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최선
문진영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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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노리와 테츠   '나'는 유치원 때부터 단짝인 수민과 일본에 여행을 갔다가 우연히 방문한 가게 사장 부부 미노리, 테츠를 알게 된다. 붙임성과 밝음을 타고난 수민은 그들과 금세 가까워졌고,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후에도 SNS로 연락을 계속 이어나간다. 그런데 수민이  미노리와 테츠가 이혼했다는 소식을 알려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미노리가 SNS로 나에게 연락해 지금 한국에 있으니 둘이 만나자고 했다.

변산에서   '나'는 민주, 민주의 딸 수온과 함께 종종 여행을 떠나곤 한다. 이번 여행은 변산이었는데, 그곳을 여행지로 정한 건 나의 친구이자 민주의 남편 승민과의 기억 때문이었다. 즐거워야 할 여행은 세상에 없는 승민과 승민의 과로사 이후 산재를 인정받기 위한 지난한 소송으로 착 가라앉아 있다.


오! 상그리아   엄마는 '나'에게 아빠가 누구인지 알려주지 않았다. 스페인에 갔을 때 하룻밤을 보낸 남자라고 농담조로 이야기하는데, 알고 보니 엄마 역시 할아버지가 바깥에서 낳아 데리고 온 자식이었다. 할머니는 엄마가 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엄마를 아끼며 키웠고, 엄마가 역마살로 인해 매번 집을 나갈 때마다 돌아와야 하는 곳은 할머니가 있는 곳이라는 걸 깨닫게 했다.

내 할머니의 모든 것   할머니 배정심 여사는 40여 년 전에 엄마와 삼촌을 두고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오랜 세월이 흘러 현재에 도달했을 때 엄마는 죽은 삼촌의 유산 문제로 할머니에게 연락을 했다. 1인분의 삶을 살아온 할머니 배정심 여사에게 괜히 마음이 기울어진 '나'는 그녀와 자주 만나게 된다.


너무 늦지 않은 어떤 때   끝내지 못하는 6년 동안의 연애를 제대로 끝내기 위해 '나'는 퇴사를 하고 인도로 떠났다. 그곳에서 나는 머무는 호텔 주인과 친하다는 남자 안와와 친구가 된다.

고래 사냥   '나'와 룸메씨는 어느 날 훌쩍 월미도로 바이킹을 타러 떠난다.


네버랜드에서   태국으로 가족 휴가를 온 '나'는 함께 오기로 했다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빠진 남자친구를 생각하고 있다. 그러던 중에 리조트의 스태프인 론과 인사하고 대화할 정도가 되면서, 그리고 결혼한 언니가 결혼 전의 언니와는 달라졌다는 걸 확실히 느끼면서 그들이 삶을 추구하는 방향에 대해 생각해 볼 계기를 갖는다.

지나가는 바람   '나'는 갭 이어를 갖겠다고 퇴사를 한 후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저 나보다 먼저 퇴사한 입사 동기 민지씨의 열정적인 삶을 SNS로 훔쳐보며 감탄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다 전 회사 후배인 우림을 만나 저마다의 삶과 나의 삶에 대해 반추한다.

한낮의 빛   아르바이트생 주명이 '나'를 언니라고 부르고 싶다는 말을 하면서 유영 언니가 떠올랐다. 오래전 우리 가족의 집에 잠시 머물렀던 유영 언니는 집에서 일어난 어떤 사건으로 인해 미국으로 떠나버렸다.





여러 이야기를 모은 단편은 모두 1인칭 시점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작중에서 이름이 등장하는 경우도 있긴 했지만, 대체로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 '나'를 중심으로 타인에 대해,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모두 비슷한 결의 사람들이라는 걸 느끼게 했다.

