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먼웰스
앤 패칫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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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트는 주말에 집에서 세 아이를 보는 게 싫어서 아내 테리사에게 일 때문에 약속이 있다고 거짓말한 뒤, 초대받지 않은 세례 파티에 간다. 지역 경찰관인 픽스와 아름다운 베벌리의 둘째 딸 프래니를 위한 자리였다.

마을 사람들과 그들의 가족이 모두 모인 자리에 아는 사람이 드물었던 버트는 낯선 이들 사이에 모여있기보다 손님들에게 대접할 오렌지주스를 짜는 베벌리를 도와주며 은밀한 공상에 빠진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픽스가 프래니를 누가 데리고 있는지 찾아봐달라는 부탁에 버트는 집을 둘러보다가 여러 아기들이 잠든 방에 있던 베벌리와 마주친다. 묘한 분위기에 빠진 두 사람은 키스를 하게 되고, 그 후 몇 년 뒤 버트와 베벌리는 각자의 남편, 아내와 이혼 후 결혼해서 버지니아로 떠난다.

 

베벌리와 픽스의 딸 캐럴라인과 프래니는 엄마를 따라 버지니아에서 살게 됐고, 버트와 테리사의 자식들인 캘, 홀리, 저넷, 앨비 역시 엄마와 살기 위해 캘리포니아에 남는다. 여름방학이 되면 아이들은 따로 사는 엄마, 아빠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나라 반대편으로 비행기를 타고 날아갔다 돌아오곤 한다. 각기 다른 학교 일정 때문에 버트와 베벌리의 집에서 여름 얼마 동안 함께 지내게 되는 여섯 아이는 그렇게 좋지도, 아주 나쁘지도 않은 관계로 서로 어울리지만, 어느 여름날의 사건으로 아이들은 부모들이 모를 비밀을 간직한 채 어른이 된다.

 

버트와 테리사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픽스와 베벌리의 나름 행복했던 가정은 두 사람의 키스로 인해 완전히 깨지고 말았는데, 부모의 이혼이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없긴 했다. 캐럴라인과 프래니가 엄마가 아닌 아빠와 살고 싶었다는 것 외에는 알아서 잘했고, 네 명이나 되는 테리사의 아이들은 일하는 엄마 대신 어린 동생들을 돌보며 나름의 생활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이 아이들이 여름방학 동안 한 집에서 지내며 어울리면서 어른들에게 절대 말하지 못할 비밀이 하나 생겼다. 당시 여섯 살로 제일 어렸던 앨비가 형과 누나들을 따라다니며 귀찮게 하자, 알레르기 약을 늘 가지고 다니던 캘이 막냇동생에게 약과 진을 먹게 해 재워두고 다섯 아이들만 노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 후로도 종종 앨비가 귀찮게 하면 캘이 늘 약을 줘서 동생을 재워버렸다.

 

여섯 아이의 어린 시절인 과거 시점과 성인이 된 프래니와 앨비, 그리고 가끔 다른 사람의 시점으로 현재가 등장했다. 로스쿨을 다니다가 그만두고 바에서 일하다 좋아하는 노년의 작가 리오를 만나 함께 살게 된 프래니와 10대 때 학교에 불을 지른 사건 이후 어느 곳에도 정착하지 못하며 떠돌아다니던 앨비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후반에는 암이 뇌까지 전이되어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 픽스를 보러 간 캐럴라인과 프래니, 혼자 사는 테리사가 아파서 보러 가는 픽스와 딸들, 엄마의 두 번째 남편 버트를 만난 프래니의 모습 등도 이어졌다.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없었던 어린아이들이기에 보채는 앨비가 약을 먹도록 한 것이었고, 그 사건이 불러일으킬 끔찍한 사고는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을 터였다. 그래서 아이들은 그 사고가 일어났을 때 두려운 마음에 피하려고만 해서 부모들에게도 절대 말하지 못 할 비밀로 간직하게 된다. 그러다 프래니가 소설가 리오를 만나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것이 소설로 나왔을 때 큰 파장이 일어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다들 책을 그리 즐겨 읽는 사람들이 아니라서 그런지 크게 문제가 되진 않았다. 당시 어려서 몰랐었던 앨비만이 그때의 일을 알게 되어 연락이 끊어졌던 프래니를 찾아냈을 뿐이었다.

