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봐
니콜라스 스파크스 지음, 이진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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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늦깎이 대학생이자 아마추어 종합격투기 선수인 콜린은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 도로에서 도로에 멈춘 차를 발견한다. 그 차를 눈여겨보게 된 건 앞이 보이지도 않는 빗속에서 운전자로 보이는 여자가 트렁크에서 스페어타이어를 꺼내려고 애를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타이어가 펑크나 이 날씨에 교체를 하려던 모양인데 좀처럼 쉽지 않아 보였다. 그래서 콜린은 잠깐 고민을 했다. 자신이 경기 때문에 얼굴이 엉망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키가 큰 데다가 운동을 해서 덩치가 좀 있었으니 여자한테는 위협적으로 느껴질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콜린은 그냥 지나칠 수 없었기에 도움이 필요하냐고 물었다.

소개팅 자리에서 그저 그런 남자를 만나고 돌아가던 길에 비를 만난 것으로도 모자라 타이어까지 펑크가 나서 갈아야 했던 마리아는 핸드폰이 어디 있는지 찾을 수 없었다. 도움을 요청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스스로 타이어를 갈아야 했는데, 타이어를 꺼내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그때 웬 남자가 차를 세우고 자신에게 다가와 도움이 필요하냐고 물었다. 마리아는 남자의 얼굴 때문에 깜짝 놀라 주저했지만 도무지 방법이 없어서 그의 선의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핸드폰을 빌려 동생 세레나에게 연락을 남겨두었다.


이들이 다시 만날 일은 절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운명인 듯 마리아와 콜린은 우연을 가장해 다시 만나게 되었다. 마리아가 세레나에게 자신이 겪은 일과 남자의 외모에 대해 낱낱이 털어놓았기 때문이고, 마침 세레나가 듣는 강의를 콜린도 듣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레나는 콜린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레스토랑 루프탑에 마리아를 데리고 가서 두 사람을 만나게 했다.

이후 콜린이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고백했음에도 마리아는 그에게 빠져들었고, 콜린 역시 자신의 과거를 듣고도 두려워하지 않는 마리아에게 깊은 애정을 느낀다.




때로는 전혀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만 같은 상대에게 빠져 헤어 나올 수 없게 되기도 하는 것 같다. 변호사로 일하는 마리아가 콜린이 과거에 얼마나 많은 사고를 치고 다녔고, 현재까지도 그를 예의주시하는 마골리스 형사가 있다는 사실까지 밝혔음에도 그에게 빠져들었던 걸 보면 말이다. 법조계에 있는 그녀였기에 콜린이 과거에 저지른 사건사고가 얼마나 심각한 건지 분명 인지하고 있었으나 마음이 끌리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콜린이 어마어마하게 잘생긴 남자이고 솔직하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외면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콜린 역시 매력적이고 솔직한 마리아에게 단번에 빠져들었다. 이제 막 만난 여자들에게 자신의 과거를 고백하면 다시는 연락이 오지 않았던 게 빈번했기에 마리아의 행동이 의외였을 것이다. 자신의 인생에 충실하기로 다짐한 현재의 콜린을 온전히 바라봐 주는 마리아였기에 콜린이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렇게 초반엔 콜린과 마리아가 서로 알아가고 빠져들어 사랑스러운 커플이 되는 과정을 보여줬다. 두 사람의 행동에서 상대에 대한 진심이 느껴졌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커플이라 설레며 기분 좋게 책을 읽었다.


그러다 마리아에게 의문스러운 사건이 일어나면서 소설은 스릴러 장르로 탈바꿈했다. 마리아에게 꽃다발이 배달 온 게 그 시작이었다. 마리아는 당연히 콜린이 보낸 거라 생각하고 그에게 연락했지만, 콜린은 자신이 보낸 게 아니라고 했다. 의문스러운 한 문장이 담긴 카드가 있었기에 마리아는 불안해졌다. 안 그래도 회사의 대표 중 한 사람이 마리아에게 성적인 암시를 보냈었기 때문에 그가 이런 장난을 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 사람이 아니었다. 더욱 소름 끼치는 건 마리아가 내다 버린 꽃다발이 퇴근하려고 나온 그녀의 차 조수석에 놓여있었다는 사실이다. 이 사실을 콜린에게 말하자 그는 근처는 물론이고 이웃 동네의 꽃집까지 샅샅이 뒤져서 보낸 사람을 마침내 찾아내지만, 모자를 쓴 젊은 남자라는 사실 외에 알 수 있는 게 없었다.

