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54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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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아버지가 물려주신 유산 덕분에 젊고 부유한 백작이 된 피에르는 결혼생활이 행복하지 않다. 그런 와중에 한때 어울리던 돌로호프와 아내 엘렌이 묘한 관계라는 암시를 하는 편지를 받은 후, 돌로호프에게 결투 신청을 했고 어쩌다 보니 그를 총으로 쏘게 되어 상처를 입힌다. 사실을 알게 된 엘렌은 돌로호프가 자신의 정부가 아니라 말하지만, 모든 게 환멸 난 그는 아내에게 영지 관리를 맡기고 혼자 페테르부르크로 떠난다.

 

안드레이의 생사를 확인할 수 없어 걱정하던 가족 앞에 그가 나타난다. 마침 해산 중이던 안드레이의 아내 리자는 아들을 낳고 세상을 떠나고 만다. 그 후 안드레이는 군대로 돌아가지 않고 아버지에게 영지를 받아 관리하며 살게 된다. 그러다가 로스토프 백작의 초대를 받아 방문한 집에서 생기 넘치는 매력을 보이는 백작 영애 나타샤에게 눈길이 향한다.

 

입신양명에 뜻을 품은 보리스는 출세를 하여 프로이센 군대의 매우 유력한 인물의 부관이 되어 높으신 분들과만 가까이 지낸다. 그는 이제 결혼만 잘 하면 된다는 생각에 사교계에 나가 부유한 신붓감을 찾는 데 혈안이 되어 여러 숙녀들을 재본다.

군대에 있던 니콜라이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졌으니 도움이 필요하다는 편지를 받고 휴가를 받아 집으로 향한다. 어머니 로스토프 백작부인은 니콜라이에게 가세를 일으킬 방법이 부유한 아가씨와 결혼하는 것뿐이라고 말하지만, 그는 오랫동안 사랑한 소냐와 결혼하겠다고 한다.

 

2권에서는 등장인물 모두에게 역경과 고난이 닥쳤다. 네 남자는 물론이고 로스토프 가의 나타샤까지도 좋은 일이 있었다가 스스로 말아먹는 결과를 낳았다. 그들 모두에게 이런 사달이 난 건 다 사랑 때문이었다. 주인공들을 비롯해 그들의 친구나 주변 인물들도 서로를 향한 사랑의 화살표가 이리저리 움직여서 <전쟁과 평화>가 아니라 "사랑과 전쟁"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피에르가 엘렌과 이혼하려다가 포기하고 혼자 떠나서 접하게 된 건 프리메이슨이었다. 물려받은 많은 돈으로 부유한 생활을 하며 술을 즐기던 그가 가정 내의 문제로 종교 교리에 푹 빠져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겠다고 다짐한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영지의 농민들을 해방시키고자 했지만, 관리인들이 이미 해 먹은 게 너무나도 많은 데다가 그들의 설명하는 과정이 복잡해서 피에르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그렇게 하라는 말만 했다. 이런 모습은 로스토프 가문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막대한 영지를 백작 혼자 관리할 수 없어서 따로 관리인을 두었는데 주인의 살림을 은근히 빼돌리는 사람들이 당시에 종종 있었나 보다.

관리를 잘한 사람은 안드레이뿐이었다. 피에르가 접한 프리메이슨의 교리가 추구하는 이상을 실현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었다. 안드레이가 현실적인 사람이기에 가능했고, 피에르는 실전 경험이 거의 없어 다소 몽상적인 기질만 있었기 때문에 불가능했던 것 같다.

 

이렇게 재정적인 문제를 겪기도 했지만, 그들의 애정전선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피에르는 처음부터 엘렌의 외모가 아름다워 홀려버린 것이지 사랑하진 않았기 때문에, 엘렌 역시 그를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결혼생활이 불행할 수밖에 없었다. 엘렌이 아름답기는 해도 교양이 없어서 피에르는 그녀를 혐오하기까지 했다. 이 정도까지 오면 당연히 헤어져야겠지만, 엘렌은 아버지 바실리 공작처럼 만만치 않은 여자였기 때문에 그들은 마치 쇼윈도 부부처럼 살게 됐다. 물론 사교계에 이미 소문이 다 퍼진 상태로 말이다.

피에르의 입장을 주로 보여줘서 당연히 그에게 마음이 기울 수밖에 없었는데, 중반 이후 엘렌이 사교계의 스타가 되어 선을 넘을 듯 말 듯 온갖 남자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보니 화딱지가 나서 혼났다. 보리스에게 추파를 던지질 않나, 쓰레기 같은 자기 동생 아나톨과 약혼한 나타샤를 이어주려고 망발을 하기도 했다. 태생이 그런 여자였다.

