯 말 듯 온갖 남자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보니 화딱지가 나서 혼났다. 보리스에게 추파를 던지질 않나, 쓰레기 같은 자기 동생 아나톨과 약혼한 나타샤를 이어주려고 망발을 하기도 했다. 태생이 그런 여자였다.

 

안드레이는 사별하고 일에만 몰두해 혼자 지내다 나타샤를 만나고 애정을 느끼게 됐다. 리자가 살아있을 때 그녀에게 딱히 애정을 느끼는 것 같지 않았는데, 나타샤에게는 진짜 빠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10대 후반인 나타샤와 30대 초반에 애 딸린 홀아비인 안드레이의 결혼은 처음부터 순조롭지 않은 건 당연했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빠져 나타샤의 부모에게는 허락을 받았지만, 의외로 볼콘스키 공작이 결혼을 내키지 않아 했다. 그래서 일단 약혼을 하고 결혼을 1년 미룬 뒤, 안드레이는 아버지의 명령으로 외국으로 떠난다.

1년 동안 약혼자 없이 지내게 된 나타샤가 어리고 예쁘다는 강점은 이 소설 등장인물 중 아직까지는 제일 쓰레기인 아나톨에게 꽂혀버렸다. 그래서 사랑에 눈이 먼 나타샤는 안드레이의 여동생 마리야에게 파혼 편지를 쓰고 야반도주를 하려고 했지만 다행히 예의주시했던 소냐 덕분에 무산됐다.

 

나타샤가 16살이 되면 청혼하겠다던 보리스는 기울어가는 로스토프 가문보다 돈 많은 여자를 찾았다. 자신의 가난을 결혼으로 메꿔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는 야망이었다. 처음엔 결혼한 엘렌과 짧은 시간 동안 가까이 지냈다가 나타샤를 다시 만난 이후로는 로스토프 저택에 다시 드나들었다. 백작부인이 오지 말라고 대놓고 말한 이후에는 볼콘스키 공작의 영애 마리야와 그녀의 친구 줄리 중에 누구와 결혼할지 저울질하기도 했다. 갈등하던 보리스는 아나톨이 줄리를 찾아갔다는 얘기에 냉큼 그녀에게 청혼해 결혼을 앞두게 됐다. 1권에서는 나름 괜찮았던 캐릭터인데 2권에서는 비호감이 되어가고 있었다. 능력이 있어도 가난하면 성공하지 못하는 게 그때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아서 좀 안쓰러운 마음도 들었다.

그나마 니콜라이는 애정전선에 문제없이 사랑을 굳건히 지켜가고 있었는데(중간에 좀 소홀해지긴 했지만..), 소냐가 친척이라는 부분과 집안의 반대를 과연 이겨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사랑과 전쟁이었던 <전쟁과 평화> 2권은 재미있으면 안 되는데 어찌나 흥미진진하던지, 막장 드라마를 이래서 보는구나 싶었다.

폴란드에서 결혼해놓고선 러시아에 돌아와서 부잣집 아가씨들과 결혼하려고 후리고 다니는 쓰레기 같은 아나톨 때문에 재미있었다. 외모 칭찬이 워낙 자주 등장하는 캐릭터이고, 어릴 때부터 방탕하게 살아서 사교계에 소문이 다 났을 텐데 얼마나 잘생겼으면 소문을 잊고 다들 그렇게 푹 빠지게 되는지 모르겠다. 얼굴 뜯어먹고 살 것도 아닌데 이해할 수 없다. 물론 잘난 얼굴 보면 좋기야 하겠지만 워낙 개차반이라..

 

아무튼 아나톨 때문에 결국 나타샤가 상처를 받아 현실을 깨달았다. 이 와중에 피에르는 나타샤에게 호감이 생긴 것 같고, 파혼당한 안드레이는 예상했는지 크게 동요하지 않고 이전처럼 자신의 삶에 집중했다. 그리고 니콜라이의 사랑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뒷이야기가 궁금하니 조만간 3권을 읽어야겠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는 것은 인간에게 허락된 일이 아니야. 인간은 항상 착각에 빠져 있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렇겠지. 인간들이 뭐가 옳거나 그르다고 생각할 때보다 더 큰 착각에 빠지는 경우도 없어." - P223

나타샤의 눈에는 무도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모두 똑같이 서로를 사랑하는 선량하고 다정하고 훌륭한 이들로 보였다. 그녀는 어느 누구도 서로에게 모욕을 주지 못할 거라고, 따라서 다들 틀림없이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다. - P416

"나의 매혹적인 아가씨, 만약 당신이 누군가를 사랑한다 해도 그게 자신을 가두어 둘 이유는 되지 않아요. 설사 약혼을 했더라도 약혼자는 당신이 따분해 죽을 지경이 되기보다 오히려 사교계에 드나들기를 바랄 거예요. 난 그렇게 확신해요." - P678.679

‘내가 무엇 때문에 몸부림을 치지? 내가 무엇 때문에 이 출구 없는 비좁은 틀에서 버둥대는 걸까? 삶이, 삶 전체가 그 모든 기쁨과 함께 내 앞에 환히 펼쳐져 있는데.
(……중략)
피에르가 옳아.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행복의 가능성을 믿어야 한다고 말했지. 이제 난 그 말을 믿어. 죽은 자들을 장사하는 일은 죽은 자들에게 맡기자. 하지만 생명이 붙어 있는 동안에는 살아야 하고 행복해야 해.‘ - P427.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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