이후 스토킹은 점점 더 심해져 마리아에게 공황장애까지 일어나게 했다. 콜린의 가장 친한 친구인 에번, 에번의 약혼녀 릴리를 처음으로 소개받은 날 마리아에게 누군가가 술을 보내는 사건이 일어나 콜린의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웨이트리스에게 술을 보낸 남자의 인상착의를 말해달라고 소리를 치는 바람에 그가 걸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마골리스 형사가 나타나기도 했다.

마리아에게 소름 끼치는 사건들이 일어나는 걸 보며 그녀에게 깊이 몰입해 나도 함께 불안함을 느끼는 한편으로 콜린의 반응이 너무 과해서 걱정스럽기도 했다. 물론 사랑하는 여자에게 닥친 위협으로 그녀를 지키고자 나서는 건 좋은데, 과거의 일들로 인해 그의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잘못되기라도 할까 봐 두려웠다.

마리아에게 일어난 스토킹 사건 이후 소설은 로맨스는 접어두고 스릴러에만 집중해 이어졌다. 소설 초반에 언급된 마리아의 과거로 인해 범인의 윤곽이 차츰 드러났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기에 초조한 마음을 갖고 책을 읽게 되었다. 그로 인해 후반부에는 너무 몰입한 나머지 불안함이 커져 조금은 스트레스가 되기도 했다. 결말까지 다다르며 범인이 누군지 예측한 게 맞아떨어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안함이 가시지 않았던 건 책이 몇 페이지가 남지 않았는데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엔딩에서는 불행 중 다행으로 잘 해결되어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초조해하고 안달복달하면서 읽은 책은 오랜만이었다.


작가 니컬러스 스파크스는 영화 <노트북>의 원작자로 유명하다. 영화는 봤어도 원작은 아직 못 읽어봤고, 이 책으로 작가의 소설을 처음으로 읽게 되었다. 로맨스 장인이라고 하는 명성에 걸맞게 마리아와 콜린이 사랑에 빠지고 서로에게 애정을 표하는 초중반은 정말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였다. 중반을 넘어서면서는 몰입감 넘치는 스릴로 긴장감을 안겨주었다. 재미있게 읽었다.

"사랑에 빠지는 것은 두려운 일이에요. 그래서 ‘사랑에 빠진다‘라고 표현하는 거죠. ‘사랑을 향해 흘러간다‘가 아니라. 빠지는 건 두렵죠. 흘러가는 건 꿈결 같지만." - P253

겉으로 드러나는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그녀 자신처럼 콜린도 단지 받아들여지고 싶을 뿐임을 그녀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만의 방식이 있기에 그 역시 그녀만큼이나 외로웠다. 그 깨달음이 그녀를 아프게 했고 문득 이 세상에 그들 둘만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 P147

그녀 앞에 앉아 있자니 콜린은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는 것 같은, 이런 삶을 누릴 자격이 있는 다른 누군가의 삶을 사는 듯한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식사를 마칠 무렵, 접시들과 와인 잔들이 모두 비워지고 촛불이 꺼지고 나서, 지금껏 그가 마리아를 찾으며 살아왔음을, 그리고 이제야 운이 따라주어서 그녀를 찾았음을 깨달았다. - P226.227

"사랑은 모든 걸 복잡하게 만들고, 감정들은 처음엔 항상 미친 듯이 날뛰죠. 하지만 그 사랑이 현실이 되었을 땐 꽉 붙잡아야 해요. 왜냐하면 우리 둘 다 진정한 사랑이 그리 자주 오는 게 아니라는 건 알 만한 나이니까요." -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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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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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돌아가셨다. 나이 든 엄마는 아버지가 수술해도 식물인간일 거라는 말에 수술을 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엄마의 결정에 따른 의사는 그래도 며칠은 버틸 수 있을 거라고 했지만, 반나절도 안 되어 돌아가셨다.