그 특징이 가장 도드라진 건 첫 번째 이야기인 <미노리와 테츠>였다. '나'와 오랜 친구인 수민은 서로 다른 사람이었다. 수민이 밝은 햇살을 잔뜩 머금어 모두에게 건강한 에너지를 나눠주는 사람이었다면, '나'는 수민과는 반대되는 그림자와 같은 사람이었다. 회사 생활을 하고 있긴 하지만 사회성이 없다는 핀잔을 상사에게 들어도 개의치 않을 정도로 이제는 그림자의 삶이 익숙해졌다. 그러다 일본에서 알게 된 미노리가 더 가깝게 지냈던 수민은 빼고 '나'에게만 만나자고 한 이후 두 사람은 묘한 공감대를 느꼈다. 지나고 난 후에 그림자였다는 걸 깨달은 그들의 끝이 씁쓸하기만 했지만, 그럼에도 '나'는 자신의 이러한 삶의 방식을 유지할 거라고 보여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할머니의 모든 것>은 엄마와 삼촌을 두고 떠난 할머니에게 40여 년 만에 연락하게 되면서 손녀인 '나'와 인연이 맺어지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들의 관계가 이어지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을 정도로 드문 만남이었는데, 그러다 할머니가 다시 사라지게 되면서 '나'는 그녀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타인보다 자신을 우선하는 삶이, 그러면서도 뭔가를 이루며 살기보다 소박한 자신의 삶을 이뤄나가는 게 당신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하고 지키고 싶은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남겼다.

<지나가는 바람>은 능력이 출중하고 삶에 열정적인 전 직장 입사 동기를 SNS로 염탐하며 자신의 삶을 축내고 있는 '나'를 이야기했다. 이런 스스로를 한심하게 여기는 와중에 전 직장 후배 우림과 만나 술을 마시게 되면서 그에게는 '나'가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는 걸 알게 됐다. 그 결과 SNS를 끊고 자신의 삶을 이뤄나가려는 희망적인 끝을 맺어 응원하게 됐다.

<한낮의 빛>은 알고 보니 굉장히 화가 나는 심각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유영 언니가 '나'의 집에서 겪은 끔찍한 사건을 가족들은 아무렇지 않은 걸로 치부하는 걸 어릴 때는 별생각이 없었으나 머리가 크고 나니 너무 역겨웠다. 그로 인해 '나'가 어떤 병까지 얻어야 했고 결국에는 가족의 곁을 떠나기까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싶었다. 유영 언니가 받았을 상처로 스스로를 어둠에 가두려는 '나'를 양지로 이끌어준 주명의 손길이 괜찮다고 등을 쓰다듬어주는 것 같은 위로를 느꼈다.

그림자와 같은 사람들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잔잔하게 흘렀지만 때로는 마음을 깊이 찌르기도 했다. 9편의 단편을 읽은 후, 그들 삶의 그림자가 더는 짙어지지 않기를, 서서히 옅어진 그림자로 스스로를 미약하게나마 발하는 빛으로 이끌기를 바라게 되었다.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선 어둠 속에 자신을 내버려둘 용기가 필요한 게 아닐까. 너무 어두워서 도무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다가도, 시간을 견디면 결국에는 아주 느린 속도로 시야가 밝아지듯이. 캄캄한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일. <변산에서> - P61

우린 아마 평생 이러고 살겠지. 갈대처럼 흔들리면서.
근데 갈대 괜찮지 않나. 지나가는 바람에 한껏 몸을 누이면 되니까. 한참 엎어져 있다가 슬그머니 몸을 일으키고, 또 엎어지고. 누가 누구를 일으켜줄 수는 없지만, 같이 엎어져 있는 건 참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우림에게 말하고 싶었는데 그냥 속으로 생각만 했다. <지나가는 바람> - P225

눈을 감고 안대를 썼는데도 왜 어떤 잔상이 망막에 매달려 떨어지지 않는 걸까. 묻고 싶었다. 우리가 잠들 수 없는 것은 그래서일까. 우리가 우리에게서 빛의 기미를 완전히 떼어놓을 수 없기 때문에. <한낮의 빛> -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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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가장 위험한 곳, 집 앤드 앤솔러지
전건우 외 지음 / &(앤드)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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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건우 × 누군가 살았던 집   '나'는 여자친구 J와 고향에서 도망쳐 서울로 올라왔다. 아는 형의 친구가 주식으로 대박이 났다는 말에 가족, 친구는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에게서 돈을 빌려 자신도 부자가 되게 해달라고 맡겼다가 사기를 당했기 때문이다.
모텔방을 전전하던 나는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나온 원룸 오피스텔에 들어가게 된다. J와 함께 하는 생활이 마치 신혼 같아서 즐거웠던 찰나가 지나고 집에서 수상한 분위기를 느끼기 시작했다. J가 먼저 알아챈 화장실 환풍구의 이상한 냄새가 배수구를 타고 올라왔고, 나중엔 누군가가 바라보는 것 같은 시선이 뒤통수에 꽂혔다. 알고 보니 이전에 그 집에서 살던 여자가 모든 걸 두고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걸 알게 된다.


