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박의 심리학 - 감정적 협박을 이기는 심리의 기술
수잔 포워드 지음, 김경숙 옮김 / 서돌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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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매일 반복되는 생활을 하면서 나는 스스로 가족들에게 가해자적인 부분이 높다고 생각 했다. 그래서 마음 속 한 구석엔 늘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이 도사리고 있었다.

[협박의 심리학]은 그러한 나의 내면을 분석하고 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에서 선택한 책이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심리학에 관한 내용을 기대했었다




책을 읽다 보니 [협박자]와 [피협박자]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 안에 공존하고 있는 감정, 심리적인 기술이라 느껴진다. 그리고 피협박자의 사례에 깊이 공감하고 무릎을 치게 된다.

[협박의 심리학]은 임상 사례를 조목조목 예를 들어 각 사례의 협박자와 피협박자의 심리 상태를 열거하고 해결법까지 제시해주는 심리학 서적이라기보다는 자기계발 서적 쪽에 더 가깝다.




[감정적 협박의 정체]와 [감정적 협박을 이기는 심리의 기술] 두 단원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 [보이지 않는 요구, 감정적 협박의 정체]에서는 일상에서 쉽게 발견되는 감정적 협박의 증상과 유형, 그리고 감정적 협박을 허용하는 피협박자의 심리와 그에 따른 영향 등을 비교적 쉽게 서술하고 있다.

피협박자는 버려지고 상처받을까 하는 <두려움>, 과도하게 빚진 듯한 <의무감>, 무두 내 탓이라는 <죄책감>으로 인하여 협박자의 요구를 들어주고 협박자는 사랑하는 상대에게 상처를 주려고 감정적 협박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 방법이 통하기 때문에 사용하게 된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비난과 책임은 밀접하게 연관되어서 그 경계선을 찾기란 어렵다.] (144쪽)




2부 [감정적 협박을 이기는 심리의 기술]에서는 피협박자들이 내면의 상처를 가지고 있고  그 상처를 다스리기보다는 피하려는 심리에서 늘 협박자의 요구를 들어주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다소 진부하고 뻔한 처방이 내려진다.




한 때 [0. 917]이라는 제목의 연극이 상영되어 흥행에 성공했었다.

0. 917은 보이지 않는 심리 밑바닥이고 단지 0. 083만이 우리의 의식 표면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심리 내부에 웅크리고 있는 상처를 잘 다스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뒤틀릴 우를 범하지 않고 자신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것, 그것이 궁극적인 목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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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에 빠진 세계사 - 세상을 뒤흔든 뜻밖의 미스터리
치우커핑 지음, 이지은 옮김 / 두리미디어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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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역사 특히 세계사쪽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진로 선택은 이과로 정해야 했던 아이를 두고 있다. 그래서인지 세계사란 단어를 보면 아이에게 빚을 진 듯한 기분이 든다.

[의문에 빠진 세계사]는 그런 의미에서 아이에게 선물 하고팠던 책이다.

‘세상을 뒤흔든 뜻밖의 미스터리’라는 부제는 어떤 고의적인 의도로 인해 숨겨지고 왜곡되었던 사실을 좀 더 깊이 있게 다루지 않았을까하는 기대를 갖게 했다.




작가 치우커핑은 “역사는 선택이라”(4쪽)라고 서문을 시작한다. “그 오랜 세월의 일부를 기록하고 연구하려면 먼저 선택이 전제 되어야”(4쪽)한다고.

선택받지 못하고 뒤안길로 사라진 역사적 사실들.

승자들만의 기록이 아닌 균형을 갖춘 역사지식을 습득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역사가 알려주지 않은 역사’를 경험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마음을 설레며 책읽기를 시작했다.




[의문에 빠진 세계사]의 구성은 고대, 중세, 근대사, 현대, 그리고 현대사의 이면의 다섯 장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각 장마다 평균 20편의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다.

역사에 별다른 지식을 갖추지 않은 독자들도 쉽게 이해하고 읽을 수 있도록 각각의 이야기마다 관련 사진들이 배열되어 있어 이해를 돕는다. 그러나 각 이야기들의 나열로만 이루어져 있어 깊이 있는 역사지식의 습득이라는 기대에는 조금 못 미치는 느낌이다.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어린 시절 보았던 ‘믿거나 말거나’를 생각나게 해 쓴웃음을 짓게 하는 내용도 있다.




고대의 역사는 아무래도 과학적인 사실 증명이 힘들겠지만 [여자 파라오 하셉수트]의 이야기가 특히 관심을 끌었다. 남성 권위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이집트에서, [여왕]이라는 단어조차도 존재하지도 않았던 시절에 당당히 [최초의 여자 파라오]가 된 하셉수트.