연락을 받고 고향 구례로 부랴부랴 내려 간 '나' 아리는 상주가 처음인 무남독녀 외동딸이라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다행히 아버지의 술 친구들, 빨치산 전우들이 장례 일정이며 연락까지 모두 알아서 했다. 마치 아들처럼, 친척처럼 말이다.


평생을 빨치산의 딸로 살아왔던 나는, 나를 이렇게 살게 만든 아버지를 향한 깊은 원망이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해도 그 원망이 가시지 않았다. 그러나 3일간 장례를 치르면서 나는 처음으로 아버지를 다시 보게 되었다.




아버지가 전봇대에 왜 머리를 박게 되었는지 이유 같은 건 알 수 없었다. 그저 나이가 들어 치매 증상이 있던 아버지가, 평생을 빨치산으로 손가락질 당하며 위장 자수로 감옥에도 다녀왔을 정도로 굳은 신념이 있던 아버지가 허무하게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는 모순이라 느껴졌다.

사회주의자로 사느라 숨어 다니고, 고문을 당해 눈이 사시가 되었으며, 후유증으로 자식을 가질 수 없었을 정도였던 아버지가 기적적으로 얻은 유일한 자식이 딸 아리였다. 아버지의 딸로, 빨갱이의 딸로 태어나 평생을 원치 않은 수식어를 달고 살아야 했던 그녀는 아버지의 죽음에서 오는 슬픈 감정을 채 느낄 새가 없었다. 그녀 역시 환갑이 다 된 나이였지만 부모 장례식의 상주는 처음이라 어쩌지를 못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아버지의 신념으로 인해 작은아버지와는 오랫동안 등을 졌고, 친척 언니들은 칠순이 다 되어 그녀를 아기라고 불렀을 정도였다. 또한 엄마 역시 나이가 들어 온몸이 아파 문상 온 손님들에게 인사를 할 수 없을 지경이었으니 어찌 됐든 자식인 그녀가 모든 걸 처리해야만 했다.

나이 든 이들이 그러하듯 정치적 신념이 다르면 척을 지기 마련인데, 구례는 좁은 동네이고 오지랖 넓은 아버지였던 터라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이들이 많았다. 장례식장의 사장도 그렇고, 아버지의 정치적 동료인 동식씨는 모든 걸 알아서 챙기고 있었다. 그리고 아리와 또래인 학수는 마치 아들처럼 장례식을 챙기고 있었다.

덕분에 그녀는 아버지의 마지막 길에 인사를 건네러 온 여러 사람들을 맞이할 수 있었다. 구례 사람들은 아버지의 이런저런 도움을 많이 받았다. 도와달라고 말하지 않았음에도 아버지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는 듯 여러 사람들의 사건사고, 대소사를 챙겼다.

그중에는 아버지와 담배 친구가 된 17살 노란 머리 소녀도 있었다. 양심이 있으면 다른 옷을 입고 담배를 피울 것이지 교복을 입고 담배를 피운다며 꾸지람을 들었다는 노란 머리 소녀의 일화는 웃겼고, 한편으로는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아리가 노란 머리 소녀를 보자마자 편견을 가졌던 것과 다르게 아버지는 그러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정치적 동료였다는 이들 중 아직 생존해 있는 사람들도 장례식장을 방문해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누군가는 뒤늦게 연락을 받은 이와 동행해 몇 번이고 문상을 오기도 했다.

그리고 연좌제로 인해 육사에 떨어졌던 큰집 길수오빠의 사연이나 현재 상태는 애처롭고 슬프다는 말로도 다 표현할 수 없어서 가슴에 돌덩이가 얹힌 기분이었다. 길수오빠와 비슷하면서도 다르게 작은아버지의 과거 이야기가 등장했는데, 모든 일에 대해 아버지 탓을 하던 작은아버지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밝혀지며 이 역시 참 아프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작은아버지가 유일하게 남은 형제의 마지막 떠나는 길을 찾아와줄지 그게 제일 간절했다.