 

소설 내용 중 가장 큰 사건은 캘의 사고이고 진실도 중반 이후에 밝혀지긴 하지만, 말하고자 하는 바는 그 사건이 아닌 어떤 형태로든 나타날 수 있는 가족의 모습과 그들의 관계였다. 앨비와 유독 친해서 그를 남동생이라 부르고 새아버지 버트와도 나쁘지 않은 관계를 이어간 프래니, 가족을 이룬 저넷과 그녀의 살가운 남편을 보며 방황을 끝낸 앨비가 있었다. 픽스는 아내를 빼앗아간 버트를 미워했을지라도 방화 사건을 일으킨 그의 아들 앨비를 두말 않고 보호감호소에서 꺼내줬고, 후반에 프래니는 테리사와의 관계를 전혀 예상하지 못한 한 단어로 말하기도 했다.

두 사람이 바람이 나서 가정이 깨지긴 했지만, 모두들 서로를 탓하지는 않았다. 픽스가 농담처럼 말하던 때가 있긴 했어도 마음에 담아뒀을지도 모를 미움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고 그렇게까지 증오하지도 않았다. 그저 그런 일이 있었고 그래도 이렇게 살았으며, 굳이 이어붙이지도 억지로 끊어내지도 않은 관계가 물 흐르듯 흘렀다. 어떻게 보면 그렇게 이어지는 관계가 굉장한 대인배처럼 보여 대단하게 느껴졌다.

버트는 테리사에서 베벌리로 이어진 결혼생활에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주는데 마지막에 그를 찾은 프래니를 보며 몰랐던 건지, 아니면 이제는 상관없어서 그럴 수 있던 건지 조금 의문이긴 했다. 저런 사람일지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구나 싶어서 말이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조용하고 차분하게 그들의 인생을 일상을 보여주듯 이어가는 소설이 특별히 재미있다고 느껴지진 않았는데, 끝까지 읽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었다.

독특한 관계에 대해 말하고 있는 이 소설이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라고 해서 마지막에 조금 놀라기도 했다.

그들 여섯이 함께한 매년 여름이 그런 식이었다. 그 나날이 늘 재미있었던 건 아니고 대부분의 나날이 재미있지 않았지만, 그들은 뭔가를, 진짜인 뭔가를 하고도 결코 들키지 않았다. - P123

그는 이것 ─ 가족과 함께 저녁을 준비하고 아기를 안아주고 그날 하루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 이 사람들이 사는 모습인지 궁금했다. 그들에게 삶은 이런 것일까? -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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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어느 날
조지 실버 지음, 이재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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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휴가를 앞둔 2008년.

로리는 일이 끝난 후 집으로 가는 만원 버스 안에서 창밖 너머 버스 정류장에 앉아 책에 집중한 한 남자를 보게 된다. 로리의 눈빛을 느꼈는지 그 남자 역시 고개를 들어 버스 안의 로리와 눈을 마주친다. 첫눈에 반한다는 게 뭔지 깨달은 순간, 로리는 상대방도 자신과 같은 생각이라는 것을 느끼곤 그에게 버스에 올라 타라는 눈짓을 보낸다. 의아해하던 남자가 이내 가방에 책을 집어넣고 움직이는데, 꽉 막혀있던 도로가 갑자기 뚫려 버스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안타깝게도 로리는 첫눈에 반한 남자를 그렇게 놓쳐버리고 만다.

 

새해가 지나고 난 뒤 2009년.

룸메이트이자 가장 친한 친구 세라는 로리에게서 들은 "버스보이"를 찾는 데 도움을 준다. 로리가 말해준 남자의 인상착의와 비슷한 사람을 볼 때마다 로리에게 저 남자가 아니냐고 묻지만, 그는 마치 증발이라도 한 듯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그럼에도 로리는 버스보이를 꼭 찾아서 만나고 싶다.

그리고 1년 가까이 지나 집에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어 손님을 초대한 날, 세라가 새로 만나는 남자친구 잭을 소개해준다. 로리가 그렇게 찾으려고 애를 쓰던 버스 정류장의 그 남자였다.

 

 

 

 

 

 

이런 망할 운명이 또 있을까 싶다. 운명의 남자라고 여겨 찾으려고 애를 썼던 버스보이가 자매나 다름없는 절친한 친구의 남자친구가 되어 나타났다니 말이다. 그것도 크리스마스 파티에! 정말이지 내가 다 속이 상했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다 비슷한지 로리 역시 속상해하면서 그렇게 사랑하는 친구를 조금은 원망하기도 했다.

