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요리책 부럽지 않은 총정리요리
랜덤하우스 편집부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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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위에 있는 [열 요리책 부럽지 않은 총정리 요리]를 본 가족들의 반응은 열광 그 자체였다. 앞을 다투며 본인들이 몸을 바쳐 내 요리 실험의 <마루타>가 되어 주겠다는 것이다.

평소 요리에는 재능도 없고 그에 맞게 취미도 없어서 자연스레 우리 가족은 외식을 자주 한다. 집 밖의 밥을 자주 먹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외식의 지겨움.

이제는 직장을 다니지 않고 전업 주부(?)가 된 나에게 가족들은 은근한 압박을 준다

‘우리도 집에서 만든 음식을 먹고 싶다’고

요리책만 보고도 기뻐하고, 내용을 살피며 침을 삼키는 가족들을 보니 살짝 미안한 마음도 든다.

만드는 사람이나 먹는 사람이나 그동안 생략했던 아침 식사를 준비하기가 가장 힘이 들었는데 과연 열 요리책 부럽지 않을 정도의 여러 종류의 요리들이 조목조목 갖추어져 있고 특히 죽과 수프 단원이  예쁜 사진과 함께 쉬운 설명으로 되어 있어 반가웠다.

스프에 모닝빵을 적셔 먹기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이제는 인스턴트가 아닌 제대로 된 스프를 만들어 아침을 줄 수 있게 되었다.

총 16가지의 죽과 14가지 스프의 만드는 법이 나와 있는데 우선 손쉬울 것 같은 감자 스프부터 도전해 보기로 했다.

평소 생각으로는 생감자를 갈아서 만들 것 같았는데 요리책을 보니 감자와 양파를 먼저 볶은 다음 물을 붓고 끓이는 것이었다.




1.  감자와 양파 손질하기.

감자와 양파는 껍질을 벗기고 1cm 두께로 설어 찬물에 담가 녹말기를 뺀다.

냄비에 버터를 두르고 감자와 양파를 충분히 볶은 다음 분량의 물을 붓고 끓인다.

2.  베이컨 구워 다지기

베이컨은 팬에 노릇노릇하게 구운 다음, 종이 타월로 감사 기름기를 걷어 내고 잘게 다진다.

3.  믹서에 갈기

1의 감자가 푹 익으면 한 김 식혀 믹서에 넣고 곱게 간다.

4.  우유 부어 끓이기

냄비에 3의 감자와 양파 간 것을 넣고 분량의 우유를 부어 중간 불에서 끓이다가 생크림과 파르메산 치즈 가루를 넣는다.

5.  그릇에 담기

4에 소금과 후춧가루를 넣어 간을 맞춘 후, 따뜻하게 덥힌 그릇에 수프를 담고 다진 베이컨을 얹는다.




믹서 대신 도깨비 방망이를 사용 했더니 설거지가 훨씬 줄었다.

파르메산 치즈 가루는 피자를 시켜 먹을 때 써비스로 온 것을 모아 두었다가 사용 했다. 낱개 포장이라 보관과 사용이 편한 제품이다.

좀 더 요리가 손에 익으면 내가 제일 어려워하는 매운탕에 도전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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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 놀이
크리스토프 하인 지음, 박종대 옮김 / 작가정신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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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왜 인간을 만드셨을까? 내 생각엔 외로워서였을 듯 싶다. 외로워서 또는 심심해서.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닮은 인간을 만들면서 신은 외로움까지도 고스란히 인간에게 전달해 주었다. 그러나 그 외로움을 이기는 방법은 제대로 알려 주지 않아 우리는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스스로 터득해야 한다.

인간이 만든 여러 가지 놀이들. 그러나 어떤 놀이가 화사한 봄날 밝고 청아한 공기 속에 떠도는 권태로움을 날려 버릴 수 있단 말인가. 순간의 쾌락, 순간의 눈가림일 뿐이다.