장례식장을 찾아온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딸 아리와 관련된 아버지의 이야기도 이어나갔다. 어렸을 때에는 엄마보다 더 좋았던 아버지였지만, 위장으로 자수해 감옥에 간 아버지가 몇 년 만에 출소했을 때에는 사춘기 딸이 되어 그동안의 벽을 허물 수 없게 되어버렸다. 아리가 60살이 다 되어서도 말이다. 데면데면하긴 했어도 무시하는 관계는 아니었다는 게 다행이지만, 그래도 유일한 부모 자식 관계라는 걸 생각하면 섭섭하기도 하다. 물론 아리 역시 자신의 선택이 아님에도 수식어를 달고 살아야 했던 평생의 세월이 억울하고 갑갑했다는 게 이해가 되었다. 또한 아버지와 엄마의 관계도 이야기하며 때때로는 웃어도 되나 싶을 만큼의 코믹함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아버지를 새롭게 바라보고 알게 되는 건 너무 늦긴 했다. 그래도 3일 동안의 장례에서 아리가 아버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정말 다행이었다.

이 과정을 웃기게 그리기도 했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불쑥 감동과 슬픔이 밀려와 눈물이 나게 만들기도 했다. 눈물을 흘릴 때가 아닌데 불쑥불쑥 가슴에서 무언가가 울컥 치밀어올라 당황스러운 한편으로 소설을 읽는 재미에 푹 빠지게 만들었다. 또한 사투리의 묘미를 최대한 살린 문장들이 입으로 오물오물 따라 읽어보게 했을 정도로 생생함이 짙게 다가왔다.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오랫동안 올라 있던 이 소설을 이제야 읽어보게 되었는데, 왜들 그렇게 좋은 평을 했는지 뒤늦게 알게 되었다. 너무 늦게 읽어서 후회되고, 이제라도 읽어서 다행인 마음이 들게 한 좋은 소설이었다.

아버지는 선택이라도 했지, 나는 무엇도 선택하지 않았다. 나는 빨갱이가 되기로 선택하지 않았고, 빨갱이의 딸로 태어나겠다 선택하지도 않았다. 태어니보니 가난한 빨갱이의 딸이었을 뿐이다. 선택할 수 있다면 누군들 빨갱이의 딸을 선택하겠는가. - P76

한때 적이었던 사람들과 아무렇지 않게 어울려 살아가는 아버지도 구례 사람들도 나는 늘 신기했다. 잘 죽었다고 침을 뱉을 수 있는 사람과 아버지는 어떻게 술을 마시며 살아온 것일까? 들을 수 없는 답이지만 나는 아버지의 대답을 알 것 같았다. 긍게 사램이제.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내가 목소리를 높일 때마다 아버지는 말했다. 긍게 사램이제. - P137.138

아버지는 혁명가였고 빨치산의 동지였지만 그전에 자식이고 형제였으며, 남자이고 연인이었다. 그리고 어머니의 남편이고 나의 아버지였으며, 친구이고 이웃이었다. 천수관음보살만 팔이 천개인 것이 아니다. 사람에게도 천개의 얼굴이 있다. 나는 아버지의 몇개의 얼굴을 보았을까? - P249

죽음으로 비로소 아버지는 빨치산이 아니라 나의 아버지로, 친밀했던 어린 날의 아버지로 부활한 듯했다. 죽음은 그러니까, 끝은 아니구나, 나는 생각했다. 삶은 죽음을 통해 누군가의 기억 속이 부활하는 거라고. 그러니까 화해나 용서 또한 가능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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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천대루
천쉐 지음, 허유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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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초고층 아파트로 유명세를 떨쳤던 '마천대루'는 분양을 시작했을 때부터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타이베이에서는 절대 살 수 없는 가격의 아파트를 몇 채씩 사들일 수 있었고, 눈에 띄고 고급스러운 외관으로 인해 그곳에서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이제는 지은 지 오래되어 낡아가는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마천대루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며 그곳에 산다는 자부심을 안고 있었다.


바로 그 마천대루의 원룸에 살며 카페 매니저로 일하는 미모의 젊은 여성 중메이바오가 살해된 채 발견된다. 본인의 원룸에서 하얀 원피스를 입고 마치 인형처럼 침대 위에 앉아 있던 그녀의 목에는 누군가가 조른 흔적이 남아 있었다. 경찰은 곧바로 용의자를 잡기 위해 마천대루 곳곳에 설치된 CCTV를 확인했다.