그런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어도 로리는 친구의 사랑을 깨뜨리는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잭과 마주치지 않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해 어떻게든 자리를 피해 다녔다. 하지만 로리의 사정을 전혀 알지 못하는 세라는 자신의 절친과 잭이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함께 어울리게 하려고 애를 썼다. 세라 곁에 있는 잭을 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아플 텐데 친구가 되라니, 아무것도 모르는 세라가 제발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적당한 선을 지키며 어렵사리 잭과 친구가 된 로리는 그 다음 해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가족 일 때문에 힘들어하는 자신을 위로해 주는 잭의 행동으로 마음이 풀어져 버려 그동안 입에서만 맴돌던 질문을 하고 만다. 그리고 이어진 안타까운 둘의 모습을 보며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진작 만났어야 할 운명이 가혹해 눈물이 찔끔 나기도 했다.

이후 로리의 가족과 개인적인 일이 엮여 한바탕 변화를 맞이하고, 불현듯 태국으로 여행을 떠나 그곳에서 한동안 머물다가 오스카를 만난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로리에게 호감을 보였던 그와 태국에서 오랫동안 함께 지낸 뒤, 영국으로 돌아와 세라와 잭에게 소개한다. 로리가 새로운 사랑을 만나 행복해하고 있을 때, 잭은 세라와의 관계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소설은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장장 10년간의 이야기를 로리와 잭의 시점을 번갈아가며 보여주고 있었다. 주로 로리의 입장이 많이 등장했고, 특정 상황에서 잭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질 때쯤 그의 시점이 등장했다.

 

개인적으로 제일 싫어하는 행동 중에 하나가 바람을 피우는 건데, 이 둘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참 심란했다. 제발 잘 됐으면 좋겠다고 응원을 하면서도 그래도 선은 넘으면 안 된다는 양가적인 마음이 동시에 들었기 때문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두 사람이 너무 안타까웠나 보다. 그러다가 단 한 번 키스를 하게 되지만, 그 이후론 철저하게 선을 그었고 로리에게도 오스카가 나타나 깊은 사랑을 하게 된다.

하지만 둘을 떼려야 뗄 수 없는 마음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첫눈에 반해 연인이 되었을지도 모를 그런 관계를 넘어 서로의 손가락에 빨간 실로 연결된 운명인 것처럼 보였다. 소위 소울메이트라고 부르는 완벽한 짝이었다. 그럼에도 서로에겐 다른 사람이 있었기에 이루어질 수 없었다.

그렇게 안타까운 마음을 겉으로 절대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하며 10년이란 기나긴 세월을 보낸 뒤 결말에는 어찌나 마음을 졸이면서 읽었는지 모르겠다. 특히 라디오 에피소드는 진짜 심장이 널을 뛰어서 다음에 어떻게 될지 안달복달을 하면서 읽었다.

 

책을 읽는 와중에도 이건 로맨스의 클리셰라고 느껴지는 부분이 종종 있었다. 등장인물에 관계된 것이든 어떤 사건에 관계된 것이든 말이다. 그렇지만 로맨스에서 클리셰는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기분 좋은 설렘이 있기 때문에 뻔해도 좋았다. 어떤 말과 행동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기도 하고 괜히 두근거리기도 하고, 어떨 땐 눈물을 흘리게 했다.

 

12월 추운 겨울에 어울리는 로맨스 소설은 읽는 내내 영화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각색을 잘 하면 제법 좋은 로맨스가 나올 것 같다. 사랑스러운 남녀 주인공을 내세운 영화로 나오면 볼 의향이 100%다.

달달하고 따뜻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마음에 로맨스 감성을 물씬 칠해준 소설이다.(물론 중간에 그러지 말라고 외치는 고비가 좀 있음.)