 

안드레이는 사별하고 일에만 몰두해 혼자 지내다 나타샤를 만나고 애정을 느끼게 됐다. 리자가 살아있을 때 그녀에게 딱히 애정을 느끼는 것 같지 않았는데, 나타샤에게는 진짜 빠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10대 후반인 나타샤와 30대 초반에 애 딸린 홀아비인 안드레이의 결혼은 처음부터 순조롭지 않은 건 당연했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빠져 나타샤의 부모에게는 허락을 받았지만, 의외로 볼콘스키 공작이 결혼을 내키지 않아 했다. 그래서 일단 약혼을 하고 결혼을 1년 미룬 뒤, 안드레이는 아버지의 명령으로 외국으로 떠난다.

1년 동안 약혼자 없이 지내게 된 나타샤가 어리고 예쁘다는 강점은 이 소설 등장인물 중 아직까지는 제일 쓰레기인 아나톨에게 꽂혀버렸다. 그래서 사랑에 눈이 먼 나타샤는 안드레이의 여동생 마리야에게 파혼 편지를 쓰고 야반도주를 하려고 했지만 다행히 예의주시했던 소냐 덕분에 무산됐다.

 

나타샤가 16살이 되면 청혼하겠다던 보리스는 기울어가는 로스토프 가문보다 돈 많은 여자를 찾았다. 자신의 가난을 결혼으로 메꿔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는 야망이었다. 처음엔 결혼한 엘렌과 짧은 시간 동안 가까이 지냈다가 나타샤를 다시 만난 이후로는 로스토프 저택에 다시 드나들었다. 백작부인이 오지 말라고 대놓고 말한 이후에는 볼콘스키 공작의 영애 마리야와 그녀의 친구 줄리 중에 누구와 결혼할지 저울질하기도 했다. 갈등하던 보리스는 아나톨이 줄리를 찾아갔다는 얘기에 냉큼 그녀에게 청혼해 결혼을 앞두게 됐다. 1권에서는 나름 괜찮았던 캐릭터인데 2권에서는 비호감이 되어가고 있었다. 능력이 있어도 가난하면 성공하지 못하는 게 그때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아서 좀 안쓰러운 마음도 들었다.

그나마 니콜라이는 애정전선에 문제없이 사랑을 굳건히 지켜가고 있었는데(중간에 좀 소홀해지긴 했지만..), 소냐가 친척이라는 부분과 집안의 반대를 과연 이겨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사랑과 전쟁이었던 <전쟁과 평화> 2권은 재미있으면 안 되는데 어찌나 흥미진진하던지, 막장 드라마를 이래서 보는구나 싶었다.

폴란드에서 결혼해놓고선 러시아에 돌아와서 부잣집 아가씨들과 결혼하려고 후리고 다니는 쓰레기 같은 아나톨 때문에 재미있었다. 외모 칭찬이 워낙 자주 등장하는 캐릭터이고, 어릴 때부터 방탕하게 살아서 사교계에 소문이 다 났을 텐데 얼마나 잘생겼으면 소문을 잊고 다들 그렇게 푹 빠지게 되는지 모르겠다. 얼굴 뜯어먹고 살 것도 아닌데 이해할 수 없다. 물론 잘난 얼굴 보면 좋기야 하겠지만 워낙 개차반이라..

 

아무튼 아나톨 때문에 결국 나타샤가 상처를 받아 현실을 깨달았다. 이 와중에 피에르는 나타샤에게 호감이 생긴 것 같고, 파혼당한 안드레이는 예상했는지 크게 동요하지 않고 이전처럼 자신의 삶에 집중했다. 그리고 니콜라이의 사랑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뒷이야기가 궁금하니 조만간 3권을 읽어야겠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는 것은 인간에게 허락된 일이 아니야. 인간은 항상 착각에 빠져 있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렇겠지. 인간들이 뭐가 옳거나 그르다고 생각할 때보다 더 큰 착각에 빠지는 경우도 없어." - P223

나타샤의 눈에는 무도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모두 똑같이 서로를 사랑하는 선량하고 다정하고 훌륭한 이들로 보였다. 그녀는 어느 누구도 서로에게 모욕을 주지 못할 거라고, 따라서 다들 틀림없이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다. - P416

"나의 매혹적인 아가씨, 만약 당신이 누군가를 사랑한다 해도 그게 자신을 가두어 둘 이유는 되지 않아요. 설사 약혼을 했더라도 약혼자는 당신이 따분해 죽을 지경이 되기보다 오히려 사교계에 드나들기를 바랄 거예요. 난 그렇게 확신해요." - P678.679

‘내가 무엇 때문에 몸부림을 치지? 내가 무엇 때문에 이 출구 없는 비좁은 틀에서 버둥대는 걸까? 삶이, 삶 전체가 그 모든 기쁨과 함께 내 앞에 환히 펼쳐져 있는데.
(……중략)
피에르가 옳아.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행복의 가능성을 믿어야 한다고 말했지. 이제 난 그 말을 믿어. 죽은 자들을 장사하는 일은 죽은 자들에게 맡기자. 하지만 생명이 붙어 있는 동안에는 살아야 하고 행복해야 해.‘ - P427.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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