정명섭 × 죽은 집   고등학교 동창 혜영과 유진은 각자 결혼생활을 하다 남편들의 바람으로 이혼을 했다. 유진이 재산분할 받은 돈으로 특수청소업체를 차렸고, 딱히 할 일이 없던 혜영이 직원으로 함께 일하기 시작했다. 대체로 고독사한 사람들의 흔적을 치우는 일은 고됐지만, 산 사람이 더 무섭다는 걸 현장에서 경험했기에 두 사람은 서로를 지지하며 묵묵히 일을 해나갔다.
그러다 혜영이 빌라왕 때문에 전세 사기를 당하게 됐다. 같은 빌라 사람들과 공인중개사를 찾아가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없어 평소처럼 일을 하던 그녀는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모아두는 남자의 집을 청소하던 중에 그 집에 사는 사람이 자신의 전세금을 떼먹은 빌라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래서 유진과 함께 놈을 잡기로 하는데...


정보라 × 반송 사유   양현은 남편 오섬이 박사 논문 심사에 통과한 후 강의 때문에 이사를 하게 된다. 외진 곳에 있는 그 집은 버스도 드물게 다녀서 고립되어 있었다. 양현은 가계를 위해 일을 구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고,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자꾸만 낚싯바늘이 떨어져 있어 다칠 뻔하기도 한다.
양현을 언니라고 부르며 잘 따르는 김혜와 메일을 주고받으며 안부를 묻는데, 어느 순간부터 양현에게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반려묘가 낚싯바늘을 삼켜 세상을 떠났고, 집에 놀러 온 김혜가 찍은 사진은 모두 까맣기만 했다. 그걸로도 모자라 양현은 이상한 내용의 메일을 아는 사람들에게 보내게 되는데...


정해연 × 그렇게 살아간다   식도암으로 오랜 투병 생활 끝에 진혜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집을 떠나 살고 있는 오빠와 언니가 장례를 치르러 돌아온 후 집에 남은 사람은 간병으로 지친 진혜와 엄마뿐이었다. 어느 날부터 진혜는 삐쩍 마른 몰골을 한 아버지가 소름 끼치게 웃으며 같이 가자고 하는 악몽을 꾸게 되어 병원에 갔더니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불면증에 시달리는 엄마 역시 선잠이 들었을 때 아버지가 등장하는 악몽을 꾼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러던 중에 아버지의 물건을 정리하던 진혜는 창고에서 아버지가 맞던 빈 수액 팩에 남은 액체가 갈색, 붉은색을 띠고 있는 걸 발견한다. 진혜가 그걸 들여다보고 있는 걸 발견한 엄마는 무서운 표정으로 자신이 치우겠다고 말해서 의문이 들게 한다.