그리고 마천대루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그곳을 자주 드나들었던 사람, 상가 주인 등 여러 사람들은 죽은 메이바오에 대해 말하며 자신의 인생 또한 이야기한다.





단지가 꽤 컸던 마천대루의 1층 아부카페가 유난히 성업이었던 이유는 매니저인 메이바오의 아름다운 외모를 보고자 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남자들만 좋아하는 게 아닌 여자들도 흠뻑 빠질 정도의 미모를 가지고 있었다. 화려하게 아름다운 게 아니라 단정하고 수수한데 아름다웠기 때문에, 그리고 메이바오의 성격이 너무나 좋았기 때문에 인기였고, 덕분에 카페까지 잘 되었던 것이다. 메이바오의 미모에 반해 고백을 하는 남자는 물론이고 여자도 있었을 정도지만, 그녀는 모두에게 정중하게 거절했다. 메이바오에게는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인 리유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성격까지 좋았던 메이바오가 마천대루의 자기 집에서 살해된 채 발견되면서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슬퍼했다. 카페 아르바이트생 루샤오멍과 경비원 리둥린은 경찰과 함께 그녀의 죽음을 처음 목격한 사람이라 소문만 들은 이들보다 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메이바오의 남자친구 리유원, 메이바오와는 이부 남매인 옌쥔은 그녀와 아주 가까운 사이였기에 그녀의 죽음에 괴로워했다. 또한 메이바오와 깊은 관련이 있던 남자들이 CCTV의 동선 확인을 통해 밝혀졌고, 그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메이바오와 가깝게 지냈던 사람들 중 이웃에 살며 광장공포증을 가진 소설가 우밍웨와 그녀의 집에 매일 와서 집안 일과 바깥 일을 대신해 주는 예메이리, 그리고 경비원 셰바오뤄는 메이바오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랐다. 우밍웨는 과거에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는 여자였지만, 어떤 끔찍한 사고를 눈앞에서 목격한 이후 집 밖으로 단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그녀의 처지를 이해해 주는 예메이리 덕분에 우밍웨는 바깥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고, 덕분에 메이바오를 만나 또래와 어울리는 기쁨을 누렸다. 셰바오뤄 역시 평범한 삶을 살던 남자였으나 신호위반을 해 자신의 차를 들이받은 오토바이 운전자가 사망하자 스스로 자책하며 인생을 고통에 밀어 넣고 괴로워하며 살았다. 그러다 메이바오가 일하는 카페에 그녀와 대화를 나누며 서로에게 깊은 공감을 느끼게 되었고, 소박한 행복까지 꿈꾸게 됐다.

반면에 메이바오를 향해 비틀린 감정을 가진 인간들도 있었다. 어릴 적 첫사랑이었던 남자는 오로지 욕정만을 위해 메이바오를 찾았고, 그 첫사랑보다 더 끔찍하고 역겨운 인간도 있었다. 그들은 메이바오를 사랑한다 여겼지만, 그건 절대 사랑이 아니었다. 더러운 욕망이고 상대의 마음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 이기적인 쓰레기 감정일 뿐이었다.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등장하면서 그들의 사연 속에서 메이바오의 이야기 또한 조금씩 드러나 과거의 퍼즐이 맞춰졌다. 아름다운 외모는 축복이지만 메이바오에게는 벗어날 수 없는 저주와 같았다는 게 너무 애처로웠다. 만약 그녀가 평범한 부모에게서 태어났더라면 아름다운 외모로 유명인이 되어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랑을 받았을 수도 있었을 테지만, 메이바오의 부모는 그녀를 갉아먹고만 있었기에 언제나 숨어서 스스로를 감춰야만 했다. 무한한 사랑을 받아 마땅했던 어렸을 때부터 사랑이나 관심에 대한 비뚤어진 시선을 받아왔던 메이바오였기에 사랑을 믿지 않는 듯했고, 사랑받는다는 것 역시 껄끄러워했던 것 같았다. 안타깝고 애처롭다는 말로는 메이바오의 서글픈 인생을 다 표현할 수 없다. 지독하고 또 끔찍하다. 서글프고 씁쓸하기도 하다.