먼 이국의 작가가 그린 삶의 지겨움에 저항(?)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 [나폴레옹 놀이]

글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독일의 정치적인 상황과 교육제도, 사회 현실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겠지만 인간의 심리 밑바닥은 어느 곳에서나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표지 안쪽 작가 소개 글을 보니 작가 크리스토프 하인은 개별적인 역사 사건과 거대한 운명, 그리고 현대 사회의 갈등에 깊은 관심을 가지면서 줄곧 사회주의 역사 진행의 과정에서 좌절하는 지식인과 인간 소외를 진지하게 다루어왔다고 한다. 그의 글을 처음 대하는 나에게는 무척이나 호감 가는 구절이었다. 그러한 맥락으로 이해하려는 노력 하에 나폴레옹 놀이를 읽기 시작했다.




초반 흐름은 좋았다. 독특한 성장 소설의 느낌도 들고. 하지만 전체적으로 한 편의 편지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중간 중간 지루한 느낌.

사회적으로 성공한 변호사 [뵈를레]는 어느 날 살인을 저지르고 감옥에 간다.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변호를 맡긴 [피아르테스]에게 쓴 장문의 편지글이 나폴레옹 놀이이다. 편지에는 삶에 대한 권태 때문에, 놀이를 위해서 자신과 아무 연관 없는 불특정 다수중의 한 사람을 지목해 그를 죽인 자신의 행위가 정당방위였음을 주장하고 있다. 그 주장의 이해를 돕기 위해 어린 시절의 성장 과정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가 세세히 기록되어 있다. 순수하게 비틀린 [뵈를레]의 관점에서만 서술된 기록이다.




지상에서 추구하는 무수한 가치, 진실들이 있다. 진부하게도 대다수가 믿는 것이 진실이라거나 소수의 가치를 인정하자거나 하는 이야기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 억지로 뵈를레를 이해하기 위해 ‘인간은 놀 때에만 오로지 완전한 인간’ (263쪽)을 인용할 필요도 없다.

아무리 잘난 척을 하고 냉철한 이성으로 놀이를 주도하는 척을 해도 그것은 순간의 눈가림, 착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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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거타임
오가와 요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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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와 요코. 대단히 화려한 수상경력을 가진 작가이다. 특히 일본 작가로서 <카이엔 신인 문학상>, <아쿠타가와상>, <요미우리 문학상 소설상>등 일본 국내의 다양한 문학상은 물론이고 <2007 프랑스 예술문화훈장 슈발리에>를 수상하고 1999년에는 <프랑스에서 발간된 가장 훌륭한 소설 20>에도 선정 되었다니 그녀와의 첫 만남에 살짝 기대를 가지게 한다.

최근 몇 편의 일본 소설들을 보면, 일본 소설은 모 아니면 도라는 느낌이 강해 섣불리 선택하기가 꺼려 졌었다.




감정의 굴곡 없이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는 등장인물들은 사실 평범하지 않은 깊은 내면의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이상 식욕에 시달리는 주인공 가오루, 성 불능인 가오루의 애인 요시다, 그리고 계모가 데리고 온 동생 고헤이는 키가 크지 않는 병에 걸려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병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수용한다. 자신의 상처에 대해 호들갑을 떨지도 않고, 불행 감정에 시달리지도 않으며 겉으로 드러내고 호소하지도 않는다.

안으로 안으로만 차곡차곡 쌓으면 그 상처는 무거운 돌덩이로 가슴에 남는 게 아니라 얇고 엷은 막으로 그들의 외면을 감싸는 것 같다.




전형적인 일본 여류작가의 글을 닮아 있다. [슈거타임]은.

어쩌면 그들은 이리도 비슷한 분위기의 글들을 쓸 수가 있을까 의아해진다.