 

 

 

* 이 리뷰는 아르테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만약 누군가 내게 첫눈에 사랑에 빠진 적이 있는지 물어보면, 이제부터 나는 그렇다고 해야 한다. 2008년 12월 21일의 어느 눈부신 1분 동안 내게도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 P16

나는 선이 어디인지 알고, 그걸 넘을 마음은 추호도 없다. 다만 가끔씩 그 선이 학교 운동회날 잔디 위에 석회 가루로 그린 선처럼 느껴지는 게 문제일 뿐이다. 쉽게 문질러 지우고 다시 그릴 수 있지만, 절대 전과 똑같은 자리에 똑같이 그릴 수는 없는 선. - P82

"살다 보면 언젠가, 지난날을 돌아볼 때, 내가 그때 그 사람의 정확히 무엇을 사랑한 건지 기억나지 않을 날이 올 거다라고 했어.
(……중략)
하지만 이런 말도 했어. 드물지만 가끔은 떠났던 사람이 다시 내 인생에 돌아오기도 한다고. 그리고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나면, 그때는 영원히 그 사람 곁을 떠나지 말아야 한다고." - P228.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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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 1
조금산 글.그림 / 더오리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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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때려치운 18살 택일과 상필은 하는 일 없이 빈둥대며 동네 아이들의 삥이나 뜯고 있다. 택일의 엄마 세경은 보라는 검정고시는 안 보고 밖으로만 나도는 아들을 볼 때마다 정신을 차리길 바라며 전직 배구 선수의 손맛을 보여주지만, 택일은 말을 듣지 않는다. 그리고 부모님이 안 계신 상필은 할머니와 둘이 살며 큰돈을 벌 수 있는 건수만 찾고 있다.

 

엄마한테 맞는 게 지긋지긋해진 택일은 상필에게 바람 좀 쐬고 오겠다며 떠나 원주로 향한다. 터미널 앞에서부터 웬 이상한 여자애를 만나 두드려 맞은 택일은 숙식 제공을 해준다는 장풍반점에 취직해 사람 좋은 사장님과 꼬박꼬박 존대를 하는 구만이 형, 그리고 때려서 기절시키는 게 특기인 거석이 형과 함께 살게 된다.

상필은 아는 형에게 소개받은 일을 하며 사람들에게서 돈을 받아내러 다닌다.

 

 

 

 

 

 

12월에 개봉 예정인 영화의 원작 웹툰을 먼저 접하게 됐다.

네이버와 다음 웹툰을 꽤나 많이 읽는 편인데 이 작품은 정말 생소했다. 썸네일만 보고 안 읽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내용이 가장 중요하긴 하지만, 처음엔 썸네일의 그림을 보고 읽느냐 마느냐를 좌우하니까.

 

아무튼, 영화 예고편을 보고 마동석 배우의 이미지에 충격을 받았는데 웹툰 그림을 찾아보니 아주아주 탁월한 맞춤 캐스팅이었다는 걸 느꼈다. 웹툰을 영화화한 작품들 중에서 싱크로율이 가장 높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샛노란 머리의 박정민 배우와 바가지 머리의 정해인 배우, 그리고 택일의 엄마 신세경 역할의 염정아 배우까지 웹툰과 비슷한 느낌이라 상상하며 읽으니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하는 일 없는 택일과 상필의 모습을 먼저 보여줬지만, 등장하는 모든 인물에게 각자의 사정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세경에게는 아들에게도 말하지 못할 일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고, 어린 나이에 도망칠 수밖에 없었던 소경주, 인상 좋은 구만이 형, 때리기만 하는 거석이 형도 평탄한 인생을 산 것 같지는 않았다. 각자 그런 과거를 지나왔기 때문에 반항기 가득한 모습으로 방황하는 택일이를 걱정하는 게 아닌가 싶다. 때로는 기절할 정도로 때리면서(?) 나쁜 길로 빠지지 않도록 말이다.

 

학교를 그만두고 담배를 피우고 술도 마시며 애들 삥이나 뜯는 택일이가 초반엔 진짜 별로였는데, 계속 보니 정말 나쁜 애는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미성년자가 술, 담배를 하는 건 진짜 나쁜 행동이지만 마음씨는 착한 것 같다고나 할까. 소경주에게 죽도록 맞으면서도 여자는 때리지 않고, 길 가다가 남자에게 맞고 있는 소경주를 보고 도와주며 신발도 벗어주는 등 제법 착한 행동을 했다.

