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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패시지 1~2 - 전2권 ㅣ 패시지 3부작
저스틴 크로닝 지음, 송섬별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0월
평점 :
B.A. 1
FBI 특수요원 울가스트와 동료 도일은 사형수들을 찾아가 살려주는 조건으로 국가 안보에 관한 프로젝트에 참여할 건지 의사를 묻는 업무를 하고 있다. "노아 프로젝트"라고 불리는 그것에 대해 울가스트도 아는 게 많지 않기 때문에 그저 위에서 지시하는 대로 지목하는 사람을 찾아갈 뿐이다. 그러다 최대한 빨리 데려오라고 한 에이미가 6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아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반발심이 생겨 도일, 에이미와 함께 도주한다.
하지만 울가스트는 이내 노아 프로젝트를 시험 중인 부대에 잡혀오고,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자신이 데려온 존재들이 박사와 군인 등 사람들을 물어뜯는 모습을 보고 에이미를 데리고 도망친다.
제로의 해.
에이미와 탈출한 울가스트는 어릴 적에 방문한 적이 있는 빈 캠핑장에서 살기 시작한다. 에이미는 이전과 달리 햇빛을 보면 아파했고 거의 먹지도 않고 거의 자지도 않는 상태가 됐기 때문에 어쩌면 사람들을 물어뜯던 존재와 비슷한 무언가가 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왠지 그들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딸을 떠나보낸 경험이 있는 울가스트는 에이미에게 애정을 쏟으며 살뜰히 보살피고 함께 살아가지만,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거대한 핵폭탄이 터져 울가스트는 피폭되어 사망하고 에이미는 그곳을 떠난다.
A.V. 92
콜로니에 모여 사는 생존자들은 사람을 물어뜯는 존재를 "바이럴"이라 부르고, 그들의 약점이 빛이라는 걸 알고 발전기를 돌려 밤에 불을 밝혔다. 높은 성벽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생존을 위한 직업을 가지고 공동체 사람들을 지켜나갔다.
최초의 가문 중 하나의 자손인 피터는 형 테오와 함께 발전소에 가게 된 날, 바이럴에게 형을 잃고 쫓기다가 만난 어떤 신비로운 소녀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져 무사히 콜로니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날, 소녀는 바이럴에게 그 어떤 공격도 받지 않고 콜로니를 찾아온다.
인류를 위한다는 명목이 있긴 했지만 개인적인 욕심 탓에 과학자들은 새로운 바이러스를 만들어내 사람들, 그것도 사형선고를 받은 범죄자들을 데려다가 생체 실험을 했다. 그리고 마침내 목표 지점에 도달했다고 생각했을 때, 6살밖에 되지 않은 에이미를 마지막 실험체로 삼았다. 하지만 이전부터 리더 격인 "제로"가 자신과 같은 실험체는 물론 사람들의 머릿속에 침투해 특정한 꿈을 꾸게 하고, 그곳에서 탈출할 계획을 준비하고 있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그래서 인류가 오랫동안 사용하는 기원전(B.C.), 기원후(A.C.)가 아닌 다른 기준인 바이럴(Viral)로 시대를 나누고 있었다.
어린 딸을 잃은 경험이 있던 울가스트의 마음에 동요가 일어나 에이미를 보호하고, 사건이 일어났을 때 탈출하게 된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하지만 울가스트는 평범한 인간이었고, 에이미는 더 이상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기에 끝은 오기 마련이었다. 그 끝이 핵폭발이었을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처음에 울가스트와 에이미가 함께 지내게 됐을 때, 둘이 오랫동안 부녀지간처럼 살 것이라고, 세월이 흘러 평범한 죽음으로 이별을 할 거라는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버렸다.
그 후 시간은 100년 가까이 지나 바이럴의 출연 이후 태어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줬다.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바이럴에게 물리면 같은 존재가 되기 때문에 두려워할 수밖에 없었지만, 빛에 약하다는 치명적인 단점 덕분에 아직까지 사람들은 생존할 수 있었다.
공동체를 이뤄 생활하는 콜로니의 피터가 바이럴 이후(A.V.)의 울가스트와 비슷한 역할을 맡고 있었다. 콜로니를 찾아온 신비로운 소녀 에이미의 목덜미에 숨겨져 있던 어떤 칩을 전기 전문가 마이클이 해독하고, 그녀를 찾으면 데려오라는 신호의 발신지가 콜로라도라는 걸 알게 되면서 친구들과 함께 그곳으로 향하게 됐다.
