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봐
니콜라스 스파크스 지음, 이진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늦깎이 대학생이자 아마추어 종합격투기 선수인 콜린은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 도로에서 도로에 멈춘 차를 발견한다. 그 차를 눈여겨보게 된 건 앞이 보이지도 않는 빗속에서 운전자로 보이는 여자가 트렁크에서 스페어타이어를 꺼내려고 애를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타이어가 펑크나 이 날씨에 교체를 하려던 모양인데 좀처럼 쉽지 않아 보였다. 그래서 콜린은 잠깐 고민을 했다. 자신이 경기 때문에 얼굴이 엉망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키가 큰 데다가 운동을 해서 덩치가 좀 있었으니 여자한테는 위협적으로 느껴질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콜린은 그냥 지나칠 수 없었기에 도움이 필요하냐고 물었다.

소개팅 자리에서 그저 그런 남자를 만나고 돌아가던 길에 비를 만난 것으로도 모자라 타이어까지 펑크가 나서 갈아야 했던 마리아는 핸드폰이 어디 있는지 찾을 수 없었다. 도움을 요청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스스로 타이어를 갈아야 했는데, 타이어를 꺼내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그때 웬 남자가 차를 세우고 자신에게 다가와 도움이 필요하냐고 물었다. 마리아는 남자의 얼굴 때문에 깜짝 놀라 주저했지만 도무지 방법이 없어서 그의 선의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핸드폰을 빌려 동생 세레나에게 연락을 남겨두었다.


이들이 다시 만날 일은 절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운명인 듯 마리아와 콜린은 우연을 가장해 다시 만나게 되었다. 마리아가 세레나에게 자신이 겪은 일과 남자의 외모에 대해 낱낱이 털어놓았기 때문이고, 마침 세레나가 듣는 강의를 콜린도 듣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레나는 콜린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레스토랑 루프탑에 마리아를 데리고 가서 두 사람을 만나게 했다.

이후 콜린이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고백했음에도 마리아는 그에게 빠져들었고, 콜린 역시 자신의 과거를 듣고도 두려워하지 않는 마리아에게 깊은 애정을 느낀다.




때로는 전혀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만 같은 상대에게 빠져 헤어 나올 수 없게 되기도 하는 것 같다. 변호사로 일하는 마리아가 콜린이 과거에 얼마나 많은 사고를 치고 다녔고, 현재까지도 그를 예의주시하는 마골리스 형사가 있다는 사실까지 밝혔음에도 그에게 빠져들었던 걸 보면 말이다. 법조계에 있는 그녀였기에 콜린이 과거에 저지른 사건사고가 얼마나 심각한 건지 분명 인지하고 있었으나 마음이 끌리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콜린이 어마어마하게 잘생긴 남자이고 솔직하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외면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콜린 역시 매력적이고 솔직한 마리아에게 단번에 빠져들었다. 이제 막 만난 여자들에게 자신의 과거를 고백하면 다시는 연락이 오지 않았던 게 빈번했기에 마리아의 행동이 의외였을 것이다. 자신의 인생에 충실하기로 다짐한 현재의 콜린을 온전히 바라봐 주는 마리아였기에 콜린이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렇게 초반엔 콜린과 마리아가 서로 알아가고 빠져들어 사랑스러운 커플이 되는 과정을 보여줬다. 두 사람의 행동에서 상대에 대한 진심이 느껴졌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커플이라 설레며 기분 좋게 책을 읽었다.


그러다 마리아에게 의문스러운 사건이 일어나면서 소설은 스릴러 장르로 탈바꿈했다. 마리아에게 꽃다발이 배달 온 게 그 시작이었다. 마리아는 당연히 콜린이 보낸 거라 생각하고 그에게 연락했지만, 콜린은 자신이 보낸 게 아니라고 했다. 의문스러운 한 문장이 담긴 카드가 있었기에 마리아는 불안해졌다. 안 그래도 회사의 대표 중 한 사람이 마리아에게 성적인 암시를 보냈었기 때문에 그가 이런 장난을 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 사람이 아니었다. 더욱 소름 끼치는 건 마리아가 내다 버린 꽃다발이 퇴근하려고 나온 그녀의 차 조수석에 놓여있었다는 사실이다. 이 사실을 콜린에게 말하자 그는 근처는 물론이고 이웃 동네의 꽃집까지 샅샅이 뒤져서 보낸 사람을 마침내 찾아내지만, 모자를 쓴 젊은 남자라는 사실 외에 알 수 있는 게 없었다.

