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슬립 - 전2권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이수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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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시간 여행. 낯익은 단어이다. 소설에서 그리고 영화에서 가끔 심심찮게 다루는 주제인 까닭으로.

태어나기 전의 과거나 죽은 뒤의 미래를 지금 현실세계에서 경험해 보고픈 욕구는 인간 누구나 가지고 있는가보다.

시간 여행을 주제로 다룬 영화나 소설을 보고난 뒤에는 꼭 자신에게 질문하게 된다.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행운(과연 행운일까)이 나에게 주워진다면 나는 어디로 가 보고 싶을까하고. 늘 대답은 과거이다. 왜 미래를 궁금해 하지 않고 과거만 돌아보고 싶을까? 자신에게 의아해하면서. 과거의 어느 한 때로 돌아가 순리를 거스르고 꼭 바꿔 놓아야할 그 무엇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과거의 어느 한 때 가슴 아파 울고 있는 어린 여자 아이가 있을 것 같은 기분. 다가가 그 아이를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다 괜찮아질꺼라고, 모든 것은 흘러간다고.




1944년의 인물 [이시바 고이치]와 2001년의 인물 [오지마 겐타]는 우연한 사고로 인해 서로 시대를 맞바꾸는 시간 여행을 하게 된다. 정신은 본인 그대로이면서 둘의 몸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시대로 본인의 육체와 정신을 고스란히 가지고 시간 여행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가족이나 애인까지도 몰라볼 정도로 닮은 외모 때문에 그 둘은 미래와 과거에서 서로 상대방으로 오인 받고 그의 삶을 대신 살게 된다.




2001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정한 직업도 없이 서핑을 즐기며 빈둥거리던 [겐타]가 서핑도중 사고를 당해 도착한 곳은 1944년 한창 전쟁 중인 일본의 한 시골 마을이다. 1944년이면 2차 세계 대전 막바지로서 패전국이 되는 일본에게는 아주 어려운 시기이다. 그는 그곳에서 가즈미가우라 항공대 비행연습생인 고이치로 오인 받아 군대 생활을 하게 된다. 1년 뒤에 패하게 되는 군대는 2001년의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는 겐타에게는 재앙 바로 그것이다.




투철한 우익 정신을 갖춘 1944년의 청년 군인 [고이치]는 비행 연습도중 발생한 사고로 인하여 2001년의 겐타로서의 삶을 경험하게 된다. 그는 차츰 미래에서의 생활에 적응하고 [고이치]가 아닌 [겐타]로서의 삶을 받아들이게 되는데...




평범하지 않은 줄거리 속에 전쟁이나 시대 상황을 바라보는 작가의 사상이 무르녹아 있는 작품으로서 가볍고 경쾌한 문체 뒤에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뒷입맛을 독자에게 선사하는 작품이다.

두꺼운 분량의 책을 반반씩 나누어 줌으로써 책을 읽는 동안 반으로 갈라질까 하는 우려까지 시원스레 해결해주는 표지 감각도 꽤 맘에 든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너무도 많이 눈에 뛰는 오타들.  그냥 참고 넘어가기에는 그 숫자가 좀 많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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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유산
이명인 지음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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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평소 가문이나 족보에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까닭으로 책을 선택하기 전 잠깐 고민 했었다. 혹시 지루하지는 않을까, 평소 약점인 한자가 너무 많이 사용된 것은 아닐까 하고.

이명인 작가의 다른 책을 본 경험도 없으므로 작가의 글 스타일도 전혀 감이 잡히지 않은 상태여서 망설임은 더 했었다.

잠시의 망설임이 무색하게도 글은 술술 잘 읽어진다. 작가의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은 대단했다. 한번 손에 책을 쥐면 그대로 마지막까지 읽어야만 할 정도로.




군더더기가 전혀 없는 빠른 전개가 특히 장점으로 느껴진다.