이렇게 메이바오의 죽음 이후에 여러 사람들의 인생을 이야기를 하는 과정을 통해 모두들 저마다의 지옥 속에서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소설 속 캐릭터들 중 메이바오의 삶이 가장 안타까웠지만, 셰바오뤄나 우밍웨 등 메이바오를 잘 아는 사람은 물론이고, 메이바오가 누군지 아는 정도였던 사람들 역시 각자의 지옥인 집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천대루라는 휘황찬란한 집들 곳곳에 저마다의 지옥이 있다는 사실이 참 현실적이었고 그 모든 게 인생이라는 점에서 평범한 듯 보이기도 하다.


대만 작가 천쉐의 소설 <마천대루>를 원작으로 한 안젤라베이비 주연의 드라마가 화제라고 한다. 중화권 드라마를 한 편도 본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책을 읽으며 궁금해서 검색해 보니 드라마가 굉장히 잘 나온 것 같았다.

허영심을 시각적으로 채워주는 집이라는 공간에서 보이는 면과 다르게 집집마다 각자의 지옥이 펼쳐지고 있는 게 씁쓸했다. 소설 속에서 메이바오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사랑했던 이들이나마 각자의 집에서, 여러 공간에서 행복했으면 싶은 바람이 남았다.



"그 사람이 죽을 때 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한 사람이 죽었다. 우리가 모두 좋아했던 사람이고, 결코 그런 방식으로 죽어서는 안 되는 여자였다. 셰바오뤄는 자신이 죽였을 거라고 했다. 그렇게 따지면 내가 죽였을 수도 있다. 부검보고서는 아직 나오지 않았고 그녀가 몇 시에 죽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난 알고 있다. 누가 죽였든, 그녀의 죽음이 우리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누구도 무관할 수 없다는 것을. - P202

사랑받는다는 게 반드시 행복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녀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그녀는 결국 비명에 죽었다. - P469

그녀는 다른 예쁜 여자들과 달랐어요. 단정한 이목구비, 피부, 머릿결, 몸매가 모두 ‘아름다움‘이란 단어를 부연 설명하기 위해 존재하는 듯하지만, 세부적인 것들을 모두 합쳐 놓으면 억지로 끼워 맞춘 ‘가면‘ 같은 부조화를 일으켰어요. 어릴 적부터 또래 사이에서 돋보이는 미모로 사랑받고 특권을 누리며 교만해진 사람이 아니었어요. 오히려 자신을 거죽 안에 감춘 채 그 아름다움을 파괴하려고 애쓰거나, 겉에 두른 거죽이 터져 본모습이 드러나지 않도록 꽉 붙잡고 있는 사람 같았어요. 그녀에겐 그렇게 가련히 떨고 있는 아름다움이 있었어요. 우아하고 차분하게 보이지만 내면은 스스로 가누기도 힘들 만큼 지쳐 있었다는 걸 난 알아요. - P30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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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원, 은, 원
한차현.김철웅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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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우리만 있으면 돼요. 중요한 건 우리 두 사람이에요. 그게 전부예요. 다른 건 필요 없어요."   p.48




600일 넘게 사귄 여자친구 은원이 사라졌다. 차연은 그녀가 전화도 받지 않고 메시지도 읽지 않으며 집에도, 회사에도 없는 상황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가 없다. 그로 인해 차연은 그녀와 제주 여행 후 돌아온 공항에서 헤어지던 마지막 순간을 떠올리기도 했고, 은원과 처음 만났을 때는 물론이고 여러 만남과 데이트에 대해 기억해 보기도 했다.



