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그림자의 책 뫼비우스 서재
마이클 그루버 지음, 박미영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묵직한 소설이 내게로 왔다.

거의 600쪽에 달하는 두께와 깨알 같은 글씨, 그리고 오랜 세월 비바람을 견뎌냈을 것 같은 표지의 그림. 제목까지 완벽하게 마음에 든다. [바람과 그림자의 책].

너무 두꺼워 읽다가 반쪽으로 잘릴까 조심조심 신경 쓰며 책을 다루어야 했을 정도니까.

책을 사서 읽어야 하는 독자로서 이 정도의 내용에 이 분량의 책을 착한 가격의 한권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작은 행운이다.

행운으로 시작하는 산뜻하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책읽기




소설을 읽다 보면 작가가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은 과연 어디일까? 하는 궁금증이 일곤 하는데 어느 소설이든 작가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은 아마도 첫 시작 문구이지 싶다.




미스터리 스릴러물의 냄새를 약간 풍기면서 지적 재산권 변호사인 [제이콥 미쉬킨]의 독백으로 긴장감 있게 이야기는 시작 된다.

쥐죽은 듯 고요한 방에서 들리는 타닥타닥하는 타자 소리. 그 타자기에서 나오는 글은 다분히 글 쓰는 이 자신의 죽음을 암시하는 내용이다.

이야기의 한 축을 이루는 [제이콥 미쉬킨]이 화자로 나오는 이 부분에서는 주로 미쉬킨 개인의 사생활과 의식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는 어린 시절의 암울한 상처, 그리고 미시킨의 심리묘사가 주를 이룬다.




다른 한 축인 [앨버트 크로세티]의 부분에서는 영화학도인 주인공의 분위기에 맞춰 한편의 상큼한 헐리웃 영화 같은 이미지이다. 선량하고 긍정적인 청년 크로세티와 신비로운 매력의 제본사 캐롤린 롤리의 사랑이 시작되고 진행되는 과정과 역시 그들의 어린시절에 대한 간략한 소개, 그리고 가족들과 지인들이 등장한다.

특히 영화학도인 크로세티를 통해 서술되는 몇 편의 영화들은 소설을 읽는 동안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또 다른 한 축은 [브레이스거들]의 편지 부분으로 셰익스피어의 미발표 희곡에 대한 의문을 암시하는 17세기 것으로 추정되는 고문서이다. 비록 허구로나마 셰익스피어에 관한 궁금증을 해소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소설을 풀어 나가는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부분이다.




3가지의 독자적인 이야기가 교대로 진행되는 방법으로 구성된 이 소설은 그 이야기들이 서로 맞물려 연관성을 가지고 각각의 내용을 유추하게 한다.

독립적인 3가지의 이야기가 각각 이어지다가 마지막 부분에서 하나로 합쳐지는데 아쉽게도 이 부분에서 작가는 지나치게 친절함을 보인다. 옥에 티라고나 할까.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는 작가이다. [마이클 그루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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