장르물에서 자신의 입지를 확실히 다진 전건우 작가의 단편이 도입을 장식했다. <누군가 살았던 집>이라는 제목은 신축 집이 아닌 이상 세상 모든 사람에게 공통된 사실이다. 그러나 소설에서는 누군가가 살았던 집이라는 그 당연함이 주인공 '나'에겐 처음엔 두려움으로, 나중엔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끔찍한 기억으로 남게 되었다. 반의 반도 안 되는 가격에 나온 집이라는 부분에서부터 의심해야 했지만 나와 J는 그러지 않았고, 또 전에 살던 누군가가 모든 짐을 그대로 두고 사람만 사라졌다는 것은 소름 끼치는 점이었으나 그때는 이미 빠져나올 수가 없게 되었다.
정해연 작가의 <그렇게 살아간다>는 사람으로 인해 집이 두려워지는 점이 같았다. 안 그래도 꼬장꼬장했던 성정의 아버지가 아프고 나니 더욱 까탈스럽게 굴었던 건 당연하다. 엄마와 함께 간병의 고됨을 반으로 나누었지만 아버지의 투병과 죽음은 모녀에게 저마다의 죄책감을 남겼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었다. 진혜는 아버지의 임종이 가까워졌을 때 의료진을 부르기를 망설였는데, 그 길로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마음의 짐이 생겼다. 그리고 엄마의 죄책감은 무엇이었는지 소설 후반쯤에 밝혀져 충격을 줬으나 진혜는 물론이고 책을 읽고 있는 나조차도 함부로 질타할 수가 없었다. 오랜 간병이 건강한 사람의 몸과 마음을 해치는 걸 알고 있고, 또 엄마가 아버지로 인해 얼마나 괴로웠을지 세세하게 헤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두 소설은 집이라는 공간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인해 살아있는 사람, 남은 사람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이야기를 했다. 그 상처를 끌어안고 살아갈 사람들이 가여울 뿐이었다.


정명섭 작가의 <죽은 집>은 전세 사기와 특수청소업체라는 두 가지 설정으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네 편의 이야기 중 가장 유쾌한 톤이었는데, 사실 소재 자체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보니 마냥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 아이러니함이 있었다.
정보라 작가의 <반송 사유>는 여느 소설과 달리 등장인물들이 메일을 주고받는 형식을 띠고 있었다. 남편이 어느 대학 강의를 맡게 되어 외진 곳에 있는 집에 당분간 살게 된 양현과 그녀를 걱정하는 후배 김혜가 주고받는 메일이 주를 이뤘다. 양현이 사는 집이 기이하다는 건 낚싯바늘이 곳곳에 떨어져 있고 치워도 자꾸만 발견된다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다 김혜가 놀러 왔다 간 이후 집에서 찍은 사진이 모두 새까맣다는 걸 확인하고 양현을 걱정하는 사람들의 메일이 등장했다. 양현 역시 이상한 말이 쓰인 메일을 보냈었는데, 소설 결말에 반전이 밝혀져 뒤통수를 쳤다. 기발한 구성과 반전이 매력적인 이야기였다.


가장 편한 곳이 가장 위험해졌을 때의 공포를 생생하게 느끼게 해준 앤솔러지였다. 짧지만 저마다의 이야기에 매력이 듬뿍 담겨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어쩌면 그때 마지막으로 심폐소생술이라도 요청했어야 했던 걸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죽음을 기다렸던 나를 아버지는 원망했던 걸까? 아니면 나의 죄책감 때문일까?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집으로 돌아온 뒤, 나는 거의 매일 꿈에서 아버지를 만났다. 평화로운 꿈은 없었다. 그것은 악몽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정해연 <그렇게 살아간다> - P182

오래된 집일수록 그 내력을 가늠하기 어렵다. 몇 장의 서류만으로는 그 집에서 정말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다는 말이다. 거기에 도배며 청소까지 새로 해 버린다면 이전 거주자의 흔적은 말끔히 지워진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멀끔히 단장한 채 순진한 이들을 기다리는 그런 괴물 같은 집들이 있다. 전건우 <누군가 살았던 집>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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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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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녀가 먼 친척 집에 여름 동안 잠시 맡겨졌다. 집안 일과 농장일, 다른 형제, 자매들까지 부모가 손이 갈 데가 많은 와중에 곧 또 다른 형제가 태어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아빠가 소녀를 태우고 킨셀라 부부의 집에 도착해 잠깐 머물다 떠나버렸다. 소녀의 옷이 든 가방까지 가지고서 말이다.


늘 집에서 눈칫밥만 먹던 소녀는 킨셀라 아주머니, 아저씨 집에서 전에 없는 따스한 보살핌을 받으며 지내게 되는데...




마지막까지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 소녀는 말이 상당히 없는 편이었다. 그 나이대의 아이들은 형제자매가 있다면 시끄럽게 조잘거리고, 집이 아닌 다른 데에 가서도 끊임없이 떠들어댈 텐데 소녀는 말없이 차분하게 주변 분위기를 살폈다. 사실 분위기를 살피는 게 아니라 눈치를 보는 것에 가까웠다. 그로 인해 소녀가 집에서 어떤 취급을 받는지 예상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이렇게 주눅이 든 듯 말이 없는 거라 여겨졌다.