‘조각과 초상화에 묘사되는 하셉수트는 때로는 가냘픈 소녀의 모습으로, 때로는 용감한 여전사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20쪽)

그리고 고대에서 올림픽이 명예를 위한 고상한 운동 경기가 아니라 상금을 노린 개인적 욕망의 도구였다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나치를 상징하는 하겐크로이츠에 대한 일화도 사실일까 고개를 갸웃하게 하지만 나름 재미있는 일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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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인터뷰하다
이동준 글.사진 / 웅진윙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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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책에선가 사랑에 관한 짧은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가벼운 꽁트 형식의 글로 사랑의 부정적인 면에 관한 내용이었다.

나의 닉네임 <하드롤>은 그 글을 읽고 나서부터 사용한 것이다. 그 글에 보면 <사랑은 하드롤과 같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딱딱하고, 부스러기는 자꾸 떨어져 지저분해지고, 정작 부드러운 속살은 별로 없으면서, 먹기에 불편하기만 한 것이 꼭 사랑의 속성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즉 하드롤의 지랄 같은 점이 사랑과 닮았다고 했다. 작가가 사용한 <지랄>이라는 표현이 맘에 와 닿았다. <지랄 같은 사랑=하드롤> 글을 읽으면서 내심 고개를 끄덕끄덕 감탄했었다. 어찌 이리도 내가 생각하는 <사랑>이랑 같을까 하고. 아직은 <사랑>을 경험해보지 못하고 관념적으로만 사랑을 받아들일 때의 일이다. 그때는 모든 사랑이 지랄 같을 것 같았다.




이제 세월이 흘러 여러 형태의 사랑을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나서 다시 사랑에 관한 책을 읽게 되었다. [연애를 인터뷰 하다]

<박사 따러 독일 갔다, 연애만 하다온 가방끈 씨의 리얼 러브토크>라는 책 띠지의 소개글을 보고 사랑에 관한 깊은 심리를 파헤치는 분석적인 글을 기대했었다.

책은 여러 경험 사례들을 소개하고 거기에 저자인 가방끈씨가 상담 멘트를 다는 형식으로 비교적 쉽게 읽힌다.

[그녀에게, 연애를 묻다] [그에게, 연애를 묻다] [연애물어]로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다.




[그녀에게, 연애를 묻다]에서는 소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여자들의 연애 실패담 혹은 경험담이 그려져 있다.

[상대방이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친구로서의 그를 잃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그의 감정을 모르는 척하면서 친구관계를 유지하는 여자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비겁한 여자다. 얻는 게 있으면 반드시 잃는 것도 있는 법. 내가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랑을 놓아줄 용기가 없는 사람은 진짜 사랑을 받아들일 자격도, 그럴 마음의 여유도 없는 사람이다] (41쪽)




[그에게, 연애를 묻다]에서는 남성들의 경험담인데  1부 여자들의 경우보다는 현실감이 좀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책을 읽다가 작가가 여자인가 착각했을 정도.




[연애물어]는 작가의 연애에 대한 철학을 풀어 놓았다.

[슬플 때 슬픈 음악을 들으면 더 슬퍼지기 때문에 듣지 말아야 한다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럴 때는 차라리 슬픈 음악을 들으면서 꺼이꺼이 울고 철저히 슬퍼하는 게 낫다. 그래야 비로소 슬픔의 바닥이 보인다. 그 바닥을 내 눈으로 확인하고 나면, 그때 비로소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슬픔이 극복된다. 슬프고 싶어도 더 이상 슬프지 않은 평온한 상태가 찾아오는 것이다. 그러고 나면 이제 다음 행복을 찾는 일만 남는다.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기 전에 자기만의 시간을 갖고 충분히 슬퍼한 대가를 누릴 시간인 것이다.] (1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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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해 빠진 수법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6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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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시보란 말은 ‘마음에 들도록 한다.’라는 뜻의 라틴어로 가짜약을 의미한다고 한다. 즉 환자에게 해가 되지 않는 다른 물질(비타민이나 생리적 식염수 등)을 약이라고 속여 투약하면 심리작용으로 좋은 효과를 거둔 경우를 플라시보 효과라고 한다. 사전에서는 ‘투약형식에 따르는 심리효과’라고 나와 있다.

약 칠팔년 전부터 앓기 시작한 알레르기 질환으로 독하고 몸에 무리가 가는 약을 복용하고 있기에 플라시보 효과란 말에 관심이 갔다. ‘이렇게 몸에 나쁜 약을 사용하지 않고서도 이 괴로움을 줄일 수만 있다면’ 하는 바램.