마치 마크 트웨인의 소설 주인공들인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을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거짓말도 하고 나쁜 짓도 하는데, 중요한 상황에선 착한 마음이 드러나는, 뭔가 모순적인 구석이 있는 캐릭터였다.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는 비밀스러워서 궁금하게 만들었고, 그 외에 코믹한 부분이 진짜 많아서 킥킥대며 웃으면서 읽었다. 코믹 지분은 거석이 형이 제일 높아서 정말 웃겼고, 세경의 조근조근한 말에서도 웃음이 터졌다. 영화로 보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코믹한 상황이 있긴 해도 주로 가족에 대한 이야기라 설마 신파로 흘러가진 않을까 좀 걱정이 되기도 하는데(코믹+신파 완전 싫음.) 아니길 바랄 뿐이다.

 

책은 아직 2권까지밖에 출판이 되지 않아서 아무래도 3, 4권은 영화를 보고서 읽게 되지 않을까 싶다.

원작 웹툰을 읽으니 영화가 궁금해진다.

 

 

 

* 이 리뷰는 북이십일 더오리진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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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조앤
제니 루니 지음, 허진 옮김 / 황금시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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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가 넘은 조앤은 윌리엄의 부고 편지를 받는다. 잠을 자다가 평화롭게 죽은 것처럼 보이는 윌리엄의 사인이 자살이라는 건 조앤만 알고 있을 뿐이다. 윌리엄이 가지고 있던 은목걸이 메달 안에 숨겨진 독극물은 사망 원인으로 절대 드러나지 않을 것이고, 60년 전 그에게서 받은 똑같은 목걸이를 아직 간직하고 있는 조앤은 다음이 자신의 차례라고 예상한다. 윌리엄과 달리 지켜야 할 아들이 있는 조앤은 죽을 수도, 도망칠 수도 없다.

그리고 그날 오전, 국가안보부 소속의 두 사람이 조앤을 찾아온다.

 

1937년, 조앤은 케임브리지 자연과학 수료 과정을 듣게 되어 가족의 품을 떠나 기숙사에서의 생활을 시작한다.

그곳에서의 셋째 날 밤, 통금 때문에 1층 조앤의 방 창문을 두드려 안으로 들어온 소냐를 만나게 됐고 이내 그녀와 친해진다. 그 후 조앤은 그녀의 사촌인 사회주의자 레오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그들 그룹의 멤버들과 가깝게 지낸다.

 

 

 

100% 영국인 조앤이 러시아에서 영국으로 넘어온 소냐와 레오를 만나게 되면서 사회주의를 접하게 됐다. 아무것도 모르고 따라갔다가 관련 영화를 보기도 하고 사상에 깊이 빠진 사람들의 모임에도 참여하게 되지만, 정작 조앤은 멤버가 되길 원하지 않았다. 소냐의 친한 친구라서, 레오의 여자친구라서 드나들 수 있긴 했지만 말이다.

 

문제는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진 뒤, 소냐는 스위스로 떠나고 레오는 캐나다의 수용소에서 억류된 후에 일어났다. 물리학을 전공한 조앤에게 레오가 편지를 통해 일자리를 소개해줘서 다행히 합격하지만, 그곳은 원자폭탄을 만드는 곳이었기 때문에 "공직자 비밀엄수법"에 먼저 서명을 해야 했다. 여자친구를 원자폭탄을 만드는 곳에 취직시킨 공산주의자 남자친구라니. 이전부터 레오가 사상에 대해 상당히 많은 말을 했었기에 그가 조앤에게 무엇을 요구할지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여기에 조앤의 개인적인 감정과 레오에게 비밀로 했던 어떤 사건, 그리고 단 한 번도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았던 레오에 대한 약간의 애증과 사촌이라고 하면서도 레오와 묘한 기류가 있던 소냐까지 엮여 정치적인 문제 외에 감정적인 내용도 보여주고 있었다.

 

책을 중반까지 읽는 동안 조앤이 안타깝기만 했다. 사랑하는 남자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한 번도 듣지 못하는 상황에 몸도 마음도 괴로울 선택까지 하게 됐으니 말이다. 옆에서 부추긴 소냐가 있다고는 하지만 조앤도 그 선택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긴 했다.