소녀가 킨셀라 부부의 집에서 보낸 첫날은 낯설어서 어색했으나 다행히 아주머니가 너무나 따스한 사람이라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마음을 열 준비가 됐는지도 몰랐다. 소녀와 아주머니가 처음 만난 장면은 소설의 극 초반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울컥 눈물이 나고 말았다.

이후 소녀는 아주머니, 아저씨와 함께 지내면서 집에서 배우지 못했던 것들을 익혔다. 아주머니에게서는 대답을 제대로 하는 법을 배웠고, 아저씨와 함께 책을 읽으며 발음이 어려운 단어를 익히기도 했다. 부부의 성격이 서로 닮아서 소녀가 무언가를 잘 하지 못해도 참을성 있게 기다려주며 다독였다.

그렇게 두 사람과 함께 살던 소녀는 언젠가는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는데, 그때가 너무나 빨리 돌아오고 말았다. 여전히 말이 없었지만 자신의 생각은 뚜렷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던 소녀는 집에 데려다 달라고 부탁하는데, 어떤 사건이 일어나 며칠 미뤄지고 말았다. 우연히 일어난 작은 사고였지만 덕분에 소녀는 자신을 살뜰히 보살펴주는 킨셀라 부부와 며칠 더 지내게 되었다. 소녀가 이대로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았는데 아쉽게도 그럴 수가 없었다.

진짜 집을 떠나기 전과 돌아온 후의 소녀는 완전히 달라져 있다는 게 눈에 띄었다. 말수가 없긴 했지만 그나마 하던 대답도 제대로 못 했던 소녀는 진짜 가족들의 곁으로 돌아온 이후에 자신이 해야 할 말은 하게 되었다. 잠깐 사이에 킨셀라 부부의 애정을 듬뿍 받아 성장한 소녀의 모습에 뭉클해지는 한편으로 결말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속내를 또렷하게 이야기하며 안타까운 마음에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다.

자신을 낳아준 부모들, 킨셀라 부부와 함께 지내면서 만난 수다쟁이 아줌마와 같은 사람들을 만나며 소녀는 킨셀라 부부가 한 말에 관한 이야기를 깨닫고 마음에 새기게 되었을 것이다. 단지 말을 하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의 상처를 헤집어 피를 흘리게 할 수도 있다는걸, 그 어떤 말보다 행동이 누군가의 마음을 안아주기도 한다는 걸 말이다. 짧은 보살핌이었지만 소녀에게는 오랫동안 기억될 다정한 따스함이었기에 작은 아이의 삶이 단단해지지 않았을까 싶다.


작년에 영화 <말없는 소녀>를 보고 너무나 좋았는데 원작 소설을 이제야 읽게 되었다. 작가의 말과 옮긴이의 말을 제외하고 본편은 98페이지로 굉장히 짧지만 감동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영화를 먼저 본 덕분에 매 장면이 머릿속에 떠올라 흐뭇함과 안쓰러움, 애틋한 감동을 느끼게 만들었다.

아저씨가 손을 잡자마자 나는 아빠가 한 번도 내 손을 잡아주지 않았음을 깨닫고, 이런 기분이 들지 않게 아저씨가 손을 놔줬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 힘든 기분이지만 걸어가다 보니 마음이 가라앉기 시작한다. 나는 집에서의 내 삶과 여기에서의 내 삶의 차이를 가만히 내버려 둔다. - P69.70