소설을 읽으면서 작가가 너무 상세하고 친절한 경우는 독자로 하여금 지루함을 느끼게 한다. 반대로 심하게 가지치기가 되어 있는 경우도 왠지 미완성 작품을 보는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이명인 작가의 [은밀한 유산]은 약간 불친절한 정도랄까?  이야기를 툭 던져놓고 다음을 상상하면서 책을 읽어 나가는 독자의 재미는 나 몰라라 하는 정도.

작가가 조금만 더 친절해 줬으면 하는 아쉬움을 느끼게 한다.




총 3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1부에서는 1890년대부터 일제 강점기까지의 [연암 이씨 축숙공파]인 고라실 문중과 [안동 김씨 문수공파]인 너븐들 문중간의 대립과 반목을 다루고 있다.

서로 이웃해 있는 두 문중 장손들의 생활과 크고 작은 사건들을 그리고 있는데 작가는 사건을 그저 던져만 준다. 그 사건을 계기로 이어질 더 깊은 이야기를 상상하는 독자를 조금 어리둥절하게 한다. 사건을 묘사하는 작가의 솜씨가 워낙 탁월해 손에 땀까지 쥐어가며 글을 따라가는데 이야기가 툭 끊어지고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는 상황이다.




2부에서는 현대로 시점이 바뀌어서 두 문중의 자손들이 등장한다. 업치락 뒤치락하던 두 문중간의 대립은 사라진 듯 했으나 한 사건을 계기로 다시 문제제기가 되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여기에 두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를 살짝 가미해 독자들의 머리에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을 떠올리게 하지만 역시 작가는 불친절하다.




3부. 놀라운 반전. 혀를 내 두르게 하는 작가의 냉소가 느껴진다. 1부에서  적지 않은 비중으로 등장했던 [몽득]에 대해 의아해했었는데 역시 그는 중요 인물이었다. 복선의 의미에 대해 무릎을 치게 한다.




[새별은 기가 막혔다. 본이야 누구나 있으니 그렇다 쳐도, 시조는 무엇이며 중시조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대대로 내려오는 뼈대 있는 양반이야 그런 걸 안다지만, 이 시대에 누가 이런 걸 꿰고 산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됐다. 그나마 양반이란 것도 조선 중기, 후기를 넘어오면서 족보를 사고파는 일이 비일비재 했다는데, 도대체 이따위 것을 숙제라고 내주는 속을 알 수가 없었다. 설령 양반이 제대로 맥을 잘 이어 내려왔다 해도, 도대체 조선시대 백성의 몇 퍼센트나 그 가문의 내력을 꿰고 사는 양반이었을까 생각하면 더욱 우스웠다. 대다수의 백성이 중인이나 상민 혹은 천민이었다.

그러니 귀하다고 모셔온 족보의 절반 이상은 가짜일 것이다. 돈으로 샀거나 혹은 남의 족보에 슬쩍 얹혀졌을 것이다. 그나마 일제시대와 한국전쟁 그리고 그보다 더한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국도 끓여먹을 수 없는 족보를 누가 얼마나 보존해왔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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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그림자의 책 뫼비우스 서재
마이클 그루버 지음, 박미영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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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랜만에 묵직한 소설이 내게로 왔다.

거의 600쪽에 달하는 두께와 깨알 같은 글씨, 그리고 오랜 세월 비바람을 견뎌냈을 것 같은 표지의 그림. 제목까지 완벽하게 마음에 든다. [바람과 그림자의 책].

너무 두꺼워 읽다가 반쪽으로 잘릴까 조심조심 신경 쓰며 책을 다루어야 했을 정도니까.

책을 사서 읽어야 하는 독자로서 이 정도의 내용에 이 분량의 책을 착한 가격의 한권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작은 행운이다.

행운으로 시작하는 산뜻하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책읽기




소설을 읽다 보면 작가가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은 과연 어디일까? 하는 궁금증이 일곤 하는데 어느 소설이든 작가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은 아마도 첫 시작 문구이지 싶다.




미스터리 스릴러물의 냄새를 약간 풍기면서 지적 재산권 변호사인 [제이콥 미쉬킨]의 독백으로 긴장감 있게 이야기는 시작 된다.