그런데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뒤, 많은 사람들의 죽음에 책임감을 느껴 러시아에 원자폭탄 제조 과정을 넘긴 이후로는 조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원자폭탄이 떨어지지 않았으면 전쟁이 끝나지 않았을 테고, 그러면 우리나라는 언제까지 일본의 속국으로 살았을지 알 수 없었을 텐데, 진짜 피해자는 생각도 하지 않고 폭탄이 떨어졌다고만 해서 가엽다고 여기는 걸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스파이로 활동하며 러시아에서 막대한 돈을 받았을 때도 런던의 일본인 고아를 위한 기금에 줘버렸다는 부분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이들이 잘못한 게 없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진짜 피해국을 위한 게 아닌 자신이 원자폭탄 제조에 관련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만 죄책감을 느껴 행동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고선 그 당시엔 옳은 일을 하고 있었다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주장하는 조앤의 말이 같잖았다. 내가 피해국에 살고 있기 때문에 더욱 조앤을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후에 어떤 사건으로 조앤 외에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보게 됐지만, 진짜 나빴던 사람은 따로 있긴 했다. 등장했을 때부터 뭔가 감추는 게 많았던 사람이었는데 역시나 뒤통수를 제대로 치는 법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조앤을 비롯해 그녀를 이용한 레오도 마음에 안 들었으니, 이 소설에 등장한 대부분의 캐릭터는 싫었다고 볼 수 있다.

유일하게 좋은 사람이었던, 사랑에 빠진 바보 맥스만 안타까울 뿐이다.

 

문제의 중반 이후 내용이나 주인공의 생각이 굉장히 마음에 안 들어서 다 읽고 나서도 기분이 좀 그랬다. 읽긴 다 읽었으나 찝찝한 기분이 계속 남았다. 잘 읽히긴 했으나 생각 자체가 완전히 반대되는 사람에 대한 내용이라 읽어보라고 추천하지는 않을 책이다.

 

"우리가 이런 일을 한다고 누가 의심하겠어? 우린 여자잖아." - P308

"지금으로서 우리는 역사가 우리를 어떻게 판단할지 제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물론 우리 스스로 역사를 쓰지 않는 한 말이지요." - P191.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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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 너보다 나를 더 사랑해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하다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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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프렌즈와 아르테의 다섯 번째 콜라보 에세이의 주인공은 도도한 단발머리 고양이 네오다.

가발인 칼단발에서 도도한 자신감이 나온다는 부분에서 삼손이 떠오른다. 삼손의 힘의 근원인 머리카락과 네오가 도도함을 가질 수 있게 하는 단발 가발. 자신감을 뿜어내는 모습이 귀엽다.

 

 

 

 

 

틀림없이 날 사랑하게 될 거야

 

SNS를 보면 해외여행을 가고 명품을 두르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고 말하며, 그들도 행복하겠지만 집에서 고양이와 뒹굴거리는 것도 행복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들이 부러울 순 있지만, 어차피 가지지도 못할 거 다 아는데 굳이 부러워서 배 아파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그들은 그들 대로 행복하고 나는 나대로 행복한 것, 적어도 불행하지만 않으면 행복에 가깝다고 여겨도 될 것 같다.

 

 

스트레스를 정말 많이 받은 날에는 그 무엇도 소용이 없다. 정신이 복잡해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으니 책을 읽는 것은 소용이 없고, 영화를 봐도 집중이 안 된다.(잘생긴 배우가 나오면 또 다를 수는 있지만.)

그럴 땐 먹는 게 최고라고 말한다. 나와 비슷하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에미넴의 강하고 센 억양(마치 욕 같은, 때론 진짜 욕)의 랩을 들으면 스트레스가 조금은 풀린다. 힘든 날엔 배고픈 소크라테스보다 행복한 돼지가 되자!

 

냉장고에 넣어두고 잊어버린 음식에는 유통기한이 있다. 사람의 마음도 오래돼서 상한 음식과 비슷하다 말한다. 쌓아두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뜻이었다. 냉장고에 음식을 묵혀두듯 감정도 마음에 묵혀두지 말라고 하는 말이 공감이 됐다.

너무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좋지 않아 보이지만, 나를 위해서 때로는 감정을 드러내고 그걸 풀어줄 수 있어야 한다.

 

주변 사람들이 나에 대해 하는 말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게 때론 맞을 때도 있고 듣기엔 좀 찜찜한 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말에 마음을 쓰지 말라고 한다. 나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잠깐 본 내 모습으로만 판단하는 말에 휘둘리지 말자. 나를 제일 잘 아는 건 나니까!

 

 

 

 

 

한 스푼의 개썅마이웨이 정신

 

회사에서 욕을 하며 불쾌한 감정을 쏟아내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다. 우리는 을(병 또는 정?)이기 때문에!!!