알만큼 안다고 생각했던 연인이 갑자기 연락이 닿지 않을 때 평소처럼 무언가를 하느라 그런가 보다 생각하는 게 우선일 것이다. 차연 역시 그랬다. 은원이 핸드폰을 가방에 넣어두었을 거라고, 운동을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자 걱정을 하며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나 싶어 기억을 되새기기도 했다. 그렇게 연락이 되지 않는 게 몇 시간에서 며칠로 이어지면서 분명 무슨 일이 생긴 거라 단정 지었다. 잠깐 집 앞 편의점에 나간 듯 모든 게 그대로인, 사람만 쏙 빠져나간 은원의 집을 보며, 그리고 벌써 일주일째 회사에도 결근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후에 당연히 은원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고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기다림은 은원을 향한 걱정과 미처 인지하지 못한 자신의 잘못이 있었는지 되새기는 과정으로 이어졌다. 물류센터에서의 묘한 첫 만남과 대화, 자꾸만 생각나는 그녀를 향한 감정으로 어렵사리 데이트 신청을 했던 오래전 과거를 떠올렸다. 그런가 하면 가장 최근이었던 제주도 여행과 그곳에서 돌아와 공항에서 헤어지기까지의 선명한 기억도 되짚었다.


차연이 가만히 기다리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은원과 함께 있다가 몇 번 마주쳤던 그녀의 고등학교 동창 성이연을 찾아가 보기도 했고, 경찰에 신고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차연이 접한 건 기이함뿐이었다. 분명 은원의 친구라고 알고 있었던 성이연이 일하는 동물 병원으로 찾아갔을 때 자신이 알던 성이연과 다른 사람이 나타나 차연의 기억에 오류가 있다는 걸 보여줬다. 그리고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을 땐 의심 어린 시선을 받게 되기도 했다.

그러다 은원이 돌아오면서, 아니 정확하게는 그녀의 어머니와 고모가 찾아와 은원이 어떤 상태인지 말해주면서 차연은 모든 것을 제쳐두고서라도, 그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서라도 은원을 여전히 사랑할 거라는 맹세 아닌 맹세를 했다. 그런 걸 차연을 보며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은원을 향한 마음이 깊어서 사랑을 견뎌낼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하지만 소설이 이어지며 또 다른 비밀이 드러났을 땐 사랑을 지키려던 굳건한 차연조차 이것만큼은 감당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연뿐만이 아니라 세상 그 누구라도 세상 모든 게 완전히 뒤집힐 진실 앞에서 견디기란 어려울 거란 생각을 했다.

처음엔 평범한 연애소설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고 하며 깜짝 놀라게 한 비밀이 드러난 이후 그들의 사랑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까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가 긴장을 느끼게 했다. 그 상황에서 사랑을 택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의아했고, 차연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게 만들기도 했다. 작가의 말에 쓰여 있듯 연애소설이기에 차연과 은원의 사랑이 세상을 뒤집을 변수에도 이어져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남겼다.


영화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설정이 등장해 놀라움을 안기기도 했던 소실이다. 조금은 아쉽기도 했지만 그 어떤 역경도 이겨낼 수 있는 사랑을 이야기한 소설을 가볍게 읽을 수 있었다.

"우리에게는 우리만 있으면 돼요. 중요한 건 우리 두 사람이에요. 그게 전부예요. 다른 건 필요 없어요." - P48

비밀이 참 많은 사람 같아요. 은원은.
언젠가 어떤 와중이던가 차연이 대뜸 말했을 때 은원은 그게 무슨 말인가요, 묻지 않았다.
자신이 없어서 그래요.
응?
기억이 불편하고 자신 없어서. - P86

"많은 이들이 원치 않는 일이지만, 그 세계를 바로 접하고 온전히 이해해야 해. 그래야 은원이 네가 진정한 너로 다시 설 수 있어. 그래야 너의 한순간 한순간이 진정한 의미를 찾아갈 수 있어." - P155.156

"은원이를 사랑한다면, 차연 씨에게는 누구보다 소중한 존재라면, 세상에 단 한 사람으로 족하지 않겠습니까."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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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경사 바틀비·선원 빌리 버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50
허먼 멜빌 지음, 이삼출 옮김 / 민음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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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경사 바틀비   필경사를 두 명이나 둔 변호사는 업무가 한창 바빠져서 또 다른 필경사 바틀비를 채용한다. 기존의 필경사들이 감정 기복이 좀 있었던 것에 비해 바틀비는 그러지 않고 차분했고, 글씨도 단정해서 일을 맡기면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서로 적응을 해나가던 어느 날, 변호사는 필사한 서류를 검토하기 위해 바틀비를 불렀는데, 그는 그러지 않는 편이 좋겠다고 하며 거절을 했다. 변호사가 잘못 들은 줄 알고 재차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같았다. 이후 바틀비는 필사 대조 작업은 물론이고, 그의 주 업무인 필사도 하지 않게 되었고, 사무실을 떠나달라는 말에도 그러지 않는 편이 좋겠다고 대답하게 되는데...