바이럴에게 공격당하지 않는 에이미의 존재가 궁금하기 때문에, 콜로니의 전력이 곧 끊길 예정이라 대체할 것을 찾아 나서기 위해 떠났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다. 콜로니 내에 이상한 분위기가 감돌아 사람들은 의문스러운 꿈을 꾼 이후 온순한 이가 과격하고 흉포해졌고, 서로를 죽이고 자살하는 등의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에 떠날 수밖에 없었다.
여정이 어찌나 길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막연하게 생존한 사람들이 있으리라 예상했던 것처럼 낯선 이들을 만나고 군대도 마주치게 됐지만, 끔찍한 시대이니만큼 놀라운 일이 연속해서 일어났다. 뱁콕이라 불리는 바이럴과 연계를 맺어 보호받는 대가로 동족을 바치는 사람이 있었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사람을 기적처럼 만나게 됐고, 사랑하는 사람이 군대에 남겠다고 결정하는 바람에 두고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를 바이럴에게 잃을 뻔하지만, 직전에 건네받은 물건 덕분에 새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나게 한 믿을 수 없는 사건도 일어났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기 마련이었고 재회 또한 존재했다. 살아만 있으면 어떻게든 만나게 되는 것 같았다. 행복하게 사는 게 목표가 아닌 살아남는 게 그들의 목표였고 인생이었다.
그 중심에는 피터와 에이미가 있었다. 피터는 이 여행의 의미가 무엇인지, 에이미가 어떤 존재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그녀의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았다. 처음엔 말을 하지 못했던 에이미는 피터와 친구들의 편안한 분위기 덕분에 보통의 아이들처럼(하지만 100살.) 지냈고, 때로는 바이럴에게서 그들을 지켜주기도 했다. 어느 때는 모든 것을 꿰뚫어보고 있는 현자처럼 보였으며 피터가 자신과 같은 존재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에이미에게 어떤 거대한 힘이 숨겨져 있는지, 그녀의 가능성은 어디까지일지 가늠할 수 없었다.
패시지 3부작이라고 하는 이 소설의 첫 번째 시리즈는 미국 FOX 채널에서 10부작 드라마로도 방송됐다고 한다. 뱀파이어와 디스토피아, 포스트 아포칼립스 등의 온갖 흥미로운 소재가 담겨있어 궁금했는데, 책을 읽으려고 펼쳤을 때 글자 사이즈가 작아서 깜짝 놀랐었다. 두 권짜리 책에 각 권당 500페이지가 넘는데 익숙한 크기보다 작은 글자들이 빽빽해서 시작부터 좀 걱정했다.
하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을 만큼 놀랍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펼쳐져서 푹 빠져서 읽었다. 처음엔 6살밖에 되지 않은 에이미가 어떻게 될까 걱정했고, 울가스트의 죽음에 안타까웠다. 피터를 만난 이후에는 모험을 하며 별의별 일이 일어나 긴장감을 느끼기도 했다.
죽지 않는 에이미와 살아남은 피터, 알리시아, 마이클, 그리어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하다.
에이미는 죽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가장 무서운 일, 그들이 저지른 가장 지독한 일이었다. 시간은 부두를 사이에 두고 갈라지는 물길처럼 그 아이를 피해 움직였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도 에이미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노아는 구백오십 세가 되어 죽었더라.‘ 그들이 아이에게 무슨 짓을 한 건지는 몰라도, 아이는 죽지 않을 것이다. 죽지 못한 것이다. 1권 - P374.375
"‘노아 프로젝트‘의 목표는 모든 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백신을 발견하는 거야. 만약 세상에 암도, 심장병도, 당뇨병도, 알츠하이머도 없다면 인간의 수명은 어디까지 길어질 수 있을까?" 1권 - P66
밀려오는 군대, 무덤, 구덩이, 전투의 불길. 수도 없는 영혼들이 죽어가며 울부짖는 소리. 대지 위로 거대한 날개가 펼쳐지는 것처럼 점점 퍼져나가는 어둠. 잔혹함과 슬픔, 그리고 마지막 순간의 끔찍한 탈출로만 가득 메워진 최후의 쓰디쓴 시간, 모든 것을 지배하는 죽음, 그리고 마침내 백 년의 침묵으로 고요해진 텅 비어버린 도시들. 이런 일들이 벌써 다가오고 있었다. 1권 - P162
그 시절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사람들은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고, 무엇을 생각했을까? 아무렇지도 않게 깜깜한 어둠 속을 걸어 다녔을까? 바이럴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무엇을 두려워했을까? 1권 - P439.440
에이미는 마치 두 개의 세계에 한 발씩 걸치고 있는 사람 같았다. 하나는 피터의 눈에도 보이는 세계, 다른 하나는 그 안에 숨겨진 세계이자 그들의 여정이 가진 의미를 품고 있는 세계였다. 2권 - P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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