이후 스토킹은 점점 더 심해져 마리아에게 공황장애까지 일어나게 했다. 콜린의 가장 친한 친구인 에번, 에번의 약혼녀 릴리를 처음으로 소개받은 날 마리아에게 누군가가 술을 보내는 사건이 일어나 콜린의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웨이트리스에게 술을 보낸 남자의 인상착의를 말해달라고 소리를 치는 바람에 그가 걸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마골리스 형사가 나타나기도 했다.

마리아에게 소름 끼치는 사건들이 일어나는 걸 보며 그녀에게 깊이 몰입해 나도 함께 불안함을 느끼는 한편으로 콜린의 반응이 너무 과해서 걱정스럽기도 했다. 물론 사랑하는 여자에게 닥친 위협으로 그녀를 지키고자 나서는 건 좋은데, 과거의 일들로 인해 그의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잘못되기라도 할까 봐 두려웠다.

마리아에게 일어난 스토킹 사건 이후 소설은 로맨스는 접어두고 스릴러에만 집중해 이어졌다. 소설 초반에 언급된 마리아의 과거로 인해 범인의 윤곽이 차츰 드러났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기에 초조한 마음을 갖고 책을 읽게 되었다. 그로 인해 후반부에는 너무 몰입한 나머지 불안함이 커져 조금은 스트레스가 되기도 했다. 결말까지 다다르며 범인이 누군지 예측한 게 맞아떨어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안함이 가시지 않았던 건 책이 몇 페이지가 남지 않았는데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엔딩에서는 불행 중 다행으로 잘 해결되어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초조해하고 안달복달하면서 읽은 책은 오랜만이었다.


작가 니컬러스 스파크스는 영화 <노트북>의 원작자로 유명하다. 영화는 봤어도 원작은 아직 못 읽어봤고, 이 책으로 작가의 소설을 처음으로 읽게 되었다. 로맨스 장인이라고 하는 명성에 걸맞게 마리아와 콜린이 사랑에 빠지고 서로에게 애정을 표하는 초중반은 정말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였다. 중반을 넘어서면서는 몰입감 넘치는 스릴로 긴장감을 안겨주었다. 재미있게 읽었다.

"사랑에 빠지는 것은 두려운 일이에요. 그래서 ‘사랑에 빠진다‘라고 표현하는 거죠. ‘사랑을 향해 흘러간다‘가 아니라. 빠지는 건 두렵죠. 흘러가는 건 꿈결 같지만." - P253

겉으로 드러나는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그녀 자신처럼 콜린도 단지 받아들여지고 싶을 뿐임을 그녀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만의 방식이 있기에 그 역시 그녀만큼이나 외로웠다. 그 깨달음이 그녀를 아프게 했고 문득 이 세상에 그들 둘만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 P147

그녀 앞에 앉아 있자니 콜린은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는 것 같은, 이런 삶을 누릴 자격이 있는 다른 누군가의 삶을 사는 듯한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식사를 마칠 무렵, 접시들과 와인 잔들이 모두 비워지고 촛불이 꺼지고 나서, 지금껏 그가 마리아를 찾으며 살아왔음을, 그리고 이제야 운이 따라주어서 그녀를 찾았음을 깨달았다. - P226.227

"사랑은 모든 걸 복잡하게 만들고, 감정들은 처음엔 항상 미친 듯이 날뛰죠. 하지만 그 사랑이 현실이 되었을 땐 꽉 붙잡아야 해요. 왜냐하면 우리 둘 다 진정한 사랑이 그리 자주 오는 게 아니라는 건 알 만한 나이니까요." -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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