여러 가지 일들이 마음속을 스친다. 벽지에 그려진 남자아이, 구스베리, 양동이가 나를 아래로 잡아당기던 그 순간, 길 잃은 어린 암소, 젖은 매트리스, 세 번째 빛. 나는 여름을, 지금을, 그리고 대체로 지금 이 순간만을 생각한다.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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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쌍곡선
니시무라 교타로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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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도쿄의 작은 가게들에 강도가 들었다. 범인은 같은 옷차림에 장갑을 꼈고 총으로 가게 주인을 위협하며 당일의 매상을 훔쳐 갔다. 특이하게 범인은 얼굴을 마스크 따위로 가리는 수고를 하지 않고 온전히 드러냈다. 며칠 연속으로 똑같은 옷차림새에 세상을 탓하는 말을 남기고 떠난 것도 같았기에 경찰은 빠르게 몽타주를 작성할 수 있었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범인이 잡혔다. 며칠 연속으로 매상을 빼앗긴 여러 가게의 주인들이 모두 입을 모아 그가 범인이라 주장했지만, 정작 범인은 자신이 그런 게 아니라는 말을 했다. 놀랍게도 바로 그날 다른 형사에 의해 범인이 또 잡혀왔다. 두 사람이 구분을 할 수조차 없는 일란성 쌍둥이 고시바 가쓰오, 도시오 형제였던 것이다.


한편, 한적한 시골 마을의 호텔에 여러 사람들이 모여든다. 주인인 하야카와가 호텔을 홍보하고자 도쿄에 사는 젊은 사람들을 초대한 것이었다. 결혼을 앞둔 교코, 모리구치 커플, 마사지 전문점 직원 다지 아야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우울한 얼굴을 하고 있었던 야베, 범죄학을 연구하는 대학생 이가라시, 그리고 택시 운전기사 다지마였다.

이들이 호텔에 도착에 하룻밤을 보내고 난 뒤, 야베가 방 안에서 목을 매 죽어 있는 걸 발견한다. 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고 창문으로도 들어갈 수 없었다. 그런데 방 안에 첫 번째 복수가 이루어졌다고 쓰인 카드가 발견되면서 모두를 두려움에 떨게 된다.




소설은 중요한 사실 하나를 공개하고 시작했다. 이 소설에는 도무지 구분이 가지 않는 쌍둥이가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니시무라 교타로 작가는 영국의 무슨 '탐정소설의 십계'가 있다고 하며 쌍둥이가 등장하면 독자에게 꼭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덕분에 자연스레 쌍둥이가 범인일 거라고 예상할 수밖에 없었다.

소설은 두 가지 상황을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었다.

먼저 도쿄에서 일어나고 있는 연속 강도 사건이었다. 매번 똑같은 외투에 장갑을 끼고 얼굴을 내놓고서 돈을 빼앗아 달아나는 범인의 몽타주는 쉽게 만들 수 있었지만, 문제는 이 범인이 쌍둥이였다는 데에 있었다. 보통 일란성 쌍둥이라고 해도 조금은 다른 점이 있기 마련인데, 고시바 형제는 너무 닮아서 형사들은 물론이고 가게의 주인들까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범인이 분명하지만 정확하게 짚어내지 못하면 도리어 경찰이 고소를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 고시바 형제를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형사들이 미행을 해도 고시바 형제는 그들을 비웃으며 범죄를 저지르고 다녔다.

한편 도쿄에 사는 사람들이 초대를 받아 눈이 많이 오는 한적한 지역 호텔로 향했다. 그들은 20대 중반의 엇비슷한 나이였지만, 하는 일은 물론이고 접점이라고 할 만한 게 하나도 없었다. 그런 부분은 차치하고 모인 사람들은 스키를 타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이튿날 초대받은 남자 중 한 명이 자살로 위장해 살해되면서 호텔 내부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 첫 번째 사건 이후에 두 번째, 세 번째 사건이 이어지면서 중요하게 등장한 건 사건 현장마다 마치 출입 금지 표시와 비슷하게 생긴 그림이 그려진 카드가 있었다는 것이고, 초대받은 이들이 호텔에 처음 왔을 때부터 볼링장에 9개뿐이던 볼링핀이 하나씩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남은 이들은 누가 사람들을 죽였을지 예상해 보는 한편으로 자신의 차례가 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질 뿐이었다.


도쿄에서의 사건과 호텔의 사건이 처음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줄 알았다. 중반을 넘어가면서도 밝혀진 게 거의 없었기에 대체 이걸 어떻게 풀어가려나 싶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인지했지만 방심한 무언가기 반전으로 드러났다. 뭔가 알면서 속은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렇게 범인이 밝혀진 뒤에 왜 이런 짓을 저지른 건지도 드러났는데, 이 부분에서는 좀 의아함을 느끼게 했다. 타깃이 된 사람들이 잘한 건 아니지만, 그들 탓을 하며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는 건 너무 과했다.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기에 후반부가 아쉬웠다.