쥐죽은 듯 고요한 방에서 들리는 타닥타닥하는 타자 소리. 그 타자기에서 나오는 글은 다분히 글 쓰는 이 자신의 죽음을 암시하는 내용이다.

이야기의 한 축을 이루는 [제이콥 미쉬킨]이 화자로 나오는 이 부분에서는 주로 미쉬킨 개인의 사생활과 의식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는 어린 시절의 암울한 상처, 그리고 미시킨의 심리묘사가 주를 이룬다.




다른 한 축인 [앨버트 크로세티]의 부분에서는 영화학도인 주인공의 분위기에 맞춰 한편의 상큼한 헐리웃 영화 같은 이미지이다. 선량하고 긍정적인 청년 크로세티와 신비로운 매력의 제본사 캐롤린 롤리의 사랑이 시작되고 진행되는 과정과 역시 그들의 어린시절에 대한 간략한 소개, 그리고 가족들과 지인들이 등장한다.

특히 영화학도인 크로세티를 통해 서술되는 몇 편의 영화들은 소설을 읽는 동안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또 다른 한 축은 [브레이스거들]의 편지 부분으로 셰익스피어의 미발표 희곡에 대한 의문을 암시하는 17세기 것으로 추정되는 고문서이다. 비록 허구로나마 셰익스피어에 관한 궁금증을 해소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소설을 풀어 나가는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부분이다.




3가지의 독자적인 이야기가 교대로 진행되는 방법으로 구성된 이 소설은 그 이야기들이 서로 맞물려 연관성을 가지고 각각의 내용을 유추하게 한다.

독립적인 3가지의 이야기가 각각 이어지다가 마지막 부분에서 하나로 합쳐지는데 아쉽게도 이 부분에서 작가는 지나치게 친절함을 보인다. 옥에 티라고나 할까.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는 작가이다. [마이클 그루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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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타 행진곡 - 제86회 나오키 상 수상작
쓰카 고헤이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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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소설의 힘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작가의 걸쭉한 입담, 글이 담고 있는 메시지, 행간에 보여 지는 작가의 사상, 아니면 전체적인 줄거리, 내용.......

사실 소설을 읽으면서 위악적인 현실이나 주인공 때문에 실망한 적은 없다. 그것은 사람이 짊어지고 가야만 하는 상처를 표현하는 방법의 차이라고 생각 했었다.

소설 읽기란 다른 사람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같이 아파하고 같이 극복해가는 과정이니까.




제일교포로서 성공한 작가의 책이라고 하면 일단 읽어보고 싶어진다. 그 명성에 존경심까지 가지고 떨리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가 실망하기도 어지간히 했건만 미련을 못 버리게 된다. 무슨 무슨 상 수상작이다 하면 더더욱 그러하다. 제일교포로는 최초로 [나오키상]을 수상한 작품이라 하니 무척이나 기대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접한 책이 [가마타 행진곡]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한 때, 연극에 푹 빠져 지낸 적이 있다. 거의 매일 방과 후에 혼자서 버스를 타고 연극을 보러 다녔다. 지금 생각해보면 뭘 알고 이해해서만은 아닌, 애정을 쏟아 부을 대상이 필요해서였던 것 같다.

무대 밖에서도 진지하고 치열한 삶을 살고 있을 것 같이만 보이던 배우들. 그들의 무대 뒤의 삶을 그려낸 소설이라 하니 더욱 구미가 당겼다.




내게는 사디스트와 마조히스트로밖에는 안 보이는 [긴짱]과 [야스] 그리고 삼각관계의 꼭지점을 차지한 [고나쓰]가 주인공이다

지배자와 피지배자, 차별과 피차별의 관계를 그려냈다 하더라도 인물들의 설정은 너무 억지

같고 만화 같이 느껴진다.