플라시보 시리즈라니, 글로 우리의 정신세계에 어떤 작용을 하려나? 평소 심리묘사가 뛰어난 소설을 선호하기에 짧고도 심리묘사에 탁월한 소설을 상상하면서 나름 기대를 가지고 선택한 책이다. [흔해 빠진 수법].

 

[호시 신이치]라는 작가도 처음이고 [플라시보 시리즈]는 더욱 생소해서 조금은 흥분된 마음으로 책읽기를 시작했다.

짧고 쉬운 글. 마치 이솝우화의 배경을 현대로 옮겨온 듯한 느낌이랄까. 기대했던 것에 비해 심리묘사부분은 그리 많지 않았다.

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종류의 책들이 존재한다. 작가 [호시 신이치]의 약력을 보니 그는 [초단편 소설]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1000편이 넘는 작품을 발표했다고 한다. 그리고 대학입시 문제의 예문이나 학습 참고서에 호치 신이치의 작품을 많이 인용한다고 하니 일본어를 공부해 원어로 그의 작품을 읽어 보고픈 욕심까지 가지게 한다.




총 200여 쪽 되는 짧은 분량에 25편의 비슷비슷한 소재의 소설들이 실려 있다. 짧고 간결해서 현대인이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읽기에 안성맞춤인 소설이다.

한 여름 밤 꾸는 행복한 꿈같은 소설. 단순하고 간결한 인생. 이 시리즈를 반복해서 읽으면 과연 우리의 사고도 그렇게 변할 수 있을까? 그래서 플라시보 시리즈라고 명했을까? 읽고 나면 인생에 대해 단순명쾌한 해답을 찾은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플라시보 이펙트.(placebo effect.) 나름 힘든 생을 짊어지고 가는 현대인에게 위로가 되는 소설이다. [흔해 빠진 수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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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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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의 작품들은 읽고 나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깨끗해지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

아 인생을 이렇게 단순하게 바라볼 수도 있구나 하는 깨달음.

무의식 저 밑바닥에 가라 앉아 도사리고 있는 외로움, 상처, 고통 등을 한 발짝 물러서서 바라보는 방법을 그녀의 글은 우리에게 알려준다.

지상의 가치, 지상의 도덕에서 살짝 비켜서 있는 주인공들. 그러나 그들은 당당하게 자신을 직시한다. 타협하지 않고 비겁해지지 않는 의연함을 보여준다.




책표지의 문구 [쇼코, 곤, 무츠키... 어딘가에서, 잘 지내고 있었나요?]

정말 내 마음을 정확히 표현했다.

 

가끔 잠 안 오는 밤,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내 인생에서 스르르 사라져버린 친구들을 떠올리곤 한다. 언제 연락이 끊어져 버린 것일까? 어딘가에서 잘 지내고 있을까? 순간순간 잊어지지 않는 고마웠던 기억들, 그들은 잊었겠지만 나 혼자 슬프고 안타까워 그렇잖아도 못 이루던 잠은 더 멀리 달아나 버린다.




에쿠니 가오리의 주인공들은 그렇게 사라져간 친구들 같은 느낌이다. 오랫동안 연락이 끊어져 있던 친구를 나이 들어 다시 만난 느낌. 10년 뒤의 쇼코, 곤, 무츠키를 만나는 것은 그랬다. 그렇게 반가웠다.




총 아홉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은 10년 전 헤어진 친구를 만나는 느낌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반짝 반짝 빛나는]의 10년 뒤 이야기가 궁금했지만 아껴두는 심정으로 다른 작품들 먼저 읽기 시작 했다.




[러브 미 텐더] [선잠] [포물선] [재난의 전말] [녹신녹신] [밤과 아내와 세제] [시미즈 부부]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기묘한 장소]로 이루어져 있는데 개인적으로 [선잠]이 가장 맘에 든다.




[선잠처럼 혼돈스러웠던 여름. 자동차 운전면허를 딴 여름. 애정을 매장해준 여름.

해질녘 바람에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해질녘이라는 애매한 시간이 나는 좋다.

주부가 장보러 가는 시간, 아이들이 골목에서 뛰노는 시간, 장밋빛과 회색빛과 연푸른빛이 한데 섞인 듯한 공기.] (91쪽)




“왜 글을 쓰냐고 물으면, 그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어서라고 대답합니다” (275쪽)

작가 후기에 나와 있는 에쿠니 가오리의 말이다.

글을 쓰는 삶. 글을 쓰는 능력을 가진 그녀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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