그래도 무난하게 읽기에는 괜찮았다. 소설이 거의 50년 전에 쓰인 거라 생각하면 요즘 시대에 견주어도 훌륭하다고 볼 수 있다.

"화를 낼 거면 이 세상에 내도록 해. 내가 이런 짓을 하는 건 다 세상이 나빠서니까." - P22

"저는 이번에 도쿄에 거주하는 여섯 분을 초청했는데 단순히 제비뽑기로 고른 건 아닙니다. 여섯 분은 어떤 공통된 이유로 선정됐죠.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시기 전까지 그 이유를 알아맞혀 주셨으면 합니다."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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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링
T. J. 뉴먼 지음, 나현진 옮김 / 어느날갑자기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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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 기장인 빌은 비행이 예정되어 있는 아침부터 캐리와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였다. 그날은 아들 스콧의 리틀 야구 시즌 첫 경기라 꼭 참석하기로 약속했었는데, 빌의 상사가 갑자기 비행을 바꿔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었다. 기장들끼리 종종 비행 스케줄을 바꾸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상사의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어서 빌은 어쩔 수 없이 아들의 경기를 보지 못할 상황이 됐고 캐리는 그것 때문에 화가 난 것이었다. 빌은 집을 나서기 전에 인터넷 수리 기사가 온 것을 봤고, 여전히 화가 난 캐리에게 인사를 한 후에 공항으로 향했다.

빌은 비행 준비를 하고, 부기장 벤과도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가족 같은 동료로 지낸 조에게 캐리가 화가 난 일에 대해 상담을 한 후에 조종석에 들어갔다. 빌은 비행 직전까지 캐리의 연락을 기다렸지만 아내에게선 문자도 없었다. 그런 상황에도 빌은 맡은 임무에 충실했다. 핸드폰을 꺼두고 비행을 시작해 로스앤젤레스에서 뉴욕으로 향해 가기 시작했다.


비행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노트북에 메일이 왔다. 캐리와 아들 스콧이 자살 폭탄 조끼를 입고 있는 사진이었다. 곧이어 페이스 타임이 걸려왔는데, 아침에 집에 인터넷 수리 기사라고 찾아온 샘이 똑같은 자살 폭탄 조끼를 입고 빌에게 인사를 건네며 선택을 강요했다. 샘이 지시하는 곳에 비행기를 추락시키거나 가족들을 죽이거나 둘 중 하나를 말이다.




일 때문에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시간이 적은 사람에게는 그 짧은 시간이 너무나 애틋하고 소중할 것이다. 소설의 주인공인 빌처럼 비행기를 조종하며 땅덩이가 너무나도 넓은 미국의 국내로, 해외로 나가 있는 시간이 많은 사람에겐 입학이나 졸업, 운동 경기 등 가족의 중요한 행사에 꼭 참석하고 싶은 마음일 터였다.

빌 역시 그러했다. 아들 스콧의 리틀 야구 시즌의 첫 경기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는 비행기 조종사라는 점 외에는 평범한 직장인이었고, 직장 내에서는 상명하복이 어느 정도 존재하고 있었기에 비행 스케줄을 바꿔달라는 상사의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아들의 경기에 참석할 수 없다는 점으로 인해 아내 캐리가 빌의 비행 당일 아침에 많이 화가 난 건 당연해 보였다. 그래서 이륙 직전까지도 캐리에게 연락이 오지 않는 걸 보며 이번엔 단단히 화가 났겠구나 예상했다.

하지만 빌의 예상은 다른 쪽으로 뒤집혔다. 그의 가족이 인질로 잡힌 것이었다. 인질범 샘은 144명의 평범한 승객이 탑승한 비행기 추락과 가족을 살리는 두 가지 선택 중 하나를 빌에게 강요했다.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선택해야 하고 빌이 선택하지 않을 경우 플랜 B가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비행기에 탑승한 사람 중 샘의 동료가 있다면서 말이다.