수려하게 잘 생기고 연기력도 갖춘 [긴짱] 그는 거만하고 폭력적이며 유아스러운 인격의 톱스타이다. 그의 주위에 자존감도 없고 폭력을 부추기는 얼굴을 가진 엑스트라 [야스]가 있다. 야스 위에 군림하고 마음껏 폭력을 휘두르는 긴짱.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야스는 저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으로 긴짱을 존경하고 보필한다.

[고나스]는 한 때 긴짱과 사귀는 사이였으나 아이를 임신하자 야스에게 넘겨진다. 긴짱의 스캔들을 막기 위해 임신한 여자까지 기꺼이 받아들이고 결혼을 결심하는 야스.




섬뜩하게 느껴지던 한 부분. 늘 약자였던 [야스]가 자신보다 약한 사람들 앞에서는 [긴짱]과 똑같이 폭력을 행사한다는 점.

사회의 일그러진 어떤 한 부분을 묘사하고 있기는 하다.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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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는 누구? - 황금 코안경을 낀 시체를 둘러싼 기묘한 수수께끼 귀족 탐정 피터 윔지 3
도로시 L. 세이어즈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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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처음으로 선물 받았던 책이 추리 소설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 한참 읽을거리에 목말라하고 있을 때 9살 나이차가 나는 이모로부터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 [괴도 뤼팡].

여자아이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하시는 어른들의 선택에 의해 [소공녀] [쟝발쟝] [인어 공주]등등의 권선징악이나, 멋진 왕자를 만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종류의 책들과 위인전류만 읽다가 발견한 추리 소설은 당시 어린 나에게 충격적인 장르였다.

밤을 꼬박 새우며 다 읽고도 쉽게 잠들지 못했던 기억. 겁이 많아 밤에 화장실가기는 좀 곤란하게 했던 추리 소설들.

그러고 보니, 추리 소설은 내 생에 2가지의 첫 추억을 준다. 처음으로 선물 받은 책, 처음으로 밤을 새워 다 읽어버린 책.

그 추억으로 몇 년 전 [셜록 홈즈 전집]과 [아르생 뤼팽 전집] 완역본이 출간 되었을 때 아이에게 사 준다는 핑계로 사실은 나 자신에게 선물하며 얼마나 기쁘던지.

부모 몰래 밤을 새우며 책을 읽던 9살 어린 나를 떠올리며 살며시 미소 짓게 한다. 추리소설은.




저자 [도로시 L.세이어즈]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추리소설 작가이자 번역가 그리고 신학자로서 1920년 옥스퍼드 학위를 취득한 최초의 여성이다.

그녀는 1913년부터 세계 2차 대전의 초기까지 이어졌던 추리 소설의 황금기인 1923년에 발표하여, 역사적 의미가 깊은 처녀작 [시체는 누구?]를 시작으로 [페르소나 피터 윔지] 경이 탐정으로 등장하는 시리즈를 15년 동안 발표한다. 이 피터 윔지 경 시리즈는 평단의 높은 평가를 받고 작가에게 명성을 안겨 주었다.




[피터 윔지] 경은 고서 수집과 탐정 일을 취미로 가진 영국의 귀족이다. 당연히 그에게는 머리 좋고 충성스러운 조수 역할의 [번터]라는 하인이 있다. 그리고 윔지 경을 싫어하고 융통성 없는데다 살짝 바보스럽게까지 보이는 경찰 [서그], 피터에게 우호적이고 본인의 직위를 이용해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는 유능한 경찰 [파커]등이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어느 날 평범한 건축가 [팁스]의 욕실에서 발견된 알몸에 코안경만을 걸친 기묘한 시체를 둘러싼 미스터리를 하나하나 풀어 나가며 여기에 연관된 다른 실종 사건까지 해결 한다는 줄거리.




작가가 여기저기 흩어놓은 단서들을 발견하고 용의자를 마음 졸이며 쫒아가는 방법에만 익숙해 있던 나에게는 작가가 좀 인색하게 느껴진다. 사건 경위와 범인을 오로지 작가의 설명에만 의지해야 했으니.

이어질 다음의 피터 윔즈경 시리즈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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