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는 누구? - 황금 코안경을 낀 시체를 둘러싼 기묘한 수수께끼 귀족 탐정 피터 윔지 3
도로시 L. 세이어즈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생애 처음으로 선물 받았던 책이 추리 소설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 한참 읽을거리에 목말라하고 있을 때 9살 나이차가 나는 이모로부터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 [괴도 뤼팡].

여자아이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하시는 어른들의 선택에 의해 [소공녀] [쟝발쟝] [인어 공주]등등의 권선징악이나, 멋진 왕자를 만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종류의 책들과 위인전류만 읽다가 발견한 추리 소설은 당시 어린 나에게 충격적인 장르였다.

밤을 꼬박 새우며 다 읽고도 쉽게 잠들지 못했던 기억. 겁이 많아 밤에 화장실가기는 좀 곤란하게 했던 추리 소설들.

그러고 보니, 추리 소설은 내 생에 2가지의 첫 추억을 준다. 처음으로 선물 받은 책, 처음으로 밤을 새워 다 읽어버린 책.

그 추억으로 몇 년 전 [셜록 홈즈 전집]과 [아르생 뤼팽 전집] 완역본이 출간 되었을 때 아이에게 사 준다는 핑계로 사실은 나 자신에게 선물하며 얼마나 기쁘던지.

부모 몰래 밤을 새우며 책을 읽던 9살 어린 나를 떠올리며 살며시 미소 짓게 한다. 추리소설은.




저자 [도로시 L.세이어즈]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추리소설 작가이자 번역가 그리고 신학자로서 1920년 옥스퍼드 학위를 취득한 최초의 여성이다.

그녀는 1913년부터 세계 2차 대전의 초기까지 이어졌던 추리 소설의 황금기인 1923년에 발표하여, 역사적 의미가 깊은 처녀작 [시체는 누구?]를 시작으로 [페르소나 피터 윔지] 경이 탐정으로 등장하는 시리즈를 15년 동안 발표한다. 이 피터 윔지 경 시리즈는 평단의 높은 평가를 받고 작가에게 명성을 안겨 주었다.




[피터 윔지] 경은 고서 수집과 탐정 일을 취미로 가진 영국의 귀족이다. 당연히 그에게는 머리 좋고 충성스러운 조수 역할의 [번터]라는 하인이 있다. 그리고 윔지 경을 싫어하고 융통성 없는데다 살짝 바보스럽게까지 보이는 경찰 [서그], 피터에게 우호적이고 본인의 직위를 이용해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는 유능한 경찰 [파커]등이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어느 날 평범한 건축가 [팁스]의 욕실에서 발견된 알몸에 코안경만을 걸친 기묘한 시체를 둘러싼 미스터리를 하나하나 풀어 나가며 여기에 연관된 다른 실종 사건까지 해결 한다는 줄거리.




작가가 여기저기 흩어놓은 단서들을 발견하고 용의자를 마음 졸이며 쫒아가는 방법에만 익숙해 있던 나에게는 작가가 좀 인색하게 느껴진다. 사건 경위와 범인을 오로지 작가의 설명에만 의지해야 했으니.

이어질 다음의 피터 윔즈경 시리즈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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