선원 빌리 버드   선원 빌리 버드는 영국 해군 전함 벨리포텐트 함에 강제로 징집되어 갔다. 생각보다 적응을 잘해나가는 빌리 버드는 동료들에게 '멋쟁이 선원'이라고 불릴 만큼 인기가 좋았고, 골치 아픈 녀석들까지도 그의 말이라면 순한 양이 되었을 정도다.

하지만 선임 부사관인 클래거트만은 빌리 버드를 좋게 보지 않았다. 음흉한 속내를 숨기고 있던 클래거트는 빌리 버드를 적군의 스파이라고 비어 함장에게 보고를 하고, 함장에게 불려 온 빌리 버드는 당황스러워한다. 그러다 클래거트가 앞에 나서면서 돌이킬 수 없는 사고가 일어나고 만다.




각 소설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바틀비와 빌리 버드는 주인공이었지만, 그들이 자신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그들을 지켜본 자의 시선을 통해 두 사람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처음엔 두 사람에 대한 평가는 사뭇 달랐던 게 눈에 들어왔다.


변호사의 필경사로 채용되어 조용히 자기 일을 하던 바틀비였으나 어느 순간부터 본인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그렇다고 그만두지도 않으면서 사무실에 계속 있었고, 나중엔 그 무엇도 하지 않게 된 사람이라 솔직히 너무나 답답했다. 화자인 변호사는 훨씬 더 답답하고 그 상황 자체가 어이가 없었을 텐데, 그럼에도 그는 바틀비를 이해해 보려는 노력을 기울인 사람이었다. 마지막까지 이해가 안 되었을 텐데도 끝까지 바틀비를 찾았던 걸 보면 양심의 가책을 심하게 느끼는 사람, 어쩌면 책임감의 무게를 지고 있는 성격이라고 보였다.

클래거트의 고발로 인해 빌리 버드와 대화를 하게 된 비어 함장은 주변의 평판이 그러하듯 빌리 버드를 좋게 봤었다. 그런데 불려 온 그의 갑작스러운 행동으로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게 되어 이성과 감성의 판단이 흐려지는 태도를 보였다. 군법으로 봤을 때 빌리 버드는 명백한 죄인이었으나 비어 함장이 보지 않은 이면은 어떨지 알 수 없었기에 혼란스러워했다. 그런 혼란에도 불구하고 빌리 버드는 전함 내에서 죄를 지은 죄인이었기에 군법의 처벌을 받아야만 했다.



왜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건지 알 수 없는 바틀비를 마지막까지 바라보던 변호사와 억울하게 누명을 쓴 빌리 버드가 취한 행동을 바로 앞에서 보고 그의 운명을 결정 내릴 수밖에 없었던 비어 함장의 시선을 통해 스스로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타인의 삶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음을 보여줬다. 바틀비와 빌리 버드가 끝에 다다른 과정은 달랐지만 결과는 같았기에 변호사와 비어 함장은 책임을 통감하지 않을 수 없었을 터였다. 그로 인해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의 의미가 사무치게 다가왔다.


<모비 딕>의 저자로 유명한 허먼 멜빌의 소설<필경사 바틀비·선원 빌리 버드>를 읽었다. 처음 읽는 작가의 소설은 짧은 이야기들이라 읽기 어렵지 않았는데,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책 뒤편의 설명과는 다르게 내게 와닿았다. 타인을 이해하는 건 지극히 어려운데 그들의 삶을 나로 인해 바꿀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끔찍하게 다가와 두려움을 남겼다.

저로서는 바틀비 군의 육체에는 자선을 베풀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바틀비 군에게 고통을 주는 것은 육체가 아니었습니다. 고통받고 있는 것은 바틀비 군의 영혼이었죠. 영혼은, 저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필경사 바틀비>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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