샘은 정의로우면서 가족을 끔찍하게 여기는 사람이었기에 둘 다 선택하지 않겠다는 대답을 했다. 보통의 사람이었다면 모르는 사람보다 당연히 가족을 우선시했겠지만, 샘은 직업 소명 의식 또한 투철한 사람이라 두 가지 모두 선택하지 않고 모든 이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겠다며 굳은 결심을 드러냈다. 샘이 다른 사람에게 절대 알리지 말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를 구하기 위해서는 누군가에게 알려야만 했기에 그는 가장 신뢰하는 오랜 동료이자 친구인 사무장 조에게만 털어놓았다.

이 부분에서 모두를 살리겠다는 작가의 의도가 담긴 캐릭터가 등장했으니 FBI 요원인 조의 조카 테오였다. 빌의 말을 들은 조가 테오에게 가족들이 무사한지 확인해달라고 부탁한 덕분에 출동한 그가 집으로 향했으나 집이 폭발하고 말았다. 이 사실을 비행기 안의 빌에게 알리면 예상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날 게 당연했다.

소설은 비행기를 조종하는 기장 빌과 인질범 샘, 인질로 잡힌 빌의 가족들을 중심으로 여러 캐릭터들이 함께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가장 가까이에서 빌을 지지하며 도와주는 한편으로 승객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막중한 임무를 짊어진 조를 비롯한 다른 승무원들이 있었다. 그리고 지상에서는 조의 조카 테오가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빌의 가족을 찾고 구하려는 과정을 보여줬다.

중반 이후에 승객들에게 모든 사실이 빠르게 밝혀졌고 온 세상 사람들 또한 인질로 잡힌 비행기 추락에 대해 알게 되면서, 그리고 그 비행기의 목적지가 밝혀지면서 통제할 수 없는 비극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줬다.

하지만 이런 소설의 특성상 비극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기에 안도할 만한 방향으로 향해 갔고, 그 과정에서 뭉클한 감동까지 느끼게 했다. 그리고 인질범 두 명의 정체가 밝혀지며 지구에서 가장 막강한 권력을 쥔 미국이 불러일으킨 비극이 무엇인지 깨닫게 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인질범의 행위가 정당화되는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재미있고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긴장감 넘치는 즐거움을 준 덕분에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내가 원하는 건 승산이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 좋은 인간들, 즉 나이스한 미국인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보는 거야. 그것뿐이라고. 당신 같은 사람은 무언가를 선택해야 할 때 어떻게 할까?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탄 비행기를 고를까? 아니면 당신 가족을 고를까? 잘 들어, 빌. 이건 선택에 관한 문제야. 누가 살아남을지 당신이 선택하는 거. 그게 바로 내가 원하는 거야." - P64

상상하면 할수록 캐리가 집에서 그 남자에게 고문을 당하며 고통으로 울부짖는 장면만 떠올랐다. 눈을 감고 이 모든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세상을 찾아 헤맸다. 그가 비행을 거절한 세상. 조종사보다는 아빠와 남편으로 있기를 결심한 세상. 가족들이 함께 잔잔한 일상을 보내는 세상. - P185

테오가 빌의 가족을 지켜줄 것이다.
빌은 비행기를 지켜 줄 것이고.
그러니 우리도 승객들을 지켜야만 한다. - P136

"사람들은 이 세상이 허락하는 만큼만 선하다는 진실. 당신이 날 때부터 선한 인간이 아니었던 것처럼, 나도 태생적으로 악한 인간은 아니었어. 우리는 그저 각자의 삶에 주어진 카드를 쥐고서 상황을 헤쳐 나갈 뿐이야. 그러니까 지금 같은 상황에서 당신은 당신에게 주어진 카드를 쓰게 되는 거고. 그럼 좋은 사람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까? 빌, 이건 비행기 추락의 문제가 아니야. 선택의 문제지. 착한 사람이 사실은 나쁜 사람과 다를 바 없다는 걸 깨닫는 문제라고."
(……중략)
"당신들은 그저 항상 좋은 사람이 되기로 선택할 수 있는 사치를 누려 온 것뿐이야." -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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