무거운 주제를 최대한 가볍게 묘사하기. 자신의 상처를 끌어안고 함께 뒹굴기 보다는 한 발짝 물러서서 응시하기. 그리고 슈거타임에는 비교적 약하게 나와 있는 이 지상의 도덕 가치에서 자유롭기.

처음 몇 번은 그러한 책들을 읽고 나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깨끗해지는 느낌이었다. 무엇이든 반복되면 식상하다.




[고헤이는 아주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순간 이대로 계속 눈을 감아 버리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그리고 속눈썹은 나비의 촉각처럼 가늘었다. 한번 눈을 깜빡이면, 그 가느다란 속눈썹이 희미하게 떨리며 눈가에 부드러운 바람이 지나가는 것 같았다. 속눈썹이 스치는 소리까지 들릴 것 같았다.] (31쪽)




[그의 마음속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는 자신의 감정 모두를 그 깜빡거림 속에 가두었다.] (32쪽)




[정신장애가 있다면 차라리 슬픔 같은 것은 모를 정도로 심한 장애였다면 좋았을 텐데. 어째서 그녀에게는 슬픔을 저렇게 선명하게 표현할 줄 아는 지능만 남아 있을까 하고 생각하면서 나는 고헤이를 떠올리고 있었다.] (56쪽)




아니라고 도리질을 해도 그녀의 글에 묘한 중독성을 느낀다. 다음 작품으로 더 만나 보고픈 작가다. [오가와 요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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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의 숲에서 사랑을 만나다 - 신화 속에 감추어진 기이한 사랑의 이야기들
최복현 지음 / 이른아침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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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뒤쪽 책 소개 글에 나와 있는 [신화, 그 아름답고 찬란한 사랑의 노래.]

미사여구가 많이 쓰이긴 했지만 평소 신화에 대한 내 생각을 꼭 집은 문구이다.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것 말고는 그리스 신화에 관한 책을 읽은 기억은 없다. 외우기도 어려운 수많은 신들의 이름, 그들의 얽혀 있는 삶과 사랑, 무의식적으로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규범, 그리고 높고 가슴 저미는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들. 막연히 그리스 신화에 대해 가졌던 이미지다.




[신화의 숲에서 사랑을 만나다]는 그리스 신화의 여러 이야기 중에서 특히 신들의 사랑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어서 쓰여 진 책으로 총 19편의 신들의 사랑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너무도 애잔해서 별자리가 되어 질 정도의 비극적이고 슬픈 사랑이야기를 기대하고 있었기에 평범한 신들의 사랑 놀음에는 살짝 실망이다.

특히 남편 제우스의 바람기에 대응하는 헤라의 방식은 그리스 신화를 전부 부정하고픈 마음까지 들게 한다. 당당한 여신으로서 좀 더 현명하고 지혜롭게 대처할 수는 없었을까? 제우스의 어리석음에 늘 상처를 받고 복수의 칼날은 또 다른 희생자인 같은 여신이나 여인에게로 향해야만 했을까? 지치지도 않고 질투에만 눈이 멀어야 했을까?

아무래도 그리스 신화를 만든(?) 사람이 남자였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버릴 수가 없다.




19편의 신들의 사랑 이야기 중 [에오스와 티토노스]의 이야기가 가장 인상에 남는다.

올림포스 여신 중 최고의 멋쟁이인 새벽의 여신 에오스는 셀 수 없이 많은 상대와 연애를 해 추문이 끊이지 않는 남성 편력의 소유자(?)이다.

젊고 아름다운 남자들을 찾아다니며 연애를 하던 중 풍요의 여신인 아프로디테의 연인이었던 군신 아레스와 연애를 하게 된다. 이를 알게 된 아프로디테는 에오스에게 그녀와 사랑을 나눈 모든 인간 남자들의 목숨을 앗아가 버리는 저주를 내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오르는 욕망만을 쫒던 에오스에게도 진실한 사랑이 다가 온다. 그 상대는 티토노스. 자신의 사랑을 깨달은 에오스는 티토노스와 함께 최고의 신 제우스를 찾아가 티토노스에게 영원한 생명을 달라고 간청하고 제우스는 그 청을 들어준다.