그럴 땐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그루트처럼 "아임 그루트"라고 말하라고 했다. 동물적이고도 숫자 같은 느낌을 담아 "아임 그루트!"라고 외치면 나름 시원할 것 같기도 하다.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는 건 기부나 선행에 관한 것이고, 일할 때는 티를 팍팍 내며 해야 한다, 반드시! 그래야 억울한 일이 없고 인정도 받을 수 있으니까.

 

 

 

 

 

무조건 나에게 굿나잇 인사를 해야 해!

 

누군가를 만나 연인이 될 때 나의 색을 버리지 말라고 말했다. 나를 바꾸면서까지 그 사람에게 맞춰야 할 이유는 없다.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는 게 좋다.

가장 좋으면서도 조금은 밉기도 한 감정을 "좋싫음"이라고 표현한 게 재미있었다. 발음을 하니 좀 난감하긴 하지만..

사람의 감정이 참 재미있는 것 같다. 진짜 사랑하고 좋아하는데 가끔 좀 미울 때도 있으니 말이다.

 

 

저혈압엔 썸을 타는 게 좋다고 말한다. 오늘은 사귀는 건지 아닌지 긴장돼서 심장이 쿵쾅쿵쾅 뛰니까.

약간 저혈압인 나는 솔깃했지만 썸을 탈 수 없으니 패스!

 

맛있는 걸 주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맛있는 걸 주고 싶은 마음은 사랑이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마음인지!

역시 밥으로 인사하는 민족답다고 느낀다.

 

 

 

 

 

오늘은 수고하지 말아요

 

분노를 유발하는 호르몬의 지속 시간은 15초라고 한다. 그래서 감정이 격해졌을 땐 바로 화를 내기보다는 잠깐 동안 심호흡을 하면서 생각을 하고 가라앉았을 때 차분하게 이야기하는 게 좋다.

예전에 나는 화가 나면 말이 뇌를 거치지 않고 튀어나오는 바람에 실수를 좀 했었는데, 어느 순간 그러면 안 되겠다 싶어서 화가 날 땐 말을 하지 않게 됐다. 근데 이것도 그다지 좋다고 할 수 없긴 하지만.. 그래도 실수를 하는 것보다 화를 가라앉히도록 잠깐 생각을 정리하는 게 나은 것 같다.

 

 

할까 말까 하는 말은 하면 절대로 안 된다!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 말이 어떤 영향을 줄지 알고 있기 때문이니 말이다. 괜히 말했다가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고, 그 상처가 나에게 다시 되돌아올 수도 있음을 기억하자.

 

"수고하세요"라는 말을 종종 쓸 때가 있다. "수고하다"란 말은 일을 하느라고 힘을 들이고 애를 쓰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매일같이 힘을 들이고 애를 쓰는데 가끔은 수고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귀여운 표현이라는 생각을 했다. 수고하지 않고 적당히 여유로운 하루, 생각만 해도 좋은 것 같다.

 

 

 

 

 

우리에게도 꼬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쳇

 

 

착함은 기브 앤 테이크라는 말은 정말 명언이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우리 속담처럼 착하게 대해줘야 착한 반응이 나가는 게 정말 당연하지 않나? 요즘엔 갑질이 많고 이상한 사람들도 너무 많아서 더욱 공감이 되는 부분이었다.

 

비슷하게 매너를 지키지 않는 사람에겐 싫은 소리를 하지 않는다는 것도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알아들을 리 없다는 걸 아니까 굳이 말할 필요를 못 느낀다. 그냥 그렇게 평생 살아라, 라는 느낌? 다시 안 보면 그만이니까.(계속 봐야 하는 사람이면 어쩌지...)

 

 

감정을 소모시키는 사람, 착하지 않은 사람 10명보다는 나를 이해하는 1명의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

좋은 사람과 함께 좋은 일만 가득하면 좋겠다.

 

 

 

 

 

 

잘 안 읽히고 좀 어려운 책을 읽는 와중에 만나게 된 네오의 에세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다. 가볍긴 해도 가끔은 마음을 쿡쿡 찌르는 부분이 있어서 공감이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너보다 나를 더 사랑한다는 제목이 정말 마음에 들었던 책이었다. 나부터 나를 아끼고 사랑하자, 얼마나 좋은 말인지! 그래서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에세이였다.

 

 

 

* 이 리뷰는 아르테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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