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원, 은, 원
한차현.김철웅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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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우리만 있으면 돼요. 중요한 건 우리 두 사람이에요. 그게 전부예요. 다른 건 필요 없어요."   p.48




600일 넘게 사귄 여자친구 은원이 사라졌다. 차연은 그녀가 전화도 받지 않고 메시지도 읽지 않으며 집에도, 회사에도 없는 상황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가 없다. 그로 인해 차연은 그녀와 제주 여행 후 돌아온 공항에서 헤어지던 마지막 순간을 떠올리기도 했고, 은원과 처음 만났을 때는 물론이고 여러 만남과 데이트에 대해 기억해 보기도 했다.



알만큼 안다고 생각했던 연인이 갑자기 연락이 닿지 않을 때 평소처럼 무언가를 하느라 그런가 보다 생각하는 게 우선일 것이다. 차연 역시 그랬다. 은원이 핸드폰을 가방에 넣어두었을 거라고, 운동을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자 걱정을 하며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나 싶어 기억을 되새기기도 했다. 그렇게 연락이 되지 않는 게 몇 시간에서 며칠로 이어지면서 분명 무슨 일이 생긴 거라 단정 지었다. 잠깐 집 앞 편의점에 나간 듯 모든 게 그대로인, 사람만 쏙 빠져나간 은원의 집을 보며, 그리고 벌써 일주일째 회사에도 결근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후에 당연히 은원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고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기다림은 은원을 향한 걱정과 미처 인지하지 못한 자신의 잘못이 있었는지 되새기는 과정으로 이어졌다. 물류센터에서의 묘한 첫 만남과 대화, 자꾸만 생각나는 그녀를 향한 감정으로 어렵사리 데이트 신청을 했던 오래전 과거를 떠올렸다. 그런가 하면 가장 최근이었던 제주도 여행과 그곳에서 돌아와 공항에서 헤어지기까지의 선명한 기억도 되짚었다.


차연이 가만히 기다리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은원과 함께 있다가 몇 번 마주쳤던 그녀의 고등학교 동창 성이연을 찾아가 보기도 했고, 경찰에 신고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차연이 접한 건 기이함뿐이었다. 분명 은원의 친구라고 알고 있었던 성이연이 일하는 동물 병원으로 찾아갔을 때 자신이 알던 성이연과 다른 사람이 나타나 차연의 기억에 오류가 있다는 걸 보여줬다. 그리고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을 땐 의심 어린 시선을 받게 되기도 했다.

그러다 은원이 돌아오면서, 아니 정확하게는 그녀의 어머니와 고모가 찾아와 은원이 어떤 상태인지 말해주면서 차연은 모든 것을 제쳐두고서라도, 그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서라도 은원을 여전히 사랑할 거라는 맹세 아닌 맹세를 했다. 그런 걸 차연을 보며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은원을 향한 마음이 깊어서 사랑을 견뎌낼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하지만 소설이 이어지며 또 다른 비밀이 드러났을 땐 사랑을 지키려던 굳건한 차연조차 이것만큼은 감당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연뿐만이 아니라 세상 그 누구라도 세상 모든 게 완전히 뒤집힐 진실 앞에서 견디기란 어려울 거란 생각을 했다.

처음엔 평범한 연애소설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고 하며 깜짝 놀라게 한 비밀이 드러난 이후 그들의 사랑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까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가 긴장을 느끼게 했다. 그 상황에서 사랑을 택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의아했고, 차연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게 만들기도 했다. 작가의 말에 쓰여 있듯 연애소설이기에 차연과 은원의 사랑이 세상을 뒤집을 변수에도 이어져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남겼다.


영화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설정이 등장해 놀라움을 안기기도 했던 소실이다. 조금은 아쉽기도 했지만 그 어떤 역경도 이겨낼 수 있는 사랑을 이야기한 소설을 가볍게 읽을 수 있었다.

"우리에게는 우리만 있으면 돼요. 중요한 건 우리 두 사람이에요. 그게 전부예요. 다른 건 필요 없어요." - P48

비밀이 참 많은 사람 같아요. 은원은.
언젠가 어떤 와중이던가 차연이 대뜸 말했을 때 은원은 그게 무슨 말인가요, 묻지 않았다.
자신이 없어서 그래요.
응?
기억이 불편하고 자신 없어서. - P86

"많은 이들이 원치 않는 일이지만, 그 세계를 바로 접하고 온전히 이해해야 해. 그래야 은원이 네가 진정한 너로 다시 설 수 있어. 그래야 너의 한순간 한순간이 진정한 의미를 찾아갈 수 있어." - P155.156

"은원이를 사랑한다면, 차연 씨에게는 누구보다 소중한 존재라면, 세상에 단 한 사람으로 족하지 않겠습니까."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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