그러나 티토노스는 영원한 생명만을 얻었을 뿐 영원한 젊음은 얻지 못한 관계로 그는 늙어간다.

진실로 티토노스를 사랑했던 에오스의 마음도 세월과 함께 늙어가는 티토노스를 보며 점점 식어간다. 나중에는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쇠약해지자 에오스는 그를 매미로 만들어 버린다.

사랑. 참으로 덧없고 허망한 단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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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카드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13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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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접한 플라시보 시리즈 [안전 카드].

전에 읽었던 [흔해 빠진 수법]보다는 대체로 길이가 좀 긴 편이어서 짧은 소설을 읽는다는 생각이 비로소 든다. 흔해 빠진 수법을 읽을 때는 너무 짧아서 읽다가 뚝 끊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어라 이게 뭐야’하는 당황스러움. 소설 이라기보다는 만화 같은 느낌이 강했다고나 할까, 어째 작가가 글을 완성하는 단계를 빼 먹고 쓰다 말았나 하는 느낌. 비슷비슷한 이야기들의 끝없는 나열.

같은 종류겠지 하면서 읽어 나가는데 좀 더 완성된 느낌이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책에 실린 총 편수를 세어보니 [안전카드]에는 전작보다 10편이 적은 15편의 글이 실려 있었다.

글에 따라 2배정도 길어진 제대로(?) 구성된 소설의 느낌이다. 작가 후기에는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의 길이가 긴 이유는 단지 의뢰받은 매수가 그랬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길이가 길거나 짧거나 글의 재미에는 관계가 없을 거라는 것이 작가의 생각이다.




[호시 신이치]는 인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글을 읽다 보면 인생을 살면서 크게 상심할 일도, 상처받을 일도 없이 담담하게 문제를 수용하고 싶어진다.

[나는 신비하고 괴기스러운 경험을 한 적이 없다](223쪽)라고 시작하는 저자 후기 역시 솔직하고 쉽게 쓴 것처럼 보인다. 1000여 편의 SF소설을 쓴 작가가 전혀 경험도 없고 능력도 없었노라고 말한다. 그러면 그 많은 글은 무엇을 바탕으로 해서 썼을까? 글을 쓰는 힘은 과연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1000여 편의 소설을 분류하면서 대체로 비슷한 이야기들을 모아서 한 권의 책을 만든 듯하다. [안전카드]에는 귀신이 자주 등장한다. 귀신하면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호러물의 무섭고 한 서린 귀신이 아니라 마치 옆집 아저씨 같은 편안한 느낌의 귀신들이다.

 

특히 [선택받은 삶]에 등장하는 귀신은 편안함을 넘어서 연민까지 느끼게 한다.

점원에게 속아서 자신의 사업체를 교묘하게 빼앗긴 뒤 모든 것을 잃고 목매달아 자살한 귀신은 복수를 위해 구천을 떠돌며 결심한다. 저주로 원수를 직접 죽이는 것은 재미가 없으니 아무런 잘못이 없는 손자에게 천벌을 내리겠다고.

그러나 원수의 아들은 칠칠치 못한 인간이라 많은 유산을 다 탕진하고 건강까지 나빠져 이 세상에 미련이 없는 상태이다.

행복의 절정에 있을 때 불행의 구렁텅이에 처박는 비극적인 복수를 꿈꾸는 귀신은 자주 청년에게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청년을 돕는다. 청년은 그 귀신을 자신의 <수호신>으로 착각한다. 귀신이 원하던 대로 청년은 사업도 성공하고 결혼도 했다. 하지만 청년은 아이가 생기기 어려운 체질. 복수를 기대하며 지켜보고 있는 귀신에게 기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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